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은 하루하루 시들어 가고 있었다.일단은 불구속 수사라 유치장에 갇히는 신세는 면했지만, 창살없는 감옥에 갇힌바와 다름없었다.언제 끝이 날 줄 모르기 때문이었다.하루 아침에 처량한 신세가 됐다.피부 관리를 받지 못 한 얼굴은 윤기라고는 없이 푸석했고, 조사를 받을때마다 물어 뜯은 손톱은 캔뚜껑도 따지 못 할 지경이 되었다.작디 작은 원룸의 침대에서 눈을 떴지만 일어 나고 싶지 않았다.현실은 너무나 고통스러우니까.모든 것을 잊을수 있도록 잠에서 깨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다.하지만, 불안이 커질수록 잠은 줄어 들었다.파티에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밤을 샐때는 거뜬했었는데 이제는 너무 괴로웠다.말도 안 되는 현실을 잊고 싶어 다시 눈을 감았다.도혁은 오빠 재영의 장례식에서 만났다.재영과는 원수처럼 지내 뭘 하고 다니는지 관심조차 없을 때, 부고 연락을 받았다.재영의 전화 번호를 차단하고 연락이 되지 않으니 남의 전화 번호로 놀래키는 줄만 알았다.만나면 가만 두지 않겠다며 벼르고 갔는데 소복한 국화 위에 놓인 재영의 사진을 보고 다리가 풀렸다.울음도 나오지 않았다.연락을 피하고 살았는데 달라질 것은 없겠지.다만 이 넓은 세상에 가족이라고는 없이 혼자라는 생각이 슬펐을 뿐이었다.그렇게 상주가 되어 재영의 장례를 치르는 내내 도혁이 함께 했다.도혁뿐만 아니라 민석과 태오도 함께.네 사람이 공동 상주였던 셈이었다.장례가 끝나자 재영의 친구들이 따로 진영을 만났다.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았는지 물었다.차마 텐프로에 있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어쨌거나 오빠의 친구들이니까.고깃집, 호프집 서빙을 하며 지냈다는 말에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천천히 얘기해 주었다.그리고 다음날, 바로 이사를 했다.처음엔 꿈인가 싶었다.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음껏 쓸 수 있는 카드와 혼자 살기에는 넓은 집, 그리고 차까지.얼떨떨했다.그렇게 한 번, 두 번 도혁을 만났다.물론 단 둘이 만나는 일은 절대 없었다.재영이 있어야할 자리를
Last Updated : 2026-08-2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