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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Author: 희나리K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26 02:57:12

캠퍼스 안으로 발걸음을 옮긴 이현과 은하는 잠시 벤치에 앉아 숨을 골랐다.

늦은 밤의 교정은 고요했고, 저 멀리 불이 꺼지지 않은 건물들이 도시의 숨결을 대신하고 있었다.

이현이 주머니에서 작은 캔 하나와 그 캔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핑크색 빨대를 꺼냈다.

“짜잔.”

은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뭐야?”

“숙취해소제.”

곧장 캔 뚜껑을 따고, 빨대를 꽂아 손에 덥석 쥐여주는 이현의 모습에 은하는 심장이 쿵쾅거렸다.

“고마워, 이건 또 언제 샀어?”

“안 봐도 비디오지. OT날은.”

이상했다. 평범한 것 같은 이런 배려 하나가 술보다 더 몽롱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근데, 아까 옆에 앉아있던 그 안경 쓴 놈은 뭐냐?”

“3학년이래. 강진우랬나.”

이현의 눈썹이 단단하게 모였다.

“어디 그런 능글맞은 눈빛으로 감히. 안경을 확 부숴 벌라.”

그 말에 은하가 피식, 그리고 키득키득 웃음을 터뜨렸다.

“푸흐… 너 진짜 왜 이렇게 웃겨.”

“웃기려고 말한 거 아닌데? 진짜 부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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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제235화

    캠퍼스 안으로 발걸음을 옮긴 이현과 은하는 잠시 벤치에 앉아 숨을 골랐다.늦은 밤의 교정은 고요했고, 저 멀리 불이 꺼지지 않은 건물들이 도시의 숨결을 대신하고 있었다.이현이 주머니에서 작은 캔 하나와 그 캔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핑크색 빨대를 꺼냈다.“짜잔.”은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이게 뭐야?”“숙취해소제.”곧장 캔 뚜껑을 따고, 빨대를 꽂아 손에 덥석 쥐여주는 이현의 모습에 은하는 심장이 쿵쾅거렸다.“고마워, 이건 또 언제 샀어?”“안 봐도 비디오지. OT날은.”이상했다. 평범한 것 같은 이런 배려 하나가 술보다 더 몽롱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근데, 아까 옆에 앉아있던 그 안경 쓴 놈은 뭐냐?”“3학년이래. 강진우랬나.”이현의 눈썹이 단단하게 모였다.“어디 그런 능글맞은 눈빛으로 감히. 안경을 확 부숴 벌라.”그 말에 은하가 피식, 그리고 키득키득 웃음을 터뜨렸다.“푸흐… 너 진짜 왜 이렇게 웃겨.”“웃기려고 말한 거 아닌데? 진짜 부셔 버리고 싶었거든?”짧은 정적. 그 안에는 수많은 감정이 스며 있었다.농담 같지만 진심이 들어 있는 말. 웃음 속에 파묻힌 질투와 깊고도 깊게 박혀버린 마음. 이현은 은하의 얼굴을 한 번 더 확인하듯 바라보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걸을 수 있겠어?”은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반 박자 느린 움직임에 이현의 팔이 허리를 감아 지탱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한 걸음, 또 한 걸음. 서두르지 않고, 말도 많지 않은 길을 나란히 걸었다.걷는 내내 그의 온기가 너무도 따뜻해서, 은하는 일부러 조금 더 천천히 걷곤 했다. 그렇게 기숙사 앞에 도착한 두 사람.은하가 한밤의 불빛 속에서 이현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오늘도 고마워.”“별말씀을요. 당연한 걸 가지고.”“얼른 들어가. 내일 보자.”“으응. 강은하. 잘자. 사랑해.”“내가 더.”매번 '나도' 라고 튀어나오던 대답이 조금은 달라져 있었다. ***기숙사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선 은하.은은한 센서등이

  •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제234화

    은하는 여전히 선배들과 동기들에게 둘러싸여 불편한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모두가 웃고 떠들며 잔을 기울이는 와중에도, 은하의 얼굴에는 웃음기 하나 없었다.시간이 지날수록 잔을 든 손끝엔 힘이 없었고, 눈빛은 멍하니 테이블 위를 맴돌았다.분위기가 무르익자, 테이블은 점점 비슷한 분위기의 사람들끼리 무리를 이루기 시작했다.왼편에 앉아 있던 동기가 다른 테이블로 자리를 옮기는 순간,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남자 선배 진우가 기다렸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여기 좀 앉을게.” 묘하게 일방적인 말투에 은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원래 이렇게 조용한 성격이야?”진우는 잔을 채워주며 다정한 척 말을 건넸지만, 시선은 은하의 얼굴 쪽에 자꾸만 머물렀다.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잔을 멀리 밀었다.“네. 근데 저, 술은 더 못 마시겠는데요.”“에이, OT인데 분위기는 맞춰야지?”손끝이 떨렸다. 마치 이 테이블에 있는 것 자체가 다른 세상인 것처럼 낯설게 느껴졌다.문제는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선배들과 동기들 역시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것.“가즈아!”“디자인 학과, OT 분위기 죽인다!”“마셔라~ 마셔라~ 마셔라~”술기운에 달아오른 얼굴들, 무작정 흥을 부추기는 손짓과 웃음소리.그 중심에 끼워진 은하는 그저 가면을 쓴 조각 인형처럼 무력하게 앉아 있었다.거절도, 수긍도 못한 채 더는 안되겠다고 생각한 순간.“강은하.”낯익은 목소리와 너무도 선명한 톤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개를 돌려보니, 이현이 테이블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검은 가죽 재킷에 회색 이너, 어두운 슬랙스. 무심한 듯 단정하게 다듬어진 헤어와 살짝 느슨한 재킷 핏. 이현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주변 테이블에 짧은 눈인사를 건넸지만, 시선은 오직 은하에게 향하고 있었다.“한성그룹 아들 아니야? 경영학과?”“헐, 실물이 더 잘생겼다.”이현은 그런 수군거림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정확하게 은하의 테이블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그의 시선이 은하의 손

  •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제233화

    OT 행사는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자기소개, 팀워크 게임, 학생증 발급 안내, 강의실 배치 설명 등… 모든 시간이 정신 없었고, 그만큼 순식간에 지나갔다.그리고 일정이 끝나갈 무렵, 누군가가 마이크를 잡고 외쳤다.“자~ 신입생 여러분! 이제 본 게임으로 들어갑니다!”분위기는 순식간에 들썩였고, 모두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술집으로 이동할 준비를 시작했다.은하는 당황스러운 듯 동기들에게 물었다. “바로 술 마시러 가는 거야?”“응. OT는 원래 이게 메인 이잖아.”“완전 재밌겠다. 근데 선배들, 벌써부터 무게 엄청 잡는데?“아…”걱정이 앞서는 은하와는 달리 주영이와 희정이는 신이 난 듯 보였다. 첫 OT, 처음 만난 사람들, 그리고 수 십 명이 모여 술을 마시는 자리라는 사실이 왜 벌써부터 불편한 건지.하지만 이내 주먹을 꼭 쥐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괜찮아. 익숙해져야지.'***학교 앞, 대형 테이블이 길게 이어진 술집은 딱 봐도 규모가 상상 이상이었다.전 학번이 섞여 있었고, 이미 몇몇 선배들은 잔을 들고 웃으며 자리를 옮겨 다녔다.은하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구석에 자리를 잡았지만, 곧바로 한 선배가 말을 걸어왔다.“이름이?”단정한 셔츠에 금테 안경, 웃는 입매가 능글맞아 보이는 남자 선배.그는 아무러지 않게 은하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강은하입니다.”“OT때 얼굴은 봤어. 술 잘 마셔?”“…아니요.”“무리하진 말고, 그래도 첫 잔은 마셔야지.”그 말에 같은 테이블 몇 명이 웃었고, 이미 주변 테이블에서는 짠을 외치는 소리들이 거침없이 들려왔다.은하는 억지로 미소 지으며 잔을 들었다.“네. 감사합니다.”차가운 알코올이 기도를 타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자, 속이 알싸하게 반응했다.그렇게 첫 잔을 넘기고 나니 은하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역시나 백이현이었다.[술집 어디야? 혹시 모르니까 위치 찍어 놔.][트레인 호프 3층.][오키. 나도 술 마시러 왔어. 조금만 마셔라. 눈치 봐서 빠지고 데리러

  •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제232화

    은하는 웃지도, 당황하지도 않았다. 눈동자만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오늘 하루 종일, 너한테 입 맞추고 싶었어.”“또 위험해지네.”은하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이현은 곧장 은하의 뺨을 감싸 쥐었다.시동은 걸리지 않았다. 기어는 여전히 파킹상태.눈동자는 더 이상 장난스럽지 않았으며, 입술은 은하의 입술을 다시 찾아갔다.이번엔 방금 전 입맞춤보다 깊었고, 더욱 더 집요하게 스며들었다.숨이 겹치고, 온도가 닿고, 마음이 들리는 듯한 고요한 충돌에 은하는 금세 눈을 감고 몸을 맡겼다. 그와 이러고 있는 순간은, 꼭 말 없이도 모든 걸 나누는 것 같았다.커다란 손바닥이 목덜미를 감쌌고, 은하의 손은 이현의 어깨를 타고 올라가 목 뒤를 끌어안았다. 차체가 살짝 흔들렸다.“강은하, 네가 먼저 시작한 거다.”“…?”이현은 말없이 등받이를 젖힌 뒤, 자신이 직접 메주었던 안전벨트까지 단숨에 풀어버렸다.“야아!”차 안에서는 입술과 말캉한 살덩이가 뒤엉키는 소리는 물론, 옷깃이 스치는 소리, 거칠어진 숨결이 내는 소리로 가득했다.은하의 가슴이 빠르게 오르내렸다. 숨이 뒤엉키고,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백이현… 나 지금… 좀 이상해…”“나도.”작은 공간은 결국 뜨거운 사랑이 차오르는 곳으로 변해버렸다. 김이 잔뜩 서린 차창, 전보다 더 요동치는 차체의 움직임은 한참동안 계속되었다.모든 것이 끝났을 때, 은하의 손끝이 이현의 옷깃을 만지작거렸다. "씨... 이러려고 뽀뽀한 건 아니었는데.""나는 건들면 못참아. 그러니까 앞으로도 맨날 건드려줘.""야!"“개강은 못 미루냐. 아, 진짜 가기 싫다.”창에 맺힌 김이 조금씩 걷히고, 차는 천천히 어둠 속 도로를 따라 움직였다.두 사람 다 말이 없었다. 대신, 서로의 손을 꼭 붙들고 있었다. 은하의 손등 위에 이현의 엄지가 조심스레 움직였다.“우리, 기숙사 말고 딴 길로 샐까?”“고만해라아!”“장난이야. 장난.”오늘도 결국 아쉬운 마음을 품은 채 기숙사 앞에 도착

  •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제231화

    한 시간쯤 달려 도심을 벗어난 길은 생각보다 훨씬 더 한적했다. 차는 산 위를 조금 올라 멈춰 섰고, 도착한 곳은 카페라고 하기엔 너무 조용했고, 전망대라고 하기엔 낮고 작았다. 잔디 위로 나무들이 드문드문 늘어서 있었고, 그 사이로 작은 목제 테이블 하나가 그림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은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테이블 위를 둘러봤다.화이트 린넨 천 위에 놓인 유리병 속 라벤더, 머그잔 두 개.라탄 바구니 안에서는 뭔가 따뜻한 냄새가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다.“이게… 이게 다 뭐야?”“짜잔! 점심 데이트, 백이현 버전.”하아, 방금까지 내내 운전만 해놓고 무슨 또 백이현 버전이야. 박 비서님 버전이겠지.“이런 것 좀 하지 마! 괜히 박 비서님이 고생하시잖아!”“강은하! 진짜 무드 없게 이럴 거야?”은하가 피식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무드는 개풀, 어젯밤이 진짜 무드였지.“알겠어. 알겠어.”“방금 너 앉을 때, 약간 CF 같았어.”“또 시작이다.”“예쁘니까 그러지.”은하는 시선을 피하듯 바구니 속을 들여다보았다. 박 비서님이 얼마나 세심한지 깨닫는 순간이었다.“와 샌드위치잖아? 고기도 들었네?”“그럼 뭐 풀만 먹을 줄 알았냐?”“오, 커피도 따뜻해.”은하의 손이 잔을 감쌌고, 산들바람이 둘 사이를 스치고 지나갔다.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문 은하가 오물오물 거리며 말을 이었다.“아, 맞다. 오늘 룸메이트 왔어.”“그래? 어떤 애 같은데?”“예쁘장해. 말도 조리 있게 잘 하고, 걔도 경영학과던데?”“몰라. 알게 뭐야.”“응?”“난 강은하밖에 안 보여. 그래도 룸메가 싸움은 잘 했으면 좋겠다.”“싸움?”"룸메면 되게 친해지잖아. 이왕이면 최약체보다는 싸움꾼이 더 낫지 않을까?"백이현 다운 어이없고 한심한 생각이었다. 살면서 주먹다짐을 할 일이 얼마나 있다고."뭐야? 지금 나는 최약체라는 뜻이야?""굳이 따지자면, 싸움꾼 쪽은 아니지.""그 주먹이 나한테 향하면?""걱정 마, 내가 열 배로 되갚아 줄 테니까."

  •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제230화

    집으로 돌아온 이현은 곧장 방으로 향했다. 보랏빛 커튼이 드리워진 작은 침대 위에 앉아 있으니, 아직 은하의 온기가 남아있는 것 같아 숨을 들이켰다.눈을 감으면 은하의 숨소리, 보드라운 살결, 그리고 오늘따라 온몸을 크게 떨어대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천장에 번지는 은은한 보랏빛 불빛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진짜 큰일 났다. 또 보고 싶네.”한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손가락은 진심을 담은 메시지를 꾹꾹 눌러담았다.[너 없는 공간은 너무 조용해. 라벤더 향기만 나.]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도착했다.[거긴 나랑 같이 들어가야 되거든? 당장 나와줄래?]“하, 진짜.”이제야 이현이 웃었다.얘는 왜 메시지 하나를 보내도, 이렇게 사랑스럽고 귀여운 거냐고.***은하는 아침 일찍 일어나 남은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라벤더 향이 나는 작은 디퓨저 하나를 책상 위에 올려놓자 어제 밤의 잔향이 아랫배를 간지럽혔다.'진짜 웃겨 백이현, 치이.' 노트북을 켜 학교 홈페이지를 둘러보며 수업 계획표와 학사 일정을 확인하는 사이, 문득 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녕? 일찍 왔나 보다.”짧은 단발머리에 세련된 인상과 말투, 은근한 자신감이 풍기는 눈빛까지.아무래도 함께 방을 쓸 룸메이트 같았다.“으응. 안녕.”“어느 학과야? 난 경영학과 박수정 이라고 해.”“아, 나는 디자인 학과. 강은하.”“잘 부탁해.”“나도.”짧지만 깔끔한 첫 인사였다.수정은 곧 캐리어를 끌고 들어와 짐 정리를 시작했고, 은하는 조용히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경영학과? 백이현이랑 같은 학과네….’함께 지낼 룸메이트의 분위기, 그리고 내일부터 펼쳐질 캠퍼스 생활.모든 것이 새로웠고, 조금은 긴장됐지만 이상하게 설레는 감정도 함께 섞여 있었다.점심이 되자 핸드폰 진동음이 책상을 울렸다.이현이였다.“으응. 이제 일어났어?”“어이, 강은하 학생.”“푸흡. 으응.”“개강 전 데이트 할

  •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제2화

    이번에도 말없이 선생님을 따라 걸었다. 복도를 지나는 동안, 몇몇 학생들의 흘깃거리는 눈초리가 느껴졌다.아무리 고개를 숙이고 걸어도, 모든 시선이 자신을 향해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했다. '첫 날이라 그래, 이것도 내일이면 괜찮아 질거야.'2학년 3반 교실 앞에 다다르고 나서야 작은 목소리를 냈다.“저기… 선생님.”“응?”“전학생 소개는 선생님께서 이름 정도만 해주시고요… 저는 바로 자리에 앉고 싶은데요.”선생님은 은하의 표정을 살피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지었다.“알겠어. 부담 느끼지 말고 편하게 있으면

  •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제1화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치는 어느 가을날, 희뿌연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조용히 내려앉았다. 은하는 옷장에 걸린 새 교복을 바라보았다. 단정하게 걸려 있는 교복은 마치 새로운 시작을 속삭이는 듯했지만, 은하에게는 그저 낯설고 무거운 천 조각에 불과했다. 고등학교 입학 후 벌써 세 번째 전학. 이제는 익숙해야 할 것 같은데도, 여전히 이 순간은 낯설었다. 그리고 이 지긋지긋한 고등학교 생활은 아직도 1년도 넘게 남아있었다.학교를 옮길 때마다 별다른 감정은 들지 않았다.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것도.

  •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제10화

    조심스럽게 은하를 안아들고 보건실로 향해 걸음을 옮기는 태하. 팔에 안긴 몸은 생각보다 가벼웠고, 숨소리는 여전히 불안정했다. 민희 역시 걱정스러운 얼굴로 뒤를 따르며 은하의 핸드폰을 꽉 쥐고 있었다.보건실로 향하자마자 은하를 조심스레 침대 위에 내려 놓았다.놀란 보건 선생님이 급히 다가와 은하의 상태를 살폈고, 담임 선생님 역시 소식을 듣고 보건실로 달려왔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큰 소리에 갑자기 놀란 듯 하더니… 가방에서 약을 꺼내 먹었어요.”“약? 무슨 약?”민희는 서둘러 은하의 가방을 뒤적여 은하가 먹었던

  •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제9화

    뒷문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태하가 은하를 향해 다가왔다. “괜찮아? 보건실 데려다 줘?”목소리엔 왠지 모를 걱정이 담겨 있었고, 눈빛에는 분명한 진심이 서려 있었다. 이현은 그 장면을 바라보면서, 느릿하게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는 피식 웃었다. 그 웃음 뒤에 감춰진 감정은 어디까지가 장난이고, 어디까지가 흥미인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아니… 나… 먼저 가봐야겠어. 담임 선생님께 말 좀 전해줘.”그 말과 함께, 은하는 가방을 들고 자리를 피하려는 듯 행동을 취했다. 하지만 태하는 쉽게 수긍하지 않는 표정이었다.“은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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