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수양대군은 상선을 통해 형님이 남긴 마지막 편지 한 통을 건네받았다.편지에는 길지 않은 글만 적혀 있었다.'내 아이를... 잘 부탁하네.'그것이 형님이 자신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끝내 형님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채, 편지 한 장으로 모든 것을 대신했다.수양대군은 한동안 편지를 움켜쥔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그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하나의 생각이 싹트기 시작했다.'형님께서는 끝내 나를 믿지 않으셨구나.'김종서와 금성대군만 침전으로 들이신 일.자신만 끝내 만나 주지 않으셨던 일.그 모든 일이 하나로 이어지자, 수양대군은 형님의 마지막 선택이 자신을 경계한 결과라고 믿게 되었다.그 믿음은 시간이 흐를수록 의심이 되었고, 의심은 결국 지울 수 없는 배신감으로 변해 갔다."후후... 나도 이제 나이가 드니 쓸데없는 옛일을 떠올리는군."수양대군은 자조 섞인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백윤은 아무 말 없이 과녁에 박힌 화살을 하나씩 뽑아 화살통에 정리했다.두 사람 사이에는 잠시 침묵만이 흘렀다.이윽고 수양대군이 몸을 돌려 천천히 걸음을 옮기자, 백윤도 말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그러나 수양대군의 눈빛만큼은 조금 전까지 떠올랐던 과거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듯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아니요. 조선에 들어왔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만, 아직 얼굴은 보지 못했습니다."백윤의 대답에 수양대군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걸음을 멈추었다.이내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자네 형을 만나 보고 오겠나?""예?"예상치 못한 말에 백윤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수양대군은 그런 그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피식 웃었다."그리 놀랄 것 없네.""오랜만에 형제를 만나는 것이니 회포도 풀고 오게."그는 잠시 말을 멈춘 뒤 목소리를 낮췄다."대신... 족장이 무슨 생각을 품고 있는지만 알아오면 되네."백윤은 수양대군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차렸다."족장을 염탐하라
Last Updated : 2026-08-0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