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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둘만의 조항

작가: 루니
last update 게시일: 2026-07-09 12:21:12
“새 계약서를 써요. 이번엔 제 조건도 넣을래요.”

서우는 하진의 손목을 놓지 않은 채 물었다.

“방금 질문의 답을 피하려는 건가.”

“반대예요.”

하진은 서우의 가슴 위에 얹었던 손을 천천히 거뒀다.

“당신이 날 뭐로 보는지, 말보다 오래 남는 데 적으려고요.”

두 사람은 서재로 옮겼다.

서우의 휴대전화에는 기사 차단과 보안 영상 회수를 재촉하는 연락이 쌓였지만,

그는 화면을 뒤집어 놓았다.

하진은 빈 종이 앞에 앉았다.

태겸과 살던 집에도 규칙은 많았다.

전화를 세 번 울리게 하지 말 것.

원고는 가장 먼저 보여줄 것.

허락 없이 밖에서 자지 말 것.

그 규칙들은 늘 하진의 자리를 줄였다.

하진은 첫 줄을 눌러 썼다.

― 윤하진의 거취는 윤하진만 결정한다.

“회장이 나가라고 해도요?”

“여기서 너를 내보낼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다.”

하진은 두 번째 조항을 적었다.

― 보호를 이유로 윤하진에게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전부 알면 네가 더 다칠 수도 있다.”

“모르면 덜 다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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