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그날, 나는 죽지 않았다.: Kapitel 181 – Kapitel 190

197 Kapitel

180화.

그 시각, 북악산 자락에 있는 평창동 깊숙한 곳에 자리한 고풍스러운 한옥 저택.수십 년 동안 권력자들이 은밀히 드나들었던 그 집은, 밤이 깊어질수록 더 음산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공서린이 누구 딸인지 아십니까.’강민재가 던진 그 한 문장은, 막 조여들던 모든 판을 단숨에 뒤집어 버렸다.그는 즉시, 대법원과 대검의 핵심 라인에 연락을 돌렸다.“5년 전 사건입니다. 증거 불충분으로 막으세요. 청와대 하명 수사,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밀어붙이란 말입니다. 강민재가 무너지면 다음은 당신들 차례야.”수십 년간 정재계를 장악해 온 그의 검은 인맥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강민재 하나를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그놈이 입을 열면 그동안 어둠 속에 묻어두었던 이름들이 줄줄이 딸려 나올 터였다.국회의원 몇 명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법조계와 재계, 언론까지.수십 년 동안 서로의 약점을 쥔 채 만들어온 거대한 사슬이었다.그 사슬의 끝에는 자신이 있었다.강민재는 그중 가장 약한 고리였고, 지금 검찰은 바로 그 고리를 잡아당기고 있었다.끊어내든지, 다시 단단히 묶어놓든지.선택지는 둘뿐이었다.그는 천천히 찻잔을 들어 올렸다.“공대현이 제 딸을 지키겠다고 칼을 뽑았으면, 그 칼이 누구 목을 겨누고 있는지도 알아야지.”찻잔이 탁자 위에 소리 없이 내려앉았다.동시에 야당인 국민당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강민재 의원 수사는 공대현 대통령이 가족 비리를 덮기 위해 벌인 정치 보복입니다! 살아 있는 친딸을 죽은 사람으로 위장하고, 신분 세탁까지 시켰습니다!”국민당은 사건의 본질인 기술 유출과 살인 미수를 지워버린 채, ‘대통령의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자극적인 프레임으로 여론을 몰아갔다.언론은 연일 청와대를 공격했고, 야당은 특검과 탄핵을 거론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결국, 사법부 역시 거센 압박을 버티지 못했다.강민재 측이 청구한 구속적부심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다.그리고 이튿날 새벽.법원은 강민재의 석방을 결정했다.“도주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3
Mehr lesen

181화.

다음 날, 오후 2시 정각.한도전자 대표이사실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하나의 모니터로 집중되었다.“렌더링 끝났습니다.”감독이 엔터키를 치며 말했다.수혁이 민우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민우가 곧바로 핸드폰을 들었다.“도윤아, 유정 씨. 지금이야. 시작해.”수혁의 인맥을 동원한 대형 커뮤니티 관리자들.유정의 문화예술계 인플루언서 인맥.도윤이 조직한 대학가 네트워크가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유튜브.대학가 커뮤니티.그리고 SNS.언론사는 의도적으로 제외시켰다.이미 저들의 의도대로 보도하는 그들을 통할 필요가 없었다.영상 업로드 자체가 저들을 향한 선전포고와 같았으므로.오후 2시를 기점으로, 하나의 영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업로드되었다.영상의 제목은 단 한 줄이었다.[그날, 나는 죽지 않았다]화면이 천천히 밝아졌다.늦은 밤의 오피스텔.노트북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녀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여자는 무언가 불안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고,남자는 그런 그녀를 다정하게 감싸 안으며 웃고 있었다.하지만 장면은 오래가지 않았다.다음 화면.여자가 울먹인 얼굴로 오피스텔 밖으로 뛰쳐나왔다.“오빠, 이건 아니잖아!”남자가 다급하게 뒤를 따라 나갔다.짧은 화면들이 빠르게 이어졌다.차 안에서 심하게 말다툼하는 두 사람.무언가를 요구하듯 몰아붙이는 남자.점점 지쳐가는 여자.그리고—— [마지막 곡입니다.]차 안에 라디오 안내 음성이 흘러나오고.이어,빗길 속 블랙박스 영상이 재생되었다.— 어? 오빠, 차가 이상해! 브레이크가……!다급한 비명.동시에 계기판 위로 붉은 경고문이 떠올랐다.[시스템 제어 권한 상실][외부 침입 감지]차량이 통제를 잃은 채 회전했다.콰아앙—!차가 가드레일을 뚫고 빗속 도로를 벗어났다.곧이어 검은 바다 아래로 처박혔다.암전.그리고 이어진 낮고 차분한 여자의 목소리.— [저는 5년 전, 교통사고 실족사로 사망 처리된 공지안입니다.]― [왜 그래야 했을까요.]화면이 다시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4
Mehr lesen

182화.

공대현은 그 영상을 눈도 한 번 깜빡거리지 않고 쳐다 봤다.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팔걸이를 붙잡았다.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내 딸이...저 기억을 가지고, 저런 공포와 싸워오고 있었단 말인가.강민재를 만나는 것도, 자기 이름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도 극도로 꺼리는 딸아이를 안쓰럽게 여기기는 했다.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곧 털고 일어나리라 생각했다.그런데, 내가 안일하게 생각하고 관심을 두지 않을 동안,내 딸은 지독한 기억과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그리고 마침내, 세상에 똑똑히 전했다.그날, 나는 죽지 않았다고.수혁이 영상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서린에게 가까이 다가갔다.서린이 어깨를 감싸는 손길에 고개를 돌렸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수혁이 서린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 이마에 살짝 입맞춤을 했다.“사랑해.”다정한 수혁의 목소리에 서린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저도... 사랑해요.”그런 두 사람을 보던 민우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지금 대한민국을 벌집 쑤시듯 쑤셔놓고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었다.말없이 지켜보던 감독조차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다른 직원들과 스텝들도 한결같은 마음이었다.세상이 모르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바로 코앞에서 봤다.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한 사람은 죽다가 살아나 지독한 트라우마를 이겨냈고, 또 한 사람은 그녀의 곁을 든든한 버팀목으로 지켜낸 거니까.업로드된 영상의 조회수가 300만을 돌파하고 500만이 가까워질 때였다.수혁의 핸드폰이 거칠게 울었다.[발신자 : 강민재]이게 미쳤나, 어디다 전화를 하는거야.서린이 수혁이 보여주는 화면을 보고 눈이 동그랗게 떴다.“받게요?”“그럼, 받아야지. 이렇게 친히 전화까지 주셨는데.”수혁은 핸드폰 화면을 슬쩍 밀었다.“이야― 이게 누구신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하신 장본인 아니신가.”수혁의 큰 목소리에,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 모두 흥미로운 눈으로 수혁을 바라보았다.― 크크큭, 야 이 새끼야. 니가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4
Mehr lesen

183화.

3분짜리 동영상의 여파는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한도그룹 회장실에까지 휩쓸었다.“이... 이 미친 새끼가, 지 혼자 죽지 왜 나까지 끌고 들어가!”차윤호가 이 동영상을 보게 된 건, 로비를 지날 때였다.어제까지만 해도 로비는 퇴근하는 직원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했는데, 지금은 대부분의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무언가를 보면서 떠들기 바빴다.“장 비서, 저 직원들이 왜 저렇게 몰려 있는 거야?”“제가 알아보겠습니다.”곧이어 장 비서가 핸드폰으로 지금 송출되는 화면과 같은 영상을 차윤호에게 보여주었다.차윤호는 영상이 시작되자마자, 눈을 떼지 못했다.핸드폰을 쥐고 있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황급히 그 자리를 떠나 회장실로 올라와 다시 한번 그 영상을 처음부터 재생시켰다.그리고—이 영상 하나가 자신을 어디까지 끌고 내려갈지 깨달은 순간, 차윤호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장 비서. 장 비서-!”차윤호가 큰 소리로 장 비서를 불렀다.벌컥-문이 열리고 장 비서가 들어왔다.“지금 당장, 베트남 법인과 관련된 모든 서류를 폐기해라. 단 한 장의 서류도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통장... 통장은 어떻게 하지?”“통장은 모두 대포 통장이라서 추적하지 못할 겁니다.”“그래, 그렇지.”차윤호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딛고 있는 바닥에서부터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강민재가 잡히면 자신까지 위험해질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 빨리 자신의 이름이 세상에 드러날 줄은 몰랐다.더구나 영상에 나온 자료는 자신도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가짜라고 우길 수는 있어도, 검찰이 원본을 확보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차윤호의 목덜미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한편, 수혁의 사무실은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했다.분명히 기뻐할 일이었다.환호하고 소리쳐야 했다.그런데...그 기쁨이, 한 사람의 인생이 난도질당한 현장을 목격한 것처럼 숨을 죽였다.영상 조회수가 1000만에 가까웠다.처음 300만이 되고 500만이 될 때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5
Mehr lesen

184화.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는 자리가 되는 건가.생각해보니 묘한 기분이었다.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여자의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것이었다.긴장이 안 될 수가 없었다.저번의 대통령과의 만남은, 서린을 지키기 위해 손을 잡은 전쟁 같은 자리였다.이제 남은 건, 검찰과 정치가 협력해서 움직일 차례였다.이 또한, 판은 다 만들어졌으니 크게 염려할 일은 없었다.그때, 욕실 문이 열렸다.“다 씻었어요.”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가볍게 털며 걸어 나오는 그녀의 모습에, 수혁의 시선이 그대로 멈췄다.가벼운 슬립을 입은 서린의 목선과 쇄골이 젖은 머리카락 아래로 아슬아슬하게 드러나 있었다.방금 샤워를 마치고 나온 탓에 상기된 뺨과 익숙한 바디워시 향기가 훅 끼쳐왔다.수혁의 목울대가 크게 한 번 출렁였다.“머리도 덜 말리고.”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린에게 다가갔다.그녀의 손에서 수건을 넘겨받아 젖은 머리칼을 부드럽게 닦아주기 시작했다.조심스럽고 다정한 손길에 서린은 눈을 반쯤 감은 채 그의 손길을 느꼈다.“아까, 누구 전화였어요?”“아버님.”“...이 밤에요?”“내일 관저로 같이 들어오라고 하시네. 밥 먹자고.”“무슨 일 있는거 아니죠?”“일이야 무슨, 좋은 일만 있지.”“몇 시에 가기로 했어요?”“12시까지. 점심시간을 비워두신대.”수혁이 드라이기를 켜고 수건으로 미처 말리지 못한 머리카락을 말렸다.“이제 다 말렸다.”수혁이 드라이기를 끄고 천천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젖은 머리카락 아래 드러난 얼굴.울고, 도망치고, 두려워 하면서도 끝내 무너지지 않았던 여자.수혁은 서린을 일으켜 돌려 세우고 두 뺨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내일은 정식으로 인사를 드려야겠다.”수혁이 서린의 이마에 살짝 입맞춤을 했다.“이렇게 소중한 따님, 이제 나한테 달라고.”서린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정말 그렇게 말씀하시려고요?”“왜? 싫어?”“아니요. 그냥…… 이상해서요.”“뭐가?”서린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이런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5
Mehr lesen

185화.

아침 햇살이 하얀 이불 위로 눈부시게 쏟아져 내렸다. 수혁은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났지만, 자신의 팔을 베고 곤이 잠든 여자의 얼굴만 계속 보고 있었다.손을 뻗어 서린의 이마 위로 흩어진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넘겨주었다. 손 끝에 닿는 부드러운 살결에 어젯밤의 뜨거웠던 기억이 났다. 얼굴 가득 미소가 지어졌다.하지만 곧, 서린이 도로 한 복판에서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던 모습이 떠올랐다.쯧―왜 위험하게 도로에서 그러고 있었어. 내가 조금만 늦게 브레이크를 밟았으면 어쩌려고.수혁은 그 때의 긴박했던 순간이 떠오를 때마다 미칠 것만 같았다. 잡히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듯 도로 한복판에 뛰어들었던 여자. 그 절박함이 아직도 수혁의 심장 깊숙이 박혀 있었다.수혁은 다시 팔을 뻗어 서린의 몸을 당겨 안았다.“으음...”서린이 작게 뒤척이며 천천히 눈을 떴다.눈 앞에는 맨살의 가슴팍만 보였다. 고개를 젖혀 수혁의 얼굴을 보았다.초점이 맞춰지자 수혁과 시선이 얽혔다.“... 일어났어요?”잠긴 목소리로 묻는 지안의 입술에, 수혁이 가볍게 입을 맞췄다.“응. 일어났지.”“근데 왜 이러고 있어요? 얼른 씻어야 하지 않아요?”“네 얼굴 보느라고.”“피― 그게 뭐에요. 지금 얼굴 별로 안이뻐요.”서린이가 얼굴을 붉히며 수혁의 품에 더 깊이 안겨들었다.“왜― 보여줘. 더 봐야 돼. 내가 이 얼굴을 못봐서 미치는 줄 알았거든.”“대표님...”서린이 얼굴을 들어서 수혁과 눈을 마주쳤다.“너 그렇게 되고, 찾아 헤매는데...”문득문득 그때 일이 떠오르고는 한다.“네 얼굴이 기억이 안났어.”잠들면 네가 나타나 울었어. 그런데 꿈에서 깨어나면 네가 없는 거야.“아주 그냥 돌아버리겠더라고.”캄캄한 날들이 이어졌던 아득한 시간들이.“...아.”“그래서 더 자주보고 더 많이 봐야돼. 언제든 꺼내볼 수 있게.”수혁의 다정한 투정에 서린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수혁은 서린의 허리를 끌어당겨 자신의 품에 더 깊숙이 안았다.장난스러운 말투였지만, 그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6
Mehr lesen

186화.

서재에 있던 서린이 그 소리에 밖으로 나왔다.“잘 쉬었어?”“네. 지금 가야 하는거죠? 겉옷만 걸치고 나올게요.”“천천히 해. 아직 시간 여유있어.”서린이 코트를 입고 나오자, 수혁이 손을 잡았다.“가자.”잠시 후, 두 사람은 관저에 도착하고 비서관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섰다.“어서 와요, 차 대표!”윤정희 여사가 가장 먼저 환한 얼굴로 수혁을 맞이했다.공대현 대통령도 특유의 묵직하면서도 온화한 미소로 두 사람을 반겼다.“매형, 여기서 보니 더 반갑네요.”도윤은 한껏 들뜬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원탁에 차려진 식사는 화려한 연회식이 아니라, 정갈하고 따뜻한 가정식이었다.다섯 사람이 둘러 앉자, 윤 여사가 젓가락을 들어 수혁의 밥그릇 위에 큼지막한 갈비찜 한 조각을 올려주었다.“많이 들어요, 차 대표. 내가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잘 먹겠습니다.”“엄마, 나도 그 갈비찜 맛있어요.”“이 녀석이. 넌 손이 없어?”“손은 매형도 있는데요?”“뭐―?”하하하.식탁에서는 가벼운 농담과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서린은 말없이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엄마와 아버지, 도윤이.그리고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수혁.한때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고 생각했던 자리였다.죽은 사람이 되어 멀리서 그리워하기만 했던 가족과, 이제는 한 식탁에 앉아 웃고 있었다.서린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그대로 두었다.“차 대표 나 좀 보지.”식사를 마친 뒤, 공대현 대통령이 수혁을 따로 불렀다.두 사람은 서재에서 마주 앉았다.잠시 차를 한 모금 마신 공대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이제 여론은 완전히 뒤집혔으니, 남은 건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일뿐이겠지.”“예. 다만 강민재보다 그 뒤에 있는 그가 누구인지는 짐작하고 있습니다. 아직 증거가 없을 뿐입니다.”공대현이 고개를 끄덕였다.“아네. 곧 꼬리가 잡힐 거야.”잠시 말을 멈춘 공대현이 낮게 덧붙였다.“그리고 그 양반은 분명 그 꼬리를 자르려고 하겠지.”공대현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6
Mehr lesen

187화.

다음 날 아침.공대현은 책상 위에 놓인 대국민 담화문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몇 번이나 수정된 원고였다.대통령으로서는 비난받을지 몰라도, 아버지로서는 다시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제 딸 공지안은 살아 있습니다.]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같은 시각, 한도전자.며칠 만에 출근한 서린은 밀려 있던 결재 서류를 처리하고 각 부서의 보고를 받았다.수혁 역시 오전부터 쉴 틈 없이 일정을 소화했다.평범한 하루가 다시 시작된 듯했지만, 두 사람 모두 시계를 자주 확인했다.오늘 오후, 공지안이라는 이름이 세상으로 돌아온다.점심을 먹자마자 수혁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지.”“퇴근하시게요?”“응. 이런 날 퇴근 시간까지 버티고 있으면 내가 미친놈이지.”서린이 작게 웃었다.두 사람은 평소보다 일찍 회사를 나섰다.관저에서도 윤 여사와 도윤이 담화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윤 여사는 몇 번이나 TV를 켰다가 다시 시계를 확인했다.“엄마, 아직 한참 남았어요.”“알아. 그냥 마음이 그래서 그래.”도윤도 웃고 있었지만 자꾸만 휴대전화를 들여다봤다.죽었다고 믿었던 딸.죽었다고 믿었던 누나.오늘, 그 이름이 온 국민 앞에서 다시 살아 돌아온다.가족에게는 그 어떤 정치적인 의미보다 그것이 중요했다.오후 3시.수백 개의 플래시가 터지는 가운데, 김기출 검사가 단상 위에 섰다.“검찰은 오늘 오전, 강민재 전 의원을 특경법상 배임, 국가 핵심 기술 유출, 그리고 특수 감금 및 납치 혐의로 구속 기소했습니다.”기자들의 셔터 소리가 빗발쳤다.“검찰은 이미 피의자의 범행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습니다.”김기출 검사의 목소리가 단호하게 울렸다.“또한, 본 사건이 단독 범행이 아니라는 정황 역시 다수 확인된 상태입니다.”순간 기자석이 술렁였다.“배후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검찰은 현재 관련자 전원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김기출 검사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이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7
Mehr lesen

188화.

두 사람이 동시에 TV 화면을 보았다.[긴급 생중계][공대현 대통령, 오후 6시 대국민 특별 담화 발표]수혁의 표정이 조금 진지해졌다.“시작하려나 보네.”서린도 몸을 바로 세웠다.심장이 조금 빨라졌다.어쩌면 오늘.그 이름을 다시 되찾게 될지도 모른다.예정에 없던 대통령의 긴급 대국민 담화가 발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한민국의 모든 시선이 청와대로 향했다.생중계 화면이 켜지고, 단상 위에 선 공대현 대통령의 모습이 나타났다.평소와 다르지 않은 정장이었다.하지만 그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잠시 침묵이 흘렀다.공대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존경하는 국민 여러분.”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오늘 저는 대통령이 아닌,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그 한마디에 전국이 조용해졌다.공대현은 잠시 숨을 골랐다.“5년 전, 국민 여러분께서는 한 소녀의 안타까운 죽음을 함께 애도해 주셨습니다.”화면 속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그리고 저와 제 아내는 그 아이를 가슴에 묻고 살아왔습니다.”잠시 말을 멈춘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 아이는 지난 5년 동안 다른 이름으로 살아야 했습니다.”공대현은 흔들림 없이 말을 이었다.“죽음의 위협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고, 자신의 이름조차 사용할 수 없는 삶을 견뎌야 했습니다. 차가운 바닷물 속에 버려졌던 그 아이는, 최근에는 다시 납치까지 당해야 했습니다.”그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졌다.“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간 그들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던 아이에게, 이제는 자기 이름을 돌려주려고 합니다.”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더 이상 그 아이가 숨어 살게 두지 않을 것입니다.”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누군가의 욕심과 범죄로 인해 인생을 빼앗긴, 피해자인 저의 딸.공지안의 이름과 삶을 되찾기 위한 모든 법적 절차를 시작하려고 합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국민 여러분. 이로 인하여 평범한 일상에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대단히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7
Mehr lesen

189화.

검찰의 브리핑으로 들끓었던 여론은, 공대현 대통령의 담화문으로 온 국민의 분노가 불타올랐다.이제는, 한 아버지에 대한 동정론과 공지안에 대한 지지선언까지 들고 거리를 메웠다.그리고, 그렇게 분노한 민심은 자연스럽게 강민재의 공범이자 한도전자 회장인 차윤호를 향했다.강민재의 장부와 베트남 법인 자료, 차윤호의 개인 계좌 내역까지 확보한 검찰은 수사를 전격적으로 확대했다.며칠 후, 성난 여론을 등에 업은 검찰 수사관들이 파란 상자를 들고 한도그룹 회장실을 들이닥쳤다.“차윤호 씨.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국가 기술 유출 방조 혐의로 체포합니다.”체포 영장과 함께 차윤호의 양손에 차가운 수갑이 채워졌다.한때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을 호령했던 늙은 총수는, 수많은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 속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검찰 호송차에 올랐다.차윤호의 구속 소식이 전해지자 한도그룹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계열사 주가는 출렁였고, 임원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그리고 그날 저녁.한도그룹 이사회는 차윤호를 그룹 내 모든 직위에서 해임했다.차윤호가 수십 년 동안 쌓아 올렸던 썩은 권력은, 그렇게 무너졌다.그 모습을 TV화면으로 보던 수혁은 들고 있던 캔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수혁씨는 어때요? 지금 기분.”“뭐... 예상했던 일이었으니까. 단지 조금 늦어졌다는 것뿐?”“생각보다 차 회장님 일은 빨리 마무리가 될 것 같아요. 그동안 아무도 견제할 만한 사람이 없어서인지 자금 상황도 허술하게 관리했더라고요.”“그건 네가 매의 눈으로 잘 찾아서 그렇지. 나 같은 사람은 백번을 봐도 몰라.”“그거 칭찬이죠?”“칭찬 아니면?”“그나마 그정도로라도 도움이 된거 같아서 수혁씨 볼 면목이 있네요.”수줍게 고개를 숙이는 서린의 얼굴을 수혁이 두 손으로 감싸며 들어 올렸다.서린의 입술에 쪽- 입맞춤을 했다.“그정도라니, 그게 나에게는 시작이었고, 과정이었고, 결정적으로 나를 이 자리에 올려준 일등공신인데.”그 순간,뭔가 생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8
Mehr lesen
ZURÜCK
1
...
151617181920
CODE SCANNEN, UM IN DER APP ZU LESE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