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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해드립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21 - 챕터 22

22 챕터

21. 질문

장미 미용실은 오전 내내 조용했다.머리를 자르러 오는 손님도 없었고, 예약 전화도 울리지 않았다.이수는 그 조용함이 우연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사람이 말을 하기 전에는 공간이 먼저 숨을 고른다.가위를 닦고, 빗을 정리하고, 수건을 개켜 올려두었다.손이 익숙하게 움직이는 동안 이수는 어제의 얼굴을 떠올렸다.거울을 정면으로 보지 않던 눈, 말을 고르다 멈추던 입술.그건 준비가 덜 된 사람의 태도였다.하지만 도망칠 준비를 한 사람의 태도는 아니었다.정오를 조금 넘긴 시각, 문이 열렸다.이번에는 노크가 없었다.그 대신 문을 여는 손이 조심스러웠다.문을 세게 열지 않는 사람은 대개 자기 이야기를 세게 하지 않는다.여자가 들어왔다. 어제의 그 여자였다.같은 옷은 아니었지만, 비슷한 결을 고른 차림이었다.튀지 않되, 사라지지도 않는 선택.“머리 말고요.”여자가 말했다.의자에 앉지 않은 채였다.“오늘은 잠깐만… 괜찮을까요.”이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의자를 가리키지 않았다.앉는 건 여전히 상대의 몫이었다.여자는 한 발짝 다가왔다가 다시 멈췄다.그 거리에서 말을 꺼내는 쪽을 택했다.“어제 집에 가서요.”여자가 말했다.시선은 여전히 바닥을 향해 있었다.“아무 일도 없었어요. 정말로요.”이수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아무 일도 없었다는 말은 대개 가장 많은 일이 있었을 때 나온다.“그래서 더… 이상했어요.”여자가 말을 이었다.“제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갑자기 생각이 나서요.”이수는 천천히 카운터에 기대 섰다.대화를 길게 가져갈 때의 자세였다.“그 생각이.”이수가 말했다.“정리됐나요.”여자는 잠시 침을 삼켰다.“아니요.”솔직한 대답이었다.솔직함은 항상 좋은 신호는 아니지만, 질문을 할 수 있는 상태라는 뜻은 된다.“그래도,”여자가 말했다.“어제보다 제가 덜 혼란스러운 건 알겠어요.”이수는 고개를 끄덕였다.혼란이 줄어들었다는 건 기준이 생겼다는 뜻이다.기준이 없으면 혼란은 줄지 않는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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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무너지지 않게

장미 미용실의 오후는 늘 조금 늦게 시작되는 것 같았다.간판은 걸려 있는데도 손님이 없으면, 공간은 아직 깨어나지 않은 얼굴로 서 있고, 이수는 그런 얼굴을 억지로 흔들어 깨우지 않았다. 어차피 이곳은 머리카락보다 마음이 먼저 들어오는 곳이었고, 마음은 소리를 내지 않으니까.이수는 수건을 개켜 올려두며 어제의 대화를 되짚었다.질문을 가르쳐달라는 말, 그것이 사실은 누군가에게 손을 잡아달라는 방식으로 변장한 요청이라는 걸 이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손을 내밀어 끌어올리는 순간, 상대는 자기 다리로 서는 법을 잊는다. 이수는 늘 그 지점을 경계했다. 다정함이 사람을 살리는 게 아니라, 다정함이 사람을 더 오래 그 자리에 묶어둘 때가 있어서.문이 열리는 소리는 크지 않았다.종이 울리기 전에 먼저 공기가 달라졌고, 이수는 그 변화로 누가 들어오는지 알아차렸다. 발걸음이 소란스럽지 않아서, 공간을 헤집지 않아서, 그러나 분명히 존재를 남기려고 해서. 어제와 비슷한 결의 움직임이었다.여자는 이번엔 의자에 앉지 않은 채로 서 있었다.한 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까지 끝낸 다음에야 말을 꺼냈다.“어제… 말씀하신 거요.”그녀는 손을 가볍게 쥐었다 폈다. 손끝이 자꾸 어딘가를 찾는 모양새였는데, 그건 보통 안정이 아니라 ‘계기’를 찾는 습관이었다.“제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뭔지 생각해봤어요.”이수는 대답 대신, 조용히 수건을 내려놓고 카운터에 기대 섰다.여자가 의자에 앉지 않은 것을 보고도 “앉으세요”라고 말하지 않았다. 오늘의 시작은 ‘편해지는’ 방향이 아니라 ‘정확해지는’ 방향이어야 했다.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이번엔 바닥이 아니라 거울을 보았다.거울은 늘 잔인하게 정직했다. 남의 얼굴은 부드럽게 보이는데, 자기 얼굴은 늘 부족한 곳부터 먼저 드러나니까.“제가 제일 많이 하는 말은… ‘괜찮아’였어요.”말 끝이 조금 마르고, 혀끝이 아주 잠깐 떨렸다.“그리고 그 말 뒤에 붙는 게 있더라고요. ‘내가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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