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그날, 나는 죽지 않았다.: Kapitel 171 – Kapitel 180

197 Kapitel

170화.

몇 시간 뒤, 서울의 한 대형 병원 VIP 병실.창문 너머로 붉은 노을이 지고 있었다.병실 안에는 심박 체크기의 규칙적인 기계음만이 조용히 울리고 있었다.서린은 하얀 환자복을 입고 링거를 맞으며 깊이 잠들어 있었다.얼굴은 창백했고, 맨발로 산속을 뛰며 찢어졌던 발과 피멍이 든 손목에는 하얀 붕대가 촘촘히 감겨 있었다.의사가 다녀가고, 간호사가 혈압을 재고 링거를 교체하는 동안에도 수혁은 침대 옆의 의자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야, 옷이라도 갈아입어.”“괜찮아.”“안 괜찮아. 지금 니 꼴이 말이 아니야.”“......”“좀 씻고 옷도 갈아입어. 공 상무 깨어나면 그 꼴을 보일 거야?”민우의 말은 그에게 닿지 않았다.서린 못지않게 흐트러진 모습이었지만,수혁은 자신의 몰골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그의 시선은 붕대 감긴 서린의 손목에 박혀 있었다.맞잡은 두 손 위로 고개를 숙인 채, 처음 자리 잡은 자세 그대로였다.“……으음…… 안 돼…….”잠든 서린의 미간이 일그러졌다.고개가 좌우로 흔들리고, 링거가 꽂힌 손이 허공을 더듬었다.수혁이 곧바로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괜찮아. 나 여기 있어.”그의 손이 더 깊게 감싸 쥐었다.그 온기가 전해지자, 서린의 거칠던 호흡이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병실 한쪽 소파에는 민우가 테이블 위에 쌓인 서류를 보고 있었다.도윤은 핏발 선 눈으로 앉아 있었다.매형이 누나를 찾았다.그리고 지금 누나의 상태가 안정되고 있었다.“매형. 아니, 대표님.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 누나, 살려주셔서.”“네가 고마워할 게 뭐 있어. 당연히 내가 지켜야 할 사람인데.”수혁이 시선을 서린에게 둔 채 덤덤하게 대답했다.그때, 병실 문이 조용히 열리고 중후한 체격의 남자가 들어왔다.성도형 혁신위원장이었다.그는 침대에 누운 서린을 잠시 바라본 뒤, 수혁에게 다가와 짧게 목례했다.“차 대표. 고생 많았소.”“위원장님께서 여기까지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와야지.”그가 수혁에게 시선을 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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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화.

청와대 본관, 대통령 집무실.무거운 정적이 감도는 방 안에는 긴장한 표정의 이영호 정무수석과 최현섭 비서실장, 그리고 미동조차 없는 경호실장이 공대현 대통령 앞에 서 있었다.공대현은 책상 위에 두 손을 깍지 낀 채, 붉게 충혈된 눈으로 세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그리고, 그의 입에서 숨겨진 이름이 흘러나왔다.“내 딸, 지안이가 살아 있소.”순간, 이영호 수석과 최 실장의 숨이 동시에 멎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 부딪혔다가, 다시 대통령에게 꽂혔다.“대, 대통령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5년 전, 온 국민이 애도했던 그 끔찍한 사고.시신조차 찾지 못한 채, 영원히 가슴에 묻었던 이름이었다.‘지안이 살아 있다니’정무수석 이영호는 그날의 일이 떠올라 떨리는 손을 주먹으로 쥐었다.“현재 한도전자 상무, 공서린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소.”공대현의 목소리는 차분했다.하지만 그 안에는 눌러 담은 분노와 회한이 고스란히 묻어났다.그 짧은 한 문장에 얼마나 많은 눈물과 아픔이 담겨 있는지, 이영호 수석은 알고 있었다.한 사람이 다른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건 그 한 사람을 죽여야 하는 일이었으니까.공대현의 시선이 흔들림 없이 두 사람을 향했다.그리고 그간의 일을 짧고 명료하게 전했다.국가 핵심 기술 유출.그것을 덮기 위한 살인 미수와 납치 행각.그리고 그 중심에 선 현역 국회의원 강민재.말이 끝나자—아무도 바로 입을 열지 못했다.이영호 수석은 눈을 감았다 떴다.손끝이 떨려서 주먹을 쥐었는데도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다시 폈다 쥐었다.최 실장이 깨문 입술은 바르르 떨렸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못했다.“경호실장.”“예, 대통령님.”놀라운 내색 하나 없이 서 있던 경호실장이 즉시 대답했다.“한 시간 뒤, 극비리에 서울 대형 병원 VIP 병동으로 이동할 거요. 준비하시오.”“알겠습니다. 동선 확보하겠습니다.”경호실장은 더 묻지 않았다.고개를 숙인 뒤, 곧바로 집무실을 나섰다.문이 닫히는 순간—방 안의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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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화.

공대현은 단단히 안은 아내의 등을 쓸어내렸다.“가요. 우리 딸 보러 갑시다.”한 시간 뒤.서울의 대형 병원 VIP 병동 앞.일반인의 출입이 완벽하게 통제된 복도는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공대현과 윤정희, 그리고 도윤이 내렸다.경호원들이 서 있는 복도를 지나, 세 사람은 굳게 닫힌 병실 문 앞에 섰다.공대현이 먼저 숨을 들이켰다.윤 여사는 문고리를 바라보며 손끝을 떨었다.그리고—공대현이 도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도윤이 문을 두드렸다.똑, 똑.그리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병실 안, 침대 위에는 서린이 잠들어 있었다.그리고 그 옆에는 피 묻은 셔츠를 입은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든 수혁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의 시선이, 문가에 선 세 사람에게 닿았다.대한민국 최고 권력자 부부.하지만, 수혁의 눈에는 그저 한 여자의 부모로만 보였다.살짝 놀란 듯 했으나, 곧 시선을 정리하고 고개를 숙였다.“오셨습니까.”자신이 지켜낸 여자의 가족을 맞이하는, 가장 단단하고 묵직한 인사였다.윤 여사는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침대로 다가갔다.붕대가 감긴 손목과 발을 보는 순간,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지안아…….”손을 뻗었다가 차마 닿지 못하고 허공에서 멈췄다.공대현도 말없이 그 뒤에 섰다.사진으로 보고, 도윤에게 괜찮다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어도 직접 보는 건 달랐다.살아 있었다.자신의 딸이, 정말 눈앞에 살아 있었다.그 시각.서울중앙지방검찰청 취조실.쾅—! 쾅!“야! 이리 내놔! 내 약혼녀 당장 데려오라고!!”강민재가 취조실 책상을 발로 차며 악을 썼다.수갑이 채워진 양손을 미친 듯이 휘두르며, 그는 맞은편에 앉은 검사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너희들이 뭔데 우리 사이를 갈라놔! 우린 그냥 밀월여행을 갔을 뿐이야! 연인끼리 잠깐 오해가 있어서 다투기 좀 한 거 가지고, 무슨 납치니 감금이니 헛소리를 지껄여!”최기출 검사는 서류를 넘기며 강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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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화.

“오셨습니까.”자신이 지켜낸 여자의 가족을 맞이하는, 가장 단단하고 묵직한 인사였다.공대현의 시선이 침대 위에 창백하게 잠들어 있는 딸에게 닿았다가, 이내 수혁에게로 향했다. 그는 천천히 다가와 수혁에게 악수를 청했다.“고맙소.”공대현의 목소리는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었다.“고생했네. 어디 다친 데는 없나?”“네. 괜찮습니다.”“이름이 뭐라고 했지. 차수혁 대표? 이렇게 만나게 되는군.”공대현은 공명심 있는 대표이사를 향해 진심으로 치하했다.병실로 오는 동안 차 대표가 현장을 지휘하면서 드론에서 지안을 발견하고 직접 차를 몰아 구해왔다는 보고를 들었다.차 대표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빨리 구해 내지 못했을 것이다.“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두 사람이 맞잡은 손 사이로 묵직한 온기가 오갔다.한 사람은 딸을 구해준 이에 대한 감사였고,또 한 사람은, 사랑하는 여자의 아버지 앞이었다.그렇게 건조하지만 따뜻한 인사를 하는 두 사람을 보던 윤정희 여사가 남편의 팔을 붙들었다.그리고는 수혁의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섰다.그녀의 두 눈에는 이미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혀 있었다.“대표님.”윤 여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서린이 엄마예요.”수혁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우리 서린이, 이렇게 무사히 구해주어서 정말 고마워요.”수혁은 자신을 바라보는 윤 여사의 눈이 서린과 꼭 닮아 있었다.가슴에 묵직한 울림이 일었다.“생명의 은인이에요. 이 은혜를 어떻게 다 갚아야 할지…….”윤 여사는 결국 참지 못하고 수혁의 소매를 붙잡은 채 흐느꼈다.그 눈물은 최고 권력자의 아내가 아닌, 잃어버린 딸을 두 번이나 죽음의 문턱에서 돌려받은 한 평범한 어머니의 절절한 진심이었다.그 눈물을 내려다보던 수혁은, 조용히 윤 여사의 손을 감싸 쥐며 고개를 저었다.“공 상무는 제 직원이기도 하지만…….”수혁의 시선이 잠든 서린을 향했다.“제가 평생, 곁에서 지켜야 할 사람입니다.”공대현과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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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화.

잠시 후,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비서실장이 조심스럽게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대통령님. 일정이 너무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이제 관저로 돌아가셔야 합니다.”비서실장의 다급한 채근에 윤 여사의 얼굴에 아쉬움이 스쳤다.하지만 공대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아직 아니야. 나는 내 딸이 눈을 뜨는 걸 보고 갈 거요.”“예? 하지만 예정된 수석 비서관 회의가…….”“...두 시간만. 미루도록 하게. 그 후에 가도록 하지.”공대현은 병실의 간이 소파에 묵직하게 자리를 잡았다.천하의 대통령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식이 깨어나길 기다리는 평범한 아버지일 뿐이었다.비서실장은 더 이상 고집을 꺾지 못하고 물러났다.“아까 하던 이야기 계속해 보게.”그렇게 하여 수혁은 도윤이 뉴스에 나오고서부터 지금까지의 일을 전했다.기술 유출을 의심하게 된 계기와 그것을 확인해 나간 과정.그리고 서린이 그동안 강민재를 추적하며 어떤 자료를 모아 왔는지.때로는 무너질 만큼 힘들어하면서도 끝까지 버텨 왔다는 이야기를 수혁은 차분하게 털어놓았다.그러는 사이에 시간이 흐르고 2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이었다.“……으음.”침대 위에서 작은 뒤척임이 일었다.그 즉시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던 수혁이 몸을 기울여 그녀의 손을 잡았다.“일어났어?”서린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파르르 떨리더니, 천천히 위로 들어 올려졌다.눈부신 아침 햇살에 눈을 찡그리던 그녀의 흐릿한 시야가 점차 선명하게 초점을 맺었다.가장 먼저 보인 것은, 자신의 손을 꽉 쥐고 있는 수혁의 다정한 얼굴.그리고 그 뒤로, 걱정스럽게 자신을 보고 있는 세 사람의 얼굴이었다.“지안아!”“누나!”서린은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환영인가.자신이 가장 보고 싶었던 사람들, 엄마, 아버지, 도윤이, 그리고 수혁까지 한 공간에 모여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서린은 마른 입술을 달싹이며 상체를 일으키려 했다.“그냥 누워 있어. 괜찮아.”윤 여사가 일어나려는 서린을 말렸다.서린이 고개를 들어서 수혁을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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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화.

“어르신. 저 아직 쓸모 있습니다. 버리지 마십시오.”그리고 목소리를 더 내리깔았다.“어르신…… 공서린이 누구 딸인지 아십니까?”그 한 문장이—판 전체를 뒤집을 열쇠처럼 떨어졌다.— 그게 무슨 말인가.상대편의 목소리에는 아무 감정도 호기심도 없었다.아무 기대도 없다는 듯.“놀라지 마십시오, 어르신. 공서린이 바로 5년 전에 죽은 공지안입니다.”강태환의 입꼬리가 비틀렸다.허황된 소리를 듣는 사람처럼, 차갑게 강민재를 내려다보았다.— 지금 나하고 장난하나.수화기 건너편의 목소리도 마찬가지였다.강민재는 어르신의 반응을 이해했다.당연히 믿을 수 없겠지.자신이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하지만 내게는 그 무엇보다 확실한 것이 있다.“정말입니다, 어르신. 저에게 증거가 있습니다. 아니, 가장 확실한 것은 유전자 검사만 해봐도 되지 않습니까.”강태환이 웃음기를 거두고 강민재를 쏘아보았다.“하나도 숨기지 말고 뱉어내.”강태환의 목소리에 핸드폰을 손에 쥔 강민재가 고개를 돌렸다.“예. 전부 말씀드리겠습니다.”강민재가 침을 삼켰다.“공서린은 처음부터 공대현의 딸이었습니다.”취조실 안의 공기가 서서히 뒤집히고 있었다.누가 먼저 움직이느냐에 따라, 판 전체가 바뀔 수도 있었다.“죽은 게 아니라 얼굴을 바꾸고 다른 사람으로 살아온 겁니다.”강민재는 잠시 숨을 골랐다.“공대현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숨겼죠. 대통령이 자기 딸의 생존을 국민에게 감춘 겁니다.”―확실해?“예. 최근에 청와대 쪽 사람들이 공서린을 따로 만났습니다. 대통령 부부와 그 아들까지 전부 알고 있습니다.”―…….“이걸 그냥 부녀 상봉으로 만들면 아무것도 아닙니다.”강민재의 입꼬리가 비틀렸다.“하지만 대선 전부터 살아 있었다고 만들면 얘기가 달라지죠.”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강민재는 어르신의 반응을 기다렸다.잠시 후.— 푸하하하하.“어르신... 어떻습니까.”강민재가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저 아직 쓸모 있지 않습니까.”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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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화.

아침 출근길에 뉴스를 접한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증권가 정보지는 마비가 올 정도로 불타올랐다.청와대 게시판과 한도전자 홈페이지는 접속자 폭주로 다운되어 버렸다.강민재와 여병석이 합작한 독화살은, 정확히 공대현 대통령의 심장과 수혁의 회사를 동시에 관통하고 있었다.그 시각. 서울의 대형 병원 VIP 병동.밤새 서린의 곁을 지켰던 수혁과 가족들이, 마침내 눈을 뜬 서린을 보며 안도의 눈물을 흘리던 그 따뜻하고 평화로운 순간.병실 밖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던 최 실장의 개인 핸드폰이 미친 듯이 진동하기 시작했다.“이 새벽에 무슨…….”최 실장은 피곤한 눈을 비비며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다.이영호 정무수석으로부터 온 전화였다.그리고 액정 상단에 끊임없이 밀려드는 수십 개의 뉴스 속보 알림들.[속보] 대통령 딸 생존 확인……[단독] 공지안, 한도전자 임원으로 재직 중……“……미친.”최 실장의 얼굴에서 핏기가 일순간에 싹 가셨다.손이 덜덜 떨려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다.정치판에서 뼈가 굵은 그였다.이 기사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 타이밍에 이런 정보가 언론에 뿌려졌다는 것이 어떤 파국을 몰고 올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강민재…… 그 새끼가 기어이 동귀어진을 선택했구나.’최 실장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병실 문을 향해 뛰어갔다.경호원들이 흠칫 놀라 길을 터주었다.벌컥!병실 문이 예고도 없이 날카롭게 열렸다.무거운 기류가 단숨에 평화를 찢고 들어왔다.병실 안은 따뜻했다.서린의 손을 감싸 쥐고 눈물을 글썽이는 윤정희 여사, 든든하게 곁을 지키고 선 차수혁과 도윤, 그리고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던 공대현 대통령.문가에 선 최 실장의 거친 숨소리에,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던 공대현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무슨 일인가.”공대현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최 실장의 사색이 된 얼굴을 본 수혁의 눈매는 순간적으로 날카롭게 좁혀졌다.강민재가 그렇게 잡혔는데 잠잠할 리가 없지.수혁은 긴장감에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최 실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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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화.

씻고 돌아온 수혁이 서린의 옆에 앉았다.“배 안고파?”“배고파요.”“뭐 먹고 싶어?”“순두부요.”“순두부?”“네. 저번에 일출보러 갔던 날, 대표님이 사 주신 그 순두부요.”수혁의 눈빛이 잠시 부드럽게 흔들렸다.작은 산 아래에 자리한 식당에서 먹었던 그 순두부.[최순자 손순두부]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는 순두부를 수혁이 서린의 그릇에 덜어주며 두부가 몸에 좋다고 했던.“당장 사 오라고 하면 사 올 수도 있는데.”“저 그거 때문에 살았어요. 대표님이 그 순두부를 사 주시면서 해 주셨던 말. 그리고 일출 보러 가서 제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살라고 했잖아요.”“그랬지.”“이번에는 진짜로 죽으려고 했거든요.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 그랬는데...”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혁이 벌떡 일어나 서린을 끌어안았다.“다신 그런 생각 하지 마.”쉰 목소리였다.“나 진짜 미쳐버리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내가 얼마나 후회했는지 알아?너 놔두고 그렇게 출장 간 머저리가 나였다고.심장이 조이고 피가 마른다는 게 어떤 건지 제대로 알았으니까.수혁의 품 안에서 서린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그랬는데... 그래서... 그렇게 살고 싶어졌어요.”서린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이제 그렇게 살려고요.”수혁이 안고 있던 팔을 천천히 풀었다.그리고 두 손으로 서린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감싸 들어 올렸다.“그래.”수혁의 눈빛이 깊게 흔들렸다.“꼭 그렇게 살게 해 줄게. 나만 믿어.”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서린은 웃었다.환하게.그 미소를 바라보던 수혁의 얼굴이 천천히 서린에게 가까워졌다.서린도 피하지 않았다.서로의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워진 순간—똑, 똑.병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서린이 놀라서 눈을 떴다.수혁이 입술을 떼며 혀를 찼다.쯧-"들어오세요."도윤이 문을 빼꼼히 열었다.“매형, 아니 대표님. 아니 이제 매형이지. 매형, 유정이 누나가 온대요.”수혁이 고개를 푹 숙인 서린을 살포시 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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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화.

“대표님, 하지만 지금 상황은…….”“더 이상 널 그놈들의 먹잇감으로 내줄 순 없어. 절대 안 돼.”수혁은 서린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했다.“네가 카메라 앞에 선다고 생각해 봐. 기자들이 네가 겪은 진실에 관심이나 있을 것 같아? 어떻게 살아 돌아왔냐, 왜 속였냐, 아버지가 시켰냐…… 넌 그 폭력적인 플래시 세례와 질문들을 맨몸으로 다 받아내야 한다고.”“제가 감당해야 할 일입니다. 제 이름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까요.”“내가 감당 못 해.”수혁이 이를 악물었다.그의 눈빛에 일렁이는 고통스러운 빛에 서린은 말문이 막혔다.“네가 상처받고 세상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난도질당하는 꼴, 내가 못 본다고.”서린을 보는 수혁의 눈이 흔들렸다.“넌 이제 겨우 살아 돌아왔어. 하루도 안 됐다고.”수혁의 시선이 서린의 붕대 감긴 손목으로 떨어졌다.“그런데 눈 뜨자마자 또 혼자 앞에 나가서 다 맞겠다고?”“대표님…….”“이번에는 그러지 마. 네가 막아야 할 일도 아니고, 네가 책임져야 할 일도 아니야.”수혁은 잡고 있던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적어도 이번만큼은 우리한테도 널 지킬 기회를 줘.”수혁은 한숨을 깊게 내쉬며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눌렀다.“지금 당장 네가 나가서 진실을 말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쉽게 믿지 않아.”“하지만 전 증거가…….”“사람들은 팩트보다 자극적인 소재를 좋아하고, 자신이 듣고 싶은 대로만 믿으려고 하잖아.”서린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수혁이 서린의 입술을 엄지로 쓸며 말을 이었다.“지금 대중들은 저놈들이 짜놓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네가 하는 모든 말을 ‘권력자 딸의 구차한 변명’으로 소비할 뿐이야.”수혁의 말에 유정이가 거들었다.“그래 지안아. 지금 네가 나가면 저놈들만 좋아해. 여론 싸움 질질 끌면서 빠져나갈 구실만 만들어 주는 거라고.”그렇다.강민재 측은 이미 완벽한 피해자 코스프레를 준비해 두었을 것이다.“그럼…… 이대로 저 가짜 뉴스들이 사실이 되도록 가만히 보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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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화.

청와대 외곽 검문소부터 관저 입구까지, 차량은 몇 차례나 신원 확인을 거쳐야 했다.삼엄한 경호 속에서도 수혁은 흔들림 없는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았다.어제 병실에서 약속한 대로 수혁이 대통령 공대현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관저 내실 문이 열리자,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공대현이 수혁을 향해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왔나.”“예, 대통령님.”짧은 인사였지만, 두 사람의 시선에는 이미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공대현은 수혁의 핏기 없는 얼굴과 피로가 내려앉은 눈가를 잠시 바라보다가 낮게 물었다.“지안이는 좀 어떤가.”수혁은 잠시 숨을 골랐다.“… 지금은 많이 안정되었습니다.”공대현은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 아이는 원래 겉으론 멀쩡한 척을 잘하는 아이야. 속이 무너져도 내색을 안 하지.”잠시 침묵이 흘렀다.“차 대표.”공대현의 시선이 수혁에게 향했다.“우리 딸… 잘 부탁하네.”그 한마디에는 대통령이 아닌, 딸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무거운 진심이 담겨 있었다.수혁은 고개를 숙였다.“그래, 이제 날 만나려고 했던 이유를 말해 보게.”수혁은 탁자 위에 준비해 온 서류 봉투를 내려놓았다.“이것입니다.”공대현이 서류를 꺼냈다.서류를 읽어 내려가는 공대현의 얼굴은 생각이 읽히지 않았다.겉으로는 무덤덤하고 차분해 보였다.“그러니까, 지안이도 이렇게 하는 것에 동의를 했다는 것인가.”“예, 동의만이 아니었습니다. 이 기획안에는 서린 씨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습니다.”“그렇구만.”공대현은 다시 기획안으로 시선을 내렸다.“나는 그 아이가 또 세상 앞에 서는 게 두렵네.”수혁은 아무 말 없이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겨우 살아 돌아온 아이야. 그런데 또 그날의 일을 끄집어내고, 제 상처를 온 세상에 보여줘야 한다니…… 아비로서는 말리고 싶어.”“저도 같은 마음입니다.”수혁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말려 봤지만, 자신의 손으로 끝내고 싶어 합니다.”공대현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하지만 서린 씨가 싸우겠다면 싸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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