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아이를 지운 남자가 내 친구와 결혼한다: Chapter 41 - Chapter 50

56 Chapters

제41화. 내 아이 기록, 네 아이가 됐다

“그건 내 아이 이름으로 만든 파일이 아니야.”세아의 말이 끝나자 통화가 끊겼다.연희는 다시 전화하지 않았다.화면에 남은 파일명부터 종이에 옮겼다.BRIDE_01_US_001.자신의 수술 자료가 들어 있던 폴더와 같은 번호였다.“내용은 열지 말고 이동 기록부터 보여줘요.”도율은 냉동창고 서버 복제본을 읽기 전용으로 연결했다.파일은 연희의 수술 전날 BRIDE_01 폴더에서 생성됐다.수술 사흘 뒤 한세아의 환자번호 아래로 이동했다.최초 환자번호는 0817-4439였다.연희가 수술 날 찼던 팔찌 번호였다.그 번호는 파일을 옮긴 직후 삭제됐고, 같은 자리에 세아의 산부인과 번호가 입력됐다.“복사한 건가요?”“아닙니다.”도율이 원본 식별값을 확대했다.“복사본이라면 두 환자의 기록이 따로 남습니다. 이건 한 파일의 주인을 바꾼 겁니다.”정애가 서랍에서 오래된 병원 팔찌를 꺼냈다.바랜 글자 끝에 4439가 남아 있었다.“우리 애 팔찌 번호가 왜 세아 아이 밑에 있니?”연희가 팔찌와 화면을 나란히 놓았다.“내 이름을 지우고, 아이 기록만 가져간 거야.”그 순간 세강병원 법무실에서 공문이 도착했다.제목은 냉동창고 보관 장비 관련 사실확인서였다.병원은 동일 양식 복제 과정에서 파일명이 중복됐을 뿐, 환자정보가 섞인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인우가 발송 시각을 확인했다.“경찰이 서버를 봉인하기 열세 분 전입니다.”“우리는 아직 기록이 섞였다고 발표하지도 않았어요.”“병원이 먼저 알고 있었다는 뜻입니다.”도율이 수정 계정을 열었다.자료관리팀 공용 계정.접속 승인자는 최혜경이었다.연희가 혜경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세 번째 연결음 뒤 화면이 열렸다.“타인의 의료기록을 열어보는 건 범죄예요.”혜경은 인사도 없이 말했다.“내 번호를 지우고 만든 기록도 타인 거예요?”“현재 등록 환자는 한세아입니다.”“현재만 그렇죠.”연희가 변경 이력을 화면에 비췄다.“처음에는 이연희였으니까.”혜경의 시선이 팔찌 번호에서 멎었다.“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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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정상인 아이를 지웠다

“내 아이 기록을 지운 게 아니었네.”연희는 검사 결과 파일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네 아이 기록으로 갈아입혔어.”세아가 숨을 들이켰다.“열지 마.”“내 몸에서 나온 결과야.”“보고 나면 돌아갈 수 없어.”“나는 수술실에서 나온 날부터 돌아갈 곳이 없었어.”연희는 통화를 끊지 않은 채 도율을 바라봤다.“원본은 보존하고 복제본으로 열어 주세요.”도율이 파일의 해시값과 접속 시각을 기록했다.“누가 확인했는지도 남기겠습니다.”첫 번째 문서가 열렸다.태아 목덜미 투명대 검사. 정상 범위.두 번째는 염색체 선별검사였다.주요 항목 저위험.세 번째 심장 정밀검사에는 구조적 이상 소견 없음이라고 적혀 있었다.연희는 화면을 넘기지 않았다.세 문장이 자신이 받은 수술 설명서와 나란히 놓였다.치명적 심장기형. 염색체 이상 고위험.출생 후 생존 가능성 희박.정애가 두 종이를 번갈아 봤다.“어느 쪽이 우리 아이 거니?”도율이 생성 시각과 전자서명을 확인했다.“정상 결과 세 장이 먼저 작성됐습니다.”“이 종이에 적힌 아이만 말해요.”연희가 결과지를 자기 앞으로 끌었다.“내 아이는 어땠어요?”도율은 다른 가능성부터 늘어놓지 않았다.“정상이었습니다.”연희는 한동안 정상이라는 두 글자를 보지 못했다.그 말이 너무 늦게 와서, 오히려 수술실에서 들은 모든 문장이 먼저 떠올랐다.[ 살리기 어렵습니다. 늦으면 산모도 위험합니다. 빨리 결정하셔야 합니다. ]그날 자신을 몰아세운 말들은 숫자가 아니라 겁이었다.재문이 물컵을 가져와 연희 앞에 놓았다.컵 옆에 오래된 수술 동의서를 펼쳤다.정상이라는 글자와 생존 가능성 희박이라는 글자가 종이 한 장 간격으로 마주 봤다.“정상인 아이가 네 시간 만에 죽을 아이가 됐어요.”도율이 시간표를 만들었다.오전 9시 18분.정상 판독 저장.오후 1시 42분.파일이 BRIDE_01 폴더로 이동.오후 2시 07분.이상 소견 설명서 생성.오후 2시 11분.세아의 보호자 계정 열람.연희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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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사라진 이름이 전화했다

“내 아이를 정상이라고 쓴 사람부터 지웠어.”연희는 소재 확인 요청서와 정상 판독서를 나란히 놓았다.두 문서에는 같은 이름이 적혀 있었다.고미례.하지만 직책은 서로 달랐다.한쪽에는 태아영상 판독의.다른 쪽에는 수술실 간호사.“의사 면허가 없어요.”도율이 의료인 등록 조회 결과를 연희 앞으로 돌렸다.고미례의 간호사 면허는 확인됐지만 의사 등록 기록은 존재하지 않았다.“그럼 정상 판독은 가짜예요?”“결과가 가짜라는 뜻은 아닙니다.”도율이 전자서명 인증서를 열었다.“고미례 씨가 판독할 자격이 없었다는 뜻입니다.”“정상이라는 숫자는 진짜인데, 서명할 사람만 바꿨네요.”연희가 권한 변경 이력을 눌렀다.수술 사흘 전.고미례 계정의 직책이 수술실 간호사에서 태아영상 판독의로 변경됐다.수술 다음 날.권한은 원래대로 돌아갔다.승인자는 최혜경이었다.“내 아이 기록을 만들 때만 의사였어요.”도율은 변경 내역과 서버 시각을 따로 저장했다.“누군가 고미례 씨 계정에 판독 권한을 임시로 부여했습니다.”“누가 결과를 입력했는지도 나와요?”작성 단말기는 수술실 4번 준비실이었다.하지만 로그인 직전 같은 검사 영상이 다른 장소에서 열렸다.최혜경 이사장 전용 진료실.계정명 CHK_ADMIN.사용자 이름은 지워져 있었다.정애가 두 접속 위치를 번갈아 봤다.“위에서 보고, 아래 사람 이름으로 썼다는 거니?”“현재 기록으로 확인되는 건 두 계정이 같은 영상을 열었다는 사실까지입니다.”연희는 고미례의 수술실 업무일지를 열었다.오전 9시 01분 태아심박 확인.오전 9시 05분 검사영상 수신.오전 9시 12분 이사장실 호출.오전 9시 18분 판독 결과 입력.마지막 줄에는 수정 흔적이 있었다.도율이 삭제 전 문장을 복구했다.오전 9시 17분 최혜경 지시 거부.연희의 손이 그 문장 위에서 멎었다.“거부한 사람 이름으로 일 분 뒤 판독을 썼어요.”“본인이 거부 뒤 결과를 남겼을 수도 있고, 계정을 빼앗겼을 수도 있습니다.”“확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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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13초 뒤, 끌려갔다

“고미례입니다.”연희는 이름을 되묻지 않았다.통화 화면에는 00분 08초가 찍혀 있었다.“내 아이 검사 결과, 직접 남겼어요?”“네.”“정상이었어요?”“처음부터요.”“최혜경이 결과를 바꿨어요.”00분 12초.“동의서 시간을 보세요.”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통화는 그렇게 끝났다.00분 13초.연희는 종료 화면을 그대로 캡처했다.종이에 세 문장을 적었다.[ 아이에게 병은 없었다.최혜경이 결과를 바꿨다.동의서 시간을 확인하라. ]고미례가 직접 말한 것과 자신이 추측한 것을 섞지 않았다.13초를 증언으로 남기려면 한 글자도 보태서는 안 됐다.도율은 녹음 파일을 복제하고 원본 해시값을 남겼다.“고미례 씨가 위험할 수 있습니다.”“경찰에 바로 넘겨요.”도율이 실종 기록과 통화 녹음을 함께 제출했다.경찰은 생존이 확인된 실종자의 긴급 구조 가능성을 이유로 발신 기지국 조회에 들어갔다.스무 분 뒤 지도에 범위 하나가 표시됐다.청송리 남쪽 과수원 지대.재문이 화면을 자기 쪽으로 당겼다.표시된 범위 안에는 재문의 과수원과 오래된 선별장, 비어 있는 농막 세 채가 들어 있었다.고미례와 연희 가족 사이에는 알려진 인연이 없었다.그런 사람이 하필 연희 부모의 땅 근처에서 전화를 걸었다.“우리 밭이 저 안에 있다.”연희는 외투를 집어 들었다.“경찰 위치부터 공유해요.”“같이 움직이겠습니다.”정애는 도시락 대신 물과 수건을 가방에 넣었다.“사람부터 찾자.”청송리 입구에는 순찰차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연희 가족의 과수원으로 이어지는 흙길에는 타이어 자국이 겹쳐 있었다.순찰차 옆에 선 경찰이 주변 수색을 시작했지만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전날 비가 와서 바퀴 무늬가 선명했다.재문의 트럭과 다른 넓은 자국이었다.과수원 정문 카메라는 전원이 빠져 있었다.전선은 끊기지 않았다.누군가 플러그만 뽑고 먼지를 다시 덮어 놓았다.“카메라가 하나 더 있어.”정애가 선별장 뒤편을 가리켰다.“새들이 과일 쪼는 것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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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태어날 날이 열쇠였다

“아이를 지운 다음, 내가 동의한 사람으로 만들었어.”연희는 수술이 끝난 뒤 생성된 동의서를 경찰에게 넘겼다.고미례가 남긴 흰 봉투는 봉인됐지만, 정작 고미례의 행방은 찾지 못했다.검은 승합차는 국도 진입 직전 번호판을 바꿨다.마지막으로 잡힌 차량은 세강재단 협력업체 차고가 아니라 청송리 반대편 폐도로 향하고 있었다.도율이 수사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동안 연희는 과수원 CCTV를 처음부터 다시 돌렸다.고미례가 뒷문으로 들어온 시각.전화를 건 시각.남자들에게 붙잡힌 시각.연희가 화면을 멈췄다.“들어올 때는 봉투 말고도 하나 더 들고 있었어요.”고미례의 왼손 아래에 낡은 갈색 손잡이가 보였다.그런데 승합차에 끌려갈 때는 손이 비어 있었다.재문이 화면을 가까이 당겼다.“복숭아 상자 끈이다.”“상자를 들고 왔다는 거야?”“옛날에는 무거운 상자에 저 끈을 둘렀다.”정애가 선별장 뒤편 창고를 돌아봤다.“저 여자가 들어간 뒤 창고 문이 한 번 흔들렸어.”경찰과 함께 창고 안을 다시 확인했다.비료 포대와 빈 플라스틱 상자만 쌓여 있었다.재문은 바닥에 무릎을 대고 먼지 자국을 살폈다.벽 쪽 포대 하나 아래만 흙빛이 달랐다.포대를 치우자 나무판자가 드러났다.못은 녹슬어 있었지만 못머리 주변의 먼지는 닦여 있었다.경찰이 판자를 들어 올렸다.아래에는 비닐로 세 겹 감싼 복숭아 상자가 들어 있었다.상자 옆면에는 12년 전 재문이 쓰던 농장 도장이 찍혀 있었다.청송백도 이재문 농원.재문이 도장을 문질렀다.“이건 그해에 다 태웠다.”“어떤 해?”재문은 연희를 보지 않고 답했다.“네가 수술받은 해.”상자 밑에는 마른 복숭아 잎 두 장이 붙어 있었다.고미례는 새 상자를 준비한 게 아니었다.연희가 아이를 잃던 해, 이 집에서 빠져나간 상자를 다시 들고 돌아온 셈이었다.누가 가져갔는지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돌아온 날짜는 오늘이었다.경찰이 상자를 촬영한 뒤 뚜껑을 열었다.맨 위에는 세강병원 수술실 출입기록 사본이 날짜순으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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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오지 않은 척해

잠금이 풀리자 휴대전화 화면에 폴더 하나가 나타났다.BRIDE_01.안에는 날짜와 시각만 적힌 음성 파일 열한 개가 들어 있었다.도율은 기기를 네트워크에서 분리한 뒤 전체 저장공간을 복제했다.“원본은 재생하지 않겠습니다.”연희는 복제본의 첫 파일을 눌렀다.수술 사흘 전 오전 10시 14분.고미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태아 심장 구조 정상. 염색체 선별 저위험. 이상 소견 없음. 최혜경 이사장에게 원본 보고 완료.”문이 열리는 소리가 뒤따랐다.“고 간호사, 환자에게는 최종 소견만 전달해요.”혜경이었다.“이게 최종 소견입니다.”“검사 결과와 병원의 결정은 달라요.”“정상인 아이를 두고 무슨 결정을 합니까?”“당신은 숫자만 기록하세요.”첫 파일이 끝났다.연희는 네 문장을 종이에 옮겼다.정상 결과 확인. 혜경에게 보고.환자에게 전달 제한. 병원의 별도 결정 존재.두 번째 파일은 수술 전날이었다.“내 계정이 판독의 권한으로 바뀌었습니다.”고미례가 날짜와 시각을 먼저 말했다.“수정 지시를 거부합니다. 원본은 별도 저장합니다.”뒤에서 혜경의 목소리가 가까워졌다.“거부는 기록에 남지 않아요.”“그래서 소리로 남깁니다.”녹음은 거기서 끊겼다.정애가 화면을 바라봤다.“저 사람은 자기가 없어질 걸 알았구나.”연희는 대답 대신 다음 파일을 열었다.수술 당일 오전 9시 17분.“정상 판독 원본 저장 완료. 계정 차단 확인. 이사장실에서 대체 설명서 작성 중.”고미례의 말 뒤로 발걸음이 겹쳤다.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어머니, 아직 시작하지 마세요.”연희의 손이 멎었다.한 문장뿐이었지만 누구인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무겸이었다.도율이 재생을 멈췄다.“음성 감정 전에는 단정할 수 없습니다.”“최무겸으로 추정.”연희는 그대로 적었다.“수술 시작 25분 전, 병원 안.”세 번째 파일의 남은 부분을 다시 재생했다.혜경이 말했다.“여기까지 왔으면 결정해야지.”“연희가 깨어 있습니까?”“곧 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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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기록만 깨끗하게 해

“연희에게는 제가 안 왔다고 하세요.”녹음 속 무겸의 말이 끝난 뒤에도 파일은 계속됐다.수술실 안에서 연희가 다시 그의 이름을 불렀다.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던 무겸은 대답하지 않았다.고미례가 문 앞으로 다가갔다.“최무겸 씨, 지금 들어가서 직접 말하세요.”“연희가 저를 보면 수술을 거부합니다.”“거부해야 합니다. 아이는 정상입니다.”“어머니는 산모도 위험하다고 했습니다.”“활력징후도 정상이에요. 검사 세 개 모두 이상 없습니다.”복도에 짧은 정적이 놓였다.무겸이 문손잡이를 내렸다.안에서 연희의 목소리가 가까워졌다.“무겸 씨 왔어요?”손잡이는 끝까지 내려가지 않았다.혜경이 말했다.“저 문을 열면 네가 책임져야 해.”“무슨 책임이요?”“저 여자와 아이를 네 이름으로 데리고 나갈 책임.”“제 아이입니다.”“그래서 더 문제야.”혜경은 수술실 호출 화면을 넘겼다.“승계 심사는 두 달 뒤고, 이사회는 네 혼외자를 몰라.오늘 아이를 데리고 나가면 연희와 결혼해야 해.”“결혼하면 됩니다.”“한세아는?”무겸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연희는 재생 시간을 확인했다.무겸의 침묵은 9초였다.9초 뒤, 손잡이가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고미례가 수술통제실 번호를 눌렀다.“BRIDE_01 시술 중지를 요청합니다.”통제실 직원이 사유를 물었다.“환자 본인 동의가 없습니다. 태아 검사도 정상입니다.”혜경이 전화를 빼앗으려 했다.고미례는 몸을 돌려 통화를 이어 갔다.“현재 진정제가 투여됐습니다. 환자를 깨운 뒤 의사를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무겸이 말했다.“일단 멈추세요.”혜경의 움직임이 멎었다.“다시 말해 봐.”“연희가 깨어난 뒤 결정하게 하겠습니다.”“결정하게 하면 아이를 택할 거야.”“그게 연희 결정이라면요.”고미례가 중지 요청을 완료했다.전자음 뒤로 안내 음성이 흘렀다.[ 시술 대기 전환. ]연희는 같은 시각의 전산 기록을 확인했다.오전 9시 38분.BRIDE_01 시술 보류.사유 환자 동의 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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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죽은 아이가 숨 쉬었다

녹음이 끝난 뒤에도 연희는 이어폰을 벗지 않았다.무겸이 수술실 문에서 물러난 발소리가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다.아이에게서 멀어지는 데는 한 걸음이면 충분했다.도율이 다음 전산 기록을 열었다.오전 9시 41분.BRIDE_01 시술 재개.오전 10시 3분.시술 종료.결과란에는 임신 종결 완료라고 적혀 있었다.연희는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죽었다는 말도, 사망했다는 말도 없었다.도율이 화면을 아래로 내렸다.“종결 기록 뒤에 비어 있는 시간이 있습니다.”산모 회복실 이동은 오전 10시 18분이었다.수술 종료 뒤 15분 동안의 처치 내역은 삭제돼 있었다.대신 장비 사용 기록 하나가 남아 있었다.신생아 이동 보육기.사용 시작 오전 9시 57분.반납 다음 날 새벽 2시 12분.정애가 화면을 붙들듯 손을 뻗었다.“종결 시술에 저게 왜 필요해?”도율은 보육기 식별번호를 병원 자산 기록에 넣었다.같은 번호가 신생아 집중치료실 출입 내역에서 발견됐다.오전 10시 1분.수술실 전용 승강기에서 4층 격리실로 이동.승인자 한진석.동행자 이름은 없었다.출입카드 번호만 남아 있었다.연희가 숨을 삼켰다.“무겸 씨 방문 기록에서 지운 번호예요.”“방문 기록만 지웠습니다.”도율이 카드 이동 경로를 복구했다.“카드가 움직인 흔적까지 없애지는 못했습니다.”오전 9시 12분 병원 정문.오전 9시 19분 수술동.오전 10시 1분 신생아 격리실.오전 10시 24분 지하 주차장.무겸은 연희가 잠든 사이 아이를 따라 격리실까지 갔다.그 뒤 혼자 병원을 나갔다.도율이 보육기 내부 측정 로그를 열었다.체중 1.94킬로그램.심박수 분당 151회.산소포화도 92퍼센트.자발 호흡 확인.측정 시각 오전 9시 59분.정애의 무릎이 의자에 부딪혔다.“살아 있었잖아.”연희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수술 종료로 기록되기 네 분 전.아이의 심장은 뛰고 있었다.스스로 숨을 쉬었다.체온 유지 장치도 작동했다.죽은 태아에게는 필요하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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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딸은 네 이름을 모른다

연희는 ‘신생아 인계 완료’라는 문장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한세아는 아이를 본 적만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아이를 넘겨받은 사람이었다.도율이 인계 기록의 이전 저장본을 복구했다.최초 문서에는 산모 윤연희, 보호자 최무겸이라고 적혀 있었다.인계 사유는 응급 치료를 위한 신생아 집중치료실 이동이었다.두 번째 저장본에서 윤연희의 이름이 사라졌다.그 자리에 한세아가 들어갔다.마지막 저장본에는 처음 보지 못한 항목이 붙어 있었다.[ 출생 관계 재지정 완료. ]정애가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니?”“아이와 산모를 연결하는 병원 코드를 바꾼 겁니다.”“연희가 낳은 아이를 세아가 낳은 것처럼?”도율은 화면을 넘기지 못한 채 대답했다.“전산상으로는 그렇습니다.”연희가 물었다.“출생증명서도 바꿨어요?”도율이 발급 목록을 열었다.문서 한 장이 나타났다.출생 시각 오전 9시 58분.출생 장소 세강병원 제3수술실.산모 한세아.부 최무겸.성별 여자.연희는 마지막 두 글자에서 숨을 멈췄다.여자.자신은 아이를 잃은 날에도 딸이라는 사실을 듣지 못했다.무겸은 보육기 앞에서 아이의 손이 움직이는 것까지 봤다.한세아는 보호자가 됐다.아이의 어머니만 딸의 성별조차 몰랐다.정애가 연희의 손을 감쌌다.“우리 아기, 딸이었구나.”연희는 대답하지 않았다.입을 열면 한 번도 불러 보지 못한 호칭부터 쏟아질 것 같았다.도율은 출생증명서의 발급 번호를 복사했다.SG-01-0714.같은 번호가 다음 날 새벽 외부 이송 승인서에서 발견됐다.출발 시각 오전 1시 46분.도착지는 세강재단 부설 청명원.이송 책임자 한세아.동행 의료인 고미례.도율이 문서 생성 시각에서 멈췄다.오전 8시 52분.연희에게 진정제를 투여하기도 전이었다.아이가 살아서 태어날지 확인되기 전에 이송지는 정해져 있었다.한세아의 전자서명도 이미 들어가 있었다.연희가 서명 시간을 확인했다.오전 8시 49분.“수술 전에 아이를 데려갈 준비부터 했어요.”무겸이 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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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찾으면 죽어

두 번째 메모가 입력된 직후 화면이 검게 변했다.도율이 전산선을 뽑았지만 이미 늦었다.최은채의 기록과 고미례 계정의 접속 이력이 동시에 사라지고 있었다.도율은 남은 화면을 외부 저장장치에 복사했다.복사된 것은 출생일과 혈액형, 마지막 접속 시각뿐이었다.주소와 보호자 변경 이력은 서버에서 지워졌다.연희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저장되지 않은 번호였다.[ 기록실에서 나오세요. ]곧 다음 문장이 도착했다.[ 도율 씨와 정애 씨를 남겨 두고 혼자. ]정애가 연희의 손목을 붙잡았다.“가지 마.”연희는 문자가 온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신호음도 없이 연결됐다.한세아가 먼저 말했다.“그 기록, 끝까지 믿지 마.”연희는 주저하지 않았다.“내 딸 어디 있어요?”“최은채는 살아 있어.”“그 아이가 내 딸이에요?”세아가 대답하지 않았다.도율이 통화를 녹음하며 발신 위치를 추적했다.연희가 다시 물었다.“당신 이름으로 출생증명서까지 만들었잖아요.”“내가 만든 게 아니야.”“전자서명이 남아 있어요.”“혜경이 내 손가락으로 찍었어.”연희는 헛웃음도 나오지 않았다.“아이를 넘겨받은 것도 강제로 했다고 할 건가요?”“난 아이를 받은 적 없어.”“청명원 이송 책임자가 당신이에요.”“차에는 탔어. 하지만 아이를 안고 내린 사람은 따로 있었어.”도율의 손이 멈췄다.연희가 물었다.“누구였어요?”세아의 숨이 한 번 끊겼다.“무겸 오빠.”기록실 안의 공기가 한꺼번에 가라앉았다.세아가 말을 이었다.“오빠가 보육기를 밀었어. 청명원에 도착한 뒤에는 직접 아이를 안았고.”연희는 수술실 녹음을 떠올렸다.아이의 손이 움직인다는 말을 듣고도 열두 초 동안 아무 말이 없던 사람.그는 보육기를 본 것만이 아니었다.아이를 품에 안고 병원을 나갔다.“왜 기록에는 당신만 남았어요?”“오빠 이름을 지키려고.”“당신은 그걸 받아들였고요.”“그때는 그 아이가 네 딸인지 몰랐어.”“산모 이름이 지워지는 걸 봤잖아요.”“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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