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20

111 فصول

<11화> 별로 바란 것도 없었던 내가 (2)

자신이 전학생 지율혜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잘도 에둘려 표현하는 휘안.거짓 하나 없이 저 해맑은 표정은 제 못된 마음을 꼬집듯 아리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그래... 넌 항상 이런 식이지. 웬일로 네 입에서 체리가 안 나오나 했다. 근데 지율혜? 하루 사이에 관심 분야 잘도 갈아탔네.”“소연아. 굳이 그렇게 말해야 할까? 넌 꼭 내가 좋게 생각하는 내 주변 사람들을 밑도 끝도 없이 나쁘게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어. 지금도 봐. 체리에 이어 율혜까지. 체리야 이유가 있다 쳐도 율혜는 그냥 싫다는 거잖아.”“몰라. 내 눈에는 전부 다 별로인 걸 어떡해. 너야말로 너랑 가까운 네 주변 사람들부터 소중히 여기는 게 어때? 고작 너랑 안면 튼 지 하루밖에 안 된 애한테 마음 쏟지 말고.”별 같잖은 태세 변화에 성가시다는 표정을 보이고는 휘안이 뭐라 하기도 전 고개를 휙 돌려 더는 말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휘안이 저에게 건넸던 말 한 마디 한 마디.제 자리에 엎드려 그 말들을 곱씹기 시작하자 안 그래도 척박했던 이 내 마음 더더욱 쩍쩍 갈라져 나가기 바빴다.체리는 실체가 없어서 미워하기도 뭐했는데 지율혜는 실체도 확실하니 미워하기 딱 좋다.계속해서 말하지만 왜 하필 이 애매한 4월에, 왜 하필 우리 학교에, 왜 하필 우리 반으로 전학 왔는지 그 모든 게 마음에 안 든다니까.***교무실에서 교과서를 받고 돌아서는 길.지금은 교과서로 가득 찬 제 가방의 무게보다 한 사람을 향한 안쓰러움의 무게를 오롯이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정말이지 너무해.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아침 청소 당번이 계속해서 똑같잖아.”일본어 선생님은 2학년 교무실의 햇병아리.어제만 해도 수업이 있는 교실을 착각해서는 늦을 뻔 했다는 이야기가 농담인 줄 알았고 또 농담이기를 바랐는데 그게 아닐 지도 모르겠다.어제에 이어 오늘 아침 역시 그리도 고된 청소를 했다면 누구라도 정신이 없었을 테니까.“설마 누군가 자기 자신을 알아봐주기를 바라면서 청소하는 건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7-04
اقرأ المزيد

<12화> 별로 바란 것도 없었던 내가 (3)

[와우~ 내 선행을 불순하다고 받아들여? 그럼 뭐 나도 네 가방 안 들면 그만이지. 하여튼 책잡히는 것도 가지가지야. 네가 내 큐피드로서 성공하면 아주 볼만한 그림이 나오겠어.][당연하지. 내가 성공하면 나와 내 가족은 평생 무료 진료일 테니까. 근데 치의학과에는 안 갔으면 좋겠어. 내 개인적인 바람이야.][왜? 너 설마 치과 진료가 무서워?][아니거든! 오빠가 치과 의사니까 굳이 재이 너까지 치과 의사가 될 필요는 없다는 소리야. 그래야 내가 손해를 안 보는 보상 구조니까.]사실 서울에서 도쿄까지 걸리는 물리적 거리를 가늠해보면 한국에도 아는 치과 의사 한 명쯤 더 두는 것도 괜찮을 거 같은데.하지만 그건 또 굳이 라는 선택지인 거지.“오빠? 너 외동 아니었어? 래운이가 엄청 강조하던데. 너랑 외동인 것도 공통점이라고.”“외동 맞아. 근데 오빠가 치과 의사라는 건 친척 오빠. 아무튼 과 선택은 나중이니까 넌 의대 갈 생각이나 해. 난 내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합당한 보상을 받아낼 거거든.”“그거야 뭐... 난 또 래운이가 모르는 네 새로운 비밀이라도 알게 됐나 싶었지. 아, 저기 네 짝꿍 온다. 딱 봐도 널 마중 나온 눈치야.”저를 마중 나올 짝꿍이라고 하면 휘안이?어떻게 휘안의 이름을 작게 읊조린 지 몇 초도 채 안 됐는데 짠 하니 제 앞에 나타났다.“휘안아. 너 설마 나 데리러 온 거야?”“응. 율혜 데리러 왔어. 율혜는 가방이 무겁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무거울 거 같아서. 나랑 같이 반으로 돌아가자.”“응! 휘안이 너랑 같이 돌아갈래. 우린 똑같은 4반이고 거기다 짝꿍이기까지 하니까.”원래대로라면 율혜의 가방을 4반까지 들어주는 걸로 예린을 보러 갈까 싶었는데.율혜에게 제 뜻을 간파 당했고 휘안 역시 제 손에 들린 가방을 어서 내놓으라는 눈치.그러니 이번만큼은 수긍하기로 한 재이였다.예린에게 좋은 눈도장 찍힐 기회가 지금 이 순간뿐인 건 아니었으니 말이다.“좋겠네. 짝꿍이 여기까지 데리러 와서.”“응.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7-04
اقرأ المزيد

<13화> 점점 기대하고 있잖아 (1)

배고픈 십대 청소년은 아무도 못 막는 법.그래도 나름 머리를 쓴다고 평소보다는 늦게 출발한 건데 달리 줄어든 인파도 아니었다.물론 이 말도 안 되는 파티원 모집을 이끈 두 주역들은 사방팔방 시끄러운 와중에도 급식실 줄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눈치였지만.“율혜야. 율혜는 따로 못 먹는 음식 있어?”“음~ 매운 거랑 뜨거운 거. 그리고 맛없는 거. 맛없다는 건 맛이 있어도 별로인 거니까.”“아~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했어. 맛없는 건 율혜한테 권할 생각도 안 해야겠다.”질문에 대한 답변이 들려오면 다시금 정적이 흐를 법도 한데 그건 제 희망일 뿐이었다.사실상 지금 이 시간은 두 주역들 간 신상 정보 교환을 위해 따로 마련된 시간.그러니 말하는 이 두 명, 말하고 듣는 이 한 명,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는 이 한 명으로 정확히 쪼개진 파이였지.“근데 휘안이한테 맛없는 음식은 어떤 거야? 혹시나 내가 좋아하는 음식일 수도 있잖아.”“나한테 맛없는 음식이라... 음식은 바로 생각이 안 나네. 대신 식재료에서는 미나리랑 고수 정도? 둘 다 향이 세서 먹기가 힘들거든. 율혜는? 율혜는 그 둘 다 잘 먹는 편이야?”“어… 나는 미나리는 먹는데 고수는 못 먹어. 고수는 좀 더 커야 가능할 거 같아. 그렇다면 휘안이가 제일 좋아하는 야채는 뭐야? 난 당근이 제일 좋은데! 당근은 엄청 맛있으니까!”맛없는 음식에서 야채 카테고리로의 이동.좀 있으면 육류에서 유제품도 돌겠다 싶다.“그래? 그거 참 안타깝네. 휘안이 얜 당근 편식하는데. 당근 헤이터로 이름 꽤 날렸거든.”“정말이지 오늘 알게 된 사실 중에 제일 놀라워... 휘안이는 아기 토끼를 닮아서 당연히 당근을 좋아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니...”“아기 토끼? 아니, 얘가 어디를 봐서 아기 토끼? 그런 말은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거 같은데. 지율혜, 어디 이유나 좀 들어보자.”율혜와 휘안만큼 능동적인 대화 참여자는 아니어도 중간 중간 한 마디는 꼭 거드는 도준.그러다 웬 놀랄만한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7-05
اقرأ المزيد

<14화> 점점 기대하고 있잖아 (2)

아침부터 제대로 꼬아버린 오늘의 제 팔자.그래도 그 근본 없는 조합에 율혜의 곁을 지켰으니 제 나름 최선을 다한 건 확실하다.물론 율혜가 좀 전의 식사 자리를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는 율혜 본인만 알 테지만.“예린아. 아까는 정말 고마웠어. 평소 같이 먹던 친구들이 아니었는데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줬잖아. 예린이 먼저 떠나지도 않고.”“하하... 그러게. 다행히 아무 일 없이 끝났네. 근데 율혜야. 내일부터는 율혜 네가 먹고 싶은 애들이랑 먹는 걸로 하자. 그게 좋을 거 같아.”“응. 예린이 말대로 할게. 아무래도 예린이는 밥을 같이 먹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오늘은 나 때문에 예외였다는 거니까.”재이에게는 큐피드 업무 수행의 일환으로 예린과 친해지겠다 말했지만 지금은 정말이지 마음에서 우러나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것.율혜는 예린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정말이지 예린이는 최고의 부반장이야. 전학 온 첫날에도 그렇고, 이틀째인 오늘도 그렇고. 예린이는 나를 계속해서 챙겨주고 있어.”재이뿐만이 아닌 제 마음까지도 다 훔치고 남을 충분한 매력의 소유자.지금도 제가 건넨 작은 칭찬 하나에 도무지 어찌할 바 모르겠다는 예린을 봐라.“아, 뭔가 쑥스럽네... 최고의 부반장, 이런 말은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냥 난 내 할 일 했을 뿐인데. 좋게 봐줘서 고마워, 율혜야.”“아니야. 이 세상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어. 익숙해 보이고 쉬워 보이는 일이라면 그건 그 사람이 진짜 잘하고 있어서 그런 거래. 그래서 예린이 넌 최고의 부반장이 맞아. 날 믿어!”“음... 그럼 율혜야. 이따 창체 시간에 나랑 같이 홍보부에 가는 건 어때? 물론 정식으로 가입할지 말지는 온전히 율혜 네 선택이지만 오늘 잠깐이라도 경험해보면 좋을 거 같거든.”왠지 자신만의 기준이 확고해 보이는 율혜인 만큼 홍보부와도 궁합이 잘 맞을 거라는 판단.마침 개학과 동시에 동아리원 두 명도 연달은 탈퇴를 했겠다, 일손이 모자란 자리에 율혜가 합류하면 큰 힘이 될 게 그려졌다.“홍보부 동아리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7-05
اقرأ المزيد

<15화> 점점 기대하고 있잖아 (3)

“근데 율혜도 연극부에… 어, 율혜다!”“아, 곧 수업 시작하겠네. 너희 이제 둘 다 말 걸지 마. 난 지금부터라도 쉬어야겠어.”어디 하루 웬 종일 떨어져 있다 겨우내 만난 주인 반기듯 없는 꼬리도 있다고 만들어내서는 살랑살랑 흔들어 보일 기세.소연은 더 보면 속이 쓰릴 거 같아 이쯤에서 대화를 마무리하고 제 자리에 돌아가기로 했다.보아하니 전학생 지율혜의 연극부 가입을 권장하는 대화가 오갈 테데 휘안을 짝사랑하는 저로서는 전혀 반가울 내용이 아닐 테니까.“율혜야~ 도준이가 율혜한테 줄 동아리 입부 신청서 갖고 왔대. 우리 반 반장 너무 멋있지? 이렇게 점심시간 끝까지 반장 노릇이었다니까.”율혜가 제 사물함에 양치 컵을 넣고 자리로 돌아오자 율혜의 책상 위로 쓱 하고 들이민 종이 한 장.휘안은 그 종이의 정체가 무엇인지 바로 설명을 덧붙였고 율혜는 어째서인지 아쉬움이 역력한 표정으로 그 종이를 매만졌다.“아, 이건 당장 필요하지 않다고 해서 내일쯤 찾아가려고 그랬는데... 도준이가 갖고 왔다는 건 내가 교무실에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거고... 음... 생각해줘서 고마워, 도준아.”“응. 도준이가 율혜 대신 교무실에 갔다 왔어. 거봐, 도준아. 내가 너 멋있다고 했지? 율혜도 인정하잖아. 우리 반 반장 너무 멋있다고!”고맙다고 했지 멋있다고는 안 했는데.거기다 딱히 고마워하는 눈치도 아니고.하여튼 제 입맛대로 남이 말한 칭찬을 바꿔 들려주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그건 제 자리에 엎드려만 있을 뿐 두 귀로서는 저희의 모든 대화를 잘도 귀담아 듣고 있을 소연 역시 동의할 내용이었다.“그래. 앞으로도 교무실에 가야할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 반장인 내가 앞장서서 갈 테니까. 근데 나예린은? 걘 어디 가고 지율혜 너 혼자 들어왔어? 이제 곧 수업 시작할 텐데.”“어… 예린이는 친구랑 이야기할 게 있대. 둘이 편하게 이야기하라고 나 먼저 들어왔어.”이런, 일부러 리짱 혼자서 들어온 건데.도준이는 그 뜻을 전혀 읽지 못했군.게다가 내일 아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7-05
اقرأ المزيد

<16화> 폭풍이 몰려오기 전 (1)

이번 학교 축제의 특이점.지역 축제와 시기가 맞물린 관계로 오후 특정 시간대에는 외부인 역시 교내 입장에 제한이 없을 거라고 한다.그래봤자 오후 한 시에서 오후 네 시까지만 가능한 걸로 고작 세 시간이 전부였지만.물론 교장선생님께서는 달리 받아들이셨다.이럴 때가 아니면 저희 마현고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없다며 홍보부 쪽으로 별도 지시까지 내리셨다니까.그렇게 늘 상 해오던 일이었지만 다른 때와는 달리 학교 홍보 영상을 두 편으로 나누어 제작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물론 축제 당일 날 생동감 넘치는 현장 사진을 기반으로 교내 신문을 발행하던 일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그러니 오늘 대다수의 홍보부 동아리원들은 최소 두 번의 탄식을 내뱉었을 수밖에.저희 동아리실에 들어선 율혜의 실물에 한 번, 이번 학교 축제 준비와 관련해 회장이 잘도 일러준 뜻밖의 안내에 두 번 말이다.“생각보다 더 체계적이어서 놀랐어. 아무튼 이번 축제는 작년보다 좀 더 특별하다는 거지? 동아리별 준비 과정도 영상으로 담아야 하고.”“응. 시청 홈페이지에 학교 축제를 알리는 홍보 기사가 나가는 일도 이번이 처음이야. 보통 사진팀보다는 영상팀이 훨씬 더 바쁜데 이번에는 둘 다 바쁠 거 같아. 아까 박재원이 그랬잖아. 둘 팀 모두 다 병행할 의지가 있는 2학년 부원 구한다고. 근데 저기 1학년들한테 붙잡힌 거 보면 쟤들도 하고 싶다는 거겠지?”“맞아. 생기부에 올라간다고 하니까 다들 듣는 자세가 달라졌어. 재원이도 리더, 아니 회장으로서 병행할 예정이라 했고. 예린이는? 예린이도 생기부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아?”“그러게. 생기부 한 줄을 위해서라면 해볼 만하지. 어차피 홍보부 활동은 해야 하고 칼 같이 네 일 내 일 나누기가 어렵거든. 그니까 처음부터 병행한다고 말하는 게 나을지도.”홍보부 동아리에서 보낸 첫 번째 창체 시간.홍보부 동아리를 지도하시는 분이 일본어 선생님이었다는 사실에 놀란 것도 잠시, 출석 체크를 끝마치자마자 교탁 앞 선 자리를 재이에게 바로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7-06
اقرأ المزيد

<17화> 폭풍이 몰려오기 전 (2)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외동딸답게 변명 같은 하소연을 잔뜩 늘어놓으려 했는데 이내 자신의 착오를 바로 알아채버린 상황.이럴 때는 두 손으로 입을 막고 한껏 놀란 앙증맞은 이목구비로서 제 깨달음을 늘어놓는 산뜻한 혼잣말만이 정답이었다.[미안해... 이건 리짱의 실수야. 리짱뿐만이 아닌 유미 씨의 시간까지 낭비하게 돼버렸어. 리짱은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 해도 사과해야 하는 게 맞는 입장이지. 이걸 어떡하면 좋아...][그러게~ 리짱 아직 아기인가 봐. 리츠에. 정말 혼자 나갈 수 있겠어? 엄마랑 안 나가도 돼? 엄마는 리짱이 걱정되는 눈치인데.][응! 리짱은 독립심이 강해. 잘할 수 있어. 리짱은 외동으로서 씩씩해야 하는 법이거든.]새 학교에 새로 등교하던 첫날, 전학 서류도 자신이 다 들고 담임선생님을 첫눈에 찾아낸 리짱이었던 만큼 동네 탐방은 일도 아니란다.그러니 걱정되기는 해도 저 위풍당당한 손 허리 자세를 보건대 오늘 역시 혼자 보내는 게 맞겠다 싶었지.저희 딸의 독립성은 유전이 확실하다니까.***집에서 도보 십 분 거리.유미의 숱한 경험과 타고난 감각이 그대로 담긴 사진 스튜디오는 이번 달 개업을 목표로 손님 맞을 준비에 한참이었다.그걸 달리 바꿔 말하면 현재로서 유미의 사진 스튜디오는 비품 정리가 완벽하지 않은 혼란스러움이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거고.물론 율혜에게 문제될 건 없었다.율혜는 사진 스튜디오 내부를 속속들이 아는 몇 안 되는 이로서 제가 원하는 제 카메라 하나 정도는 바로 찾아내는 능력자였으니까.“리짱 카메라는… 여기 있다! 드디어 찾았어. 정말이지 이래서 모든 물건에 이름표를 붙이는 게 중요하다는 거야. 다 가져가고 싶지만 무거워서 안 돼. 당장 필요한 것만 챙겨가자.”다행히 모든 박스들에는 이름표가 존재했고 그새 제가 원하는 카메라를 손에 넣은 율혜.덕분에 다급하게 비품실로 들어설 때와는 달리 지금부터는 원래의 여유를 되찾을까 싶었는데 이게 또 웬걸 싶었다.창문 틈 사이로 들어온 햇살 한 줌에 뭘 생각할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7-06
اقرأ المزيد

<18화> 폭풍이 몰려오기 전 (3)

“뭐 좋게 말하면 서비스 홍보 차원. 혹시 알아. 이웃 분들이랑 눈 좀 마주치고 인사 좀 건네면 조만간 우리 집에 꽃을 사러올 가능성이… 어?”한 손으로 뻐근한 뒷목을 잡고 혼잣말을 내뱉는데 순간 제가 본 게 맞나 싶었다.분명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공실이었고 요 근래 어수선한 분위기였던 건물 하나.새 주인 되시는 분은 주로 평일 오전에만 오갔다던데 설마 제 눈에 들어온 주인공과 관련된 분이 저 건물의 주인인가 싶었다.이건 오늘 하루 손님이 없어도 횡재라는 뜻.휘안은 율혜를 발견하기 무섭게 율혜의 앞에 당당히 자리해 제 존재를 알리기 바빴다.“율혜야~”“어… 안녕, 휘안아!”“깜짝 놀랐어. 율혜가 여기서 나와서.”“응. 나도 깜짝 놀랐어. 휘안이를 학교 밖에서 볼 줄이야. 휘안이가 날 먼저 발견했나봐.”휘안이 자신을 먼저 발견하기는 무슨.우리의 리짱은 휘안이 저를 부르기도 전 그 존재를 눈치 채고 진작 스캔도 다 끝냈다는데.이두 삼두 팔 근육을 돋보이게 만든 새하얀 반팔 티에 쭉 뻗은 다리 라인을 그대로 드러낸 일자 핏의 청바지.교복에 이어 사복 스타일도 짜릿했다는 거다.따라서 오늘의 콘셉트는 레몬 슬라이스로 바다 서핑을 즐기다 온 청량한 아기 토끼.웬일인지 평소처럼 포근하고 달달한 향도 맞았지만 레몬처럼 상큼한 향도 느껴졌다니까.물론 아직까지는 이런 제 감상을 말로서 다 전달할 수 없는 사이였기에 아무렇지 않은 척 제 카메라 가방 끈만 바로 움켜쥘 뿐이었지만.“응. 근데 율혜는 왜 여기 서있는 거야? 여긴 지금 인테리어 중인 건물로 알고 있는데.”“아, 이 건물은 엄마가 운영하시게 될 사진 스튜디오야! 아직 정식 개업 전이라 안쪽은 비밀이지만. 지금 보여줄 수는 없을 거 같아.”“우와... 여기에 무슨 사업체가 들어올까 싶었는데 사진 스튜디오가 들어오는 거구나. 게다가 율혜네 어머님께서 운영하실 예정이고.”“응. 나중에 정리되면 정식으로 초대할게. 근데 휘안이는 뭐 하고 있었어? 친구들이랑 약속 때문에 나온 거라면 늦지 않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7-06
اقرأ المزيد

<19화> 네가 눈치 채지 못하게 (1)

월요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비상, 비상!여자라면 한 달에 한 번씩은 무조건 찾아온다는 그 시기, 이번 달도 찾아왔다.근데 그 시기를 맞이하기 일주일 전쯤이라면 달다구리에 대한 갈망이 평소보다 못해도 두 배는 더 높아지는 게 기본 값인데.지난 일주일이 특수해도 너무 특수했어야지.아무튼 마현고 2학년 4반 리짱으로 말할 거 같으면 전학생이라는 타이틀로서 많은 이들의 시선 속에 자리한 이 시대 최고의 요조숙녀.따라서 학교에 오자마자 교실부터 안 들르고 화장실 한 칸에 리짱 홀로 은밀하게 들어섰지.두 볼을 감싸며 달다구리 두어 개의 맛을 잔뜩 음미하고 개인 정비도 더할 겸 말이다.“그래도 지난주부터인가? 휘안이가 체리 걔를 잘 찾지 않더라고요. 제가 그렇게 SNS로 체리 걔랑 연락 좀 말라고 잔소리했던 게 이제야 통하는 눈치 같기도 하고. 아… 네, 그렇기는 해요. 근데 체리 걔는 신분이 불확실하니까...”휘안이가 체리를 잘 찾지 않는다고?SNS로 연락을 그만 주고받으라 했다고?“왜...”휘안에 대한 주제로서 어른인 누군가와 전화하며 여자 화장실로 들어설만한 인물.목소리도 익숙한 게 딱 한 사람밖에 없었다.근데 타이밍은 참 얄궂었다지.그새 저 말고 다른 이도 있다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화장실에 들어선지 십 초도 안 돼 복도 밖으로 나선 소연이었다니까.‘아니야. 아직은 몰라. 방금 전 내용으로는 모든 걸 단정할 수 없어. SNS DM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체리가 리짱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오늘 아침에만 해도 지니에게 연락이 왔는걸. 그니까 지니는 체리를 잘만 찾아왔어.’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고 한들 이 세계에서의 리짱은 지율혜로서 존재하는 법.따라서 율혜는 현재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떠올리며 저만의 퍼즐을 맞춰가기로 했다.정말 혹시라도 그 지니가 휘안이라면.그리고 그 사실을 리짱 먼저 알게 된다면.만약이라는 가정이 제 머릿속을 끝도 없이 스쳐지나갔지만 지금 당장 해결될 건 없었다.그렇게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교실로 들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7-07
اقرأ المزيد

<20화> 네가 눈치 채지 못하게 (2)

“음~ 역시나 못 믿는 눈치. 솔직히 홍보부에 진심인 건 나보다 예린이 너 아니야? 그래서 어젯밤에 엄청 기뻤는데. 물론 쭉 답장하기에는 시간이 늦어서 오늘 아침에야 마무리했다지만.”“아, 그거야 뭐... 내가 율혜까지 끌어들인 마당에 대충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답장이야 다음날 더 이어서 할 수도 있지. 아무튼 내가 보낸 건 읽었을 테니까 하트도 눌렀을 테고.”“역시 우린 연락 스타일도 잘 맞는 거 같아. 근데 난 사실 어느 쪽으로도 잘 맞춰. 예린이 네가 답장 바로바로 하라고 하면 매너고 뭐고 그런 거 무시하고 새벽에도 답할 수 있었거든.”아니, 이건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분명 지율혜는 물론이고 다른 애들과 떨어져 혼자 있던 나예린에게 말을 건 건 저였는데 왜 백마 탄 왕자 노릇은 저 녀석 혼자 다 하냐고.나라고 뭐 나예린을 일부러 넘어지게 만들고 싶어서 나쁜 의도를 갖고 접근했겠냐고.박재원 쟤는 꼭 한 번씩 사람 약 올리는 게 제 심장까지 벌렁거리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거기다 우리 반 반장인 이 몸에게는 달리 웃어주지도 않으면서 다른 반 반장과는 잘도 나긋나긋한 대화를 주고받아?게다가 주말에는 따로 연락들까지 하셨고?“박재원. 8반은 저쪽이야. 아직 수업 시작 전이어도 선은 잘 지켜야지. 이 선 말이야, 선.”딱 봐도 못마땅한 표정 그대로 한 쪽 눈썹을 치켜세우며 권유를 가장한 강요를 종용하기.언제부터 운동장 바닥 한 가운데 네 선, 내 선 하며 마킹된 선을 두고 치졸함을 더했는지.그것도 성인에 가까운 청소년들이 말이다.재이는 도준은 의도가 바로 느껴졌는지 운동장 바닥의 하얀 선을 바로 지워보였다.“아~ 이 선? 이렇게 하면 바로 지워지던데?”“……!”“뭘 놀라~ 선생님께서 이거 다 없애랬잖아. 아까 같이 들었으면서 왜 처음 듣는 표정이지. 딱 봐도 엉망으로 그려진 게 확실해 보이는데.”저희와 다른 반 아이라고 저를 예린에게서 떨어뜨려놓을 작정이라면 선이야 지우면 그만.타고나기를 캐나다 식 유머를 쭉 익히다 한국으로 넘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7-07
اقرأ المزيد
السابق
123456
...
12
امسح الكود للقراءة على التطبيق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