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오기 전, 궁 안은 이상하리만치 정돈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 법도 없었고, 종이나 북이 울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숨을 죽이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 같은 고요함이었다.이런 고요한 밤은 언제나 가장 큰 일이 벌어지기 직전의 밤이었다.이수의 처소 문이 다시 열렸다. 이번에는 질문도, 확인도 없었다. 대신 문이 열리는 소리가 지나치게 단정하고 사무적이었다. 마치 이미 모든 것이 결정되었음을 알리는 소리 같았다.내관이 먼저 들어섰고, 그 뒤로 무관 둘이 조용히 섰다. 그들의 손은 칼에 닿아 있지 않았지만, 언제든 움직일 수 있도록 긴장된 손이었다."빈마마."내관의 음성에는 이제 더 이상 어떤 감정의 여지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명령을 전달하는 도구의 목소리였다."대비마마의 분부가 내려오셨습니다."이수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이미 일어나야 할 순간은 지나가버렸고, 지금은 받아들여야 할 순간이었기 때문이다."말하라.""빈마마께서는 궁의 질서를 어지럽힌 혐의로 처소를 옮기시게 될 것입니다."'처소를 옮긴다.'그 말은 겉으로는 유배도, 형벌도 아닌 듯 들렸다. 그러나 이 궁에서 그 말은 어떤 선고보다도 무겁고 냉혹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언제.""지금 즉시이옵니다."상궁이 그제야 황급히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저하께서는... 저하께서는 이 사실을 알고 계시는가?"내관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세자저하께서 모든 절차를 직접 재가하셨습니다."그 말이 공기를 가르며 떨어지는 순간, 이수의 숨이 아주 작게,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흔들렸다.'그래, 결국 이 이름으로 오는구나.'"어디로 옮기는가.""대비전 인근, 외부와의 접촉이 완전히 차단된 곳입니다."이수는 그 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했다. 그곳은 사람을 가두기 위한 곳이 아니라, 이야기를 고립시키고 소문을 차단하기 위한 곳이었다. 세상과 단절시키기 위한 곳."짐을 따로 꾸릴 시간을 주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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