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언제나 사람보다 먼저 결정을 내려버린다.도진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그날 아침만큼은 도시의 속도가 자신의 호흡보다 느리게 느껴졌다.회사에 도착했을 때, 로비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직원들의 인사, 엘리베이터의 숫자,유리 벽에 반사된 빛까지 모두 익숙한 풍경이었다.그러나 익숙함 속에서 도진은 아주 작은 어긋남을 느꼈다.자신의 시선이 일의 흐름이 아닌 어딘가 다른 곳에 잠시씩 머물고 있다는 사실.회의실에서 그는 필요한 말만 했다.결정은 명확했고, 판단도 흔들리지 않았다.주변 사람들은 그가 평소와 같다고 느꼈을 것이다.다만, 도진만이 알고 있었다.자신의 중심이 조금 다른 곳에 놓여 있다는 것을.회의가 끝난 뒤 그는 혼자 창가에 섰다.유리 너머로 보이는 거리에는 사람들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누군가는 목적지를 향해 걷고, 누군가는 잠시 멈췄다가 다시 방향을 틀었다.그 장면이 이상하게 오래 눈에 남았다.‘방향.’그 단어가 조용히 마음속에서 떠올랐다.그때, 비서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대표님, 오후 미팅 장소 확정되었습니다.”“어디죠.”“강변 근처입니다. 요청하신 대로 조용한 곳으로 잡았습니다.”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선택이 지금의 자신에게 필요한 거리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점심을 건너뛰고 그는 바로 차에 올랐다.차 안은 조용했고, 엔진 소리만이 낮게 울리고 있었다.강변으로 향하는 길에서 도진은 문득 이수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떠올렸다.원고를 쓰고 있을지,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을지,아니면 잠시 아무 생각 없이 커피를 마시고 있을지.그녀의 일상이 자신의 상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조금 낯설었다.도착한 곳은 사람이 많지 않은 카페였다.창밖으로 강물이 보였고, 물결은 잔잔했다.그는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를 주문했다.기다리는 동안 도진은 휴대폰을 꺼냈다.잠시 망설이다 메시지를 보냈다.지금 강변 근처에 있습니다.문득 생각나서요.보낸 뒤에야 그 문장이 어떤 의미로 읽힐지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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