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당일. 서울 시내 특급호텔. 강도현은 행사장 입구 앞에 서 있었다. 정장은 아직도 어색했다. 몇 번이나 넥타이를 만지작거린 뒤에야 안으로 들어갔다. 로비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기업인, 투자자, 교수, 언론인. 모두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도현은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둘러봤다. 분위기 자체가 학교와는 전혀 달랐다. "일찍 왔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도현이 돌아보자 이정우가 걸어오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들어가지 않았나?" "조금 긴장돼서요." 이정우는 가볍게 웃었다. "당연한 거네." 그리고 행사장 안을 바라봤다. "오늘은 말보다 눈을 많이 쓰게." "예?" "누가 누구와 이야기하는지. 누가 누구를 피하는지. 누가 중심에 있는지. 누가 중심인 척하는지." 도현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사람들 표정도 보고, 말투도 보고, 왜 웃는지도 보게." 잠시 후 이정우가 덧붙였다. "사업은 숫자로 하는 것 같지만 생각보다 사람 냄새가 많이 나는 일이네." 도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함께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넓은 홀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도현은 자연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이정우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어떤 사람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지나치게 친절했다. 또 어떤 사람은 짧은 인사만 나누고도 상대의 태도가 달라졌다. 그때 행사장 입구 쪽이 잠시 조용해졌다. 몇몇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도현도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걸음을 멈췄다. 윤태성이 행사장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 옆에는 윤서연이 있었다. 서연도 도현을 발견했다. 놀란 표정이었다. "도현아?" 도현도 예상하지 못한 만남에 잠시 웃었다. "서연아." 윤태성의 시선이 천천히 도현에게 향했다. 잠깐의 침묵. 그 순간 이정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最後更新 : 2026-06-09 閱讀更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