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부터 갈까요?”이현이 물었을 때, 유리는 가만히 시장 입구 쪽 골목을 바라보다 천천히 대답했다.“파부터요. 오늘은 단단한 쪽보다 향이 오래가는 걸 먼저 고르고 싶어요.”그 말은 장을 보기 위한 문장이었지만,이현은 왠지 그 안에 작은 이별의 은유가 들어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러니까, 무언가를 채우기보다 향이 남는 걸 먼저 기억해두고 싶다는 뜻.그들은 익숙한 재래시장의 가장자리 골목,노점상 할머니의 파란 비닐 박스를 향해 걸어갔다.파는 다소곳이 줄지어 눕혀져 있었고,유리는 그중에서도 무늬가 가장 얇고,단면이 고르게 말라 있는 파를 천천히 고르기 시작했다.“이건요?”이현이 들이민 파는 줄기가 조금 갈라져 있었다.“음… 맛은 괜찮을 텐데 국 끓이면 금방 숨 죽을 거예요. 지금은 안 돼요.”“왜요? 오늘 쓸 거잖아요.”“오늘이긴 하지만, 내일도 생각해서 끓여야죠.국은 늘 다음 날도 먹을 수 있어야 해요.”이현은 그 말을 듣고 조용히 웃었다.“맞아요. 우리도 그렇게 살았던 것 같아요. 오늘만으로는 안 되는 마음으로.”채소를 사고, 두부를 고르고,국간장을 사러 노포 쪽 가게로 이동하는 내내유리의 걸음은 조용했지만 결코 느릿하지 않았다.그녀는 하나하나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물건을 고르는 사람처럼파와 마늘, 무와 미역, 다시마와 북어를 차례로 천천히 바구니에 담아갔다.이현은 그 뒷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유리는 지금, 서울을 한 그릇 안에 넣으려는 중이구나.’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다.누군가는 짐가방에 카디건을 넣고,누군가는 USB를 챙기고, 누군가는 전압을 고민하겠지만그들에겐 된장과 무, 국간장이 더 간절했다.왜냐하면 그건 타지에서도 자신을 지켜줄 맛이었으니까.장을 다 보고 나서, 둘은 시장 끝 어귀의 국밥집 앞에 잠시 멈춰 섰다.점심시간이 지난 국밥집은 조용했고, 안에서 퍼지는 고기와 깍두기 냄새가 묘하게 따뜻하게 느껴졌다.“여기, 한 번도 같이 안 왔네요.”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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