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부엌 창밖으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촉촉하고, 조용하고, 어디에 닿아도 소리를 내지 않는 부드러운 비였다.유리는 테이블 위에 놓인 봉투 한 장을 조심스럽게 들었다.어젯밤, 그녀가 쓴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그 안에는 요리로 다 전하지 못한 그리움과 사랑이 작은 글씨로 차곡차곡 담겨 있었다.그걸 바라보던 이현은, 유리가 방으로 들어간 사이 자신도 모르게 손끝으로 봉투의 결을 따라 문질렀다.그 한 장의 종이에서 그는 오래전, 자신의 기억 속 부엌을 떠올렸다.작고 따뜻한 주방. 두 평 남짓한 공간이었지만 항상 국물이 끓고 있었던 곳.어머니는 말수가 적었다.하지만 국이 끓는 냄비 앞에서는 언제나 뭔가를 설명하고 있었던 것 같다.“이현아, 된장은 너무 세게 풀지 말고 천천히, 물에 말듯 풀어야 짠맛이 안 남아.”그 목소리는 이젠 거의 희미했지만, 향은 여전히 뚜렷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된장국, 멸치 다시, 감자 반 개, 그리고 마지막에 넣는 애호박 한 줌. 어머니가 만든 국은 어떤 날엔 눈물이었고,어떤 날엔 혼잣말이었으며 또 어떤 날엔 그냥 아무 말 없이 ‘괜찮다’는 위로였다.“유리 씨.”이현이 조용히 말했다.“오늘 저녁엔 내가 요리를 해도 될까요?”유리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요리요?”“…엄마 국이요.”그 말에 유리는 잠시 놀란 듯했지만 곧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그 미소는 언뜻 슬픈 빛이 스쳐 지나갔다.“같이 만들래요?”유리가 말했다.“기억 속 요리는 혼자 끓이면 더 외로워지니까.”두 사람은 오후 늦게 마르셰로 나갔다.오늘 장보기에 특별한 건 없었다.멸치, 무, 감자, 호박, 두부 전부 익숙하고 서울의 냄새가 깃든 재료들.하지만 그 속엔 익숙해서 더 조심스러운 감정이 숨어 있었다.감자를 고를 때, 이현은 멈칫했다.작은 상처가 난 감자 하나를 고르려다 유리가 부드럽게 말했다.“그거, 그대로 써요. 상처 있는 재료가 국물 속에선 더 맛있어지는 경우도 있어요.”그 말은 그 자체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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