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110

191 فصول

101. 아기고양이들의 외로운 반란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거실 양쪽 끝 소파에 멀찍이 떨어져 앉아,자기 무릎 위에 올라온 고양이만 말없이 쓰다듬을 뿐이었다."야옹... 기네스, 인간 집사들의 진동이 너무 슬퍼. 예전의 그 달콤하고 핑크빛 돌던 진동이 하나도 안 느껴져."블랑이 내 품에 턱을 괸 채 오드아이 눈동자를 깜빡이며 슬프게 야옹거렸다.도도하던 여왕님마저 인간 집사들의 서먹함에 주눅이 든 모양이었다.나는 묘생 5회차 베테랑의 아빠답게,지금 이 차가운 공기를 깨뜨릴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리 꼬물이들뿐이라는 것을 직감했다.나는 꼬리로 바닥을 탁탁 치며, 젖을 먹고 배가 빵빵해진 다섯 꼬물이들에게비밀 신호를 넌지시 보냈다.내 신호가 떨어지기가 무섭게,첫째 루이와 둘째 네쥬가 캘런의 양말을 물어당기며 재롱을 부리기 시작했다.셋째 피카소와 넷째 샤갈은 아델의 치맛자락을 타고 올라가 골골송을 크게 울렸다.그리고 막내 누아르는 거실 한복판에서 캘런과 아델의 시선이 동시에 닿는 곳으로 가,발라당 누워 핑크빛 배를 보여주며 '꾹꾹이' 세리머니를 펼쳤다."어머... 누아르, 너 거기서 뭐 하니?"아델이 누아르의 귀여운 모습에 참지 못하고 풋-, 하고작은 웃음을 터트리며 소파에서 내려와 다가갔다.같은 시각, 캘런 역시 자기 다리에 매달린 루이를 떼어내려다아델의 웃음소리에 저절로 고개를 돌렸다.두 인간 집사들의 시선이 누아르를 매개체로 거실 한복판에서 어색하게 얽혔다.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서로를 향한 그리움과 미안함이 교차하는 듯했다.하지만 이내 캘런은 큼큼-, 하고 목을 가다듬으며 다시 고개를 돌려버렸고,아델 역시 서둘러 누아르만 안아 들고 제 자리로 돌아갔다.아기 고양이들의 눈물겨운 화해 작전은,인간 집사들의 호칭이 만든 공고한 벽 앞에서아쉽게도 절반의 성공만을 거둔 채 막을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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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킹스턴 과장의 비열한 미소와 캘런의 자책

"포스터 선생, 요즘 얼굴이 아주 어둡군? 그렇게 당당하게 가장 노릇을 하겠다더니, 양가 가문에서 반대가 심한 모양이지? 역시 의사는 의사끼리 만나야 하는 법일세. 주제에 맞지 않는 파리지앵 지휘자라니,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조합이었어."목요일 오전,병원 중환자실 복도에서 킹스턴 과장이 캘런의 옆으로 다가와 비아냥거렸다.지난주 포스터 가문과 뒤퐁 가문의 어른들이병원과 악단에 나타나 소동을 피웠다는 소식을 접하고 신이 난 모양이었다.그는 캘런의 굳어진 얼굴을 보며 혀를 쯧쯧 차고는, 더욱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캘런은 차트 판을 잡은 손가락마저 하얗게 질릴 정도로 꽉 잡아쥐었다.평소라면 묵직한 어조로 과장의 독설을 맞받아쳤겠지만,지금은 그럴 기운조차 없었다.아델과의 관계가 어색해진 것도 모자라,자신의 가문 사람들이 그녀에게 무례하게 굴었다는 사실이캘런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과장님, 저의 사생활에 대한 과도한 관심은 사양하겠습니다. 환자 회진에만 집중해 주시길 부탁드겠습니다."캘런이 낮고 서늘한 목소리로 대답했지만, 목소리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사생활? 자네가 병원장 승인까지 받아 가며 유난을 떨던 그 과의 무대가 겨우 가문 싸움 때문에 흔들리는 건 아니겠지? 그 화려한 지휘자 아가씨도 장사꾼 가문의 의사랑 엮이는 게 자존심 상했을 거야. 힘을 내게나, 포스터 선생. 자네도 참 안됐군."킹스턴 과장이 비열하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캘런은 복도 벽에 기대어 서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과장의 독설보다 더 아픈 것은,아델의 입에서 나온 이라는 차가운 호칭이었다.그녀를 지켜주고 싶었지만, 자기 가문의 오지랖이 오히려 그녀를 다치게 하고가깝던 거리를 멀어지게 만들었다는 자책감이그 거대한 의사의 어깨를 사정없이 짓누르고 있었다.캘런은 중환자실의 차가운 유리에 비친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바라보며,아델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자기의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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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담벼락 위의 우울한 흑백 앙상블

"이봐, 기네스. 너희 집 인간 집사랑 옆집 인간 집사, 무슨 일 있는 거냐옹? 요즘 밤마다 마당에서 담배만 피우거나 한숨만 쉬어대서 내 고귀한 감수성에 아주 악영향을 미치고 있단 말이다. 내 털의 윤기가 다 사라지는 기분이야."옆집 페르시안 고양이 아서가 다시 담벼락 위로 고개를 내밀며유난스럽게 털을 고르는 시늉을 했다.녀석의 푸른 눈에는 피곤함과 짜증이 가득했다.나는 담벼락 그늘 아래서 다섯 꼬물이들이마당의 쥐구멍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감시하다 말고,아서를 향해 날카롭게 하악질을 날렸다."시끄럽다, 아서. 지금 우리 집 인간 집사들이 인생에서 아주 중대한 서먹서먹 구간을 지나고 있으니까 신경 끄고 네 털이나 핥아라. 한 번만 더 캘런이랑 아델 험담을 하면, 이 담벼락 밑으로 밀어버릴 테니까."내 서슬 퍼런 경고에 아서는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블랑 역시 기분이 좋지 않은지 아서를 노려보며 꼬리를 바닥에 탁탁 쳤다.평소라면 캘런이 만들어준 맛있는 영양식을 먹고 기분이 좋아야 할 시간이었지만,인간들의 어색한 기류가 고양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저택 전체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아기 고양이 루이와 네쥬는 담벼락 밑에서 멍하니 앉아 있는캘런과 아델의 구두를 보며 시무룩하게 야옹거렸다.캘런과 아델이 다시 환하게 웃으며서로의 이름을 부르던 그 눈부신 순간으로 돌아가기를,피츠로이의 일곱 고양이 모두가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주변 사람들의 김칫국과 가문의 압박이 만든 호칭의 벽은,우리 고양이들이 넘기에는 너무나도 높고 공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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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덧갈린 시선과 호칭의 갈등

금요일 저녁, 멜버른 교향악단의 리허설이 끝난 대기실.아델은 거울 앞에 앉아 지휘봉을 케이스에 넣지 못한 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그녀의 어머니인 헬레나 여사는여전히 프랑스에서 보낸 가문 전담 매니저를 통해아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캘런과의 만남을 철저히 체크하고 있었다."아델, 뒤퐁 가문의 명예에 걸맞은 남자를 만나야 한다. 그 의사 청년이 아무리 유능하고 돈이 많아도.......... 호주 거상의 장사꾼 가문 사람들과 엮이는 건 가문의 품위에 맞지 않아. 파리로 돌아와서 백작 가문의 영식과 선을 보는 게 어떠니?"어머니의 차가운 음성이 귓가에 맴돌 때마다 아델은 가슴이 답답해 터질 것 같았다.캘런을 이웃으로서, 그리고 다정한 집사이자 든든한 육아(?) 동지로서 정말 좋아했고,플린더스 역에서 그가 입을 맞추던 순간에는분명 가슴이 터질 듯한 설렘을 느꼈다.이라고 그의 이름을 부를 때의 그 떨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하지만 결혼과 가문이라는 현실적인 압박이 들어오자, 아델은 겁이 났다.자신이 감히 캘런이라는 대단한 남자의 인생에 짐이 되는 것은 아닌가,혹은 자기 가문의 명예욕 때문에 그가 다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아델은 스마트폰을 켜 메신저 창을 열었다.이라고 저장되어 있던 이름을 다시으로 바꿀까 말까 고민하며 손가락을 떨었다.이라는 이름이 주는 친밀함과 설렘을 놓치고 싶지 않았지만,양가 가문의 오지랖이 만든 현실의 벽은 너무나도 무거웠다.두 사람의 애정전선은 주변인들의 극성스러운 관여로 인해,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돌며 깊고 슬픈 전주곡만을 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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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피츠로이의 시린 가을밤, 어색한 하모니

양가 가문의 설레발과 극성스러운 참견으로 시작된 이번 소동은,굳건했던 캘런과 아델의 관계에 서먹함이라는 거대한 빙하를 몰고 왔다.서로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며 가족이 되어가던 두 사람은,다시 '포스터 씨'와 '뒤퐁 씨'라는 차가운 성벽 뒤로 숨어버린 채깊은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그날 밤,피츠로이 저택 마당에는 쓸쓸한 가을바람이 불어와낙엽들을 사방으로 흩뿌렸다.캘런은 자기 집 발코니에 서서 차가운 밤공기를 마시며아델의 집 창문을 멍하니 바라보았고,아델 역시 불이 꺼진 거실 창가에 기대어캘런의 방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을 쓸쓸하게 바라 보았다.엎어지면 코가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지만,마음의 거리는 멜버른에서 파리까지의 거리만큼이나 멀어져 있었다.거실의 원목 상자 안에서는 나와 블랑이 다섯 꼬물이들을 소중하게 품에 안은 채,가늘고 슬픈 골골송을 들려주고 있었다."기네스... 인간 집사들이 다시 멀어졌어. 우리 아기들이 이렇게 예쁘게 자라고 있는데, 왜 집사들은 슬퍼하는 거야?"블랑이 내 품에 얼굴을 묻으며 속삭였다.나는 블랑의 하얀 등을 그루밍해 주며, 속으로 나직하게 다짐했다.조금만 참아라, 인간 집사들아.주변의 시끄러운 소음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서로가 서로에게 목숨을 바칠 만큼소중한 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줄거대한 사건이 머지않아 너희를 찾아올 테니까.피츠로이의 시린 가을밤 하늘 아래,멀어진 두 남녀의 서툰 앙상블은 잔인한 계절을 통과하며더 거대한 클라이맥스를 향한 숨 고르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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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멜버른을 덮친 백년만의 폭풍우

"오늘 밤 멜버른 전역에 돌풍을 동반한 이례적인 폭우가 예보 되었습니다. 야외 활동을 자제하시고, 시설물 관리에 각별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에도에서 흘러나오는 기상청의 다급한 경고음이피츠로이 저택의 거실을 무겁게 짓눌렀다.창밖은 아직 이른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먹구름이 짙게 깔려 밤처럼 어두워져 있었고,나뭇가지들이 비정상적으로 거칠게 휘청이고 있었다.가문 어른들의 설레발 소동 이후 여전히 서로에게 선을 지키며 어색한 공기를 유지하던 캘런과 아델은,각자의 집에서 창밖의 험악한 하늘을 불안하게 올려다 보았다."야옹.... 기네스, 바람소리가 너무 무서워. 아기들이 자그 내 배 밑으로만 숨으려고 해."블랑이 부르르 떨며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생후 한 달이 지나 제법 활발해졌던루이와 네쥬, 피카소, 샤갈, 누아르까지다섯 마리의 꼬물이들은 본능적으로 다가오는 자연의 위협을 감지했는지,뺙- 삐아거리는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숨을 죽이고 있었다.나는 아빠 고양이로서 녀석들을 온몸으로 감싸 안으며 캘런의 움직임을 주시했다.캘런은 병원으로부터 긴급 비상 대기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폭풍우로 인한 대현 교통사고나 재해 환자들이 응급실로 몰려들 것에 대비헤,정형외과 핵심 인력인 그가 언제든 출동할 수 있도록 대기하라는 지시였다.캘런은 두꺼운 외투를 챙겨 입으면서도,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아델의 집을 힐끔거렸다.프랑스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호주의 거친 기습 폭풍우에 익숙하지 않을 그녀가,그리고 혹시나 혼자서 공포에 떨고 있을 까봐,그녀가 걱정이 되어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은 호칭의 벽은 아직 높았지만,위기 앞에서 서로를 향한 본능적인 걱정은 감출 수 없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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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단전과 고립, 그리고 비명

쿠르르---, 쾅---!대지를 찢어버릴 듯한 거대한 천둥소리와 함께피츠로이 저택 전체의 전등이 퍽-, 소리를 내며 일제히 꺼져버렸다.완벽한 암흑이 저택을 집어삼켰고,창문을 깨부술 것처럼 거센 빗줄기가 사방에서 휘몰아쳤다.멜버른의 노후된 전력망이 폭풍우를 견디지 못하고 마비된 것이 분명했다.보일러마저 멈춰 서자, 거실의 온도가 순식간에 시리도록 차갑게 내려앉기 시작했다."악---!!"그때, 벽 너머 아델의 집에서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무언가 무거운 물체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구 위의 장식품이 돌풍에 흔들리는 창문 충격으로 떨어졌거나,그녀가 어둠 속에서 발을 헛디딘 것이 분명했다.대기 명령 서류를 들고 서 있던 캘런의 눈동자가 그 비명 한 마디에 거칠게 흔들렸다.이니 니 하던 가문 어른들의 경고와 사회적 체면 따위는,아델의 비명 소리가 들린 순간 캘런의 머릿속에서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렸다.캘런은 손전등 하나만을 쥔 채 거실 연결문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문고리를 거칠게 돌려 열고, 어두컴컴한 아델의 집 안으로 거구의 몸을 들이 밀었다.손전등 불빛이 사방을 비추는 가운데,거실 한복판에 깨진 화분 파편들과 흙더미 사이에서주저앉아 발목을 감싸 쥔 채 신음하고 있는 아델의 모습이 드러났다."아델!! 괜찮습니까?!?"캘런이 다급하게 달려와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그의 묵직하고 걱정 섞인 목소리에는 이성이 통제할 수 없는거대한 공포와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아델은 어둠을 뚫고 나타난 캘런의 거대하고 든든한 실루엣을 보는 순간,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주변의 시선 때문에 그토록 밀어내려 했던 남자가,위기의 순간 가장 먼저 자기 울타리를 부수고 들어와 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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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의사의 손길, 환자의 떨림

"오지 마요... 포스터 씨. 옷이 다 젖잖아요. 그리고 저 괜찮으니까 얼른 병원에 대기하러 가세요..."아델이 울먹이며 캘런의 가슴을 약한 손으로 밀어 내었다.하지만 캘런은 그녀의 가녀린 손을 자기의 큰 손으로 가볍게 잡아 내리며,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은 그녀를 조심스럽게 안아 올려 소파 위로 옯겨 놓았다.그의 손길은 거칠고 단단해 보였지만, 아델의 다친 다리 부위를 다를 때만큼은 깃털보다 더 섬세하고 부드러웠다."가만히 있으십시오, 아델. 지금 가문 어른들 눈치나 보며 거리두기 할 때가 아닙니다. 전 정형외과 의사이고, 지금 내 눈앞에 다친 환자가 있는데 어딜 간단 말입니까?"캘런은 손전등을 소파 옆에 고정해 두고, 아델의 부어오르는 오른쪽 발목을 조심스럽게 살폈다.그의 두꺼운 손가락과 손바닥이 아델의 하얀 피부에 닿자,아델은 발목의 통증보다 더 강렬한 전기 같은 떨림이 온몸의 척추를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캘런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병원에서 수많은 중상환자의 뼈를 맞추고 수술을 집도하던 천재 의사였지만,아델의 발목이 살짝 부어오른 것 하나만으로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그만큼 아델이라는 존재가 캘런에게는 그 어떤 환자보다 무겁고 소중하다는 방증이었다.아델은 어둠 속에서 오직 자신만을 향해 초조하게 빛나는 캘런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며,가슴 한 구석이 짓눌리는 듯한 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이 남자가 자신을 향해 쏟아붓고 있는 이 무조건적인 헌신의 정체가 무엇인지,호칭의 벽 뒤에 숨겨두었던 자신의 진심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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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빗속의 사투

"야옹---! 뺘아악---!"두 인간이 거실에서 어색하고도 팽팽한 감정의 기류를 나누고 있던 그때,마당 쪽에서 블랑의 날카롭고 절박한 비명이 들려왔다.단순한 투정이 아니었다.새끼들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엄마 고양이의 처절한 울부짖음이었다.캘런과 아델이 동시에 창밖을 바라보자,손전등 불빛 너머로 끔찍한 광경이 목격되었다.폭풍우의 강한 돌풍으로 인해 마당 담벼락의 일부가 무너지면서,하필이면 아기 고양이들이 자주 놀던 마당 구석의 작은 나무집을 덮쳐버린 것이었다."안 돼...! 루이! 네쥬! 애들이 저기 갇혔나 봐요!"아델이 다친 발목으로 억지로 일어서려다 중심을 잃고 쓰러지려 했다.캘런은 그녀를 다시 소파에 단단히 앉히며 우산을 집어 들었다."아델은 여기 있으십시오. 내가 갔다 오겠습니다. 의사인 제 손으로 직접 아기들을 구해올 테니, 절대 움직이지 마십시오."캘런은 망설임 없이 폭풍우가 몰아치는 마당 한복판으로 거구의 몸을 던졌다.우산은 펼치자마자 강풍에 뒤집혀 꺾여버렸고,장대비가 캘런의 온몸을 사정없이 적셨다.마당 구석에서는 블랑이 무너진 흙더미와 나무 파편 주위를 맴돌며앞발로 흙을 파헤치고 있었고, 나 역시 여러 묘생의 관록을 던져버린 채잔해를 이빨로 물어당기며 필사적으로 울부짖고 있었다.그 밑에서 피카소와 샤갈의 가녀린 신음이 희미하게 들려왔다.가차 없이 쏟아지는 빗물은 잔해 밑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었고,1분 1초가 시급한 절체절명의 수중 사투가 시작되고 있었다."비켜라, 기네스! 블랑! 내가 한다!"캘런이 빗속을 뚫고 달려와 무너진 담벼락 돌덩어리와 젖은 나무 잔해들을맨손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정형외과 의사에게 손은 메스를 쥐는 가장 고귀하고 섬세한 자산이었으며,아주 작은 상처 하나만으로도 수술실에 들어가지 못할 수 있는 치명적인 부분이었다.병원장마저도 보호하라고 신신당부하던 그 천재 의사의 손이,지금 거친 돌벽 파편과 부러진 나무 가시들 사이로 사정없이 처박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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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캘런의 울타리, 핏빛 기적

빡---!날카로운 가시가 캘런의 손등과 손바닥을 깊게 긁고 지나가며,붉은 선혈이 빗물과 섞여 사방으로 씻겨 내려갔다.하지만 캘런은 신음 한 마디 내뱉지 않은 채,오직 아델이 자식처럼 아끼는 아기 고양이들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거대한 돌덩이를 힘으로 들어 올려 옆으로 던져버렸다.그동안 쇠질을 하며 힘을 키운 것을 써 먹을 때였다.그의 넓은 등은 폭풍우를 온몸으로 막아서며,밑에 깔린 고양이들에게 완벽한 '인간 집사 방벽'이 되어주고 있었다.마침내 무너진 공간 틈새로 빗물에 젖어 덜덜 떨고 있던셋째 피카소와 넷째 샤갈의 모습이 드러났다.캘런은 제 두꺼운 외투를 벗어 아기 고양이들을 소중하게 감싸 안았고,연이어 첫째 루이와 둘째 네쥬, 막내 누아르까지 무사히 품에 안아 올렸다.손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와중에도,아기들을 품은 그의 품만큼은 그 어떤 온실보다 따뜻하고 안전했다.나와 블랑은 캘런의 거대한 헌신에 깊은 감동을 느끼며그의 바짓가랑이에 머리를 비볐다.이 인간 집사 놈은 진짜 우리의 이자,아델을 위해 목숨을 걸 수 있는 세상 유일한 남자였다."아델! 아기들 여기 있습니다! 모두 무사합니다!"캘런이 온몸이 진흙과 피, 빗물로 범벅이 된 채 거실로 걸어 들어왔다.그의 품 안에는 캘런의 체온 덕분에 비에 젖은 털이 따뜻하게 마르고 있는다섯 마리의 꼬물이가 안전하게 안겨 있었다.아델은 소파에서 기어 나오다시피 해 캘런의 앞으로 다가왔다.무사히 살아 돌아온 아기 고양이들을 본 순간의 안도감도 잠시,아델의 시선은 캘런의 손에 머물렀다.캘런의 양손은 거친 가시와 돌벽에 긁혀 가죽이 찢어지고붉은 피가 똑똑 떨어져 거실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의사에게 목숨과도 같은 손이 자신과 고양이들을 위해 이토록 처참하게 망가진 것이었다."캘런... 손이... 손이 왜 이래요...! 미쳤어요?! 의사가 손을 이렇게 쓰면 어떡해요...!"아델의 목소리가 거칠게 갈라지며 오열로 변했다.그녀는 캘런이 받아온 아기 고양이들을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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