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를 직접 만나고 돌아온 이경환 사장의 내면은 묘하게 복잡했다.솔직히 말해, 그가 마주한 김지혜라는 아가씨는 예상 밖이었다. 가진 것 없는 보육원 출신에 임대 아파트에 산다고 해서 겁을 집어먹고 물러날 줄 알았건만, 당당하게 눈을 맞추며 제 할 말은 또박또박 다 뱉어내는 그 서슬 퍼런 기세는 쉽게 잊히지 않았다.‘……당돌하더군.’자신이 누구인지 알고도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오히려 똑바로 눈을 마주치며 할 말을 끝까지 했다.“고아로 자란 아가씨치고는 제법 배짱이 있단 말이지.”이경환은 혼잣말을 하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아버지인 자신도 제대로 다루기 어려운 아들이었다.그런 민성을 상대하려면 여자도 보통 성격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거칠고 제멋대로인 민성의 성질머리를 꽉 잡고 흔들기에는, 차라리 저런 독종 같은 기질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그것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거기까지였다.그것과 며느리로 받아들이는 문제는 별개였다.이경환은 책상 위에 놓인 두 개의 서류철을 바라봤다.하나는 김지혜.다른 하나는 박지민이었다.이경환은 서류를 내려다보다 미간을 찌푸렸다.“성격 하나는 마음에 드는데…….”문제는 그다음이었다.가족이 없었다.민성이 자란 환경은 평범한 가정과는 거리가 멀었다.냉혹하고 계산적인 사업가인 이경환의 잣대에서 ‘며느리’라는 자리는 그보다 훨씬 더 엄격하고 완벽한 조건들을 요구했다. 김지혜가 가진 당돌함은 일시적인 흥미를 끌 뿐, 고아라는 치명적인 결함이 너무나 뚜렷했다.반면, 박지민은 어땠는가.교육자 집안에서 곱게 자라 학교 교사라는 안정적이고 반듯한 직업을 가진 지민. 무엇보다 부모의 따뜻한 사랑과 울타리 속에서 티 없이 바르게 자라난 그 성품은, 민성이 결핍된 모
Last Updated : 2026-10-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