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저녁, 이현은 평소보다 30분 정도 늦게 들어왔다.그의 손엔 작은 종이봉투가 들려 있었고,표정은 무던해 보였지만 유리는 그 안에 깔린 어딘가 ‘응답하지 않는 침묵’을 느꼈다.“오늘은 내가 뭐 안 물어볼게요.” 유리는 그렇게 말했다.“그 대신, 당신이 먼저 말하고 싶어질 때까진 그냥 옆에서 뭐라도 만들게요.”이현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춰 섰다.“…유리 씨.”“네.”“그 말, 생각보다 큰 위로네요.”그날 밤, 유리는 손두부와 애호박을 썰고 있었다.칼질 소리는 조용하고 일정했으며, 이현은 그 소리를 들으며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어깨를 약간 숙인 자세, 손끝은 아무것도 잡지 않고,그저 무릎 위에서 가만히 얹혀 있는 채. 유리는 등을 돌린 채 말없이 요리를 이어갔다.그러다 문득, 국물이 끓는 냄비 앞에서 혼잣말처럼 말했다.“…가끔은 내가 잘해도 내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그럴 땐 무얼 해도 뒷목이 당기고, 눈앞에 있는 사람마저 흐릿해졌거든요.”“그래서 그 느낌이 어떤 건지 알아요.”이현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지금 내가 딱 그 상태예요.”그 말은 처음 꺼낸 고백이었다.이현은 그제야 자신의 고요한 방어가 어떻게든 유리에게 전해졌다는 걸 깨달았다.식사가 끝난 후, 유리는 이현에게 커피를 내어주며 짧게 물었다.“…내가 지금 당신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요?”이현은 잔을 받으며 조용히 말했다.“내가 말 꺼내기 전까지 당신이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거요.”“괜찮다고 말하지 않아도, 말하지 않는 내가 당신에게 멀어지지 않게 해주는 거.”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그럼 오늘은 아무것도 묻지 않는 대신 당신 손 한번만 잡을게요.”그녀는 조용히 이현의 손등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었다.말도, 눈물도, 설명도 없었다.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가까이 있었다. 그날 밤, 유리는 이현이 먼저 잠든 뒤 조용히 그의 머리맡에 짧은 쪽지를 두었다.“말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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