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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맥 메이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71 - チャプター 80

105 チャプター

70.

“우와.”선우가 작게 감탄했다.높은 곳으로 가자더니.차창 밖으로 서울의 야경이 별가루를 뿌려놓은 듯 펼쳐지기 시작했다. ​마세라티는 남산 자락을 미끄러지듯 올라갔다. 도착한 곳은 남산 꼭대기 근처에 위치한 프라이빗 레스토랑이었다.디저트로 나온 캐러멜 타르트의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질 때쯤, 선우가 와인 잔을 만지작거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본부장님.”에단이 눈을 맞추고 눈썹을 으쓱였다. 무엇이든 말해보라는 듯이.“지난번에…… 11년 전 청담동 지하 바 이야기를 하셨잖아요.”선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때의 본부장님은…… 무언가를 잃어버린 상태였다고.”포크 끝이 멈췄다.타르트의 얇은 결을 가르던 에단의 손이 아주 잠깐 정지했다.“…….”그는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천천히 포크를 내려놓았다.“…….”잔 속의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붉은 액체가 목을 타고 내려가는 동안,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서서히 지워졌다.“…….”“…….”그의 시선은 선우를 향해 있었지만, 눈동자는 먼 과거의 어느 지점을 응시하고 있었다.​“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불친절했고, 무엇을 잃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죠. 세상의 모든 향기가 무의미하게 느껴질 만큼.”에단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유리창 너머로 서울의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수많은 불빛.수많은 사람.수많은 삶.그 가운데 어디에도 자신의 자리가 없는 사람처럼, 에단의 눈은 멀리 있었다.“아르벨라 가문에서 태어난다는 건 아주 어릴 때부터 모든 것의 값을 배우는 일입니다.”그가 낮게 웃었다.“어떤 원액이 얼마인지. 어느 오크통이 몇 년을 버틸 수 있는지. 한 병의 가치가 얼마나 올라가는지.”손끝이 와인 잔의 가느다란 줄기를 천천히 쓸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의 가치는 배우지 못하겠더군요.”“…….”“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정해진 자리에 앉아야 했습니다.”에단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위스키는 내게 술이 아니었어요.”잠시 숨을 고른 그가 말했다.“숙성 연수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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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너 도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야?” “뭐?” ​“너 김민재랑 헤어진 지 한 달도 안 됐어.” 그놈의 걱정. 보호. 가르침. 언제나 그럴듯한 이름을 달고 찾아오는 말들. 선우기 입술 안쪽을 꾹 깨물었다. 가슴 속에 억눌려 있던 억하심정이 끓어올랐다. “이유?” 선우가 되물었다. “그런 게 필요한가?” “선우야.” “그냥 나도 이제 제대로 된 남자 좀 만나보려고.” 선우가 한 글자씩 눌러 말했다. “제대로 된 남자?” 윤오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리고 이제 집에 불쑥 찾아오지도 마.” 선우가 윤오를 똑바로 바라봤다. “나 본부장님이랑 만나.” 잠시 말을 멈췄다. “그 사람이 내 집에 네가 아무렇지도 않게 드나드는 걸 보면 무슨 생각을 하겠어?” 윤오가 말을 잃었다. 선우는 침묵 속에서 오히려 차분해졌다. “……그 사람이 널 알아?” “뭐?” 그리고. “그 사람이…… 널 다 아냐고.” 이 질문이 왜 이렇게 거슬리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면.” 선우가 천천히 숨을 골랐다. “그럼 뭐가 달라진다는 소리야?” “선우야, 내가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라…….” “알아.” 선우가 말을 잘랐다. ​“확실한 건.” “…….” “너보단 날 더 잘 알아.” *** 선우가 돌아섰다. 몇 걸음 가지 않아 현관문이 닫혔다. 찰칵. 작은 소리가 이상하리만큼 크게 울렸다. 선우야. 그 이름 하나면 될 것 같은데. “…….”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돌아봐 주질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서. “…….” 윤오는 정원 한가운데 그대로 서 있었다. 전신마취에서 막 깨어난 환자처럼 온몸에 힘이 빠졌다. ​“……아.” 숨을 들이쉴 때마다 가슴 한가운데가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발밑이 늪처럼 꺼지는 기분이었다. 한 발만 잘못 내디디면 그대로 가라앉아 버릴 것처럼. 스스로에게 묻고 싶었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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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에단의 시선이 천천히 내려 앉았다.눈가에 내려앉은 피로부터, 굳게 다문 입술까지.“오늘 당신의 저기압이 나 때문이 아니라면.”“…….”“나는 꽤 불쾌해질 것 같은데.”잠시 침묵이 흘렀다.“말해 봐요.”“…….”“밤새 내 생각 하느라 잠을 설친 겁니까.”선우의 심장이 움찔했다.“아니면…….”에단이 말을 멈췄다.“다른 이유라도 있습니까?”가슴 한켠이 무겁게 내려 앉는 감정.“…….”선우는 울컥 치미는 감정을 꾹 눌러 삼켰다.그리고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에단을 바라봤다.“정신 어디 빠져 있냐면서요.”“…….”“일정 밀리지 않게 하라면서요.”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눌러 말했다.“방금 밖에서 본부장님이 하신 말씀입니다.”잠시 에단을 바라보았다.“5분 만에 잊으신 건 아닐 텐데.”선우는 노트북을 열었다.“브리핑 시작해도 될까요?”시선을 화면으로 돌리며 덧붙였다.“…….”에단의 눈동자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선우의 날 선 대꾸가 예상 밖이었던 모양이었다.그러나 그는 곧 표정을 갈무리했다.“밖에서 당신을 몰아세운 건 내 방식대로의 보호였습니다.”“…….”“당신이 저기압인 이유가 사적인 감정 때문이라는 걸 들키면, 팀원들은 당신의 실력부터 의심할 테니까.”에단이 한 걸음 다가섰다.“나는 내 사람이 공적인 자리에서 우습게 보이는 건 딱 질색입니다.”시선이 맞부딪쳤다.“그러니까 서운하면 서운하다고 해요.”낮은 목소리가 조금 더 가까이 내려앉았다.“어제 내가 내린 결론에서 발 빼고 싶어서, 엉뚱한 데 화풀이하지 말고.”발.발을 빼고 싶으냐고.'……그 사람이 널 알아?'​'확실한 건, 너보단 날 더 잘 알아.'십 이년 짝사랑의 종말을 이룰 수 있을까.화풀이.에단이 내린 진단은 적절했다.“…….”선우는 여전히 도끼눈을 뜬 채 그를 노려봤다.그 시선이 꽤 따가웠던 모양이었다.에단이 짧게 숨을 내쉬었다.“후우…….”길게 이어진 한숨 끝에, 그가 말했다.“오늘 하루 종일 내 눈앞에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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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그 순간이었다. “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우 씨 아니에요?” 선우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 “…….”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건너편 식당가로 향하던 무리와 시선이 마주쳤다. 윤오가 근무하는 병원의 심장내과 간호사들과 여직원들이었다. 왜 하필 지금! 선우의 시선이 본능적으로 에단에게 향했다. “원장님! 저기 선우 씨 아니에요?” 하지만 이미 늦었다. “어? 진짜네.” “옆에 계신 분은 누구예요?” “대박. 모델인 줄 알았네.” 작게 시작된 수군거림이 순식간에 무리 전체로 번졌다. 그중 평소 선우와 몇 번 마주친 적 있던 간호사 한 명이 반갑게 손을 흔들며 먼저 다가왔다. “선우 씨!” 아이고. 선우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안녕하세요.” “여기서 다 보네요?” 그 순간, 선우는 깨달았다. 오늘 점심은 망했다. *** 사거리 모퉁이에 자리한 조용한 한정식집. 룸 안에는 이상하리만큼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아 있었다. “…….” “…….” 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선우의 오른쪽에는 에단이. 맞은편에는 윤오가 앉아 있었다. “…….” 선우는 눈앞에 가지런히 놓인 구절판을 바라봤다. 색색의 고운 재료들이 얌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저걸로 얼굴을 가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두 분은…….” 병원 직원인 미영이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테이블 위로 시선이 하나둘 모였다. 선우의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그때 에단이 아무렇지도 않게 선우의 잔에 물을 채워주었다. 그리고 미영이 다음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아르벨라 코리아에서 선우 씨와 함께 근무하고 있습니다.” “…….” “그리고…….” 잠시 말을 멈춘 에단이 선우를 바라봤다. “연애 중이기도 하고요.” 순간. 테이블 위로 정적이 내려앉았다. “…….” “…….”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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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너 이거 좋아하잖아.”그렇게 싸우고 아무런 연락도 없더니.오랜만에 만나서는 게장부터 밀어주는 권윤오.“…….”“…….”선우는 게장 접시보다 맞은편 윤오의 얼굴을 먼저 살폈다.그런데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어. 고맙다.”선우가 어색하게 웃으며 게장 다리 하나를 집어 들었다.그때였다.에단이 피식 웃었다.“…….”선우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에단이 자연스럽게 손을 뻗었다.선우의 손에서 게장을 받아 든 에단이 껍질을 먹기 좋게 정리했다.“꽃.”에단이 게장 살을 선우의 앞접시에 올려놓았다.“다음은 게장인가요?”선우가 눈을 깜빡였다.“덕분에 내가 알아야 할 게 점점 늘어나서 즐겁네요.”누가 더 자신을 잘 아는지 겨루는, 기묘한 자존심 싸움인 듯싶었다.착각이길 바랐다.하지만 두 사람의 눈빛을 보고 있으면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았다.쾅.윤오가 물잔을 내려놓았다.“…….”에단이 여유롭게 웃으며 선우를 바라봤다.“그렇게나 게장을 좋아합니까?”대답은 선우가 하기도 전에 맞은편에서 나왔다.“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했어요.”“그렇군요.”에단은 별다른 표정 변화도 없었다.“앞으로 많이 먹이겠습니다.”윤오의 시선이 천천히 올라갔다.“얼마나 자주 볼 생각이길래.”“연인이 자주 보는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죠.”말끝에 아주 옅은 미소가 걸렸다.“……켈록!”누군가는 물을 마시다 사레가 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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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조금 전까지의 소란스러운 공기는 거짓말처럼 증발했다.대신 하트비트 런칭을 앞둔 팽팽한 업무의 긴장감이 그 자리를 채웠다.선우와 에단은 곧장 샘플링 룸으로 향했다.테이블 위에는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인 모틀락 원액 샘플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에단의 표정이 달라졌다.잔을 들어 향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그의 눈빛에는 오직 하나의 목표만 남았다.완벽한 하트비트.“이번 하트비트의 핵심은 모틀락 특유의 육중한 미티(Meaty)함과 화려한 풍미 사이의 균형입니다.”에단이 샘플 잔을 천천히 돌렸다.“버번 캐스크에서 오는 바닐라와 꿀의 부드러운 단맛. 그리고 셰리 캐스크 특유의 말린 과일과 스파이시함.”잔을 코끝에 가져간 그가 잠시 향을 음미했다.“결국 이 둘을 어디까지 밀어붙이고, 어디에서 멈추느냐가 관건이죠. 더블 캐스크의 장점을 살리되, 어느 한쪽이 모틀락을 집어삼키게 해서는 안 됩니다.”선우는 준비해둔 차트를 펼쳤다.“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에단의 시선이 올라왔다.“대중적인 부드러움보다는 하트비트만의 강렬한 첫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선우가 비율을 가리켰다.“버번 4, 셰리 6.”잠시 침묵.“첫 모금에서 확실하게 기억에 남아야 합니다.”“셰리를 6이나 쓰자고요?”에단이 잔을 내려놓았다.“모틀락은 더프타운의 야수라고 불릴 만큼 원액 자체가 힘이 좋습니다.”그의 손가락이 차트 위 비율을 짚었다.“그 육중한 바디와 복합적인 풍미를 셰리의 진한 와인 캐릭터로 덮어버리겠다는 겁니까?”“덮는 게 아니라 강조하는 겁니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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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선우와 에단이 1층 로비로 내려갔을 때는 이미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있었다.보안요원 서너 명이 한 남자를 둘러싼 채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이거 놔!”익숙한 목소리였다.“……김민재.”선우의 입이 작게 벌어졌다.“야! 김선우! 나와!”민재가 보안요원들을 뿌리치려 몸부림쳤다.“당장 나와서 이거 취하하라고!”로비에 있던 직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선우가 황급하게 민재 앞을 막아섰다.“왜?”민재가 입꼬리를 비틀었다.“네 고고한 사생활은 지키고 싶나 보지?”“무슨 개소리야.”선우의 턱 끝에 힘이 들어갔다.“하.”민재가 헛웃음을 터뜨렸다.“너 설마 몰랐냐?”“그러니까 무슨 개소리냐고.”“권윤오가 나 고소했다고!”순간.선우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뭐?”고소.윤오가 민재를 고소했다고?대체 언제.무슨 일로.당황스러웠다. 고소라니, 대체 언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평소 무슨일이든 지나칠 정도로 차분하게 대응하던 윤오였기에 이 상황이 더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민재의 손에 들린 서류가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니들끼리 그렇게 좋아 죽겠으면 조용히 연애나 할 것이지!”민재의 고함이 로비의 높은 천장을 때렸다.“왜 죄 없는 나한테 지랄이야, 어?”“…….”“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선우의 얼굴이 굳었다.“니들 둘이 붙어먹는 꼴 보기 싫어서 한마디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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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하지만 민재에게 포기란 없었다.아니.포기하기엔 자존심이 너무 상했고, 열등감은 이미 이성을 집어삼키고 있었다.무엇보다 손에 쥔 고소장이 그를 끝없이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다.그날 오후.윤오는 진료실 안에서 환자를 마주하고 있었다.차트를 넘기는 손길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최근에는 통증이 어떠세요?”“많이 좋아졌습니다.”“약은 빠뜨리지 않고 드셨고요?”“네.”환자의 대답을 들으며 윤오가 차트에 무언가를 기록했다.평온한 얼굴과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환자가 긴장을 풀 수 있도록 맞추는 익숙한 말투였다.그때였다.쾅!대기실 쪽에서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곧이어 고함이 터졌다.“권윤오! 나와!”윤오의 펜끝이 멈췄다.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환자가 불안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원장님, 무슨 일이에요?”윤오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죄송합니다. 잠시 실례해도 될까요?”차분하게 고개를 숙였다.“금방 정리하고 돌아오겠습니다.”“아, 네.”***로비 바닥에 드러누울 기세로 버티고 있는 민재를 간호사들이 필사적으로 막고 있었다.“권윤오!”윤오가 모습을 드러내자 민재의 눈에 비열한 생기가 번졌다.“야.”민재가 낄낄 웃었다.“내가 김선우한테 가서 다 말했는데, 네가 나 고소한 것도 모르더라?”윤오의 걸음이 멈췄다.“둘이 뜸해졌나 봐?”민재가 입꼬리를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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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파티션 너머에서 낮게 오가는 목소리가 들렸다.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다.그런데도 알 것 같았다.자신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모니터를 바라보는 시선 끝마다 호기심이 묻어났다.안쓰러움인지, 흥미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운 표정들.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척 키보드를 두드렸다.몇 줄을 썼다가 지웠다.다시 썼다가 지웠다.머릿속에는 윤오의 메시지와 민재의 고함이 번갈아 떠올랐다.결국 보고서 한 줄도 제대로 완성하지 못했다.퇴근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사무실은 오히려 더 조용해졌다.말소리는 줄었지만 시선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때.본부장실의 문이 열렸다.에단이 나왔다.그의 구두 소리가 조용한 사무실 바닥을 가로질렀다.탁.탁.사람들의 키보드 소리가 하나둘 잦아들었다.에단은 주변을 둘러보지 않았다.그럴 필요가 없다는 듯 곧장 선우에게 걸어왔다.책상 앞에 멈춰 선 그가 선우의 모니터를 손끝으로 가볍게 두드렸다.“그만하죠.”선우가 고개를 들었다.낮은 목소리로 뱉는 문장은 사무실 전체가 들을 수 있을 만큼 분명했다.그가 자연스럽게 선우의 서류를 갈무리했다.“같이 나가죠.”그가 선우의 가방으로 손을 뻗었다.그 순간.선우가 입술을 깨물었다.“……죄송해요, 본부장님.”에단의 손이 멈췄다.“오늘 저녁은 같이 못 갈 것 같아요.”순간 사무실의 공기가 미묘하게 굳었다.에단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왜인지, 누구를 만나는지.그저 잠시 선우를 바라봤다.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가방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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