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바퀴가 파리 샤를드골 공항의 활주로에 닿는 순간,이현은 창밖으로 어스름이 번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그 하늘은 유난히 낮게 깔려 있었고, 창유리에 내려앉은 습기는 그의 이마에 맺힌 조용한 불안을 닮아 있었다.공항에서 나서는 길, 그는 핸드폰을 들었다.'도착했어요'라는 단 한 줄을 쓰기까지 몇 번이고 손가락이 멈췄다.그리고 결국, 그 메시지는 보내지지 않았다.‘그냥, 가야겠다.’이현은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그리고 말없이, 그녀가 머무는 거리를 향해 발을 내디뎠다.유리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 해는 어느새 완전히 져 있었고,길 아래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대화 소리와 지나가는 자동차의 타이어 소리,가끔 들려오는 트램의 종소리만이 그녀의 귀에 맴돌았다.그녀는 손에 머그잔을 들고 있었지만 한참 전부터 식어 있었고,그 안의 홍차는 온기를 잃은 지 오래였다.그리고 문이 울렸다.그 순간, 유리는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그저, 조용히 숨을 들이쉬며 그 울림의 정체를 마음으로 먼저 짚어보았다.두 번째 노크. 그제야 유리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 쪽으로 발을 옮겼다.문을 열었을 때, 그곳엔 이현이 서 있었다.겨울 외투의 깃에 박힌 먼지,장시간 비행으로 약간은 피로해 보이는 눈동자,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술을 여는 목소리.“…생각보다, 파리가 더 춥네요.”그 말에 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그 눈빛 속엔 예상도, 원망도 없었다.그저 아주 담백한, 하지만 간절한 ‘확인’이 있었다.“…들어와요.”그녀는 조용히 문을 열어주었고, 이현은 한 걸음, 그녀의 공간 안으로 들어섰다.두 사람은 오랜만에 함께 앉았다.하지만 그 식탁 위엔 아무 음식도 없었고, 두 사람 사이엔 밥보다 더 무거운 공기가 놓여 있었다.“나, 도쿄에서 계속 생각했어요.”이현이 먼저 말을 꺼냈다.“당신의 침묵이, 어떤 의미였는지.”유리는 고개를 들었다.그의 눈동자는 흔들림 없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처음엔 무서웠어요. 당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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