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락이 하나 남았지."봄이 멀지 않은 어느 아침, 무진이 말했다. 눈 치우는 삽을 든 채였다."다 들려드렸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끝이 빠졌다." 노인의 감은 눈이 그녀를 향했다. "얼음여울의 자락. 네 이야기는 사냥막의 밤에서 궁으로 건너뛰더구나. 그 사이의 하루 — 그 하루만 강이 아직 못 들었다."운설의 손에서 삽이 멎었다.그 하루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야기가 되려면 말이 되어야 하는데, 그 하루의 것들은 말이 되기를 거부했다. 물의 벽. 소리 없는 유리창. 등을 타고 전해지던 충격의 셈. 멎던 소리. — 그것을 소리 내어 강에게 들려준다는 것은."못 합니다.""어째서.""그 이야기의 끝에서 강이 —" 그녀는 말을 골랐다. 고르다가, 고르지 못한 채로 나왔다. "제 강이 그이를 부쉈으니까요."말해 놓고 그녀는 제 말에 베였다. 반년을 안에서만 돌던 문장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것이다. 얼음 개울가의 아침 공기 속에, 그 문장이 칼처럼 놓였다.무진은 오래 말이 없었다. 이윽고 삽을 눈에 꽂고, 노인은 세상에서 제일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래서 — 강을 벌하는 중이냐, 너를 벌하는 중이냐.""…무슨 말씀이신지.""네 폭주 말이다." 노인이 말했다. "슬픔이 무거워 일어서는 물인 줄 알았는데 — 곁에서 들을수록 이상했다. 네 강이 일어설 때마다 겨누는 자리가 있어. 세상이 아니다. 임자다. 물이 벽처럼 서서 — 제 임자를 치려다, 치려다, 못 치고 내려앉는다. 몇 번이고."운설은 개울의 얼음을 내려다보았다."강은 임자의 것을 다 듣는다 했지. 네가 반년 동안 안에서 그 문장을 돌리는 것을 — 내 강이 그를 부쉈다, 살아도 예전으로는 못 돌린다, 나를 벌해야 한다 — 강이 다 들었다. 착한 물건이라, 임자가 미워하는 것을 저도 미워하지. 임자가 저를 미워하니 저도 저를 미워하고, 임자가 벌을 원하니—" 노인은 거기서 숨을 골랐다. "벌하는 시늉을 하는 게다. 차마 못 하면서. 그것이 네 폭주의 정체다, 아이야."무명업화(
Last Updated : 2026-08-0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