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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맥 메이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81 - チャプター 90

105 チャプター

80.

“선우야.”한참 만에 윤오가 입을 열었다.“나 좀 봐봐.”강요하는 목소리는 아니었다.“…….”선우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시선이 마주쳤다.윤오의 눈이 젖어 있었다.“나한테 화내.”“…….”“차라리 그게 나아.”선우가 작게 숨을 내쉬었다.“내가 너한테 화를 왜 내.”“욕이라도 해.”윤오가 씁쓸하게 웃었다.웃음이라고 부르기에도 너무 처참한 표정이었다.“오늘 그런 일을 당하는 동안 나 뭐 하고 있었냐고.”선우의 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너 지켜주겠다고 큰소리치더니 고작 이거밖에 안 되냐고.”윤오의 목소리가 점점 잠겼다.“병신 같다고 해도 돼.”“윤오야.”“소리 질러도 돼.”그가 고개를 숙였다.“나한테 화내. 제발.”“…….”“나 진짜…….”윤오가 말을 잇지 못했다.한참 입술을 다문 끝에 겨우 내뱉었다.“못 봐주겠다.”“…….”“내가 너무 한심해서.”윤오가 고개를 숙였다.그리고 핸들에 이마를 툭 기댔다.툭.툭.작은 소리가 차 안에 울렸다.“…….”“…….”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마치 스스로를 벌주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는 듯 구는 윤오가 낯설었다.“……윤오야.”“화 안 낼 거면.”윤오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말했다.“차라리 버려.”“…….”“나 같은 거 필요 없다고.”윤오가 눈을 감았다.“그냥 내버려.”윤오야.넌 도대체 나를 어디에 가두고 싶은 거야?“…….”질문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차 안에는 엔진의 낮은 진동만이 남았다.도대체 무엇이.너를 이렇게까지.흐트러진 윤오의 호흡을 들으며 선우는 입술을 깨물었다.머릿속이 엉망으로 뒤섞였다.평생을 나란히 걸어왔다.그게 둘 사이의 당연한 질서라고 생각했다.결국 돌아오면 같은 자리에서 서로를 바라볼 수 있었다.윤오는 단 한 번도 그 선을 넘은 적이 없었다.선우 역시 그 선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그런데 지금.자신의 곁에 앉아 있는 윤오는.처음 보는 얼굴로.처음 듣는 목소리로.버려달라고.필요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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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대답을 듣기도 전에.도망치듯 차 문을 열고 내렸다.텅.육중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밤공기를 갈랐다.27년 동안 두 사람 사이를 이어온 시간이, 그 소리 하나에 잘려 나가는 것 같았다.선우는 뒤돌아보지 않았다.뒤를 돌아보는 순간, 다시 그 차 안으로 끌려 들어갈 것 같았다.윤오의 젖은 눈과.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과.친구라는 이름 아래 묻어두었던 감정까지.전부 다시 자신을 붙잡을 것 같았다.밤공기는 차가웠다.하지만 가슴속에서 휘몰아치는 소용돌이는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겨우 숨을 고르며 회사 정문을 향해 걸었다.“…….”그리고 그곳에.에단이 서 있었다.“…….”에단이 천천히 다가왔다.선우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그의 미간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생각보다 빨리 왔네요.”젖은 눈가.창백해진 얼굴.아직 가라앉지 않은 호흡.에단의 시선이 선우의 얼굴 위에 잠시 머물렀다.“……왜 울어요.”***에단의 차는 한강 둔치의 후미진 주차장에 멈춰 섰다.도심의 소음은 강바람에 씻겨 멀어졌고, 차 안에는 낮은 엔진 소리만이 고요하게 남았다.에단이 재킷을 벗었다.그리고 선우의 어깨 위에 걸쳐주었다.따뜻한 체온이 밴 재킷에서 익숙한 향이 희미하게 번졌다.“스테이크 썰기에는.”에단이 안전벨트를 풀며 말했다.“선우 씨 표정이 너무 체할 것 같아서.”선우가 그를 바라봤다.“오늘 같은 날 굳이 비싼 음식 앞에 앉아서 예의 차릴 필요는 없잖아요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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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그 말, 나중에 후회하지 마세요.” “왜요?” “내가 책임지는 방식은 꽤 집요해서.” “협박이에요?” “경고입니다.” “뭐가 다른데요?” 에단이 그녀의 손등을 쥔 채, 엄지로 천천히 한 번 쓸었다. “협박은 도망칠 기회를 주지 않는 거고.” ​“…….” “경고는 도망쳐도 결국 잡힐 거라는 뜻이니까.” 선우의 웃음이 입술 끝에서 멈췄다. ​“…….” ​“…….” 바람은 여전히 차가웠다. 한강은 어둡고, 도시는 눈부셨다. 손등에 닿은 에단의 체온이 지나치게 뜨거워서, 그 열이 심장까지 번지는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오늘은 일단 웃은 걸로 하죠.” ​“…….” ​“오늘만이 아니라.” ​“…….” “앞으로 계속.” 그 말에 선우는 더 이상 대꾸하지 못했다. 대신 손을 빼지 않았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대답이었다. *** 텅. 문이 닫히는 소리는 단순한 물리적인 울림이 아니었다. 27년을 버텨온 관계의 한 축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였다. “…….” 윤오는 핸들을 움켜쥔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차창 너머로 선우가 에단에게 걸어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망설임도 없었다. 그 단호한 발걸음 하나하나가 윤오의 가슴을 짓밟았다. 에단이 선우의 뺨에 손을 대는 모습.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넘겨주는 모습. 그리고 끝내 그녀를 제 품으로 끌어당기는 모습. 그 모든 장면이 선명하게 눈에 박혔다. “……하.” 윤오는 마른세수를 하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거야, 권윤오. 저 멀리 에단의 차가 미끄러지듯 출발했다. 붉은 리어램프가 골목 끝으로 사라질 때까지 윤오는 그 자리를 바라봤다. “지켜주겠다고…….” 낮게 중얼거린 그는 눈을 감았다. 그래. 나는 김선우를 지켜주고 싶었다. 온실 속에 가둬놓고서라도, 상처 하나 없이. 27년 동안 그래왔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선을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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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선우는 모니터만 노려봤다. 글자가 보이긴 했다. 하나도 읽히지 않는다는 게 문제지. 오차장이 한바탕 하고 지나간 뒤부터 사무실 분위기가 이상했다. 선우의 손끝이 괜히 키보드를 두드렸다. “과장님…….” 옆자리 민지가 눈치를 보며 다가왔다. “어, 민지 씨.” “괜찮으세요?” “응. 당연하지.” 전혀 안 괜찮았다. 민지가 주위를 슬쩍 살피더니 선우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저는 과장님 편이에요.” “고마워.” 선우가 피식 웃었다. 긴장이 아주 조금 풀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때 본부장실 문이 열렸다. 에단이 나왔다. 선우는 본능적으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 왜 아직도 저 사람만 보면 자세부터 바로잡게 되는지 모르겠다. “오차장님.” 오차장이 벌떡 일어났다. “네, 네.” 말도 조금 더듬었고. “잠시 들어오시죠.” 에단은 그 말만 남기고 본부장실로 들어갔다. “…….” 오차장이 따라 들어가기 전 선우를 한 번 노려봤다. 오지랄, 왜 또 지랄인데? 괜히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철컥. 문이 닫혔다. *** “본부장님.” 본부장실에 들어오자마자 오차장이 입을 열었다. “아까는 너무 강하게 나가신 것 아닙니까?” 에단은 아무렇지도 않게 차를 따랐다. “차 한 잔 하시죠.” “차가 문제가 아니라요.” “차가 식는 것도 큰 문제라.” “…….” 오차장이 잠시 말을 잃었다. 에단은 찻잔을 그녀 앞으로 밀었다. “말씀하세요.” “박상무님은 이 회사 예산권을 쥐고 계신 분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본부장님은 본사에서 잠시 내려오신 거잖아요.” “그렇죠.” “그럼 본부장님이 본사로 돌아가신 뒤에 저희는 어떻게 합니까?” 오차장이 쏘아붙였다. “상무님 눈 밖에 나면 남은 저희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으세요?” 에단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오차장님.” “네.” “제가 그렇게 무책임해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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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왜, 왜 이렇게 가까이 와요?” “키스하려고요.” 그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말했다. “그걸 왜 그렇게 당당하게 말해요?!” “도망가지말라고?” “…….” 말문이 막혔다. 에단이 또 웃었다. 길게 내려앉은 속눈썹이며, 웃을 때보다 훨씬 선명하게 보이는 눈매며. 선우가 꼭 홀린것처럼 꼼짝하지 못했다. “…….” “…….” 그가 천천히 손을 들어 선우의 뺨을 감쌌다. 손끝이 닿는 순간, 선우의 숨이 멎었다. 선우가 저도 모르게 그의 수트 자락을 움켜쥐었다. 에단의 팔이 얇은 허리를 감쌌다. 단단한 품에 몸이 가볍게 당겨졌다. 쿵. 쿵. 심장이 곧 터질 것처럼 요란하게 뛰었다. 그럼 이제 입술이 닿을 차례. “…….” “…….” 에단이 아주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입술이 살며시 겹쳤다. 따뜻하고, 말랑한 온기가 선우의 입술을 천천히 머금었다. 그런데 입술이 생각보다 빨리 떨어졌다. 닿았다는 걸 느낄 즈음엔 이미 떨어질 만큼 짧은 키스였다. “…….” “…….” 선우는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했다. 벌써? 라는 생각이 떠오른 순간, 스스로 흠칫했다. 아니, 김선우. 너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짧았는데. 너무 짧았다. 입술에 남은 감각이 아직 선명했다. 에단의 품에서 떨어져 나온 것도 이상하게 아쉬웠다. 선우는 괜히 쥐고 있던 수트 자락에 힘을 주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렸다. ……나 지금 뭘 잡고 있는 거야. 급하게 놓으려던 순간이었다. “계속하면 집에 가기 싫어질 것 같아서.” 에단의 목소리가 낮게 들렸다. 선우가 눈을 들었다. 에단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선우 씨도 저를 안 보내줄 것 같고.” “제가 언제요!” 선우가 화들짝 놀라며 수트 자락을 놓았다. 에단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선우는 입술만 달싹이다가 결국 고개를 돌렸다. “들어가요.” 맨날 지만 여유롭지. “……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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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감정을 업무에 가져오지 마세요. 이건 지시입니다.” 에단의 말을 끝으로 본부장실 문이 닫혔다. 찰칵. 그 소리가 어젯밤과 오늘 사이에 선을 긋는 것 같았다.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역시 시선이 쏟아졌다. 애써 모르는 척 자리에 앉았다. 노트북을 켜고, 수정해야 할 자료를 열었다. 화면 한가운데 박힌 작은 숫자가 이상하게 크게 보였다. “김 과장.” 아, 또 시작된 오지랄의 지랄. 좀 가만히 둬줬으면 좋겠는데. 선우가 힘없이 고개를 들었다. “네, 차장님.” “본부장실 분위기가 꽤 살벌하던데?” 건 수라도 잡은 듯한 오 차장이 입꼬리를 올렸다. 오늘따라 저 입꼬리가 왜 이렇게 야비하게 보일까. “아무리 특별 대우를 받아도 일은 일이지. 안 그래?” 선우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특별 대우. 그 말이 깊게 박혔다. 에단이 자신을 믿는다고 했다. 자신을 아낀다고도 했다. 그런데 그 마음이 자신에게 힘이 되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그걸 실력이 아니라 특혜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뭘 하든 지금처럼 에단의 이름이 따라붙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미 그러고 있는 듯 보이기도 했고. 선우가 마우스를 쥔 손에 힘을 줬다. “…….” 싫었다. 본부장이 자신에게 사적인 감정을 가진다는 이유로 여기까지 올라온 사람처럼 보이는 것도. 자신이 그 사람에게 기대서 무능함을 포장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도. 선우는 다시 데이터를 처음부터 확인하기 시작했다. 하나씩. 뻑뻑한 눈을 비비며 숫자 하나도 넘기지 않고 체크했다. 그때였다. “과장님.” 선우가 고개를 들자 민지가 어색하게 웃었다. “점심 드셔야죠.” “아, 응.” 선우가 작게 기지개를 켰다. “오늘은 뭐 먹……” “저희 먼저 점심 먹으러 갈게요.” 민지가 잠깐 머뭇거렸다. “과장님은…….” 민지가 눈치를 보듯 주변을 살폈다. “본부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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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혼자 가고 싶은 겁니까. 아니면…….” “…….” “내가 가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그래. 이 남자는 언제나 나를 꿰뚫는다. 이런 터무니없는 거짓말이 먹힐리가 없었다. 그는 이미 선우의 곁에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것을, 그리고 선우가 그 그림자를 치워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왜 굳이 거짓말을 했지. “…….” ​선우가 대답 대신 물 컵만 만지작거렸다. “…….” “…….” 화사한 햇살 아래서도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깊은 심해처럼 가라앉아 갔다. 꼭 블렌딩이 잘못된 위스키처럼, 두 사람 사이엔 지워지지 않는 불쾌한 향조가 섞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고개를 들면 에단과 눈이 마주친다. 그럼 그는 블렌딩 직전의 원액을 검사하듯이 제 눈동자 속에 소용돌이치는 불안과 망설임, 그리고 부정하고 싶은 진실을 낱낱이 읽을 터였다. ​선우는 그 눈빛이 불편해 결국 시선을 떨어뜨렸다. 그가 자신을 꿰뚫어 볼수록, 스스로가 얼마나 투명하게 흔들리고 있는지 들키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원액 선정과 블렌딩 비율은 확정됐습니다.” 에단의 목소리가 다시 업무적인 톤으로 돌아왔다. “패키지와 라벨 디자인 초안도 넘어왔고요. 이제 최종 기획 단계입니다.” 선우가 고개를 들었다. “Heartbeat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단계죠.” “네.” 에단이 냅킨으로 입가를 가볍게 닦았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작은 오차도 놓치면 안 됩니다.” 선우의 손이 멈췄다. “아침에 말씀드린 것도 마찬가지고요.” “…….” “마케팅팀과 패키징 업체를 조율할 때도 개인적인 상황이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게 해주세요.” 선우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컵을 내려놓았다. “꼭 그렇게까지 하셔야겠어요?” 에단의 시선이 올라왔다. “무슨 뜻입니까?” “저 지금 회사에서 어떤 상황인지 모르시죠?” 선우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팀원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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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하고 있다고요.” 그 눈을 마주한 순간, 선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독한 감당.” “…….” “당신이 그 12년을 붙잡고 괴로워 하는 걸 지켜보는 것.” 잠시 말을 멈춘 그가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그것부터가 나에겐 지독한 감당이니까.” 늘 한발 물러서서 여유롭게 웃던 남자가 아니었다. 지금 선우 앞에 있는 건, 좋아하는 여자를 다른 남자의 시간 속에서 바라봐야 하는 한 남자였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내가 당신을 끌어낸 건, 오차나 허용하며 적당히 시간을 때우게 하려는 게 아닙니다.” 선우도 처음이었듯이, 에단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처음이었다. “당신의 12년을 단숨에 덮어버릴 피니시를 주겠다고 약속했죠.” 선우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 ​그의 숨결이 닿는 곳마다 선우의 살결이 팽팽하게 긴장했다. “그 남자 곁에서 마음껏 흔들리세요. 그리고 깨달으세요.” 확신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당신이 돌아올 곳은 결국 그 지루하고 다정한 12년이 아니라, 나라는 걸.” *** 선우는 뻣뻣하게 굳은 손가락으로 마우스를 움켜쥐었다. ‘내가 흔들리는 것 정도는 본부장님이 감당하셔야죠.’ “……미쳤어, 진짜.” 선우가 결국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었다. 누가 들으면 자기를 선택하라고 붙잡고 협박이라도 한 줄 알겠다. “비겁해.” 비겁한 인간 김선우.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는 건 무서웠고, 그래서 가장 만만한 방법을 택했다. 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 “미쳤지.” 결국 선우가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12년이라는 시간을 방패처럼 들이밀면서 에단을 탓했지만, 그 사람이 있는 쪽으로 걸어간 것도 자신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내가 흔들리는 것까지 당신이 알아서 감당하세요. 이게 무슨 말이냐고. 선우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데 가장 마음에 걸리는 건 자신의 말이 아니었다. 그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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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병원 복도는 고요했다. 1인실 문을 열자 익숙한 목소리가 먼저 튀어나왔다. “어, 선우 왔니?” 환자복을 입은 아버지 옆에서 사과를 깎던 엄마가 반갑게 웃었다. “응, 아빠는 좀 어때?” “말도 마.” 엄마가 사과 한 조각을 선우에게 내밀었다. “수술 날짜 잡히고 나니까 아주 기운이 펄펄 나나 봐. 아까는 병원 밥이 싱겁다고 투정까지 하더라.” “아저씨, 그러시면 안 돼요.” 윤오가 웃으며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 “병원 밥이 영양 균형은 제일 좋아요.” “그래도 맛이 없잖아.” “퇴원하시면 제가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음.” “대신 그때까지는 얌전히 드셔야 합니다.” “그래. 우리 권 닥터가 그렇다면야.” 두 사람이 웃었다. “아까 교수님이랑 통화했어요.” “그래?” 아버지의 상태를 묻고, 수술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고, 엄마가 하는 이야기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들어줬다. 엄마가 깎아 건넨 사과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먹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 병실의 식구였던 사람처럼. 아니. 어쩌면 정말 그랬는지도 몰랐다. 선우가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윤오는 이곳에 있었으니까. 자신이 비워둔 자리를 대신 지키면서. “엄마.” “응?” “저녁 같이 나가서 먹자.” 엄마가 손을 내저었다. “아냐. 너희 둘이 갔다 와.” “왜?” “윤오 쟤가 매일 저녁마다 나랑 같이 밥 먹어줬어.” 선우가 놀란 눈을 했다. “……매일?” “그래. 네가 회사 때문에 못 올 때마다 와서 밥 먹어주고, 아빠 말동무도 해주고.” 엄마가 윤오를 바라보며 웃었다. “오늘은 둘이 맛있는 거 먹고 와. 윤오도 고생했는데.” “별것도 아닌데요.” 윤오가 멋쩍게 웃었다. 그 순간 선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 자신이 에단 때문에 정신없이 흔들리는 동안 윤오는 여기 있었다. 자신이 없는 자리까지 묵묵히 채우면서.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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