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딩-동-!
거실을 날카롭게 찢어발기는 마지막 초인종 소리.
인터폰의 까만 화면을 뚫어지게 응시하던 도진의 길고 흰 손가락이, 망설임 없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도진의 차분한 목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다. 서아는 숨을 들이마신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심장이 갈비뼈를 부수고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화면에는 철제 대문 앞에 선 퀵서비스 기사가 보였다. 경비 초소에서 신원을 확인한 뒤, 도진의 수령 승인을 받기 위해 인터폰을 연결한 모양이었다.
지직거리는 기계음이 짧게 흐르더니, 스피커 너머로 낯선 남자의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퀵서비스입니다. 강도진 씨 댁 맞습니까?]
"……!"
서아의 눈동자가 기형적으로 커졌다.
퀵서비스.
이안이 직접 온 게 아니었다.그 미친놈은 자신이 예"악마… 이 악마 새끼… 넌 사람도 아니야…!""사람? 예술가는 사람이 아니야. 신이지. 자신의 피조물을 창조하고, 파괴하고, 다시 조립하는 완벽한 통제자."도진이 서아의 어깨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다시 그림을 향해 걸어갔다."하지만 내 완벽한 통제에도 한 가지 변수가 있었지. 바로 결말."도진이 그림 속 서아의 눈동자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백서아라는 위선적인 여자를 어떻게 무너뜨려야 가장 아름다울까. 어떻게 해야 독자들이 숨을 죽이고 이 파국의 순간을 경이롭게 바라볼까. 그 마지막 장면만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서, 최근 며칠간 결말을 한 줄도 완성하지 못했어."도진이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그의 시선이 바닥에 엎드려 실성한 듯 눈물을 뚝뚝 흘리는 서아에게 꽂혔다.헝클어진 머리칼.눈물로 얼룩진 창백한 얼굴.공포에 질려 파들파들 떠는 가녀린 어깨.그리고, 그 뒤로 거대하게 버티고 서 있는 천박한 나체화.현실의 껍데기와 화폭 속의 진실이 한 공간에 기괴하게 병치된 순간."아아……."도진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의 눈동자에 거대한 환희의 불꽃이 일렁였다."이거였어."그가 양팔을 천천히 벌렸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클라이맥스를 앞두고 모든 악기를 통제하는 듯한, 압도적이고 장엄한 제스처였다."이게 바로 내가 찾던 완벽한 파국이야!"도진의 목소리가 거실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분노는 단 한 방울도 섞여 있지 않았다. 오직 예술적 성취감과 창작의 희열만이 용암처럼 끓어오르고 있었다."남편의 위선적인 다정함 아래에서 철저히 농락당한 줄도 모르고, 내연남이 던진 통제 불능의 붓 터치에 완벽하게 찢겨 나가는 우아
그녀의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엉망진창이었다. 번진 마스카라 때문에 눈가가 시커멓게 물들어 있었고, 창백한 입술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서아는 도진이 오열하는 줄 알았다.그렇게 끔찍이 사랑하던 아내의 추악한 진실을 마주했으니, 그 충격에 정신을 놓고 우는 것이라 생각했다."여보… 내가, 내가 다 설명할게. 저거, 저 그림…."서아가 갈라진 목소리로 애원하며 도진의 바짓단을 꽉 움켜쥐었다."저거 다 거짓말이야… 그 미친놈이, 이안이가 나한테 앙심을 품고… 상상해서 그린 거야…! 도진 씨, 제발 내 말 좀 믿어줘… 흑, 흐으윽……!"서아는 필사적이었다. 어떻게든 변명해야 했다. 지금 이 상황을 수습하지 못하면 자신은 정말 끝장이라는 공포가 그녀의 뇌를 마비시키고 있었다."내가 미쳤다고 저런 짓을 해? 당신도 알잖아, 나 그런 여자 아니라는 거…! 저 새끼가 나 스토킹하다가, 내가 안 만나주니까 당신한테 이런 거 보내서 나 협박하는 거야! 당장 저거 찢어버리자. 응? 칼 어딨어, 이거 당장 찢어버려!"서아가 반쯤 실성한 사람처럼 바닥을 더듬거리며 도진이 떨어뜨린 커터칼을 찾으려 했다.하지만 그 순간."왜 찢어?"도진의 차분하고 나직한 목소리가 서아의 정수리로 툭 떨어졌다."……어?"서아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도진을 올려다보았다.도진이 고개를 돌려 서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서아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분노로 일그러진 얼굴? 배신감에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아니었다.도진은 웃고 있었다.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혹은 평
거실을 짓누르는 적막은 무거웠다.마치 진공상태에 빠진 것처럼, 숨소리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먼지마저 얼어붙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기괴한 침묵이었다.서아는 도진의 발치에 엎드린 채 파들파들 떨고 있었다.그녀의 시선은 바닥의 대리석 타일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머릿속은 이미 산산조각이 나고 있었다. 도진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이 1분 1초가, 그녀에게는 살가죽이 벗겨지는 듯한 끔찍한 고문이었다.'차라리 때려.'서아는 속으로 절규했다.'차라리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고, 물건을 집어 던져. 내 머리채를 잡고 끌고 다니란 말이야. 왜 아무 말도 안 해? 왜 숨소리 하나 내지 않는 거야!'도진은 거대한 캔버스 앞에 우뚝 선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그의 뒷모습은 거대한 바위처럼 단단하고 서늘했다. 칼을 쥐고 있던 손이 천천히 아래로 툭 떨어지는 것만이 그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유일한 움직임이었다.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가로 1.6미터, 세로 1.3미터의 거대한 화폭.그 위에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순결하고 우아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아내, 백서아가 짐승처럼 네 발로 엎드려 헐떡이는 적나라한 나체가 그려져 있었다.새빨간 암적색 배경은 마치 갓 흘린 피처럼 선명했다. 그 위로 흐드러진 서아의 새하얀 육체는 시퍼런 멍 자국과 폭력적인 잇자국들로 얼룩져 있었다.쾌락과 고통이 기괴하게 뒤섞인 얼굴.풀려버린 눈동자.짐승처럼 벌어진 다리와 그 사이로 흘러내리는 수치스러운 흔적들.그리고 그 모든 것을 창조해 낸 자의 오만한 서명.[ Ian. ]보통의 남편이었다면 이 그림을 마주한 순간 이성을 잃었을 것이다. 그림을 찢어발기거나, 당장 칼을 들고 아내의 목을 찔렀거나, 아니면
"택배 아니야! 폭탄이야! 저거 열면 우리 다 죽어! 다 죽는다고!!""진정해. 백서아!"도진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거실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단 한 번도 언성을 높인 적 없던 도진의 불호령에, 서아는 흠칫 놀라며 몸을 굳혔다.도진은 서아의 양어깨를 단단히 쥐고, 그녀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평소의 다정한 눈빛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꿰뚫어 보는 듯한, 얼음장처럼 차갑고 서늘한 눈빛."당신이 그렇게 숨기고 싶어 하는 게 뭔지. 내가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어.""도진 씨… 제발….""비켜."도진이 서아를 소파 쪽으로 거칠게 밀어붙였다. 힘없이 나뒹군 서아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엉엉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흐어엉… 도진 씨, 내가 잘못했어… 내가 다 말할게… 그러니까 저거 열지 마… 제발 나 한 번만 용서해 줘…."허공을 향해 두 손을 싹싹 비비며 애원했다. 자존심이고 체면이고 없었다. 지금 당장 도진의 발바닥이라도 핥으라면 핥을 수 있었다.하지만 도진은 서아의 처절한 애원을 철저히 무시했다.그는 커터칼을 고쳐 쥐고, 거대한 포장물 앞으로 다가갔다.지이익-!두꺼운 노란색 박스 테이프가 칼날에 의해 길게 찢어지는 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다."아아아악-!"서아는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바닥에 몸을 웅크렸다. 테이프가 뜯어지는 소리가 마치 자신의 살가죽이 벗겨지는 소리처럼 들렸다.지익! 지이익-!도진의 손놀림은 거침이 없었다. 포장지를 고정하고 있던 테이프들이 사방으로 잘려 나갔다."포장을 아주 정성스럽게도 했네."도진이 중얼거리며 겉면의 크라프트지를 뜯어냈다. 바스락거리는 두꺼운 종이가 찢겨
딩-동-!거실을 날카롭게 찢어발기는 마지막 초인종 소리.인터폰의 까만 화면을 뚫어지게 응시하던 도진의 길고 흰 손가락이, 망설임 없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네."도진의 차분한 목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다. 서아는 숨을 들이마신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심장이 갈비뼈를 부수고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화면에는 철제 대문 앞에 선 퀵서비스 기사가 보였다. 경비 초소에서 신원을 확인한 뒤, 도진의 수령 승인을 받기 위해 인터폰을 연결한 모양이었다.지직거리는 기계음이 짧게 흐르더니, 스피커 너머로 낯선 남자의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퀵서비스입니다. 강도진 씨 댁 맞습니까?]"……!"서아의 눈동자가 기형적으로 커졌다.퀵서비스.이안이 직접 온 게 아니었다.그 미친놈은 자신이 예고했던 대로, 그중 가장 끔찍한 대표작 한 점을 기어코 퀵으로 보내버린 것이다."퀵이요?"도진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저는 퀵으로 받을 물건이 없는데요. 혹시 출판사에서 보낸 건가요?"[글쎄요. 발신인은 안 적혀 있고, '강도진 작가님 앞'이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부피가 꽤 커서 경비 초소에 맡기기 어렵습니다. 출입을 승인해 주시면 현관까지 옮기겠습니다. 인수증에 사인 하나만 부탁드립니다.]"아, 네. 경비에게 출입 승인하겠습니다. 현관 앞에서 받죠."도진이 통화 버튼을 끄고 경비 초소에 기사 출입을 승인한 뒤 몸을 돌렸다.그 순간, 서아가 반쯤 실성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일어나 도진의 앞을 가로막았다."안 돼!"그녀의 목소리는 형편없이 갈라져 있었다. 두 손으로 도진의 팔뚝을 꽉 움켜쥔 서아의 손아귀에는 소름 끼칠 정도의 힘이 들어가 있었다.
"나 원고 마무리하러 서재에 있을 테니까,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도진이 서아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서늘한 그의 입술이 닿았다 떨어지는 순간, 서아는 덜컥 결심했다.그래, 고백하자.이안의 입과 그 더러운 붓끝을 통해 알려지느니, 내 입으로 직접 말하는 게 낫다. 도진 씨는 나를 사랑하니까. 나를 이렇게 끔찍이 아끼니까, 내가 모든 걸 내려놓고 빌면 한 번은 기회를 줄지도 모른다.오후 5시.시간은 무자비하게 흘러갔다. 창밖으로 붉은 노을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밤이 다가오고 있었다.침대에서 일어난 서아는 거울 앞에 섰다.헝클어진 머리를 빗고, 창백한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쿵쾅거렸지만, 억지로 호흡을 가다듬었다.'괜찮아. 다 말하고 싹싹 빌자. 도진 씨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늘어지는 거야. 그 수밖에 없어.'서아는 비장한 표정으로 방문을 열고 나갔다.집 안은 고요했다. 서재 문틈으로 가느다란 스탠드 불빛이 새어 나오고, 도진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 타닥타닥 규칙적으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그 소리가 마치 사형대로 향하는 북소리처럼 들렸다.서아는 소파에 우두커니 앉아 도진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똑딱. 똑딱.오후 7시.오후 8시.손톱을 물어뜯던 서아의 잇몸에서 비릿한 피맛이 났다.마침내, 서재 문이 열렸다."어? 서아 씨. 언제 나와 있었어? 열은 좀 내렸어?"도진이 안경을 벗으며 거실로 걸어 나왔다. 오랜 시간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본 탓인지 그의 눈에는 약간의 핏발이 서 있었지만, 표정만큼은 평온했다."응… 도진 씨. 나, 열은 다 내렸어."서아
제4화 마침표가 없는 방(2)그는 연기 속에서 잠시나마 안도감을 느꼈다.하지만 담배가 타들어갈수록, 그의 불안감은 다시 피어올랐다.담배가 손가락에 닿을 정도로 짧아지자, 그는 재떨이에 비벼 껐다.그는 다시 키보드 앞으로 다가갔다.'한 문장이라도 쓰자. 딱 한 문장만.'그는 눈을 질끈 감고,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타닥, 타닥, 타닥.[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그는 또다시 'Back Space' 키를 눌렀다.투투투툭.햇살? 너무 흔해. 오후? 그래서?그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가
제6화 완벽한 세계에 떨어진 불씨(2)"지루해……."서아는 무의식중에 중얼거렸다.완벽해서 지루했고, 안전해서 숨이 막혔다.그녀는 나른한 손길로 남은 포트폴리오 더미를 뒤적거렸다. 그러다 문득, 가장 아래쪽에 깔려 있던 서류 봉투 하나가 눈에 띄었다.다른 지원자들의 화려한 가죽 바인더나 고급스러운 클리어 파일과는 전혀 다른, 구겨지고 낡은 크라프트지 서류 봉투였다.봉투 겉면에는 발신인의 이름조차 제대로 적혀 있지 않았다. 그저 검은색 매직으로 투박하게 갈겨쓴 두 글자만이 전부였다.[ 이 안 ]"이안……? 성도 없이 이
제5화 완벽한 세계에 떨어진 불씨(1)오전 9시 30분.갤러리 ‘아르테’의 아침은 서아의 구두굽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또각, 또각.대리석 바닥에 부딪히는 10센티미터 스틸레토 힐의 마찰음. 그 소리는 갤러리 내부의 모든 스태프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이자 신호였다.서아가 메인 전시홀에 들어서자, 작품을 닦고 조명을 맞추던 직원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수석님, 안녕하십니까.""좋은 아침입니다."서아는 눈으로 가볍게 인사를 받으며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허공이 아니라, 갤러리 벽면에 걸린 억대의 작품들
제3화 마침표가 없는 방(1)계단을 오르는 도진의 발소리는 대리석 바닥에 규칙적으로 부딪히며 서재 앞으로 향했다.문을 열자, 차갑게 식은 공기가 그를 맞이했다. 서재는 그의 성소이자, 거대한 감옥이었다.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에는 고전부터 현대 소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이 선명하게 박힌 장편 소설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넓고 묵직한 마호가니 책상 앞에 앉았다. 의자에 몸을 기대자 기분 좋은 가죽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도진은 심호흡을 크게 한 번 내쉬고는, 전원 버튼을 눌렀다.부잉-, 하는 기계음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