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폭군이 뻐꾸기 황녀에게 집착한다: Chapter 41 - Chapter 50

115 Chapters

40. 낯선 꿈

그날 밤, 궁 외곽 경비를 서던 기사 하나가 낯선 인기척을 감지했다. “누구냐!” 그의 외침에 어둠 속 그림자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보고를 받은 칼리안은 곧장 경계 태세를 강화하라 명령했다. “레이너드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건가.”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하지만 예사롭지 않은 기척이었다고 합니다.” 칼리안은 낮게 한숨을 내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멀리 어둠에 잠긴 황궁의 담장 너머로, 무언가 조용히 움직이고 있는 듯한 예감이 그를 스쳤다. 같은 시각, 엘로라는 자신의 방에서 펜던트를 손에 쥔 채 잠들어 있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낯선 여인의 얼굴을 보았다. 은발에 자신과 꼭 닮은 눈동자를 가진 여인이, 다정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고 있었다. “…누구세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채로 손을 뻗으려는 순간, 여인의 모습은 안개처럼 흩어졌다. 엘로라는 화들짝 눈을 떴다. 심장이 이상하리만치 세차게 뛰고 있었다. 창밖은 아직 어두웠고, 방 안은 고요했다. 하지만 그녀는 알 수 없는 예감에, 다시는 쉽게 잠들 수 없었다. 옆자리에 누워 있던 칼리안이 뒤척이는 그녀의 기척을 느끼고 눈을 떴다. “…또 잠이 안 오나.” “이상한 꿈을 꿔서요.” “무슨 꿈.” “낯선 여인이 나왔어요. 근데 이상하게, 낯설지가 않았어요.” 칼리안은 그녀를 가만히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무슨 꿈이든, 지금은 걱정하지 마. 내가 옆에 있잖아.” 엘로라는 그 온기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 밤만큼은 그 품 안에서 편히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창밖 어둠 속에서 조금씩 다가왔다. 조금씩 확실하게 그 형체를 갖춰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폭풍의 한가운데. 엘로라는 마침내 자신이 누구였는지 진짜 얼굴을 마주하게 될 것이었다. 다만 그것이 축복일지. 또 다른 시련의 시작일지. 아직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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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밝혀지는 정체

“서고 쪽이었습니다. 그것도, 오래된 문서들이 보관된 구역과 가까운 곳이요.” 엘로라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간밤의 꿈속, 낯선 여인의 얼굴이 다시 떠올랐다. “…혹시.” 그녀가 낮게 중얼거렸다. “그 사람이, 뭔가를 찾고 있었던 걸까요.” 세 사람은 곧장 서고로 향했다. * 서고 도착 후, 오래된 책장들 사이. 먼지가 살짝 흐트러진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 누군가 다녀간 것 같습니다.” 단테가 바닥을 살피며 말했다. “이 구역은, 오래된 귀족 가문들의 계보가 보관된 곳이죠.” 칼리안이 서가를 하나씩 살펴보았다. “없어진 문서가 있나.” 서고지기가 다급히 달려와 목록을 확인했다. “…한 권이 빠져 있습니다.” “어떤 문서지.” “‘사라진 대공가’라는 제목의 낡은 계보서입니다.” 엘로라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대공가요?” “정확히는, 오래전 몰락한 어느 대공 가문의 기록입니다. 워낙 옛일이라,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칼리안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갔다. “누가, 왜 그런 오래된 기록을 훔쳐갔지.” “짐작 가는 게 있으십니까?” 단테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칼리안은 대답 대신, 엘로라를 바라보았다. “…엘로라.” “네.” “어제 꿨다던 꿈. 다시 한번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 엘로라는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은발의 여인이었어요. 눈동자가, 이상하게 저와 닮아 있었고요. 손을 내밀었는데, 닿기 전에 사라졌어요.” 칼리안은 오래도록 침묵했다. “그 얼굴이, 혹시.”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아니, 아직은 함부로 단정할 수 없지.” 로웰의 반응 그날 저녁, 엘로라는 로웰의 방을 찾았다. 늘 그렇듯, 촛불 하나만이 방 안을 밝히고 있었다. “유모.” “아가씨, 이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로웰이 웃으며 그녀를 맞이했지만, 엘로라는 그 웃음 뒤에 감춰진 미묘한 긴장을 놓치지 않았다. “물어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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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소문의 진실

그날 밤, 엘로라는 떨리는 마음으로 칼리안을 찾아갔다. “폐하.” “무슨 일이지, 이 시간에.”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선대 황제 폐하의 친딸이 아니래요.” 칼리안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로웰이 말해줬어요. 저는, 그레이스 대공가의 후계자래요.” 엘로라가 손에 쥐고 있던 펜던트를 그에게 내밀었다. 칼리안은 그것을 받아 들고, 오래도록 문양을 들여다보았다. “이 문양…” 그의 눈이 커졌다. “봉인이 파손됐을 때, 그 자리에 새겨져 있던 문양과 같아.” “정말요?” “그래. 그때는 무슨 문양인지 알 수 없었는데.” 칼리안이 낮게 중얼거렸다. “이제야, 모든 게 하나로 이어지는군.” “그럼… 서고에서 사라진 문서도.” “누군가, 네 정체를 알고 있었다는 뜻이겠지.” 칼리안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 진실을, 먼저 손에 넣으려 했다는 것도.” 엘로라의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그럼, 저를 노리는 게…” “아직 확신할 순 없어.” 칼리안이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하지만, 누가 됐든. 이제부터는 내가 반드시 지킨다.” * “그런데.” 엘로라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럼, 저와 폐하 사이의 근친 소문도.” “애초에 성립조차 하지 않는 이야기였지.” 칼리안이 담담히 답했다. 그의 목소리에 안도가 살짝 스쳤다. “…그게 지금 안도할 일이에요?” “당연히 안도할 일이지.” “진짜 뻔뻔하시네요.” “뻔뻔한 게 아니라, 솔직한 거야.” 엘로라는 그 순간에도 이어지는 그의 농담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 상황에서 웃을 수 있다니, 신기하네요.” “네가 웃으니까, 나도 마음이 놓여.” 칼리안이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걱정하지 마. 진실이 뭐든, 너는 여전히 너야.” 엘로라는 그 말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정말, 아무것도 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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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마지막 편지

그녀의 손에는, 낡은 편지 한 통이 들려 있었다. “이자벨라 님께서, 돌아가시기 전 저에게 맡기신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엘로라의 심장이 다시 크게 뛰었다. “어머니의 편지예요?” “네. 아가씨가 완전히 진실을 마주할 준비가 되셨을 때 전해달라 하셨어요.” 엘로라는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받아 들었다. 봉투를 여는 손끝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사랑하는 나의 딸에게] 익숙하면서도, 처음 읽는 문장이었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다음 줄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칼리안이 조용히 그녀의 곁에 서서, 그 편지를 함께 지켜보았다. 딸랑딸랑- 그 순간, 궁 외곽에서 요란한 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비상을 알리는 소리였다. * 종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칼리안이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인지 확인하고 오겠다.” “저도 같이 가요.” 엘로라가 편지를 품에 안은 채 그를 따라나섰다. “위험할 수도 있어.” “이미 위험한 상황이잖아요. 혼자 두는 게 더 불안해요.” 칼리안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 옆에서 떨어지지 마.” 두 사람이 회랑으로 나서자, 기사들이 다급히 뛰어오고 있었다. “폐하! 궁 서쪽 담벼락에서 침입자가 발견됐습니다!” “몇 명이지.” “정확한 수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다수로 추정됩니다.” 칼리안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레이너드로군.” “아직 확신할 순 없지만, 정황상.” 단테가 검을 뽑아 들며 말을 이었다.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엘로라는 그 순간, 로웰에게 받은 펜던트를 손에 꼭 쥐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이상하게도 그녀를 진정시켰다. “폐하.” 그녀가 낮게 그를 불렀다. “저도, 싸울 수 있어요.” “무슨 소리야.” “어머니의 편지에, 대공가의 힘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어요. 아직 다 못 읽었지만.” 칼리안이 그녀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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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따스한 봄볕 아래

“로이센 왕국이라… 그곳의 왕태자는 지난번에 우리 영토 분쟁 때 은근히 후작의 편을 들던 자들 아니었나요?”엘로라가 날카롭게 분석하며 물었다.“그래, 눈치가 아주 빠르군. 그들은 우리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영토를 조금이라도 더 뜯어내려고 밑작업을 하던 참이었지.”칼리안은 그녀의 똑 부러지는 모습에 감탄하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갑자기 축하 사절단을 보낸대요?” “네가 그레이스 대공가의 후계자로서 완벽하게 각성하고, 내 곁에 자리를 잡았다는 소식이 대륙 전역에 퍼졌으니까.” 칼리안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지만, 우리가 압도적인 힘을 가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고개를 숙이는 게 저들의 방식이야.” 칼리안이 말을 이었다. “그러니 이번 사절단 방문은 우리에게 고개를 숙이러 오는 예행연습이나 다름없지.” “그렇군요……” 엘로라는 턱을 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어머니가 남긴 편지의 내용이 스쳐 지나갔다. [이 힘은 소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키기 위한 것이란다.] 제국의 권력과 자신의 마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엘로라는 이제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두려워 숨는 대신, 당당하게 맞서서 제국을 지키는 방패가 되는 것. “그럼 이번 사절단 접견은 제가 직접 해도 될까요?” “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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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부서지는 봄볕처럼

외교적 승리를 거머쥔 뒤, 집무실로 돌아온 엘로라는 그제야 온몸을 짓누르던 깊은 긴장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마차에서 내려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그 순간까지도 꼿꼿하게 유지하던 척추가, 무거운 갑옷을 벗어던지듯 허물어졌다. 그녀는 의자에 주저앉듯 기대며 가슴속 깊은 곳까지 맺혀 있던 숨을 길게 내쉬었다. 팽팽하게 당겨졌던 활시위가 비로소 느슨해진 기분이었다. “휴… 어땠어요? 제가 너무 과하게 나섰나요?” 엘로라는 여전히 쿵쾅거리는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지 한 손으로 가슴팍을 짚으며 칼리안을 올려다보았다. 방금 전까지 주변 공기를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들던 냉철한 여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저 그에게 인정받고 싶은 순수한 연인의 눈빛만이 촉촉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칼리안은 그녀의 물음에 낮고 다정한 웃음을 터뜨리며 성큼성큼 다가왔다. “과하긴. 완벽했어.” 그의 목소리는 진심 어린 찬사와 애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칼리안은 자연스럽게 엘로라의 뒤로 다가가 그녀의 가늘고 긴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긴장으로 팽팽하게 굳어 있던 어깨 근육이 그의 따스한 손길을 따라 사르르 풀려나갔다. 이어서 그는 몸을 살짝 숙여 엘로라의 하얀 이마에 애틋하게 입을 맞추었다. “네가 그렇게 회담장에서 멋지게 상대 대사들을 논리 정연하게 제압하는 바람에, 내가 뒤에서 할 일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잖아. 덕분에 내 역할이 아주 편해졌어.” “일부러 그런 거거든요. 폐하의 어깨를 짓누르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 싶었어요.” 엘로라는 새침하게 눈을 가늘게 뜨며 가볍게 툴툴거렸다. 하지만 입꼬리는 이미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위로 치켜 올라가고 있었다. 그의 단단한 품에 안긴 채 전해지는 온기 속에서 그녀 역시 마침내 진정한 평안을 찾고 있었다. 겉으로는 뾰족한 소리를 내뱉어도 말이다. “내 짐을 덜어주겠다고? 음, 그렇다면 이거 심각한 문제가 좀 생기는데.” 칼리안이 능청스럽고도 장난기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중얼거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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