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이 완전히 어둠에 잠긴 날은 흔치 않았다.늘 어디선가 등불이 깨어 있고, 누군가는 깨어 있어야 했으며,고요조차 누군가의 감시 아래 움직였다.그러나 오늘의 고요는 평소의 그것과는 결이 달랐다.세자가 환궁하기 전날 밤 궁 전체가 아주 얇은 막 아래에서 숨을 참는 듯했다.바람 한 줄기조차 불면 안 되는 듯한 긴장.발자국 소리가 마치 금을 긋는 듯 퍼져 나가는 공간.누군가는 말하지 않았고,누군가는 듣지 않았으며,누군가는 알고 있으면서 모른 척했다.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수와 도진, 그리고 곧 돌아올 현이 있었다.이수는 책상 앞에 앉아 오늘 하루의 문서 검토를 끝마치고 있었다.촛불은 작게 흔들렸고, 흔들림마다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궁녀가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다가왔다.“마마… 대비전에서 사람을 보내셨사옵니다.”이수의 손이 미세하게 멈췄다.“…지금 시간에?”“예, 마마. 전갈의 내용은 ‘빈이 이 시간에도 깨어 있는지 확인하라’ 하시옵니다.”그 말은 감시인지, 관심인지, 의심인지 단숨에 구분할 수 없었다.그러나 궁은 언제나 그랬다.감시는 쉽게 걱정으로,의심은 쉽게 배려로,책임은 쉽게 격려로 포장되었다.이수는 차분하게 대답했다.“깨어 있다 전하거라.”궁녀가 물러갔지만 이수의 시선은 오래도록 창밖에 머물렀다.‘대비마마께서 이토록 자주 나를 확인하신다는 건…’‘내일, 나를 어디에 두고 싶으신가.’그 순간 창밖에서 바람이 일었고멀리서 들려오는 군영의 금속성 울림이 밤공기를 스쳤다.이수는 그 울림 하나만으로도 도진이 아직 군영에 있을 가능성을 떠올렸다.그리고 그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아주 조용히 흔들렸다.군영의 한기는 밤이 깊어질수록 더 날카로워졌다.도진은 검끝을 천천히 닦으며 혼자 서 있었다.달빛은 흐렸고, 구름이 지나갈 때마다 빛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했다.그리고 마침내 부장 무사가 모습을 드러냈다.“경.”도진은 고개만 돌렸다.“대비전에서 마지막 명이 내려왔사옵니다.”그는 검을 멈추고, 부장의 입술이 떨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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