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터 가문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재력가 집안이었다. 금융과 기술, 에너지 등 여러 분야에 사업을 뻗고 있었고, 하진그룹과의 협력 역시 양쪽 모두에게 중요한 큰 규모의 사업이었다.남우가 직접 이곳까지 온 것도 결국 그 사업 협의를 위한 일이었다.정말 기막힌 우연이었다. 은희는 담담하게 말했다. “우나를 우연히 만났어. 위험해 보여서 도와줬고, 집까지 데려다준 것뿐이야. 여기서 널 볼 줄은 몰랐네.”남우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시선은 계속 은희에게 머물렀다. “넌 늘 그래. 무슨 일만 생기면 네 안전은 생각도 안 하고 먼저 끼어들잖아.”은희는 입술만 살짝 다물었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지금 남아 있는 기억만으로는 예전에 자신과 남우가 어떤 식으로 지냈는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확실한 건 남우가 자신에게 큰 상처를 준 사람이라는 사실뿐이었다. 그러니 저렇게 친한 사이였다는 듯 말해도 맞장구쳐 줄 마음은 없었다.그때 카스터 우나의 아버지인 카스터 링이 웃으며 끼어들었다. “고은희 씨와 하 대표님이 원래 아는 사이셨군요. 이런 인연도 있네요. 다들 아는 사이니 편하게 앉아 이야기하시죠.”“하 대표님은 고은희 씨와 못다 한 이야기도 있으신 것 같으니, 저는 나가서 우나와 다과를 좀 준비하겠습니다.”은희가 바로 손을 내저었다. “괜찮습니다, 카스터 회장님. 저는 우나만 집까지 데려다주려고 온 거예요. 무사히 도착했으니 먼저 가 보겠습니다.”그러자 남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은희에게 거절할 틈조차 주지 않는 말투였다.“기왕 왔는데 왜 그렇게 급하게 가려고 해? 회장님이 배려해 주시는데 굳이 거절할 필요도 없잖아.”은희는 남우와 단둘이 남고 싶지 않았다. 이런 자리라면 더더욱 그랬다.카스터 링은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기류를 어느 정도 눈치챈 듯했다. 남우는 중요한 사업 파트너였고, 그런 남우가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가 눈앞에 있었다.그렇다면 살짝 기회를 만들어 주는 정도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카스터 링이 손뼉을 가볍게 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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