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용의 집 마당. “아니, 너 내 연락을 왜 이렇게 안 받아? 걱정돼서 찾아왔잖아.”보통은 정 씨가 심 씨의 집으로 찾아가거나, 심 씨가 불러내는 곳으로 늘 나가고는 하던 정 씨였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달랐다. 행여나 재형에 관한 소문이 안 좋게 퍼져 나갈까 봐 심 씨의 연락을 못 본 척하고서 집에만 있던 정 씨였다.잔뜩 심통 난 심 씨의 표정을 본 정 씨는 곤란한 기색을 감추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 심술맞은 심 씨의 눈 밖에 나봤자, 재형에 관해 좋은 말을 할 리가 없는 그녀였기 때문이었다.“아, 우리 둘째 성모 있잖아. 성모가 아들 재형이 좀 몇 달간 돌봐달라길래.” “그래서, 내 연락을 못 받아? 말이 안 되잖아. 재형이는 지금 학교 갔지?” “그렇긴 한데, 새 식구가 집에 들어오면 할 일이 워낙 많잖아, 언니….”정 씨의 파리한 얼굴을 흰자가 유독 많은 큰 눈으로 살핀 심 씨는 코웃음을 크게 쳤다.“어쭈? 그렇다고 내 연락도 다 씹고 집에만 있었다? 야, 너 의리가 없어도 너무 없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나 참, 손주를 아들이 버리고 간 건 아니고?” “뭐, 뭐라고?” “거짓말하는 거지, 너? 어제 네 손주 세상 떠나가라 통곡하는 소리 다 들었어. 내가 바보야? 이런 것도 눈치 못 채게?”“언니, 아무리 그래도 버리고 갔다는 표현은 좀….” “그리고, 너 자식들이 연락 끊은 거지? 바빠서 못 오기는 못 오길. 딱 봐도 네 심보 못 견뎌서 아들들이 연락 끊은 것 같더구먼.”가까운 사이였던 사람이 약점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하던가.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를 난도질해 대는 심 씨를 보며 정 씨는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정 씨는 순간 화도 났지만, 누굴 탓하리오. 다 본인이 쌓아 올린 업보나 다름없었다. 심 씨의 방식이 우악스럽고 교묘해서 싫었으나, 어찌 됐든 마을의 실세인 이장에게 붙어있으면 콩고물이라도 떨어지겠지라는 생각에 심 씨에게 여태 붙어있던 정 씨였다.심 씨의 곁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주워듣다 보니, 정
Last Updated : 2026-08-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