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이 움직였다. 이번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선택이 아니라 당연한 귀결이었다.현의 눈앞에서 도진의 몸이 천천히 앞으로 기울어졌다. 이수 곁으로, 그녀가 있는 곳으로 두 사람의 피가 서로 닿지 않았다. 그 사실이 이상하리만치 선명하게, 잔인하게 남았다.현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무릎이 서서히 풀렸다. 그는 무너져 앉았다. 입술이 떨렸고, 숨이 가빠졌다. 그러나 울음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울음은 이제 너무 늦은 감정이었다. 너무 가벼운 감정이었다.방 안의 빛이 점점 사라졌다. 별은 보이지 않았고, 하늘은 완전히 닫혔다.세 사람의 시선은 더 이상 서로를 찾지 못했다.그리고 그 세계는 아주 조용히, 아무런 설명도 변명도 없이, 깊은 어둠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어둠은 갑작스럽게 걷히지 않았다. 천천히, 마치 물이 스며들듯 빛이 조금씩 번져 들어왔다.처음 느껴진 것은 통증이었다.심장 아래, 정확히 한 지점. 살을 찌르는 날카로운 고통이 아니라 기억을 눌러오는 압박처럼 둔하고 깊은, 설명할 수 없는 통증이었다.도진은 숨을 크게 들이켰다.공기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았다. 궁의 밤처럼 무겁게 눌러앉은 공기도 아니었고, 피 냄새가 섞인 바람도 아니었다. 너무도 익숙한, 그러나 동시에 낯설기만 한 공기였다.눈을 떴다. 천장은 높았다. 너무 높아서 처음에는 여기가 어디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유리와 철로 이루어진 차가운 구조물, 직선으로 떨어지는 인공 조명, 규칙적으로 숨 쉬는 기계음.도진은 천천히 상반신을 일으켰다.몸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멀쩡했다. 피도, 상처도, 찢긴 옷도 없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러나 가슴의 통증만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을 하면 무언가가 무너질 것 같았고, 현실이 깨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손을 들어 가슴을 조심스럽게 눌렀다. 그 순간, 아주 짧은 환영이 시야를 스쳤다.붉은 빛. 차가운 바닥. 끝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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