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까지 회계팀 직원의 눈을 피하며 살얼음판을 걷던 극도의 공포와, 언제 터질지 모를 횡령의 폭탄이라는 중압감은 진성의 영혼을 사정없이 갉아먹고 있었다. 하지만 그 지독한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도피처는 오직 혜진의 품뿐이었다.오피스텔 문이 열리자마자 진성은 혜진을 거칠게 끌어안았다."민성 씨……? 오늘 왜 이래요, 사람을 잡아먹을 것처럼……."혜진의 당황스러운 웃음도 잠시, 두 사람의 몸은 곧장 침실로 굴러떨어졌다. 진성은 혜진의 몸을 탐닉하며 그녀의 살결과 숨소리 속에 자신의 공포를 짓이기듯 몰아붙였다.학, 하아……!거친 침대 위에서 진성은 혜진을 벼랑 끝까지 밀어붙이며 격렬하게 몸을 섞었다. 그 순간만큼은 회사의 압박도, 사채업자의 문자도, 아버지의 서늘한 눈빛도 모두 지워지는 것 같았다. 오직 쾌락이라는 마취제만이 그의 흔들리는 정신을 붙들어 매고 있었다.하지만 그 광기 어린 엑스터시가 한바탕 쓸고 지나간 침대 위, 숨을 몰아쉬는 진성의 귓가에 혜진의 나긋한 목소리가 파고들었다."민성 씨……." "왜." "나, 저번에 청담동 매장에서 본 거 있잖아. 한정판으로 나온 그 수입 명품 백……."혜진은 진성의 가슴 위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쓸어내리며, 앙증맞은 투정처럼 조르기 시작했다."친구가 이번에 그것 들고 나왔는데, 은근히 사람 기죽이더라고요. 나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 응? 내 사랑 알지?"순간, 진성의 머릿속을 짓누르던 쾌락의 잔향이 순식간에 차가운 현실로 바뀌었다.이미 그의 통장 잔고는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였고, 공금에 손을 대어 겨우겨우 메워놓은 상태였다. 여기에 그 고가의 수입 명품까지 더해진다면, 정말로 다시는 수습할 수 없는 파국으로 직전까지 치닫게 될 터였다.거절해야 했다. '지금은 여유가 없다'고 매몰차게 끊어내야 이 지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진성은 혜진이 자
Last Updated : 2026-08-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