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짧은 순간을 궁녀 하나가 스쳐보았다.이수는 그 시선을 읽었고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가볍게 조여들었다.궁이란, 사람의 마음보다 빠르게 소문이 움직이는 곳이다.한 번의 시선, 한 번의 떨림 그 작은 파문이 내일이면 어떤 모양이 되어 퍼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이수는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그러나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는 손끝을 자신도 숨기기 어려웠다.같은 시간, 궁의 다른 한쪽에서는 세자 현이 홀로 마루에 앉아 있었다.그의 앞에는 이미 술 한 잔이 놓여 있었고,그 잔은 새벽의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온기를 잃고 있었다.현은 손을 잔 위에 얹었다.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손등이 희미하게 창백해져 있었다.그는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표정으로 기억을 되새기고 있었다.이수가 도진을 바라보던 순간. 그 짧은 눈맞춤이 자신에게 남긴 감정의 파문.도진의 침착한 눈빛 속에 숨어 있던 말하지 못한 무언가.그것이 무엇인지 그는 아직 알 수 없었다.그러나 단 하나,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어젯밤 이후로 궁의 공기 속에서 무언가 미세하게 어긋나기 시작했다는 것을.그 어긋남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고 아직 색조도 형태도 없었으나그럼에도 마치 오래된 악몽처럼 어딘가에서 조용히 자라나고 있었다.현은 주먹을 조금 쥐었다.뼈마디가 미세하게 드러났다.도진은 변해서는 안 된다.그 말은 누군가를 향한 경고이자 자신에게 던지는 명령이었다.그러나 그 말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어디를 향하는지조차 그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해가 천천히 기와 너머로 솟아올랐다.아침 햇빛이 궁을 고르게 비추었고, 사람들은 평소처럼 하루를 준비하기 시작했다.그러나 그 평온함 아래에서 세 사람의 마음은 이미 어제와 달랐다.도진은 흔들리고 있었고, 이수는 숨기려 했으며, 현은 이유 모르는 불안을 움켜쥐고 있었다.궁은 겉보기엔 아무 변화 없었으나눈에 보이지 않는 균열이 이미 어둠처럼 번지기 시작하고 있었다.아직은 누구도
Last Updated : 2026-06-1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