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완벽한 쇼윈도 부부의 은밀한 이중생활 : Capítulo 161 - Capítulo 170

217 Capítulos

제162화. 문예라가 돌잔치에 오지 않은 이유

예라는 도망친 게 아니었다.자기 이름을 미끼로 기자들을 반대편 도시로 끌고 갔다.“문예라 씨가 조금 전에 강릉행 열차에 탔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기사 공개를 40분 앞두고 홍보팀에서 연락이 왔다.곧 다른 기자에게서도 메시지가 왔다.[문예라 씨가 해야 양육 문제 때문에 두 분과 갈등한 게 맞습니까?][돌잔치 불참 후 해외로 출국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이상했다.예라는 여권도 두고 갔다. 해야 물건도 하나 가져가지 않았다. 정말 떠날 사람이 아니라, 떠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려는 사람의 움직임이었다.“찾았어.”이록이 노트북을 돌렸다.예라가 기자들과 주고받은 메시지가 시간순으로 정리돼 있었다.[돌잔치 장소를 알고 싶으면 저한테 오세요.][아이 쪽은 건드리지 마세요.]그 아래 예라가 직접 보낸 주소가 있었다.우리가 준비하던 돌잔치 장소와 정반대 방향이었다.“기자들을 자기한테 붙였네요.”“응.”“왜?”이록이 다음 메시지를 열었다.발신자가 표시되지 않은 계정에서 예라에게 보낸 문장이었다.[돌잔치에 나타나면 아이 병원 기록도 같이 공개한다.]다음 장에는 해야 이름과 과거 진료기관 일부가 적혀 있었다.완전한 의료기록은 아니었다. 실제 자료인지, 겁주기 위해 섞어 만든 것인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하지만 예라가 움직인 이유는 충분했다.“미쳤어요.”내가 휴대전화를 집었다.“또 혼자 결정했어.”“위치 확인할까?”이록이 물었다.나는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예라의 휴대전화 위치를 알아낼 방법은 있었다. 경호 일정과 교통 기록을 확인하면 동선도 좁힐 수 있었다.그러나 예라는 납치된 게 아니었다.스스로 간 사람이었다.“강제로 찾지 마요.”“사율아.”“대신 연락할 통로는 전부 열어둬요. 전화, 문자, 예라 씨가 믿는 사람들까지. 답장은 강요하지 말고.”나는 메시지를 하나 보냈다.[어디 있는지 말하지 않아도 돼요.]잠시 생각하다 한 줄을 더 적었다.[하지만 왜 혼자 결정했는지는 나한테 설명해야 해요.]10분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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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해야를 데려간 사람

“아이를 처음 데려간 사람은 저예요. 이번에는 돌려놓으러 왔습니다.”예라에게서 영상통화가 걸려 온 건 그 말을 들은 직후였다.화면 속에는 예라와 낯익은 여자가 마주 앉아 있었다. 해야가 사라졌던 날, 병원 이동 기록과 출입 영상에서 수없이 확인했던 간호사였다.나는 인사하지 않았다.“무엇을 돌려놓겠다는 거죠?”간호사가 바로 대답했다.“제가 망가뜨린 기록입니다.”이록이 내 옆으로 왔다.여자는 변명부터 하지 않았다. 당시 선재 쪽 지시를 받고 해야를 다른 구역으로 옮기는 과정에 자신이 가담했다고 다시 인정했다. 그런데 동시에 아이에게 사망 코드를 입력했다.그 모순된 행동 때문에 우리는 오랫동안 그녀가 어느 편이었는지 판단하지 못했다.“아이를 넘길 거면서 왜 사망 코드를 넣었어요?”예라가 물었다.“시간이 필요했습니다.”“누구 시간?”“아이를 찾을 사람들한테요.”간호사는 그날 자신이 시스템에 접속해 있던 시간이 47초였다고 말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사망 처리를 넣었고, 다른 이동 지시가 바로 실행되지 않도록 기록을 꼬아 놓았다.그 행동이 해야를 살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하지만 아이를 넘기는 데 가담했다는 사실도 사라지지 않았다.예라가 정확히 그 부분을 찔렀다.“그러니까 착한 사람인 척하러 온 건 아니죠?”“아닙니다.”“그 47초로 나한테 용서받을 생각도 하지 마세요.”“그럴 생각 없습니다.”“나도 당신 용서 안 해요.”예라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그래도 그 47초가 있었던 사실까지 지우진 않을 거예요.”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누군가를 악인으로 기록한다고 그가 한 모든 행동까지 같은 색으로 칠할 필요는 없었다. 반대로 한 번의 올바른 선택이 앞선 잘못을 없애 주지도 않았다.우리가 태강에게 당했던 건 바로 그런 식의 기록 조작이었다.사람 하나를 선인이나 악인으로 먼저 정하고, 맞지 않는 사실을 잘라내는 것.“그래서 오늘 왜 나타난 겁니까?”이록이 물었다.간호사가 작은 저장장치를 꺼냈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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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낳은 엄마의 마지막 선택

“내가 엄마라고 말하면 아이가 다치고, 아니라고 말하면 내가 아이를 지워요. 둘 중 하나만 고르라는 게 제일 비겁해요.”해야의 집 주소가 들어간 예약 영상은 공개 전에 막았다.하지만 주소를 본 사람이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었다.우리는 돌잔치 장소부터 바꿨다. 참석자는 가족과 오래 검증된 피해자 몇 명으로 다시 줄였고, 초대 링크도 전부 폐기했다. 행사 시간은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예라는 그 과정을 지켜보다 말했다.“그냥 내가 안 가면 되잖아요.”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이전 같았으면 가지 말라고 했을 수도 있었다. 해야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유로.하지만 그 말은 결국 또 예라의 선택을 내가 대신하는 일이었다.“예라 씨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요?”그녀가 나를 봤다.“그걸 모르겠어요.”처음 듣는 대답이었다.문예라는 늘 원하는 것을 너무 빨리 정하는 사람이었다. 사랑받고 싶으면 사랑받을 방법을 만들었고, 아이를 지키고 싶으면 자기부터 지웠다.이번에는 아무것도 먼저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사람들 앞에서 엄마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그럼요?”“해야가 나중에 내가 누군지 물었을 때 거짓말하고 싶지 않아요.”예라는 초대장 위에 손을 올렸다.“내가 낳았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내가 잘못한 것도.”“무슨 잘못이요?”“처음부터 전부요.”나는 고개를 저었다.“전부라는 말 쓰지 마요.”예라의 시선이 올라왔다.“해야한테 죄책감 떠넘기는 편지는 안 돼요. ‘엄마가 너 때문에 이런 일을 했다’, ‘너를 위해 희생했다’ 같은 것도.”“그럼 뭘 써요?”“사실.”나는 종이를 한 장 내밀었다.“예라 씨가 해야를 품었다는 사실. 태강이 무슨 짓을 했는지. 예라 씨가 어떤 선택을 잘못했는지. 그리고 나중에 해야가 예라 씨를 뭐라고 부를지는 해야가 결정한다는 것.”예라는 한참 종이를 보다가 펜을 들었다.첫 문장은 오래 걸렸다.나는 너를 낳은 문예라야.그 아래에는 더 오래 걸렸다.하지만 내가 너를 낳았다는 사실이 네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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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아이에게 진실을 말하는 법

해야는 아직 한 살이지만, 우리는 아이가 열다섯 살에 물을 질문부터 준비했다.“나는 누구 배에서 태어났어?”“왜 엄마가 둘이야?”“아빠 가족은 왜 나를 숨겼어?”그리고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그럼 나 때문에 누가 죽었어?”나는 그 문장을 보는 순간 펜을 내려놓았다.“이건 안 돼요.”상담을 맡은 아동 전문가는 내가 작성한 예상 질문지를 한 장씩 넘기고 있었다.“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아이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질문할지는 미리 정할 수 없어요.”“그래도 준비는 해야 하잖아요.”“준비와 답안지는 다릅니다.”그 말이 불편했다.나는 평생 답을 준비해서 살아남았다. 상대가 무엇을 물을지 예상하고, 증거를 정리하고, 사실과 거짓을 구분했다. 해야에게도 그렇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태강이 저지른 일.배아가 바뀐 과정.예라가 해야를 품게 된 이유.하겸의 죽음.숨길 생각은 없었다.“전부 말할 거예요.”내 말에 전문가는 고개를 끄덕였다.“언젠가는요.”“언젠가?”“한 번에 전부 말하는 게 진실한 양육은 아닙니다.”예라가 먼저 반응했다.“그럼 숨기라는 거예요?”“아니요.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만큼 같은 사실을 여러 번 다시 설명하는 겁니다.”한 살 때의 진실과 일곱 살 때의 진실, 열다섯 살 때의 진실이 서로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다만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가 달라질 뿐이었다.나는 그제야 내가 또 하나의 실수를 할 뻔했다는 걸 알았다.태강처럼 숨기지는 않겠다는 집착 때문에, 반대로 해야에게 너무 빨리 모든 짐을 넘길 수도 있었다.“내가 진실을 감당했으니까 해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네요.”이록이 내 옆에서 말했다.“당신은 선택할 시간이 없었잖아.”맞았다.나는 어느 날 한꺼번에 모든 걸 알았다.하겸의 죽음도, 내 몸에서 벌어진 일도, 남편과 가족이 숨긴 기록도.진실을 아는 건 필요했다.하지만 그 방식까지 물려줄 필요는 없었다.예라가 자기 앞에 놓인 종이를 오래 바라보다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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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하겸의 이름을 물려주지 않기로

“해야를 하겸 대신 살게 하지 않을 거예요.”나는 영상을 재생하기 전에 그렇게 말했다.파일 제목은 분명했다.〈언니에게 아이가 생긴다면〉하지만 촬영 날짜는 해야가 태어나기 훨씬 전이었다. 하겸은 해야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이 영상은 아이 하나를 미리 알고 남긴 유언도, 훗날을 예측한 메시지도 아니었다.그저 살아 있을 때 내 동생이 한 번쯤 상상해 본 미래였다.화면이 켜졌다.하겸은 카메라 각도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는지 얼굴 한쪽이 잘려 있었다.“언니, 이거 언제 볼지는 모르겠는데.”생전 그대로의 목소리였다.“혹시 나중에 언니한테 애가 생기면 말이야.”나는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하겸이 웃었다.“제발 내 이름은 붙이지 마.”예라가 나를 봤다.이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영상 속 하겸은 이유까지 설명했다.“언니 그런 거 좋아하잖아. 의미 붙이는 거. 누가 죽으면 이름 한 글자 남기고, 기념일 만들고, 잊지 않겠다고 뭐든 붙들고.”그 말을 듣는 순간 오래전 메모 하나가 떠올랐다.해야의 이름을 정하기 전이었다.나는 후보 이름 옆에 하겸 이름의 한자를 하나 가져올 수 있는지 적어 놓은 적이 있었다. 실제 이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때의 나는 그 생각이 사랑이라고 믿었다.동생을 잊지 않는 방법.하겸의 일부를 아이에게 남기는 방법.“나, 처음에는 해야 이름에 하겸이 한자를 넣으려고 했어요.”예라가 놀라서 물었다.“진짜요?”“후보에만요. 결국 안 했지만.”나는 화면을 보며 말을 이었다.“그때는 좋은 뜻이라고 생각했어요.”이록이 내 옆에 앉았다.“지금은?”“끔찍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왜?”“해야가 자기 이름 뜻을 물을 때마다 죽은 고모부터 설명해야 하잖아요.”그제야 알았다.추모는 남은 사람의 일이었다.그 무게를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 이름에 얹어 놓고 사랑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영상 속 하겸이 다시 말했다.“내가 그때 곁에 있으면 조카한테 내가 직접 잘해 주면 되고, 없으면 없는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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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첫 번째 생일 선물

권이록은 딸의 첫돌 선물로 태강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서류를 가져왔다.나는 서류 봉투를 보자마자 빼앗았다.“설마 이걸 돌상에 올리겠다는 건 아니죠?”“왜. 의미 있잖아.”“돌잡이에서 해야가 지분 처분 구조 검토서라도 잡게 만들려고요?”“그건 좀 천재 같은데.”“권이록.”그제야 이록이 웃었다.그가 가져온 건 해야에게 재산을 넘기는 문서가 아니었다. 자신이 정리 중인 태강 지분이 훗날 가족 승계라는 이름으로 해야에게 자동 귀속되지 않도록 분리하고, 개인적인 지배권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절차의 사본이었다.법적 효력을 아이에게 선물하는 물건도 아니었다.이록이 무엇을 하지 않기로 했는지 남기는 기록이었다.“해야가 커서 태강 갖고 싶다고 하면요?”“그땐 자기 판단으로 결정하겠지.”“아빠가 싫어해도?”“응.”그가 봉투를 다시 받아 들었다.“내가 줄 수 있는 건 안 물려주는 선택까지야. 해야 인생까지 결정할 수는 없고.”나는 서류에 적힌 해야 이름을 가렸다.“그래도 이건 돌상에 못 올라가요.”“왜?”“첫돌이에요. 파산관재인 취임식 아니고.”예라가 뒤에서 웃었다.“저도 사모님 편.”예라가 가져온 건 작은 상자 두 개였다.첫 번째에는 며칠 전 보여준 반지가 있었다. 안쪽에는 태강의 관리 코드 대신 해야가 태어난 정확한 시각이 새겨져 있었다.두 번째 상자는 훨씬 두꺼웠다.“이건 뭐예요?”“일기.”“예라 씨가?”“왜 그렇게 놀라요?”“꾸준히 뭘 쓰는 사람으로는 안 보여서.”“사모님 진짜 사람 기분 나쁘게 정확하게 말한다.”예라는 상자 안에서 얇은 노트 여러 권을 꺼냈다.해야를 품었던 열 달 동안 쓴 기록이었다.처음 심장박동을 확인한 날.입덧 때문에 먹지 못했던 음식.아이가 움직인 시각.무서웠던 날.잘못된 선택을 하면서도 멈추지 못했던 순간.그리고 해야를 처음 봤던 날.예라는 마지막 장을 펼치지 않았다.“이건 해야가 커서 원하면 읽게 해주세요.”“예라 씨가 직접 주면 되잖아요.”“그때 내가 옆에 있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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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가족사진에서 비어 있는 자리

죽은 동생 이름으로 돌잔치 출입증이 발급됐다.온하겸.첫돌 당일 아침, 참석자 확인 화면에 그 이름이 떠 있었다.나는 곧바로 행사 취소 버튼부터 찾았다.“사율아, 잠깐.”“지난번에는 집 주소가 영상에 들어갔어요. 이번에는 죽은 사람 이름으로 출입증까지 만들어졌고요. 뭘 더 확인해요?”“누가 등록했는지는 봐야지.”이록이 출입 시스템 기록을 열었다.외부 침입 흔적은 없었다. 관리자 계정 탈취도 아니었다.등록 요청자는 내부 승인자였다.화면에 이름 하나가 나타났다.문예라.나는 바로 예라를 찾았다.그녀는 돌상 옆에서 해야 옷을 정리하고 있었다.“이게 뭐예요?”내가 화면을 내밀자 예라의 손이 멈췄다.“벌써 확인했어요?”그 반응만으로 충분했다.“예라 씨가 넣었어요?”“네.”“왜요?”예라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나는 더 기다리지 않았다.“죽은 사람 이름으로 출입증을 만들면서 나한테 한마디도 안 했어요?”“사모님이 어제 사진 보다가 그러셨잖아요.”“뭘요?”“하겸 씨는 가족사진에 한 번도 같이 못 찍는다고.”그제야 기억났다.첫돌 준비를 하며 예전 가족사진을 정리하다 무심코 했던 말이었다.해야가 태어난 뒤 우리는 여러 번 사진을 남겼지만, 하겸은 그 어느 장면에도 존재할 수 없었다.예라는 그 말을 기억해 둔 모양이었다.“그래서 빈 의자 하나 두려고 했어요.”“뭐라고요?”“사진 찍을 때요. 하겸 씨 자리라고 누구한테 설명할 것도 아니고, 그냥 의자 하나만.”예라는 초대 명단을 가리켰다.“행사장 시스템상 좌석을 추가하려면 참석자를 등록해야 해서 이름을 넣은 거예요. 기자한테 보여줄 것도 아니었고요.”선의였다.그걸 알아서 더 화가 났다.“예라 씨.”“네.”“하겸은 소품 아니에요.”예라의 얼굴이 굳었다.“그런 뜻 아니었어요.”“알아요. 그런데 내 동생 자리를 왜 예라 씨가 정해요?”“사모님이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그래서 더 묻고 했어야죠.”나는 출입증 화면을 닫았다.“죽은 사람 이름을 등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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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해야가 처음 부른 사람

해야가 “엄마”라고 부른 순간, 세 여자가 동시에 돌아봤다.나와 예라.그리고 영상통화 화면 속 윤서정까지.잠깐의 정적 뒤에 이록이 먼저 웃었다.“어머니까지 왜 돌아봐요?”화면 속 윤서정이 당황했다.“나도 모르게 그랬다.”“해야가 할머니 찾은 건 아닐 텐데요.”“너 어릴 때도 첫말 늦었다.”“갑자기 공격하지 마세요.”긴장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웃었다.정작 문제의 당사자인 해야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방금 자기가 얼마나 위험한 두 음절을 내뱉었는지 모르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다가 예라를 봤고, 다시 태블릿 화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예라가 조심스럽게 불렀다.“해야야.”나도 모르게 아이의 시선을 기다렸다.그 순간 스스로가 우스워졌다.불과 며칠 전까지 우리는 해야가 누구를 선택하도록 만들지 않겠다고 규칙까지 적었다. 그런데 ‘엄마’ 두 글자가 떨어지자마자 나조차 그 말의 주인을 찾고 있었다.해야가 손을 뻗었다.나도, 예라도 아니었다.조금 전 하겸을 기억하는 방에서 가져온 동화책이었다.“……책?”예라가 허탈하게 웃었다.해야는 동화책 표지를 두드리며 다시 입을 움직였다.“마마.”이번에는 발음조차 달랐다.이록이 말했다.“판정 불가네.”“판정할 생각이었어요?”내가 묻자 그가 나를 봤다.“당신 얼굴이 제일 진지했는데.”부정하지 못했다.하지만 우리보다 먼저 의미를 정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다.행사장 밖 지정 구역에 있던 취재진에게 첫말 이야기가 전달된 모양이었다. 홍보 담당자 휴대전화로 질문이 연달아 들어왔다.[권해야 양의 첫 ‘엄마’는 온사율 이사장을 향한 것이 맞습니까?][생모 문예라 씨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양육모를 먼저 부른 건가요?][친권 및 양육 관계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봐도 됩니까?]마지막 질문을 읽은 이록이 휴대전화를 가져갔다.“아무 답변도 하지 마.”“기사에서는 이미—”“아이 첫말이야.”이록은 문장을 직접 적었다.한 살 아이의 발화를 특정인을 향한 의사 표현으로 단정하지 않으며, 아이의 발달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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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엄마가 둘이어도 되는 집

“반지를 잡았으니 결혼하라는 뜻이래요.”예라가 해야 손에서 겨우 반지를 빼내며 웃었다.“한 살짜리한테 재혼 허락받으려고요?”“난 허락받은 적 없는데.”이록이 내 반지를 받아 손가락에 다시 끼워 줬다.“해야 의견이 더 중요한가 봐요.”“지금 질투해요?”“딸한테 밀리니까 좀.”돌잔치가 끝난 뒤 남은 건 엉망이 된 돌상과 선물 상자, 바닥에 떨어진 포장지였다. 한동안 사건이 생기면 사람이 먼저 흩어졌는데, 오늘은 아무도 서둘러 자리를 뜨지 않았다.해야는 졸린 얼굴로 예라 무릎에 기대 있었다.예라가 아이 머리를 정리하다가 말했다.“근데 우리 앞으로 해야 앞에서 서로 뭐라고 불러요?”“지금처럼 이름 부르면 되죠.”“제가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건요?”“그건 이제 좀 그만했으면 좋겠어요.”“십 년 습관보다 어렵네.”“십 년 아니에요.”“체감이 그래요.”나는 웃다가 문득 물었다.“해야가 예라 씨를 엄마라고 부르면 나는 뭐라고 해야 하죠?”예라가 나를 봤다.방금 전까지 가벼웠던 질문이 갑자기 진지해졌다.“굳이 뭐라고 해야 해요?”“예를 들어 해야가 ‘엄마 어디 있어?’라고 물었는데 예라 씨 찾는 거면.”“그때 알면 알려주고, 모르면 물어봐야죠.”“누구 엄마?”“그러네요.”정답을 만들려고 할수록 이상해졌다.그래서 우리는 정답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나는 해야 앞에서 예라의 관계를 부정하지 않는다.예라도 내 관계를 대신 설명하지 않는다.해야가 언젠가 우리를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부르더라도 고쳐 세우지 않는다.“엄마가 둘이면 안 되는 게 아니었네요.”예라가 말했다.“둘이라고 미리 정해 둘 필요도 없고.”내가 덧붙였다.해야에게 필요한 건 우리가 먼저 완성해 놓은 가족 호칭표가 아니었다.자기가 부를 말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었다.그날 밤 해야가 다시 울기 시작했을 때 이록이 먼저 일어났다.“내가 재울게.”“오늘 계속 안고 있었잖아요.”“그래서 내일은 기록 정리 당신이 해.”예라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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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화. 결혼식 날 읽을 이혼서류

우리는 청첩장보다 먼저 이혼 합의서를 다시 펼쳤다.첫 장에는 내가 기억하는 문장들이 있었다.위자료.비밀유지.태강 자료에 대한 접근 제한.상호 책임의 종료.한때는 결혼을 끝내기 위해 만든 문서였는데, 다시 읽으니 이상했다. 이혼 합의서라기보다 서로에게 얼마나 많은 걸 숨긴 채 살았는지 적어 둔 목록 같았다.이록이 첫 번째 조항을 짚었다.“위자료 전액 거절.”“기억해요.”“왜 거절했는지도?”“당신 돈 받기 싫어서.”“그게 전부였어?”나는 다음 장을 넘기려다 멈췄다.그때는 그렇게 말했었다.자존심 때문에.배신한 남편 돈으로 살기 싫어서.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하면 조금 달랐다.“태강 돈을 받으면 내가 흐려질 것 같았어요.”“뭐가?”“복수.”이록이 나를 봤다.“돈을 받으면 나도 결국 그 집에서 뭔가 챙긴 사람이 되는 것 같았거든요. 그러면 하겸 때문에 싸우는 내가 덜 깨끗해질 것 같았어요.”말하고 나니 우스웠다.복수에도 순도가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었다.“그래서 돈을 안 받으면 완전히 피해자로 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지금은?”“피해자였던 사실하고 돈을 받는 건 다른 문제였겠죠.”나는 문서를 덮지 않았다.“그때는 그걸 분리할 여유가 없었고.”다음은 비밀유지 조항이었다.태강 관련 내부 자료와 사적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내용.문제는 그 뒤였다.재단이 확보한 피해 기록 일부를 공공 기록으로 넘기는 작업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었다.도겸은 이미 검토를 시작한 상태였다.“이 조항이 지금도 실제 효력이 있는지는 도겸 씨 판단 기다려야 해요.”“효력 없다고 나오면 끝?”“법적으로는요.”“당신한텐?”나는 한동안 답하지 않았다.문장 하나가 무효가 된다고 그때의 침묵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우리가 서로에게 감춘 것.확인하지 않은 것.알면서도 묻지 않은 것.“감정적으로는 안 끝났죠.”이록이 고개를 끄덕였다.“나도.”그는 자신이 먼저 이혼을 꺼냈던 날의 조항을 오래 봤다.“그때도 보호한다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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