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3년의 계약, 당신을 모른채 사랑에 빠지다.: Chapter 91 - Chapter 100

126 Chapters

91화. 위험한 선택

태산그룹 본사.27층 전무실.시계는 어느새 자정을 향하고 있었다.대부분의 사무실은 불이 꺼졌지만, 전무실 안만큼은 형광등의 차가운 백색빛이 적막한 공간을 밝히고 있었다.거대한 책상 앞에 홀로 앉아 있는 이진성의 얼굴은 창백했다.넥타이는 느슨하게 풀려 있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손에 쥔 만년필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며칠 전 회계팀장이 했던 말이 또다시 귓가를 파고들었다.'이번 분기 자금 집행 내역은 회장님께 직접 보고드릴 예정입니다.'그 한마디는 시간이 지날수록 목을 조여 오는 올가미가 되어 있었다.공금에 생긴 구멍은 이미 자신의 힘으로 메울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처음에는 잠깐 빌려 쓰는 돈이라고 생각했다.곧 주식으로 손실을 만회하면 다시 채워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하지만 시장은 그의 예상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유진에게 사 준 명품과 보석, 고급 외제차, 고가의 생활비까지 더해지면서 상황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악화되었다.고미혜에게도 더 이상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결국 그의 앞에 남은 선택은 하나뿐이었다.진성은 천천히 서랍을 열었다.안에는 미리 준비해 둔 허위 세금계산서와 지출 결의서가 가지런히 들어 있었다.그는 잠시 그것들을 바라보다가 깊게 눈을 감았다."...미안합니다."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아버지에게인지.회사에게인지.아니면 아직 남아 있는 자신의 양심에게인지.잠시 후,그는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펼쳤다.노트북에 회사 공인인증 USB를 연결하고 자금 흐름을 조작하기 시작했다.계좌를 여러 곳으로 분산시키고,허위 거래처를 입력하고,실제 지출처럼 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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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화. 깊어지는 의심

복도를 걸어 나오던 회계팀 대리 한민수는 몇 걸음 가지 못한 채 걸음을 멈췄다.조금 전 전무실에서 마주했던 광경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황급히 노트북을 덮던 진성.커피를 쏟으며 당황하던 모습.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을 밀어내듯 소리치던 그의 눈빛.'전무님답지 않았어.''분명 무언가 숨기고 있었어.'한참을 고민하던 민수는 결국 발길을 돌렸다.향한 곳은 회장 비서실이었다."...최 실장님."최 실장은 퇴근 준비를 하다가 민수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입니까?"민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오늘 밤...""전무님을 뵀는데.""...조금 이상했습니다."그는 자신이 본 장면을 하나도 빠짐없이 설명했다.황급히 닫히던 노트북.커피에 젖은 서류.평소와 달리 심하게 동요하던 진성의 모습.최 실장은 말없이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다.표정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하지만 눈빛은 점점 무거워지고 있었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최 실장은 짧게 말했다."...알겠습니다.""오늘 들은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게 하지 마십시오."민수는 고개를 숙였다."예."민수가 돌아간 뒤,최 실장은 잠시 창밖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회장실로 향했다.태산그룹 회장실.이창수 회장은 아직 퇴근하지 않고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들어오게."최 실장이 안으로 들어왔다."회장님.""드릴 말씀이 있습니다."이창수는 안경을 벗으며 고개를 들었다.최 실장은 조금 전 한민수에게 들은 내용을 차분히 보고했다.말을 듣는 동안,이창수의 표정은 조금씩 굳어졌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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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화. 달콤한 덫

방금 전까지 회계팀 직원의 눈을 피하며 살얼음판을 걷던 극도의 공포와, 언제 터질지 모를 횡령의 폭탄이라는 중압감은 진성의 영혼을 사정없이 갉아먹고 있었다. 하지만 그 지독한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도피처는 오직 혜진의 품뿐이었다.오피스텔 문이 열리자마자 진성은 혜진을 거칠게 끌어안았다."민성 씨……? 오늘 왜 이래요, 사람을 잡아먹을 것처럼……."혜진의 당황스러운 웃음도 잠시, 두 사람의 몸은 곧장 침실로 굴러떨어졌다. 진성은 혜진의 몸을 탐닉하며 그녀의 살결과 숨소리 속에 자신의 공포를 짓이기듯 몰아붙였다.학, 하아……!거친 침대 위에서 진성은 혜진을 벼랑 끝까지 밀어붙이며 격렬하게 몸을 섞었다. 그 순간만큼은 회사의 압박도, 사채업자의 문자도, 아버지의 서늘한 눈빛도 모두 지워지는 것 같았다. 오직 쾌락이라는 마취제만이 그의 흔들리는 정신을 붙들어 매고 있었다.하지만 그 광기 어린 엑스터시가 한바탕 쓸고 지나간 침대 위, 숨을 몰아쉬는 진성의 귓가에 혜진의 나긋한 목소리가 파고들었다."민성 씨……." "왜." "나, 저번에 청담동 매장에서 본 거 있잖아. 한정판으로 나온 그 수입 명품 백……."혜진은 진성의 가슴 위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쓸어내리며, 앙증맞은 투정처럼 조르기 시작했다."친구가 이번에 그것 들고 나왔는데, 은근히 사람 기죽이더라고요. 나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 응? 내 사랑 알지?"순간, 진성의 머릿속을 짓누르던 쾌락의 잔향이 순식간에 차가운 현실로 바뀌었다.이미 그의 통장 잔고는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였고, 공금에 손을 대어 겨우겨우 메워놓은 상태였다. 여기에 그 고가의 수입 명품까지 더해진다면, 정말로 다시는 수습할 수 없는 파국으로 직전까지 치닫게 될 터였다.거절해야 했다. '지금은 여유가 없다'고 매몰차게 끊어내야 이 지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진성은 혜진이 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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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화. 기다려지는 토요일

토요일 아침.햇살이 거실 창문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주연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세탁을 마친 옷을 정리하고,보육원 아이들에게 줄 간식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현관 앞에 가방까지 미리 가져다 놓았다.오늘은 재혁이 지난번 서점에서 함께 고른 책들을 행복나무 보육원으로 가져오는 날이었다.생각만 해도 괜히 마음이 설렜다.욕실 문이 열리며 지혜가 머리를 말리며 나왔다.거실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주연을 바라보던 지혜가 피식 웃었다."아침부터 왜 이렇게 바빠?"주연은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책도 챙겨야 하고.""아이들 간식도 확인해야 하잖아."지혜는 팔짱을 낀 채 한참 동안 주연을 바라보다가 장난스럽게 말했다."그래서.""재혁 씨랑은 어디까지 진도 나갔는데?"주연이 놀란 듯 뒤를 돌아봤다."뭐?""왜?""키스도 했잖아.""이제 손도 잡고 데이트도 하고.""다음은 뭐야?"주연은 얼굴이 붉어지며 쿠션을 집어 던졌다."김지혜!"지혜는 웃으며 쿠션을 받아 안았다."농담이야, 농담."잠시 웃음이 이어졌다.하지만 지혜의 표정은 이내 조금 진지해졌다."주연아.""...언제 말할 거야?"주연의 손이 멈췄다."뭘?""네가...""...재혁 씨 아내라는 거."거실 안이 조용해졌다.주연은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던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도.""이제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지혜는 조용히 친구를 바라보았다.주연은 씁쓸하게 웃었다."처음에는...""재혁 씨가 나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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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화. 따뜻한 봄바람

토요일 오전.주연은 거울 앞에 서서 마지막으로 옷 매무새를 정리했다.잠시 후 휴대전화가 짧게 진동했다.재혁 씨도착했습니다.문자를 확인한 주연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지혜야.""재혁 씨 왔대.""내려가자."두 사람은 아이들에게 줄 과자와 과일, 음료가 담긴 쇼핑백을 양손 가득 들고 현관을 나섰다.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지혜는 슬쩍 주연을 훑어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오늘은 아주 작정을 했네."주연은 괜히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뭘.""평소랑 똑같거든?""거짓말."지혜가 웃으며 말했다."평소 같으면 청바지에 운동화 신고 나갔을 사람이.""오늘은 크림색 니트에 플레어스커트까지.""누가 보면 데이트 가는 줄 알겠다."주연은 얼굴이 붉어졌다."...토요일이잖아."그 한마디에 지혜는 더 크게 웃었다."그래.""토요일이라 나도 오랜만에 꾸며 봤다."평소 청바지와 후드티를 즐겨 입던 지혜 역시 오늘만큼은 따뜻한 베이지색 원피스에 롱코트를 걸치고 있었다.평소와는 또 다른 여성스러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묻어났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아파트 입구에는 검은 SUV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차에서 내린 재혁은 두 사람을 보자 잠시 말을 잊었다.겨울 끝자락의 햇살 아래 서 있는 두 사람은 평소보다 훨씬 밝고 따뜻해 보였다.잠시 시선을 머물던 재혁이 미소를 지었다."오늘...""두 분 다 유난히 아름다우시네요."주연은 순간 귀까지 붉어졌다."갑자기 그런 말씀을..."지혜는 장난스럽게 웃었다."재혁 씨.""칭찬은 주연이한테만 하셔도 되는데요?"재혁은 웃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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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화. 따뜻한 웃음이 머무는 곳

행복나무 보육원.따뜻한 봄기운이 조금씩 겨울을 밀어내고 있었다.창문을 활짝 열어 놓은 보육원 안으로 부드러운 바람이 스며들었다.주연과 지혜는 김미숙 원장을 도와 사무실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낡은 서류철을 새 파일에 옮겨 담고, 후원 물품 목록을 다시 정리하는 일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다."지혜야.""이건 2월 후원 내역 맞지?""응. 그건 새 파일에 넣으면 돼."두 사람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일을 이어 갔다.잠시 후에는 아이들 방으로 올라가 이불을 개고 책장을 정리했다.주연은 바닥에 흩어져 있던 장난감을 하나씩 제자리에 올려놓으며 미소를 지었다."이 방도 많이 달라졌네.""공사하기 전보다 훨씬 밝아졌어."지혜도 창가의 커튼을 정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아이들도 요즘 표정이 훨씬 좋아."두 사람의 얼굴에는 자연스러운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김미숙 원장은 조용히 웃었다.'참 예쁜 아이들이다.'그 시각.보육원 운동장에서는 아이들의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재혁 아저씨!""패스!"재혁은 편안한 니트와 운동화를 신고 아이들과 함께 공을 몰고 있었다.회사에서의 냉철한 대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아이들과 함께 뛰고, 넘어지고, 크게 웃는 그의 얼굴에는 순수한 즐거움만 가득했다.그때였다.빨간 스포츠카 한 대가 운동장 앞에 멈춰 섰다.차에서 내린 사람은 민성이었다.오늘의 그는 평소와 달랐다.몸에 꼭 맞는 정장 대신 활동하기 편한 캐주얼 셔츠와 면바지, 흰 운동화를 신은 모습이었다.재혁은 멀리서 손을 흔들었다."왔냐!"민성이 웃으며 다가왔다."늦었지?"재혁은 공을 발끝으로 툭 건드리며 말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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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화. 손끝에 전해지는 온기

지혜가 민성과 함께 약속이 있다며 먼저 보육원의 문을 나서자, 남겨진 재혁과 주연은 아이들과 조금 더 시간을 보낸 뒤 오후 늦은 시각에야 비로소 보육원을 나섰다.겨울의 끝자락에 부는 차가운 공기가 두 사람의 뺨을 스쳤다. 주차장으로 걸어가던 중, 주연은 문득 며칠 전 재혁이 지나치듯 던졌던 말이 떠올랐다.‘일하느라 극장에서 영화 한 편 제대로 본 적이 없네요.’주연은 걸음을 멈추고 문득 고개를 돌려 재혁을 바라보았다."재혁 씨." "네~?" "오늘 영화 보러 가요."재혁은 잠시 당황한 듯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는 이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농담을 던졌다....영화관이요?""네.""영화관이 어떻게 생겼을까요!...""기억도 안 납니다."주연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설마.""정말요?"재혁은 어깨를 으쓱했다."회사 시작하고 나서는.""극장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잊어버렸습니다."주연이 장난스럽게 웃었다."그럼...""오늘 제가 알려 드릴게요.""극장이 어떤 곳인지."재혁도 따라 웃었다."좋습니다.""오늘은 선생님 말씀 잘 듣겠습니다."두 사람은 함께 차에 올랐다.종로.오래된 대형 영화관.주말이라 그런지 극장 로비는 사람들로 가득했다.팝콘을 들고 있는 연인.사진을 찍는 커플.팔짱을 끼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사람들.그 사이를 함께 걷는 재혁과 주연도 누가 보아도 연인처럼 보였다.주연은 매표소 앞에서 환하게 웃었다."오늘 영화는...""'왕의 그림자'래요.""조선 왕실을 배경으로 한 사극인데.""요즘 정말 인기 많대요."재혁은 티켓을 받아 들며 말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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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화. 끝내 꺼내지 못한 진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섰을 때, 서울의 밤공기는 이미 차갑게 내려앉아 있었다.극장 앞은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고, 연인들은 서로의 손을 잡은 채 웃으며 지나가고 있었다.주연은 아직도 재혁의 손끝에 남아 있던 따뜻한 온기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조금 전 영화관에서 처음으로 그의 손을 잡았던 순간.재혁은 놀랐지만 끝내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다.그 짧은 시간이 주연에게는 오래도록 기억될 행복이었다."배고프시죠?"주연이 밝게 웃으며 물었다.재혁도 미소를 지었다."영화를 보니까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갔네요.""근처에 괜찮은 한식집이 있는데...""같이 가실래요?""좋습니다."두 사람은 조용한 골목 안쪽에 자리한 작은 한식당으로 들어갔다.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실내에는 잔잔한 국악 선율이 흐르고 있었고, 창가 자리에 앉은 두 사람 앞에는 따뜻한 차가 먼저 놓였다.잠시 후 정갈한 한정식이 차려졌다.주연은 한동안 말없이 음식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오늘...""아이들이 정말 행복해 보였어요."재혁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민우가 웃는 모습을 보니까 저도 기분이 좋더군요."주연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그건...""재혁 씨 덕분이에요."재혁은 작게 웃었다."저 혼자 한 일이 아닙니다.""주연 씨와 지혜 씨가 더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보내고 계시잖아요."주연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건물을 새로 고쳐 주시고.""책도 사 주시고.""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 주시고.""재혁 씨가 오신 뒤부터...""행복나무가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잠시 말을 멈춘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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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화. 감출 수 없는 마음

병원 응급실의 자동문이 열렸다.재혁은 숨을 고를 틈도 없이 안으로 들어섰다.평소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흐트러지는 법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접수대로 곧장 다가간 그가 다급하게 물었다."조금 전에 교통사고로 들어온 김민성 환자 어디 있습니까?"간호사가 모니터를 확인했다."김민성 환자분 보호자세요?"재혁은 잠시 멈칫했다.가족은 아니었다.하지만 민성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연락을 받을 사람은 자신이었다."...가족이나 다름없는 친구입니다.""병원에서도 제게 연락을 주셨고요."간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응급 처치는 끝났고 지금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간호사를 따라가는 재혁의 발걸음이 빨라졌다.커튼으로 나뉜 응급실 침대들이 차례로 지나갔다.그리고 마침내,침대에 누워 있는 민성이 보였다."...민성아."민성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팔에는 고정 장치가 되어 있었고 머리에는 치료받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그 모습을 확인한 순간 재혁의 얼굴이 굳어졌다."야."민성이 힘없이 웃었다."왔냐?"재혁은 대답하지 않았다.친구의 모습을 위아래로 살펴본 뒤에야 굳어 있던 숨을 길게 내쉬었다."...사람 놀라게 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전화 받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민성이 피식 웃었다."안 죽었잖아."재혁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지금 농담이 나오냐?"그때 담당 의료진이 다가왔다.재혁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상태가 어떻습니까?""팔에 골절이 있고 머리 쪽도 치료가 필요한 상처가 있습니다. 다행히 현재 검사상 크게 걱정되는 소견은 없지만 가벼운 뇌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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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화. 가장 바보 같은 선택

늦은 밤.병실의 조명은 대부분 꺼져 있었다.복도에서 흘러들어오는 희미한 불빛만이 어둑한 병실 한쪽을 비추고 있었다.재혁은 민성이 몇 번이나 괜찮다고 말하고 나서야 병원을 떠났다."내일 다시 올 테니까 얌전히 있어."마지막까지 잔소리를 남기고 병실을 나서는 재혁에게 민성은 귀찮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하지만 문이 닫히는 순간,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민성은 천장을 바라보았다.고정된 팔은 조금만 움직여도 욱신거렸고, 머리는 여전히 무겁고 아팠다.그런데 이상했다.정작 견디기 힘든 것은 몸의 통증이 아니었다.눈을 감기만 하면 떠오르는 한 사람.김지혜.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던 그녀의 눈빛이었다.분노와 실망이 뒤섞여 있던 그 눈.민성은 멀쩡한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미친놈."잠시 후 더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진짜 바보 같은 짓을 했어."기억은 몇 시간 전으로 돌아갔다.행복나무 보육원에서 나오기 전이었다.민성은 주연과 재혁이 함께 있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지혜에게 말했다."지혜 씨.""저랑 먼저 가시죠."지혜가 의아하게 바라보았다."벌써요?"민성은 능청스럽게 재혁과 주연 쪽을 턱짓했다."저 두 사람.""오늘은 좀 내버려 둡시다."지혜가 그의 시선을 따라가더니 피식 웃었다."민성 씨도 눈치는 있네요?""제가 원래 눈치 하나는 빠릅니다."그렇게 두 사람은 먼저 보육원을 나왔다.처음에는 정말 아무 생각도 없었다.바로 서울로 돌아가기 아쉬워 근교를 조금 달렸고, 조용한 카페를 발견해 차를 세웠다.통유리 너머로 겨울 끝자락의 풍경이 펼쳐져 있는 카페였다.두 사람은 커피와 디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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