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습니다."소월백의 대답은 진묵의 선언보다 짧았다.정당에 엎드렸던 북강 문사들이 고개를 들었다. 장수 다섯은 여전히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댄 채였으나, 누구도 새 황자에게 충성을 고하지 않았다. 선황의 친필을 믿는 것과 살아 있는 사람을 옥좌에 밀어 넣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진묵이 턱을 괴었다."네가 좋아하라고 하는 일 아니야.""형님을 끌어내리려고 저를 쓰시겠다는 말씀이라면 더욱 싫습니다.""그럼 죽든가. 지금 황명대로."칼날 같은 말이 떨어졌다. 온보요가 찻잔을 내려놓았다. 진묵은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눈을 돌렸지만, 더 말하지는 않았다."오늘은 누구도 충성을 고하지 않습니다."온보요가 말했다."밀지를 읽은 일과 주군을 정하는 일 사이에는 사람 하나가 건너야 할 강이 있어요. 그 강을 건너라 떠밀면, 충심이 아니라 두려움만 남습니다."곽 부장의 굳은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소월백은 그녀를 보다가 진묵의 팔로 시선을 옮겼다. 먹빛 소매 아래의 손은 어느새 온보요 의자 등받이를 감싸고 있었다."그러니 먼저 길부터 살리지요."상엄이 긴 상 위에 종이 열한 장을 놓았다. 친필을 본 열 사람의 증언 열 장, 살아 있는 포로의 문초 한 장이었다. 같은 글을 베낀 종이가 아니었다. 문사 셋은 자획과 어새를, 마숙은 진규의 칼집과 봉투를, 장수들은 동루에서 본 시신과 금룡기를 저마다 제 말로 적었다.온보요는 열한 장을 한데 묶지 않았다."두 장은 서쪽 보루, 두 장은 조운선, 세 장은 경성의 서로 다른 관청으로 갑니다. 나머지는 사람을 바꾸어 육로로 보내세요. 같은 역원에서 자지 말고, 같은 성문으로 들지도 않습니다."증언을 든 자들도 서로의 행색을 몰라야 했다. 문사 하나는 약초꾼의 솜옷을 입고, 장수 하나는 한쪽 장화를 벗어 절름발이 마부가 되었다. 마숙은 제 몫을 달라 했으나 온보요는 화상 붕대 아래에 약첩만 넣어 주었다."마숙 어르신은 종이를 들지 않습니다. 선대왕의 칼집과 해검원을 기억하는 분까지 길에서 잃을 수는 없어요."
Last Updated : 2026-08-1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