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방 안으로 들어온 뒤에도 아침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시간은 흐르고 있었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여전히 밤에 머물러 있었다.이수는 그 정체를 의도적으로 받아들였다.지금은 서두를수록 방향을 잃는 시간이었다.서윤은 테이블 끝에 앉아 있었다.두 손을 모아 쥔 채, 손가락을 풀지 않았다.풀면 무너질 것 같아서였다.“회사에서,”그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남편 얘기가 한 번 더 나왔어요.”한 번 더. 그 말은 이미 여러 번 있었다는 뜻이었다.이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있다는 표시만 남겼다.“이번엔,”윤서윤이 말을 이었다.“제가 먼저 설명하래요.”설명. 태성이 가장 즐겨 쓰는 무기였다.상황을 설명하게 만들면, 사람은 스스로를 변명하게 된다.“하지 마요.”이수의 목소리는 낮았다.“설명은 상대의 프레임으로 들어가는 거예요.”서윤은 입술을 깨물었다.그 말이 이해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 잘 이해돼서였다.하빈은 노트북을 열어 화면을 이수 쪽으로 돌렸다.메일 캡처, 사내 메신저 로그, 익명 게시판 글.“태성이,”하빈이 말했다.“이제는 방어가 아니라 공격으로 바꿨어.”공격. 그 단어는 한계를 넘었다는 뜻이었다.“나를,”이수가 말했다.“의도적으로 끌어들이고 있어.”“맞아.”하빈은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중심이 되면, 서윤 씨는 ‘영향받은 사람’이 돼.”영향. 책임을 전가하는 가장 부드러운 표현.이수는 잠시 생각하다가 테이블 위에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잠금 화면에는 태성의 이름이 떠 있었다.차단하지 않은 선택이 이제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이제,”이수가 말했다.“균열의 방향을 바꿔야 해.”하빈이 눈을 들었다.“어디로.”“태성 그 사람에게로.”이수는 망설이지 않았다.“사람들이 나를 보게 두지 말고, 그 사람을 보게 해야 해.”하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설계였다.다시, 이수의 영역이었다.“그럼,”하빈이 말했다.“공개적인 장면이 필요해.”공개. 사람들이 보고 공감할 수 있는 장면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