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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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은밀한 위로

"블랑... 나야, 기네스."내가 부드럽게 골골송을 울리며 다가가자,조금 전까지 인간들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던 블랑의 눈빛이순식간에 촉촉하게 풀렸다.블랑은 내 검은 가슴털에 자신의 하얀 코를 묻으며아주 작고 가녀린 소리로 야옹거렸다."기네스 오빠........ 나 너무 무서워. 배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안에서 자꾸 뭔가가 꿈틀거리며 날 밀어내. 내가 이상해진 것 같아. 아델이랑 캘런이 다가오면 나도 모르게 화가 나고 숨이 막혀......"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블랑에게 임신으로 인한 신체 변화는그야말로 미지의 공포였을 것이다.도도한 척 하악질을 해댔지만, 속으로는 덜컥 겁을 먹고 있었던 녀석의 마음이고스란히 전해져 가슴이 아려왔다.나는 묘생의 짬에서 나오는 능숙함으로블랑의 쫑긋한 귀 사이를 정성스럽게 그루밍해 주었다."걱정 마, 블랑. 그건 네 배 속의 우리 아기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신호야. 네가 이상해진 것이 아니란다. 첫 임신은 누구나 두렵고 까칠해질 수 있어. 저 인간들은 널 아프게 하려는게 아니라,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저러는 거니까 너무 날 세우진 마렴."내 따뜻한 체온과 안정적인 진동이 전해지자,블랑의 거친 호흡이 차츰 가라앉기 시작했다.녀석은 내 검은 앞발을 자기 하얀 발로 꼭 쥐고는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소파 밖에서 이 모습을 숨을 죽인 채 지켜보던 캘런과 아델은허탈하면서도 안도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포스터... 우리 완전히 찬밥 신세네요. 기네스 저 녀석, 남편 노릇을 아주 제대로 하는데요?"아델의 질투 섞인 서운함에 캘런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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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특명! 에민한 여왕님의 입맛을 잠아라

블랑의 까칠함은 비단 스킨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임신 7주 차에 접어들자 역대급 이 시작된 것이다.아델이 최고급 프랑스산 연어 캔을 따서 대령하자, 블랑은 냄새를 들이켜자마자"웩!" 하는 시늉을 하며 앞발로 바닥을 긁어 묻는 시늉을 했다.천박한 냄새가 난다는 뜻이었다."어머, 블랑! 이거 네가 제일 좋아하던 브랜드잖아. 이것도 싫어?"아델이 울상을 짓자, 이번에는 캘런이 직접 나섰다.캘런은 호주산 청정 소고기 안심을 얇게 썰어 물에 살짝 데친 웰빙 특식을 대령했다.하지만 블랑은 고개를 홱 돌려버린 채 캘런의 가운 자락을 향해 하악질을 날렸다."하.... 정형외과 수술보다 고양이 입맛을 맞추는 것이 백배는 더 어렵군요."캘런이 이마의 땀을 닦으며 한숨을 내쉬었다.두 인간이 절망하고 있을 때, 나는 냉장고 옆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 상황을 분석했다.블랑이 원하는 것은 저런 기름지고 거창한 요리가 아니었다.녀석은 지금 상큼하고 깔끔한 맛을 원하고 있었다.나는 캘런의 바짓가랑이를 물어당기며 부엌 베란다 쪽으로 녀석을 인도했다.그곳에는 아델이 취미로 키우는 작은 허브 화분들이 있었다.나는 그중에서도 싱싱하게 자란캣닙(고양이 박하) 잎사귀 하나를 앞발로 툭 건드렸다."포스터, 기네스가 캣닙 화분을 보고 있어요!"아델의 외침에 캘런이 얼른 캣닙 잎을 몇 장 따서 깨끗이 씻은 후,잘게 다져 사료 위에 살짝 뿌려주었다.그러자 신기하게도 블랑이 킁킁거리며 다가오더니,언제 까칠했냐는 듯 사료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워내기 시작했다."와! 먹는다! 먹어요, 포스터!!"아델이 기뻐하며 캘런의 목을 끌어안았고,캘런은 갑작스러운 포옹에 귀 끝까지 빨개진 채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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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병원 복도에서의 뜻밖의 대치

월요일 아침.캘런이 근무하는 멜버른 St. 빈센트 병원의 분위기는 여전히 무거웠다.킹스턴 과장은 지난번 응급실 사건으로 캘런에게 완패한 이후, 어덯게든 그를 꼬투리 잡으려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포스터 선생, 자네 요즘 퇴근 시간이 지나치게 정확하더군. 펠로우가 벌써부터 워라벨을 챙겨서야 큰 의사가 되겠는가?"중환자실 앞 복도에서 킹스턴 과장이 캘런을 가로막으며 차갑게 쏘아붙였다.주위의 간호사들이 긴장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살폈다. 하지만 요즘 집에서 예민한 임신묘의 하악질과 솜방망이를 견뎌내며멘탈이 한층 더 강력해진 캘런에게, 과장의 독설 따위는 간지러운 수준이었다."과장님, 의사의 자질은 병원에 머무는 시간의 양이 아니라, 환자를 대하는 집중도의 질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근무 시간 동안 단 한 순간도 소흘히 한 적이 없습니다."캘런이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하자, 킹스턴 과장의 미간이 흉하게 일그러졌다."말대꾸를 아주 잘하는군, 포스터. 자네가 지켜야 할 그 대단한 가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의사로서 본분을 잊지는 말게.""저의 본분은 생명을 살리고 지키는 것입니다. 그 대상이 누구든 말입니다."캘런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킹스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집에서 블랑과 아기 고양이들을 지키기 위해 쌓은 이, 병원에서도 그를 그 어떤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는 거대한 바위처럼 만들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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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담벼락 위의 첩보전과 실크 스카프의 배신

인간들이 병원과 악단에서 치열한 하루를 보내는 동안,피츠로이의 붉은 벽돌 담벼락 위에서는 또 다른 첩보전이 펼쳐지고 있었다.옆집의 페르시안 고양이 아서가 킹스턴 과장의 스트레스 서린 냄새를 잔뜩 묻힌 채다시 담벼락 위로 고개를 내민 것이다."이봐, 기네스. 너희 집 안간이 우린 집사 인간의 혈압을 매일 최고치로 올리고 있다며? 우리 집사는 요즘 밤마다 양주를 마시며 너네 집사 욕을 해대느라 내 수면을 방해하고 있단 말이댜."아서가 헝클어진 털을 핥으며 불만을 토로했다. 나는 담벼락 그늘 아래서 블랑에게 줄 신선한 풀잎을 고르다 말고 콧방귀를 뀌었다."그건 너희 집사 인간이 꼰대라서 그런 거고. 우리 집사는 지금 배 속의 다섯 꼬물이들을 지키느라 눈에 뵈는 게 없는 상태다. 그러니까 너희 집사한테 전해라. 우리 캘런 건드리면 가만 안 둔다고..."그때, 거실에서 캣닙 기운에 취해 기분이 좀 좋아진 블랑이 담벼락 위로 살금살금 올라왔다.아서는 블랑의 부푼 배를 보더니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기 자리에 주저 앉았다."헉.....! 아름다운 블랑 숙녀분, 그 배는.......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그 새 저 검은 녀석에게 완전히 넘어가 식탐이 생긴 겁니까?""샤아아아악 - !"블랑이 아서를 보더니 가차없이 하악질을 날렸다.임신 호르몬으로 가뜩이나 까칠해진 여왕님에게 아서의 능글맞은 말투는 그저 공격의 신호일 뿐이었다.아서는 블랑의 무시무시한 살기에 기겁하며 담벼락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으아아악! 파리지앵 숙녀분이 왜 이리 난폭해진 거야?!?"아서의 비면소리가 피츠로이 마당에 유쾌하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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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포스터, 오늘따라 피곤해 보이네요. 과장님이 또 괴롭혔어요?"퇴근길 96번 트램 안, 아델이 캘런의 지친 얼굴을 바라보며 걱정스레 물었다.트램은 퇴근하는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이 혼잡했고,급정거할 때마다 승객들의 몸이 사방으로 흔들렸다.캘런은 아델이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도록 자기의 거대한 두 팔로그녀의 등 뒤를 감싸 안아 단단한 인간 장벽을 만들었다."괴롭힘이야 늘 있는 일이라 타격이 없습니다. 다만........... 집에 있을 예민한 여왕님에게 오늘은 또 어떤 메뉴를 대령해야 하악질을 안 들을지.. 그것이 더 고민입니다."캘런의 넔두기에 아델이 참지 못하고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두 사람의 몸이 트램의 흔들림에 따라 긴밀하게 밀착되었다."포스터, 블랑이 저렇게 까칠하게 구는 거... 사실은 무서워서 그런 것 같아요. 며칠 전에 내가 몰래 보니까, 기네스 품에 안겨서 아주 가냘프게 울고 있더라구요.. 아직 어린 고양이가 첫 임신을 했으니, 자기도 자기 몸이 어떻게 되는 건지 몰라서 덜컥 겁이 나는 것 같아요.."아델의 깊은 통찰력에 캘런의 눈빛이 부드럽게 가라앉았다.캘런은 아델의 머리를 자기 가슴 쪽으로 좀 더 포근하게 끌어당기며 속삭였다."그렇군요... 내가 의사이면서도 정작 블랑의 은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아델이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나는."만원 트램 안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두 사람의 마음은블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더욱 끈끈하게 엮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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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여왕님의 눈물과 뜻밖의 화해

그날 밤, 피츠로이 저택 거실에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아델이 블랑의 안정을 위해 특별히 고른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였다.블랑은 여전히 소파 밑 어두운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지만,낮에 들었던 내 위로 덕분인지인간 집사들을 향한 적대감은 많이 옅어져 있었다.캘런은 무릎을 꿇고 소파 밑바닥과 눈높이를 맞춘 채 조심스럽게 다가갔다.그의 손에는 주사기나 청진기 대신,블랑이 가장 좋아하는 부드러운 양털 담요가 들려 있었다."블랑, 겁내지 않아도 된다. 억지로 만지거나 검사하지 않을 테니까. 이 따뜻한 담요 위에 누워만 있어."캘런이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하며 담요를 밀어 넣어 주었다.블랑은 캘런의 진동에서 더 이상 날카로운 의사의 기운이 아니라,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다정한 집사의 온기를 읽어냈다.블랑은 잠시 망설이더니,슬금슬금 기어나와 캘런이 깔아준 담요 위에 턱을 괴고 누웠다."냐옹..."블랑의 목소리에는 물기가 서려 있었다.아델이 그 모습을 보고 얼른 다가와 블랑의 등덜미를다치지 않은 손으로 아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이번에도 블랑은 하악질을 하지 않았다.오히려 아델의 따뜻한 손길릉 받아들이며 작게 골골송을 부르기 시작했다."고마워, 블랑.... 무서워하게 해서 미안해."아델의 눈에서 흐른 눈물이 블랑의 하얀 털 위로 툭 떨어졌다.인간과 고양이,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존재들이 하나로완벽하게 교감하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블랑이 마음을 열자, 거실의 분위기는 금방 화기애애해졌다.캘런과 아델은 소파 앞에 나란히 않다 블랑의 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이제는 제법 커진 배가 들썩일 때마다,두 인간의 얼굴에는 바보같은 미소가 가시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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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초보 집사들의 다짐

"포스터, 우리 정말 블랑이 출산할 때까지 긴장 늦추면 안 돼요... 일단 일정 줄여서라도 내가 옆에 많이 붙어 있을게여.""저도 병원 당직 일정을 최대한 조정해 보겠습니다. 에이든 녀석에게 빚을 좀 져야겠군요."캘런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아델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블랑을 챙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남녀가 곧 태어날 고양이 다섯 마리 덕분에,인생의 가장 깊은 책임감을 미리 예습하고 있는 셈이었다."포스터는 나중에 진짜 좋은 아빠가 될 것 같아요. 이렇게 고양이한테도 지극정성이나... 진짜 우리... 아니, 캘런의 아기가 생기면 얼마나 유난을 떨지 벌써 눈에 선하네요.."아델이 라는 말을 하려다 급히 정정하며 얼굴을 붉혔다.캘런은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묵직한 반존대로 받아쳤다."글쎄.... 아델. 난 내 아이보다 내 아내를 더 유난스럽게 챙길 것 같긴 합니다만.. 지금 아델을 챙기는 것처럼 말입니다."캘런의 기습적인 고백에 거실의 클래식 음악마저 멈춘 듯 고요해졌다.아델의 심장은 이미 제어 장치를 잃고 터질 듯이 뛰고 있었다.인간들이 거실에서 달콤한 핑크빛 기류를 뿜어내는 동안,나와 블랑은 마당 한구석, 달빛이 가장 잘 두는 벤치 위로 자리를 옮겼다.예민함이 가라앉은 블랑은 내 품에 완전히 기대어 골골송의 볼륨을 높이고 있었다."기네스 오빠, 인간 집사들이 날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게 느껴져. 아델의 손길도, 캘런의 목소리 울림도 이제는 무섭지 않아."블랑이 내 검은 뺨에 자신의 하얀 얼굴을 비비며 야옹 거렸다.나는 녀석의 부푼 배를 내 앞발로 살포시 감싸며 대답했다."거 봐, 내가 뭐랬어. 저 인간 집사들은 우리 없으면 못 사는 멍청이들이라니까. 네가 하악질을 해도 쩔쩔매며 맛있는 걸 바치는 녀석들이야. 그러니까 너무 불안해 하지마, 블랑. 네 뒤에는 이 완벽한 묘생의 남편 기네스가 있고, 네 앞에는 널 위해 모든 걸 바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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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푸른 밤, 완벽한 하모니를 향해

블랑의 예민함과 첫 임신의 두려움으로 시작된 이번 소동은, 오히려 피츠로이 저택 전체를 한층 더 단단한 가족의 유대로 묶어주는거대한 축복이 되어주고 있었다.인간 집사들은 고양이의 서툰 두려움을 보듬으며 사랑의 깊이를 더했고,우리 고양이들 역시 인간들의 무조건적인 헌신과 사랑 속에서생명의 경이로움을 조용히 완성해 가고 있었다.다음 날 아침,멜버른의 햇살은 밤새 이슬을 머금어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시게 부서져 내렸다.캘런과 아델은 마당 벤치에 나란히 앉아 하나의 두꺼운 담요를 무릎에 같이 덮은 채,블랑의 출산 상자에 넣어줄 아기 고양이용 베냇 담요를 이리저리 구경하고 있었다.아델의 머리는 자연스럽게 캘런의 단단한 어깨에 기대어 있었고,캘런은 그녀의 손가락을 자기의 큰 손으로 완전히 감싼 채 나직하게 웃고 있었다."캘런."아델이 캘런의 어깨에 턱을 괸 채 그의 이름을 가만히 불러 보았다.늘 혹은 라고 딱딱한 성으로만 부르던 그녀가처음으로 그의 이름을 다정하게 입에 담은 순간이었다.96번 트램 안에서의 떨림과 응급실에서의 사투를 함께 겪으며,아델의 마음속에서 캘런은 이제 단순한 이웃이나 의사가 아닌,삶을 공유하고 싶은 단 한 사람으로 자리 잡은 것이 분명했다."응? 방금 뭐라고 했습니까, 아델?"캘런이 귀를 의심하듯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그의 묵직한 목소리에 기분 좋은 당혹감이 묻어나 있었다."캘런..! 이제 라는 딱딱한 성벽 뒤에 숨지 말라고요. 우린 이제 배 속의 다섯 꼬물이를 함께 책임져야 하는 공동 집사잖아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계속 캘런이라고 부를거에요."아델이 장난스러우면서도 진심이 가득 담긴 윙크를 건네자,캘런의 두 뺨과 양쪽 귀끝이 순식간에 잘 익은 토마토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랐다.병원의 그 오만한 킹스턴 과장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천재 의사가, 아델이 자기 이름을 부른 것 하나만으로 심장이 터질 듯 쩔쩔매는 모습은언제봐도 유쾌한 구경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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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캘런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

"캘런, 오늘 아침 메뉴는 뭐에요?"피츠로이 아침을 깨운 것은 ㅇ델의 맑은 목소리였다.마당 담벼락 아래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턱을 괴고 있던 나는,캘런이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뒤집게를하마터면 떨어뜨릴 뻔하는 모습을 똑똑히 목격했다.성(Last Name)이 아닌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지 일주일째이건만,캘런은 아직도 아델이 이라고 부를 때마다 온몸의 세포가 뻣뻣하게 굳어 버리곤 했다."어, 아.. 아델. 오늘은 호주식 브런치를 준비했습니다. 사워도우 빵에 아보카도를 올리고 수란을 곁들였습니다."캘런이 귀 끝은 붉힌 채 짐짓 덤덤한 척 대답했다.캘런의 집 주방 식탁에는 이미 아델을 위한 완벽한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그리고 그 옆에는 예민함을 조금 가라앉힌 블랑이 캘런이 특별히 공수해 온유기농 산양유를 찹찹거리며 마시고 있었다."와! 맛있겠다! 고마워요, 캘런. 이렇게 부르니 훨씬 가깝게 느껴지네요. 안 그래요?"아델이 식탁 의자에 앉으며 캘런을 향해 활짝 웃어 보였다.캘런은 큼큼-, 하고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으며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나도........ 아델이 그렇게 불러주니 좋습니다. 격식 차리는 이웃보다는, 고양이 다섯 마리를 함께 책임지는 사이가 더 어울이니까요."캘런의 은근한 직진 발언에 이번에는 아델의 볼리 살짝 핑크빛으로 물들었다.식탁 밑에선 산양유를 다 마신 블랑이 내 검은 몸에 자기 얼굴을 비비며 야옹 거렸다."기네스 오빠, 캘런의 심장 진동이 엄청나게 빨라졌어. 캘런이라는 이름이, 그 소리가 이 집안을 온통 핑크빛으로 물들이는 것 같아."인간들의 호칭 변화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로맨스의 촉매제가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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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만삭묘의 안하무인 수발기

임신 8주 차에 접어들자, 블랑의 배는 이제 겉에서 보아도 터질 것처럼 빵빵해져블랑이 걸어다닐 때, 바닥에 닿을 것만 같았다.그와 동시에 블랑의 까칠함은 의 경지로 진화했다.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도 세상의 모든 권력을 쥔 듯, 블랑은 침대 한 가운데를 독차지한 채 캘런과 아델을 부려먹기 시작했다."야옹---! (인간 집사들아, 배 마사지 시간이다!)"블랑이 침대에 대자로 누워 핑크빛 배를 드러내며 짧게 울었다. 그 신호를 기막히게 알아챈 아델과 캘런이 양옆으로 쪼르르 달려와 무릎을 꿇었다.아델은 따뜻하게 데운 수건으로 블랑의 앞발을 닦아주었고,캘런은 정형외과 의사의 섬세한 손길로 부푼 배 주변을아주 조심스럽게 문지르기 시작했다."블랑, 이 정도 압력이면 괜찮아? 아프면 말... 아니, 앞발을 톡톡 쳐 줘."캘런이 땀을 흘리며 마사지을 이어갔다.세계적인 지휘자와 대형병원의 천재 의사가 고양이 한 마리 앞에서 쩔쩔매는 모습은 그야말로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블랑은 기분이 좋은지 눈을 지그시 감고 골골송을 부르다가도,캘런의 손길이 주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가차없이 하얀 솜방망이로 그의 손등을 찰싹 때렸다."앗, 블랑~. 캘런한테 그러면 못 써. 캘런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데.."아델이 말렸지만, 블랑은 오히려 도도하게 고개를 돌려버렸다."괜찮습니다, 아델. 만삭인 고양이는 요통과 소화불량을 겪기 때문에 이렇게 예민한 것이 당연합니다. 의사로서 이 정도 수발은 기꺼이 감당할 수 있습니다."캘런은 손등이 붉어졌으면서도 아델을 안심시키며 미소를 지었다.캘런의 그 다정하고 든든한 모습에아델은 다시 한번 가슴이 깊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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