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많지 않아도, 그날의 바람, 시장의 공기, 손끝의 매운맛 모두가 식탁 위에서 전해졌다.유리는 조심스럽게 감자조림을 한 조각 잘라 이현의 접시에 옮겨줬다.“이건… 내가 오늘 바람을 맞으며 들고 온 맛이야.”“바람 맛이면 좀 짭짤하겠네요.”“아니. 그 바람은, 생각보다 아주 다정했어.”그날 밤, 유리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익숙하지 않은 언어 속에서도 나는 오늘,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함을 느꼈다.’‘요리는 늘, 재료보다 먼저 마음을 담는 일이다.’‘바람 같은 사람, 손끝의 리듬, 그리고 그걸 이해해주는 식탁 우리는 그 위에서 하루를 소중히 익혀간다.’파리는 예고 없이 비를 내렸다.그날 오후, 햇살이 잠시 고개를 내밀었던 건 거짓말이었나 싶을 만큼, 구름은 빠르게 밀려와 도시 전체를 회색빛으로 덮었다.창밖의 거리엔 우산이 없는 사람들이 가게 처마 아래에 모여들었고, 노천 카페의 의자들은 급히 안으로 들어갔다.유리는 손에 우산을 들고, 현관 앞에 멈춰 서 있었다.외식을 하러 나가려던 참이었다.이현은 셔츠 위에 재킷을 걸치고 가방을 들고 나오는 길이었다.“나갈 수 있을까?”이현이 물었고, 유리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아무래도 아니겠는데.”창밖은 이미 어두워졌고, 차가운 빗방울 소리가 창문을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둘은 조용히 신발을 벗고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외식은 취소, 그 대신 즉흥의 식탁이 시작되었다.유리는 냉장고를 열어 있는 재료들을 훑어보았다.양파, 마늘, 가지, 애호박, 달걀 몇 개. 그리고 남은 밥 한 공기.“뭐 해먹지?”유리가 혼잣말처럼 말했다.“가지로 뭐 만들 수 있어요?”이현이 다가와 물었다.“음… 구워서 된장소스에 버무릴 수도 있고, 볶아서 비빔밥처럼 만들어도 되고.”“비빔밥, 좋아요.”이현은 씩 웃었다.“그럼 제가 계란 프라이 할게요.”유리는 그 말에 웃었다.“노른자 터트리지 마요.”“노력해볼게요. 보장하진 않지만.”그들의 부엌은 그렇게 갑작스러운 비의 리듬에 맞춰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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