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지운 다음, 내가 동의한 사람으로 만들었어.”연희는 수술이 끝난 뒤 생성된 동의서를 경찰에게 넘겼다.고미례가 남긴 흰 봉투는 봉인됐지만, 정작 고미례의 행방은 찾지 못했다.검은 승합차는 국도 진입 직전 번호판을 바꿨다.마지막으로 잡힌 차량은 세강재단 협력업체 차고가 아니라 청송리 반대편 폐도로 향하고 있었다.도율이 수사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동안 연희는 과수원 CCTV를 처음부터 다시 돌렸다.고미례가 뒷문으로 들어온 시각.전화를 건 시각.남자들에게 붙잡힌 시각.연희가 화면을 멈췄다.“들어올 때는 봉투 말고도 하나 더 들고 있었어요.”고미례의 왼손 아래에 낡은 갈색 손잡이가 보였다.그런데 승합차에 끌려갈 때는 손이 비어 있었다.재문이 화면을 가까이 당겼다.“복숭아 상자 끈이다.”“상자를 들고 왔다는 거야?”“옛날에는 무거운 상자에 저 끈을 둘렀다.”정애가 선별장 뒤편 창고를 돌아봤다.“저 여자가 들어간 뒤 창고 문이 한 번 흔들렸어.”경찰과 함께 창고 안을 다시 확인했다.비료 포대와 빈 플라스틱 상자만 쌓여 있었다.재문은 바닥에 무릎을 대고 먼지 자국을 살폈다.벽 쪽 포대 하나 아래만 흙빛이 달랐다.포대를 치우자 나무판자가 드러났다.못은 녹슬어 있었지만 못머리 주변의 먼지는 닦여 있었다.경찰이 판자를 들어 올렸다.아래에는 비닐로 세 겹 감싼 복숭아 상자가 들어 있었다.상자 옆면에는 12년 전 재문이 쓰던 농장 도장이 찍혀 있었다.청송백도 이재문 농원.재문이 도장을 문질렀다.“이건 그해에 다 태웠다.”“어떤 해?”재문은 연희를 보지 않고 답했다.“네가 수술받은 해.”상자 밑에는 마른 복숭아 잎 두 장이 붙어 있었다.고미례는 새 상자를 준비한 게 아니었다.연희가 아이를 잃던 해, 이 집에서 빠져나간 상자를 다시 들고 돌아온 셈이었다.누가 가져갔는지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돌아온 날짜는 오늘이었다.경찰이 상자를 촬영한 뒤 뚜껑을 열었다.맨 위에는 세강병원 수술실 출입기록 사본이 날짜순으로
Last Updated : 2026-07-2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