بيت / 로맨스 / 나는 공범이었다 / Chapter 121 -الفصل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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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준호와 석현이 부리나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재빠르게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었다.물론 석현은 어쩔 수 없이 모든 걸 빌려 입었고.“아씨, 알람이 안 들리냐 알람이.” “도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대가리가 깨진다고 지금.”“갈증 나 죽겠다고 지금.”정신없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석현이 지하 주차장 버튼을 눌렀다. 준호가 곧장 손을 뻗어 취소하고는 1층 버튼을 꾹 눌렀다. “택시 타고 가.”“엥? 왜?”“영이가 음주 운전은 살인이랬어.”“야.. 무슨 그런 무서운 말을 해.”“응. 무섭더라.”그때였다. 석현의 머릿속에 어젯밤의 기억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아 맞다. 너 어제... 영이 압사시킬 뻔했어.”“뭐라고?”“너한테 깔려서 캑캑거리고 있었다고.”이럴 수가. 아무리 취해도 그렇지,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영이를 깔아뭉갰다고? 그것도 이 큰 덩치로? “나 아니었으면, 진짜 큰일 났을걸?”“금주다.”“뭐래.”“나 신준호. 오늘부터 금주를 선언한다.”택시를 타고 회사로 향하는 그 짧은 시간, 뒷좌석에선 두 남자의 코 고는 소리가 메아리쳤다.사무실 문이 열리고, 책상에 앉아 있던 영이는 두 사람을 번갈아 흘겨보았다.저런 눈빛은, 저런 표정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오셨어요? 고주망태 대표님, 고주망태 이사님.”그 말에 준호가 두 손으로 머리를 싸맸다. 고주망태... 고주망태.. 어디선가 들어본 단어인데..잠깐만... 이건 지금.. 데자뷔 인가...“헉.”입에서 튀어나온 그 소리는 모든 기억이 떠오른 소리였다. 끔찍했다. 영이 앞에서 그 추태를 보였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아무렇지 않게 책상으로 걸어가 자리를 잡고는, 괜히 헛기침을 했다.석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민망함을 티 내기 싫어 평소처럼 영이의 옆에 앉아 펜을 굴렸다.“유 비서. 얼른 인트라넷부터 접속해 볼까?”“네.”“근데.. 정말 택시 타고 왔어? 혼자서?”“네.”“기특하네, 유 비서.”“그따위게 뭐라고요.”앗.. 영이 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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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왜 이렇게 울컥 치밀어 오르는 거지?봉합을 하는 내내 찍소리도 안 내고 꾹 참았었는데, 지금은 조금만 방심하면 엉엉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상처 다 나으면.. 오빠가 흉터 치료 알아볼게.”“흉터는 창피한 게 아니에요. 다 나았다는 증거니까요.”“그래도. 영이는 원피스 입는 거 좋아하잖아.”상처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준호의 모습에 영이는 괜히 시선을 돌렸다. 다리에도 깨끗한 붕대가 감기자, 준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궁시렁거렸다.“회사만 오면 그놈의 존댓말은 까먹지도 않지.”“그게 맞는 거니까요.”“유 비서, 그래서 오늘 점심 메뉴는 뭐지?”“사내 식당은 미역국, 닭볶음탕, 아이돌 샌드위치입니다.”샌드위치라는 단어에 잠시 멈춰 있던 숙취가 곧바로 올라왔다.“으... 싫은데.”“그럼 주변에 괜찮은 해장국집으로 알아볼까요?”“그래.” 이제는 영이를 동생으로 대해야 한다.이제는 오빠를 오빠로 대해야 한다.***석현과 준호는 설렁탕을 한 그릇을 비우고 나서야 혈색이 살아났다. 그것도 고기가 잔뜩 담긴 특으로 시켜서 말이다.“와, 이제 좀 살겠네.”“강이사. 푹 잔 얼굴이다?”“대표님도 비슷하십니다.”“콱 씨.”“뭐 씨.”영이가 두 사람을 향해 냅킨을 건넸다.“점심시간 20분 남았습니다.”“우리 유 비서는... 너무 칼같아.. 오늘따라 특히 더..”“여기서 딱 라떼까지 마셔줘야 완벽할 것 같은데.” 사무실로 돌아온 세 사람의 손에는 테이크아웃 커피가 들려있었다.칼 같다는 말에 카페는 잠자코 따라간 영이 덕분이었다. “유 비서! 휘핑크림 더 올려줄까?”“아니요. 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안 돼요.”“에이, 살 좀 찌면 뭐 어때서.”요리조리 눈동자를 굴리는 모습이 살짝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하긴, 휘핑크림을 좀 좋아해야지. 처음 먹고 놀란 표정을 짓던 그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데.석현은 그 고민을 끝내주겠다는 듯, 영이의 손에 들린 라떼를 빼앗아 탕비실로 향했다.“이사님..!”“딱 5cm만 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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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치마가 너무 짧지 않아?”“응? 무릎도 다 덮는데?”“상처도 다 안 나았는데, 오늘은 그냥 긴 바지 입지?”주말 오후, 준호는 외출 준비를 하는 영이 옆에서 한시도 참견질을 멈추지 못했다. 강석현 이 치사한 자식. 그래도 나도 친군데, 그것도 절친인데. 쏠랑 영이만 부르고 말이야. 데이트라도 제대로 하겠다는 거야 뭐야?“바지 입으니까 앉을 때 더 불편한 것 같아.”“그럼 이거라도 챙겨 가.”엥..? 무릎 담요? 이렇게 큰 걸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있었나..?날씨도 곧 여름인데. 담요랑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계절인데.“더워.”“이제 오빠 말도 안 듣네.”“아... 아니야. 가져갈게.”“무릎 꼭 덮어. 서 있을 땐 몰라도 앉으면 치마가 올라가잖아.”“으응.”- 띵동.초인종이 울리고 인터폰에 석현의 얼굴이 떠오르자, 준호는 무심히 버튼을 눌러 문을 열어주었다.“영아, 준비 다 됐어?”“네.”거실로 들어선 석현의 시선이 영이의 손으로 향했다. 자그마한 핸드백의 열 배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 담요. 색도 왜 저렇게 시커멓고 난리야. “담요는 왜? 가지고 나가게?”“네. 오빠가 챙겨줬어요.”그럼 그렇지. 신준호 저 또라이 자식. 그래도 요즘은 서로가 노력에 노력을 더 하는 시간이라 그런지, 무너지는 마음을 장난으로 위태롭게 덮고 있다.그래야만 시간이 흘러서. 그래야만 숨이 조금은 쉬어져서.“준호야. 너의 병은 참으로 중증이구나.”“괜히 상처에 균이 들어갈 수도 있고, 또 치마도 짧은 것 같고.”“담요는 제 차에도 있고요. 대표님도 나가서 좀 노시라고요.”해도해도 너무한 새끼다. 밤마다 잠이 안와 캔맥주를 서너캔은 먹어야 억지로 자는 요즘인데, 주말이 되자마자 영이나 불러재끼고.차라리 친구하지 말 걸 그랬나. 썅.“그럼 나도 끼워주던가.”“영아. 가자.”“야! 강석현!”현관문이 닫히고, 준호는 거실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정처 없는 발걸음이 끊기질 않았다.“저거 진짜 웃기는 놈이네? 같이 가면 좀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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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부들부들 거리며 도착한 꽃 시장의 규모는 상상 이상이었다. 생화 도매 구역으로 향하자, 매대 위엔 수많은 꽃들이 줄지어 놓여있었다.장미, 튤립, 프리지아, 유칼립투스는 물론 이름도 모르는 꽃들의 천국.“와... 향기 때문에 어지러우려고 해.”“누군가의 꿈속에 들어온 것 같아요.”“우리 영이는 말도 참 예쁘게 해.”나란히 향기가 가득한 공간을 걷던 중, 영이의 눈길이 어딘가로 향하더니, 발길까지 뚝 멈췄다.“어..? 바네사 벨이다.”눈길을 따라간 곳에는 노란 장미가 피어 있었다. 다른 장미들에 비해 봉오리도 크고, 은은한 노란빛도 꽤 아름다웠다. “바네사 벨?”“네. 영국 장미랬어요.”“누가?”“오빠가요. 어릴 때 집 정원에 피어 있었거든요.”제길, 또 신준호다. 또 신준호.“그날은.. 처음으로 문밖을 나선 날이었어요.”영이가 생각에 잠긴 듯 꽃만을 응시하자, 나이가 지긋하신 사장님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바네사 벨을 아시나 봅니다.”“아.. 안녕하세요.”“착하고 예쁜 아가씨네요. 꽃 이름도 다 알고.”“고맙습니다.”모두의 눈길이 다시 바네사 벨을 향했고, 사장님의 말이 이어졌다.“꽃잎이 우수수 떨어져 꽃다발용으로 자주 찾진 않지만, 마당에서 키우기엔 훌륭한 묘목이지요.”영이의 표정에 아쉬움이 묻어났다. 정원이 있는 집. 언젠가 그런 곳에 산다면 이 장미 묘목을 심어볼 수 있을까.“지금은.. 아파트에 살아서요.”“햇빛과 사랑만 있다면 충분하지요.”“정말요..? 아파트에서도 키울 수 있어요?”영이의 말투가 기대감으로 변하자, 석현의 입가에도 미소가 그려졌다.“영아, 한 번 키워볼래?”“네.”사장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화분 하나를 가지고 왔다. 아직은 꽃봉오리도 없는, 초록색 잎사귀만 무성한 작은 나무 같았다.“흙이 바싹 마르면 물을 주고, 물은 꼭 흙에만 닿게 뿌려주세요.”“고맙습니다.”“바네사 벨 향기가 퍼질 때, 행운이 함께 깃들길 바라요.”석현은 순간 이런 생각을 했다.영이와 함께 꽃 시장에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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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이제야 준호가 바짝 긴장했다. 아씨, 내려서 뭐라고 말하지? 내가 너무 유치했나? 아니... 솔직히 좀 너무했나?그래도 이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강석현이 영이를 데리고 호텔로 향하는 상상만으로도 숨통이 조여들어서.차 밖에서 마주한 석현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금방이라도 분노가 터져 주먹이 날아들 기세였다.“뭐 하자는 거야.”“미안.”“왜 자꾸 미친놈처럼 구는 거냐고.”몰라서 묻냐. 나 지금 제 정신 아니야. 요 근래 멘탈에서 매일 소리가 나. 바사삭, 바사삭.“갑자기 혼자 있으니까 심심하기도 하고.. 할 것도 없고...”“너, 정상 아닌 거 알지? 이게 오빠로 돌아간다는 사람 태도야?”“미안, 노력하고 있어. 근데.. 밥은 좀 같이 먹자. 나 진짜 배고파서 그래.”신준호가 언제부터 이렇게 뻔뻔한 능구렁이 같았지? 미안? 지금 이게 미안하다는 인간의 태도야? 신성한 첫 데이트를 박살 내놓고, 죽여도 시원찮을 판국에 배가 고프단다. 배가.“꺼져. 더는 말 안 해.”“그럼 영이한테 물어보자. 우리가 지성인으로서 또 다수결의 원칙을..”“야...! 이 씨발 새끼야!”난데없는 욕설과 고성에 영이가 차에서 내려 두 사람을 향해 달려왔다.“왜 싸워요.. 왜 또 그래요..”“아니야, 싸우는 거 아니야. 씨.. 강석현! 영이 놀랐잖아!”“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또.. 또 저 때문에 그래요?”두 남자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졌다. “아니야!”“아니야!”살짝 멈칫한 영이가 눈치를 슬슬 보며 석현을 향해 물었다.“오빠... 화 푸시고, 우리 삼겹살 먹으러 가요.”“삼겹살?”“네. 불판에 김치랑 같이 구워 먹는 거요. 그거 엄청 먹어보고 싶었어요.”“당장 가자.”준호가 활짝 웃으며 석현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생각해 보니 영이랑 삼겹살은 먹은 적이 없는데, 이런 의미 있는 순간은 당연히 함께해야지. “난 굽기만 할게.”“즈. 를. 흐. 지. 믈. 라. 고.”“김치 태우면 그거, 사장님한테 엄청 실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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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삼십이만 삼천 원입니다.”“네....”석현은 안창살만 타깃 삼아 박살 내 버렸고, 한 끼 식사 치고는 꽤 지출이 컸다. 준호에게 그 정도 금액은 아무런 타격이 없었지만, 솔직히 얄미움은 얘기가 다르지. 또 다른 문제지.“석현아, 배는 좀 찼니?”“야, 죽겠다. 걷지도 못하겠다.”“어머? 통금 끝나기 30분 전이야. 우리 이만 갈게.”“....?”“아 맞다, 트렁크에 둔 추억의 장미 좀 꺼내주겠니?”삐익 소리와 함께 트렁크 문이 열리고, 바네사 벨 화분이 영이의 손에 들렸다. 준호는 그 즉시 영이의 어깨를 감싸안고 발걸음을 옮겼다. “영... 영아!”영이가 황급히 고개를 돌려 손을 흔들었다.“오빠..! 오늘 감사합니다!”“아......”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신준호는 첫 데이트부터 이 난리 통인데, 앞으로 제대로 된 데이트나 할 수 있을까. 그동안 무겁고 진중한 척은 다 떨던 자식이 오늘은 깃털보다 더 가벼워 보였다. “나쁜 새끼... 치사한 새끼.. 유치한 새끼...” 꺽.. 꺼억.값비싼 트림이 매가리 없이 터져 나왔다.짜증이 솟구쳤지만, 지금은 일단 소화제부터 사 먹는 게 우선이겠지.***집으로 돌아온 준호는 영이와 함께 식탁에 마주앉았다.따뜻한 찻잔 위로 피어오르는 김, 찻잔을 두 손으로 조심스레 감싼 가느다랗고 하얀 손가락. 한동안 말이 없던 준호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오늘.. 어땠어?""뭐가?""강석현이랑 데이트. 어땠냐고."방해란 방해는 다 해놓고는 이런 질문을 하는 스스로가 한심했지만, 애초부터 아무렇지 않게 약속을 잡고 나간 영이가 더없이 미웠다. 영이가 준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고, 오빠랑 있는 시간이 훨씬 더 행복하다는 말이 목끝까지 차올랐지만 정작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그냥.. 뭐... 오빠도 이제 다른 여자랑 데이트도 하고...""유영.""...."세상에서 가장 가까웠던 존재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자각. 그것만큼 아픈게 또 어디 있을까.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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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사실 그 부분이 가장 화가 났다.유학을 가기 전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미래를 들었다. 덕분에 남자 친구의 배신도 미리 알고 대처했다. 뺨을 날리던 그때의 후련함은 아직도 잊을 수 없을 정도다.불안했던 유학길도 마음 놓고 오를 수 있었다. 유영이 괜찮대서. 그곳에서 만나게 될 교수님이 꽤 좋은 사람 같대서. 늘 그래왔듯이 유영의 말은 사실이었다.영국에서 만난 전공 교수님은 한국인이었고, 그 이유 하나만으로 얼마나 챙겨주던지.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해졌다.영국에는 유영이 없었으니까. 그 멍청한 기지배는 전화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며 내내 화만 돋구었으니까. 그래서 귀국을 하자마자 유영부터 찾아갈 생각이었다. 물론, 오자마자 마주한 현실은 아버지의 입원과 오빠의 배신이었다.“엄마 말 흘려듣지 마. 준호는 절대로 진실을 알아선 안 돼.”“몰라..! 면접 앞두고 불안해 죽겠단 말이야!”“반드시 합격할 거야. 너 같은 인재 구하기가 어디 쉬워?”***다음날 오후, 참지 못한 보람은 결국 넥사이드로 향했다. 진실을 알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면접에 대한 불안함을 없애고 싶어서.유리문을 당차게 열고 로비로 들어선 순간, 검은 정장을 입은 시큐리티 직원 두 명이 다가와 앞을 가로막았다. “죄송합니다.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뭐라고요? 제가 누군 줄 알고요?”“죄송합니다. 신보람 씨는 현재 출입 통제 목록에 등록되어 있습니다.”기가 찼다. 이젠 하다 하다 그딴 명단에 올려 출입까지 막아? 분노와 민망함이 뒤엉켜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비켜요! 저 신준호 대표 동생이거든요?”“죄송합니다. 나가주시죠.”아무리 눈을 부라리고 소리를 질러도 시큐리티 직원들은 얄짤없었다. 당연했다. 그게 그들의 주된 업무였으니까. 그때, 출입 게이트가 열리며 준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보람.”한쪽 손은 주머니에 찔러 넣고는, 너무도 여유로운 걸음으로 보람을 향해 다가오는 모습.그제야 시큐리티 직원들이 고개를 숙이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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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잔뜩 삐진 석현은 그대로 사무실을 나가버렸다. 이래서 언제 가까워지고 언제 사랑을 하냐고. 답답해 돌아가시겠는데 그보다 신준호를 향한 얄미움에 치를 떨었다.자신의 방으로 향해 사내 메신저를 열었다. 수신자는 당연히 얄미운 신준호였고.- 적당히 하라고. 통금이고 나발이고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냐고.- 강 이사, 지금 내게 메신저로 쏘아붙이는 건가.- 제발... 제대로 된 데이트 좀 하자. - 회사에서 해. 회사에서.그래? 그럼 바라던 대로 해주지 뭐. 이번엔 영이의 이름을 클릭해 메시지를 보냈다.- 유 비서, 잠깐 내 방으로 와.- 네, 이사님.영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준호가 설마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어디 가?”“이사님이 부르셔서요. 다녀오겠습니다.”아씨. 회사에서 데이트를 하란 말은 명백한 실수였다. 하지만 영이는 이미 사무실 문을 열어 버렸고.... 그대로... 나가버렸다.- 강 이사. 근무시간에 데이트는 좀 아니지 않나?답장은 오지 않았다.확인은 했지만, 대답할 가치가 없었으니까. 똑똑.노크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석현은 옆자리에 떡하니 놓아둔 의자를 툭툭 두드렸다. “앉아.”“네.”영이가 의자에 앉자, 팔걸이를 붙잡아 자신 쪽으로 확 끌어당겼다. 민망해진 영이는 무릎 위에 손을 올린 채 말을 잃었다.“오빠랑 데이트하는 게 싫어?”“...아니요.”“근데 왜 통금 얘기를 하고 그래. 신준호가 괜히 장난치는 거잖아.”“죄송합니다.. 그냥.. 오빠 혼자 저녁 먹는 것도 좀 걸리고...”“나도 혼자 먹기 싫어.”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영이는 미안한 감정이 들면서도,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눈빛에 잔뜩 긴장했다. 평소와는 다른 진지하고도 단단한 표정, 불이 붙은 듯 이글거리는 눈동자까지.게다가 이렇게까지 가까운 거리는 좀 그런데.. 그때도 비슷한 거리에서 입술이 맞닿았는데..“키스하시면 안 돼요.”“풉, 뭐라고?”“여.. 여기는 회사고.. 지금.. 얼굴도 너무 가깝고....”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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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한적한 프렌치 레스토랑, 따뜻한 음식을 사이에 두고 석현은 영이를 챙기기에 바빴다. 물 잔을 채워주고, 스테이크를 썰어 접시를 바꿔주고, 입맛에 맞는지 반응을 기다렸다.“맛있어요. 오빠도 얼른 드세요.”이제야 석현의 표정이 밝아졌다.신준호 없이 둘이 하는 데이트라니, 이건 무슨... 세상 어려운 시험에 합격한 기분이랄까.“다행이다. 많이 먹어.”“네.”잠시의 정적 후, “오빠는 영이랑 매일매일 붙어있고 싶어.”“네..? 매일매일이요?”“응. 그냥... 말이 그렇다고.”영이는 요즘 석현을 마주해도, 준호를 마주해도 마음이 여간 불편하고 답답한 게 아니었다.석현오빠를 대신 사랑한다는 것. 그건 왜 이렇게 어렵고 힘이 든 걸까.“오빠.”“응?”“사랑은.. 남을 위해 하는 게 아닌 거죠?”“당연하지. 영이가 가장 행복한 주인공이어야지.”사는 내내, 한 번도 주인공이었던 적이 없었다. 그런 건, 동화 속에서나 존재하는 거라고 여겨왔었다. 그런 내가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그것도.. 가장 행복한 주인공이 가능한 걸까.그렇다면 지금은 왜 이렇게 불행한 건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행복에 겨워 하루하루가 아까웠는데.“오빠가 만들어줄게. 행복한 주인공.”“...”“그러니까, 오빠한테도 좀 의지해 줘.”석현 오빠가 내뱉는 말은 늘 진심같이 들린다. 이유는 그래서 더 미안하고 더 할 말이 없다. 영이의 대답이 없자, 석현은 문득 불안한 생각이 스쳤다. 혹시, 방금 전 남을 위해 하는 게 아닌 거냐는 질문은 또 신준호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을까.“급하게 굴어서 미안.”“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요 오빠.”“밥 먹자. 식겠다.”어찌저찌 말을 돌리고, 오직 스테이크에만 시선을 고정시켰다. 지금 영이의 얼굴을 바라보면, 이상하게 그 표정을 읽어버릴 것 같아서. 급하게 굴긴 싫은데, 마음은 자꾸만 조급해진다. 유치한 방해 때문이 아니었다. 영이와 자신 사이에 늘 거대한 벽이 세워져 있다는 느낌을 한 시도 지울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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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켁, 크읍, 읍!”영이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귀두가 목젖을 건드린 모양이었다.더는 참을 수 없던 석현은 그대로 영이를 일으켜 세우곤, 곧장 침대 쪽을 향해 이끌었다.“못하는 게 없어, 유영.”몸에 걸친 가운이 바닥으로 떨어지자, 석현의 눈빛이 뜨겁게 타올랐다.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아름다웠다. 풍만하고 새하얀 젖가슴도, 그 끝에 달린 분홍빛의 아찔한 돌기도.거친 호흡을 고스란히 내뱉으며 영이를 눕힌 뒤, 무릎을 벌려 그 은밀한 곳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어디 하나 야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애액에 살짝 젖은 음모도, 콩알만 한 음핵도, 살짝 벌어진 귀여운 구멍까지도.“오, 오빠....”들려오는 대답이 없자, 영이가 그의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돌렸다.지금 이 남자의 귓가에 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구나.어차피 억지로 끌려온 것도 아니고, 더는 할 말이 없어 입술을 질끈 깨문 순간 따스한 혓바닥이 그곳을 핥았다.“하읏!”질척거리는 소리가 미친 듯이 울려퍼졌다.석현은 마치 영이의 그곳에 표식을 남기듯, 입을 크게 벌려 흡입하며 혀를 놀렸다.“오, 오빠, 석, 석현오, 아앗, 아.. 하아앙!”허리가 활처럼 꺾이고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그때마다 그의 손이 골반을 눌러 붙잡아 내렸다.눈앞이 하얗게 점멸하는 순간, 문득 준호의 얼굴이 떠올랐다.분명 쾌감을 선사하고 있는 건 다른 남자의 혀인데. 왜 자꾸 오빠와의 시간들이 스쳐가는 걸까.“으읏, 하... 안, 안돼... 하아...”한참을 빨아대던 석현이 고개를 들었다. 입술은 애액으로 범벅이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다는 듯 자세를 바꿨다.침대에 등을 대고 눕더니, 제 얼굴 위에 영이가 앉도록 유도한 것.다리를 벌린 채 석현의 얼굴 위에 앉아버린 영이는 수치스러웠다.다른 사람도 아닌 오빠랑 가장 친한 친구 앞에서 이러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그때, 다시 한번 그의 혀가 음부를 향해 돌진했다.허벅지까지 붙잡고 빨아대는 턱에 영이의 입에서는 울음 섞인 신음만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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