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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Author: 묵묵연화
이재가 눈을 들어 도우를 힐끗 쳐다봤다.

표정 없는 시선 하나였지만 도우는 뜻을 바로 알아들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쓸데없는 말을 했습니다.”

...

그 무렵 슬비는 불안한 얼굴로 거실을 계속 서성이고 있었다. 머릿속은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했다.

“사모님.”

뒤에서 들리는 가사도우미의 목소리에 슬비가 흠칫 놀랐다.

“무슨 일이에요?”

“회장님의 여동생분이 오셨습니다. 지금 현관에 계세요.”

‘여동생?’

슬비는 잠깐 멈췄다가 정인을 떠올렸다.

급히 얼굴을 한 번 쓸어내린 뒤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가사도우미가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인이 가느다란 하이힐 소리를 내며 거실로 들어왔다.

정인은 검은색 실크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매끈하게 떨어지는 소재에 무릎까지 오는 길이여서 곧고 가는 종아리가 드러났다.

긴 머리는 어깨 위로 흘러내렸고, 세련된 화장에 붉은 입술까지 더해져서 날 선 아름다움이 강했다.

정인은 거실을 한 바퀴 훑은 뒤 슬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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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에 미친 남편 조련법   제154화

    한편, 이재는 차가운 물을 채운 냉탕 안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가슴까지 올라온 물은 뼛속까지 시릴 정도로 차가웠지만, 몸 안에서 들끓는 열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이재는 탕 벽에 몸을 기대고 한쪽 팔을 가장자리에 걸쳤다. 물방울이 단단한 근육선을 따라 흐르면서 차가운 조명 아래 잘게 반짝였다.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슬비의 떨리는 목소리에 이재의 손가락이 굳어졌다.“거기 있어. 지금 갈게.”통화를 끊자마자 이재는 곧바로 일어났다. 물줄기가 복근선을 따라 아래로 흘렀다.옆의 수건을 들고 몸을 대충 닦은 뒤, 의자 등받이에 걸린 로브를 집어서 걸쳤다.욕실 문을 열자, 복도에 서 있던 도우가 이재를 보고 흠칫하며 놀랐다.“회장님?”이재는 멈추지 않고 탈의실 쪽으로 성큼성큼 걸었다. 허리를 느슨하게 묶인 로브 사이로 아직 물에 젖은 가슴이 드러났다.도우가 급히 뒤따랐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집사람한테 전화가 왔어. 집에 누가 침입했다고.”도우의 걸음이 잠깐 멈췄다.머릿속에 의문이 연달아 떠올랐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흑풍이 어디 아픈가?’였다.운서원에 외부인이 몰래 들어갔다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설사 흑풍에게 무슨 일이 있다 해도, 정원과 외곽을 지키는 경비견이 수십 마리나 있었다.게다가 운서원의 보안 시스템은 HM그룹 산하 최고 수준의 보안팀이 설계했다. 적외선 감지, 얼굴 인식, 24시간 순찰까지 갖춘 체계라 작은 움직임 하나도 놓치기 어려웠다.‘침입자라고?’‘대체 누가 그걸 다 뚫고 들어가?’도우는 입을 열려다가 이재의 굳은 표정을 보고 다시 다물었다.급히 따라가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회장님, 유 선생님이 오늘 밤은 밖으로 나가시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몸 상태가...”“그만.”이재는 짧게 끊고 탈의실 문을 열었다.옷장 앞으로 가서 문을 열고 깨끗한 셔츠 한 장을 꺼냈다.도우는 문가에 서서 옷을 갈아입는 이재를 보며 초조했다.“회장님, 차라리 제가 먼저 운서원에 다녀오겠습니다. 회장

  • 사랑에 미친 남편 조련법   제153화

    이재가 눈을 들어 도우를 힐끗 쳐다봤다.표정 없는 시선 하나였지만 도우는 뜻을 바로 알아들었다.“알겠습니다. 제가 쓸데없는 말을 했습니다.”...그 무렵 슬비는 불안한 얼굴로 거실을 계속 서성이고 있었다. 머릿속은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했다.“사모님.”뒤에서 들리는 가사도우미의 목소리에 슬비가 흠칫 놀랐다.“무슨 일이에요?”“회장님의 여동생분이 오셨습니다. 지금 현관에 계세요.”‘여동생?’슬비는 잠깐 멈췄다가 정인을 떠올렸다.급히 얼굴을 한 번 쓸어내린 뒤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들어오라고 하세요.”가사도우미가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정인이 가느다란 하이힐 소리를 내며 거실로 들어왔다.정인은 검은색 실크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매끈하게 떨어지는 소재에 무릎까지 오는 길이여서 곧고 가는 종아리가 드러났다.긴 머리는 어깨 위로 흘러내렸고, 세련된 화장에 붉은 입술까지 더해져서 날 선 아름다움이 강했다.정인은 거실을 한 바퀴 훑은 뒤 슬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평가하듯 까다로운 눈빛이었다.“이재 오빠는요?”슬비는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가 답했다. “오늘 밤은 안 들어와요. 이재 씨한테 볼일이 있어요?”정인이 눈썹을 살짝 찌푸리면서 차갑게 웃었다. “아니요. 오늘은 새언니를 보러 왔어요.”슬비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나를?’“앉아요.” 슬비는 소파 쪽으로 몸을 비켜 주며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를 냈다.정인은 앉지 않았다.거실 한가운데 선 채 팔짱을 끼고 턱을 조금 들었다. 슬비를 내려다보는 시선에는 거리낌이 없었다.“새언니, 아니, 원지민 씨.” 정인이 한 글자씩 또렷하게 불렀다. “아니죠. 이제는... 부슬비 씨라고 불러야 하나요?”슬비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지만 금방 표정을 다잡았다.정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지만 눈길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놀랐어요? 이름만 바꿔 쓰면 아무도 모를 줄 알았어요? 과거를 싹 지우고 아무 일 없었던 사람처럼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봐요.”정인은

  • 사랑에 미친 남편 조련법   제152화

    이재는 대답하지 않았다.시선을 내려서 미세하게 떨리는 손가락을 바라봤다.통제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신호였다.증상이 한 번 크게 올라오면 며칠 동안은 완전히 눌러 버리기 어려웠다.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자기 몸을 혹사하거나.혹은... 본능적인 욕구를 다른 방식으로 소진해야 했다.도우는 이재의 옆얼굴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했다.이재는 이성 관계에 유난일 정도로 선을 분명히 했다. 슬비 외의 다른 여자를 건드릴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유희천 선생님께 연락해서 다른 방법이 있는지 물어보는 건 어떻습니까?”이재가 비웃듯 짧게 숨을 뱉었다. “그 인간한테 무슨 방법이 있는데?”희천은 아직도 최면 치료를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재는 의식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최면까지 걸리면, 가장 먼저 희천의 목을 부러뜨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도우는 입술을 축인 뒤 조심스럽게 말을 골랐다.“회장님, 그럼... 사모님께 도움을 받으시는 건 어떻습니까?”이재가 고개를 돌려 도우를 봤다.감정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시선이었는데도 도우의 등에 식은땀이 번졌다.“회장님, 그냥 가능성만 말씀드린 겁니다.”이재는 시선을 거두고 링 줄에 걸어 둔 셔츠를 집었다. 천천히 팔을 끼우며 옷을 입었다.아래쪽 단추부터 하나씩 채우는 손길은 급하지 않았다.“집사람한테 말해. 며칠 동안 집에 안 들어간다고.”“알겠습니다, 회장님.”...그날 밤, 운서원.슬비는 소파에 앉아 따뜻한 차를 두 손으로 감싼 채 텔레비전을 멍하니 바라봤다.화면에 무슨 프로그램이 나오는지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은 온갖 생각으로 뒤엉켜 있었다.슬비는 어제 자신이 벌인 일이 이재의 마음을 충분히 움직였다고 생각했다.속에 있던 말을 꽤 많이 꺼냈고 먼저 입까지 맞췄다.이재가 되받아 입맞출 때는 금방이라도 자신을 삼켜 버릴 듯 거칠었지만, 결국 그 이상으로 억지로 밀어붙인 것도 아니었다.오히려 밤새 품에 안은 채 같이 잠들었다.그렇다면 적어도 지금은 자신

  • 사랑에 미친 남편 조련법   제151화

    도우는 곧바로 뒤를 따랐다.진서는 그 자리에 서서 두 사람이 앞뒤로 복도 끝에 사라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고개를 갸웃하던 진서의 머릿속에 황당한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우리 회장님이... 설마 희천 오빠한테 화풀이하러 가는 건 아니겠지?’‘아니지. 회장님은 남자한테 관심 없는데.’‘아, 아깝네...’‘저 얼굴로 남녀 안 가리고 다 홀리면 진짜 볼 만할 텐데.’진서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면서 머릿속의 엉뚱한 상상을 털어 냈다. 이내 다시 방 안으로 돌아갔다.바닥에 떨어진 수건을 주워 들고 하빈 곁에 쪼그려 앉았다. 단검 손잡이와 칼날 주변을 꼼꼼히 닦아서 지문을 없앤 뒤, 자신의 손으로 쥐게 해서 흔적을 남겼다.그런 뒤 채찍에 맞아 피가 배어 나온 다리의 자국을 내려다봤다. 누가 봐도 충분히 심각해 보이는지 상처를 확인한 뒤, 하빈의 핸드폰으로 신고 번호를 눌렀다.연결음이 끝나자 진서의 표정은 완전히 달라졌다.차갑던 눈에 금세 눈물이 고였고 입술은 가늘게 떨렸다. 목소리도 울먹이며 부드럽게 변해서, 마치 겁에 질린 사람의 목소리처럼 들렸다.“저... 112죠?”진서는 잔뜩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더듬었다. “신고하려고요... 여기에 불법으로 감금된 사람들이 있어요. 저 말고도 여러 명이에요.” “다 끌려온 사람들이고, 성폭력 피해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저를 해치려던 사람을 칼로 찔렀어요...”수화기 너머 경찰의 목소리가 바로 다급해졌다. [괜찮습니다. 천천히 말씀하세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진서는 한 번 흐느낀 뒤 별장 주소를 말했다. 말은 계속 끊겼고 울음을 억누르는 사람처럼 숨도 고르지 못했다.“제발... 빨리 와 주세요. 너무 무서워요...”전화를 끊은 진서는 핸드폰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눈물 자국은 뺨에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눈빛은 벌써 원래의 냉정함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녀는 질색한 표정으로 눈가를 문질러 닦았다.‘아, 진짜.’‘이런 연기는 영 체질이 아니야.’‘온몸이 간지럽네.’...

  • 사랑에 미친 남편 조련법   제150화

    이재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깎아 둔 사과를 그대로 하빈의 벌어진 입 안에 밀어 넣었다.하빈의 눈은 튀어나올 듯 커졌고 통증 탓에 동공이 심하게 떨렸다. 입을 막은 사과 때문에 비명은 목구멍 안에서 뭉개졌다.짙은 피가 두 다리 사이로 흘러내리면서 바닥과 침구를 적셨다.이재가 몸을 숙이면서 하빈의 귀 가까이 입을 댔다.“형, 내가 어떤 상황에서 발작하는지 그렇게 알아내려고 했지?”목소리는 정말 조용했다. 차갑게 벼린 칼날처럼 한 글자씩 귀를 파고들었다.“축하해. 제대로 건드렸네.”말을 끝낸 이재가 손잡이를 잡고 단검을 빼냈다.상처에서 피가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하빈의 몸이 경직되더니, 고개가 옆으로 꺾이면서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이재는 단검을 바닥에 던지고 오진서를 바라봤다. “이제 신고해.”진서는 침대 위에 한쪽 발을 올린 채, 채찍에 맞아 피가 배어 나온 다리를 살펴보고 있었다. 앳되고 순한 얼굴과 달리 태도는 거칠기 짝이 없어서 왠지 어울리지 않았다.“네.”진서는 무표정한 얼굴로 몸을 숙여 하빈의 주머니를 뒤져서 금방 핸드폰을 찾아냈다.신고 전화를 걸려던 진서는 곁눈질로 이재의 붉게 충혈된 눈을 발견했다.“회장님, 상태가...” 진서가 말을 고르며 드물게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요.”굉장히 돌려 말한 표현이었다.단순히 ‘안 좋아 보이는’ 수준이 아니었다.이재는 증상이 심해지면 피를 보고서야 겨우 흥분이 조금 가라앉는 경우가 있었다.예전에는 약으로 어느 정도 눌렀지만, 오늘은 이미 약이 제대로 듣지 않는 상태였다.희천은 여러 번 설명했다. 이재가 발작하면 아드레날린과 각종 호르몬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치솟고 몸 전체가 과부하 상태로 된다고.그 상태로 끝까지 버티면 몸이 먼저 망가지거나 다른 사람을 크게 다치게 만든다.사실상 둘 중 하나에 가까웠다.진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쓰러진 하빈을 발끝으로 건드렸다. 숨이 붙어 있는 걸 확인한 뒤에야 이재를 향해 드물게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회장님,

  • 사랑에 미친 남편 조련법   제149화

    “이 미친 새끼, 감히 사람을 채찍으로 때려? 죽고 싶어?”여자는 입을 열자마자 거친 욕을 쏟아 냈다. 하빈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친 뒤에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엉덩이를 힘껏 걷어찼다.하빈은 필사적으로 버둥거렸지만 매듭은 더 조여들 뿐이었다. 가죽끈이 손목 살을 파고들자 통증에 얼굴이 일그러졌다.“너 대체 누구야!”여자는 대꾸하지 않고 뒤로 물러나서 하빈을 내려다봤다.표정은 무감정했고 눈빛은 차가웠다. 조금 전 공포에 질려 떨던 사람과 같은 인물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하빈은 두 손이 등 뒤로 묶인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우스울 만큼 처참한 꼴이었다.셔츠는 풀어 헤쳐서 가슴이 드러났고 이마 위로는 머리카락이 헝클어졌다. 얼굴에는 억누르지 못한 광기가 일렁였다.“아무도 없어? 당장 들어와!”하빈이 문밖을 향해 고함쳤다.곧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하빈의 눈이 번뜩이면서 몸부림도 더 거세졌다.“빨리 와! 이 년부터 잡아서...”말이 끝나기 전에 문이 밖에서 열렸다.키 큰 남자가 느긋하게 안으로 들어왔다.짙은 회색의 실크 셔츠에 소매는 팔뚝까지 걷어 올렸다. 창백한 손목뼈 근처에는 아주 옅은 점 하나가 눈에 띄었다.날카롭게 빚은 듯한 이목구비와 깊은 눈매, 높은 콧대, 굳게 다문 입술. 전체적으로 고급스럽고 차가운 분위기가 짙었다.문가에 기댄 이재는 한쪽 다리를 느슨하게 세운 채, 바닥에 무릎을 꿇은 하빈을 웃는 듯 아닌 듯이 바라봤다.“형, 내가 보낸 선물 마음에 들어?”하빈의 동공이 순식간에 작아졌다.“하이재?!”이재는 그대로 문가에 기대고 있었다. 하빈을 위아래로 한 번 훑은 뒤 방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인테리어에 돈은 꽤 썼네. 취향이 영 별로라 그렇지. 색도 과하고 촌스러워.”하빈의 표정이 거칠게 굳어졌다. 입술이 떨렸지만 말은 나오지 않았다.이재는 몸을 일으키며 느긋한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왔다.여자는 바로 옆으로 물러나더니 구석에서 의자를 하나 끌어다 방 중앙에 놓았다. 소매로 앉는 자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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