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3년의 계약, 당신을 모른채 사랑에 빠지다.: Chapter 191 - Chapter 200

235 Chapters

191화. 손님

주연이 떠난 뒤, 지혜의 집은 다시 고요를 찾았다.전에는 늘 혼자였기에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겼지만, 주연과 함께 살며 온기를 나눴던 몇 달간의 시간 탓인지 요즘은 해가 진 뒤 텅 빈 집으로 돌아올 때면 묘한 공허함이 밀려왔다.현관문을 열어도—“왔어?”하고 반겨주는 사람이 없었다.거실의 불도 꺼져 있었고, 함께 늦은 저녁을 먹으며 하루 있었던 일을 나눌 사람도 없었다.예전에는 몰랐다.혼자 사는 것이 이렇게 조용한 일인지.그래서일까.요즘은 퇴근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복지센터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민성의 그 뻔뻔할 정도로 다정한 얼굴이 은근히 반갑고 고마웠다.퇴근시간이 가까워지면 자신도 모르게 창밖을 한번 바라보게 되었다.오늘도 왔을까.그의 차가 보이면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다.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수요일 오전.지혜는 평소처럼 복지센터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아이의 상담기록을 정리하고 있는데 동료가 다가왔다.“지혜 씨.”“네?”“밖에 어떤 분이 찾아오셨어요.”“저를요?”“네.”지혜는 고개를 갸웃했다.약속된 상담이 있었나 생각했지만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밖으로 나가자 처음 보는 젊은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깔끔한 정장 차림이었다.“김지혜 씨 맞으십니까?”“네. 그런데요?”남자는 정중하게 명함을 내밀었다.“이경환 사장님 비서입니다.”지혜의 표정이 굳었다.이경환.“이민성 씨 아버님이십니다.”지혜의 손끝이 미세하게 굳었다.“저를 왜…….”“사장님께서 잠시 뵙고 싶어 하십니다.”지혜는 잠시 남자를 바라봤다.좋은 느낌은 아니었다.민성의 아버지가 자신을 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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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화. 사랑받지 못했다고 사랑할 줄 모르는 건 아니에요

처음에는 민성이 안타까웠다. 그런데 이경환을 바라보고 있자니— 눈앞의 이 남자 역시 안타까웠다. 자신이 아들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그 잘못을 바로잡는 방법조차 또다시 돈에서 찾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알 것 같았다. 민성이 왜 사람의 마음을 돈으로 해결하려 했는지. 누구에게 배웠는지가 너무나 분명했다. 지혜는 이경환의 눈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 보았다. “이경환 사장님.” 뜻밖에도 단단한 목소리에 이경환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니…….” 지혜는 잠시 숨을 골랐다. “민성 씨가 왜 사람을 진심으로 믿지 못했는지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네요.” 이경환의 얼굴이 굳었다. “뭐라고요?” “사장님은 그 사람에게 단 한 번도 진심 어린 사랑이나 온기를 제대로 표현해본 적이 없으신 거군요.”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목소리가 서늘해졌다. 하지만 지혜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돈은 필요 없습니다.” 이경환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얼마를 생각하고 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필요 없어요.” “…….” “그리고 한 가지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혜는 이제 그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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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화. 처음으로 건넨 한 걸음

이경환 사장과의 만남 이후, 지혜의 마음속에는 복잡한 파문이 일렁였다.그동안 지혜가 알고 있던 민성은 부족한 것이 없는 남자였다.그저 부유한 집안에서 아쉬울 것 없이 자라 제멋대로 구는 부잣집 자제쯤으로 여겼었다. 하지만 이경환이 보여준 냉혹하고 계산적인 태도, 자식을 향한 그 비뚤어진 부성애를 직접 마주한 뒤로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저토록 서늘하고 메마른 아버지 밑에서, 민성은 과연 어떤 시간들을 버텨내며 살아왔을까.‘우리 민성이는 어릴 때부터 제 엄마 없이 자랐고, 나 역시 아버지로서 제대로 된 정을 준 적이 없습니다.’이경환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자신은 비록 보육원에서 자랐지만, 묵묵히 손을 잡아주던 원장님과 같이 울고 웃던 친구들이 있었다.그리고 언제나 곁을 지켜주는 주연이도 있었다. 하지만 민성에게는 그 흔한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줄 진정한 울타리조차 없었을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동안 보였던 민성의 거칠고 오만한 태도들마저 뾰족한 가시 아래 숨겨진 거대한 외로움처럼 느껴져 깊은 안타까움이 밀려왔다.어쩌면…… 나보다 더 외로웠을거야.그 생각이 들자 마음 한구석이 아렸다.그날 오후.지혜의 휴대전화가 짧게 울렸다.화면에는 익숙한 이름이 떠 있었다.이민성지혜는 메시지를 열었다.‘오늘도 퇴근할 때 갈게요.’그리고 잠시 후 또 하나가 도착했다.‘저녁 같이 먹어요.’지혜의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였다.‘네. 저녁에 봐요.’잠시 화면을 바라보다—전송 버튼을 눌렀다.그 시각.회사에 있던 민성은 휴대전화가 울리자 습관처럼 화면을 확인했다.지혜였다.민성의 손이 그대로 멈췄다.‘네. 저녁에 봐요.’“…….”민성은 한동안 아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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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화. 네사람의 저녁, 그리고

퇴근시간이 가까워지자 민성은 평소보다 일찍 지혜의 복지센터 앞에 도착했다.차를 몰고 가는 그의 발걸음부터가 평소와는 다르게 붕 뜬 것처럼 가벼웠다.차에서 내린 그는 건물 입구가 잘 보이는 곳에 기대어 서서 몇 번이나 시계를 확인했다.잠시 후, 복지센터 유리문이 열리고 걸어 나오는 지혜의 모습이 보였다.언제나 뾰족한 가시를 세우거나 마지못해 차에 오르던 평소와는 달리, 오늘따라 지혜의 입가에는 은은하고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많이 기다렸어요?”민성이 피식 웃었다.“지금 나 보고 웃은 거 맞죠?” 그 환한 미소를 본 순간, 민성의 가슴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조수석 문을 열어주며 민성이 툭 던지듯 물었다."오늘 얼굴 보니까 아주 기분이 좋아 보이네요?” 차에 올라탄 지혜가 안전벨트를 매자 민성이 말했다.“오늘은 우리 둘이 먹는 거 아니에요.”지혜가 그를 바라봤다.“그럼요?”“재혁이하고 주연 씨도 같이 먹기로 했어요.”순간 지혜의 얼굴이 밝아졌다.서울 중심의 고급 호텔 레스토랑.재혁과 주연은 먼저 도착해 있었다.“지혜야.”주연은 지혜를 발견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지혜의 얼굴도 환해졌다.“주연아.”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끌어안았다.“며칠밖에 안 됐는데 왜 이렇게 오래된 것 같지?”“그러게.”“혼자 괜찮아?”주연의 첫 질문에 지혜가 웃었다.“괜찮아. 걱정하지 마.”그러더니 옆에 선 민성을 한번 바라봤다.“요즘 밥 굶을 틈도 없고.”주연의 시선이 민성에게 향했다.민성이 당당하게 말했다.“제가 열심히 먹이고 있습니다.”재혁이 피식 웃었다.“사람은 변하는 거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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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화. 난 2년 전의 이주연이 아니야

최진태.그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화기애애하던 네 사람의 저녁은 순식간에 차갑게 식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웃음이 끊이지 않던 테이블이었다.주연의 손에서 포크가 멈췄다.심장이 거칠게 내려앉았다.진태 역시 주연을 발견했다.그의 걸음이 멈췄다.여유롭고 오만한 미소를 머금은 채, 진태는 여자의 허리를 감싼 손을 풀고 망설임 없이 주연이 앉아 있는 테이블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그의 머릿속에는 과거 주연에게 저질렀던 일에 대한 반성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진태가 테이블 앞에 멈춰 섰다.“이야…….”그가 주연을 위아래로 훑어봤다.“이게 누구야.”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이주연 아니야?”주연은 대답하지 않았다.진태는 그녀의 싸늘한 표정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말을 이어갔다.“그동안 더 예뻐졌네.”“…….”“그때 너랑 결혼했어야 했는데…….”진태가 아쉬운 듯 혀를 찼다.“지금 생각해도 아깝단 말이지.”순간—재혁의 눈빛이 변했다.지혜 역시 굳은 얼굴로 진태를 바라봤다.민성은 말없이 등을 의자에 기대고 앉아 있었지만, 조금 전까지 장난스럽던 표정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주연의 손이 차갑게 굳었다.자신에게는 아직도 상처로 남아 있는 일을—이 남자는 추억이라도 이야기하듯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그 사실이 두려움보다 더 큰 분노를 불러왔다.지나치게 천박하고 뻔뻔한 발언에 민성과 재혁의 미간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하지만 진태는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재혁과 민성을 번갈아 훑어보더니 비릿하게 웃었다.두 사람 모두 평범한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은 한눈에도 알 수 있었다.“그런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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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화. 이제는 나를 상대해야 할 겁니다

재혁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큰 키의 재혁이 일어서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주연의 손을 놓지 않은 채 진태와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없었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최진태 씨.” 진태의 눈썹이 올라갔다. 재혁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그를 바라봤다. “물으셨죠?” “…….” “여기서 누가 이주연 씨 남편이냐고.” 재혁이 주연의 손을 더욱 단단히 잡았다. “접니다.” 짧은 두 글자였다. 그러나 이상하리만큼 묵직했다. “이주연의 남편 최재혁입니다.” “최재혁…….” 진태가 그의 이름을 되뇌었다. 알고 있는 이름인 듯했다. 재혁은 차갑게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보아하니 제 아내에게 볼 일이 있으신 모양인데.” “…….” “그쪽이 내 아내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고, 불쾌한 헛소리를 지껄일 자격은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진태의 얼굴이 굳었다. 재혁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내 아내가 아니라…….” 그의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다. “나를 상대해야 할 겁니다.” 두 남자의 시선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재혁의 주먹이 하얗게 질릴 만큼 꽉 쥐어졌다. 당장이라도 저 뻔뻔한 얼굴을 주먹으로 날려버리고 싶은 충동을 이성으로 간신히 억누르고 있었다. 자신의 아내에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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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화. 이제는 내가 당신을 지켜줄게

최진태가 사라진 뒤에도 한동안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웃음이 끊이지 않던 자리였다.정말 오랜만에 아무 걱정 없이 즐거웠던 시간이었다.그런데 최진태가 나타난 순간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렸다.주연은 식어버린 디저트를 바라보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미안해…… 모처럼 다 같이 모인 자리인데, 나 때문에……."지혜는 주연의 손을 꽉 잡으며 오히려 자신이 더 분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네가 왜 미안해해? 그 쓰레기 같은 자식이 눈치 없이 기어들어 온 거지! 아이 진짜, 밥맛 떨어져서 원……."주연의 목소리가 작아졌다.“오랜만에 다 같이 좋은 시간 보내고 있었는데 괜히 분위기 다 망쳤잖아.”“야, 이주연.”지혜의 목소리가 단번에 높아졌다.“그게 왜 너 때문이야?”“망친 건 그 인간이지. 네가 아니잖아.”지혜는 생각할수록 화가 나는지 얼굴까지 붉어졌다.“아니,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지가 뭘 잘했다고 네 앞에 와서 그런 소리를 해?”지혜는 주연보다 더 흥분해 있었다.“내가 그때 네 옆에 있었으면 진짜 가만 안 뒀어.”재혁은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민성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하게 정리했다.호텔을 나서기 전—재혁은 민성을 따로 불렀다."민성아, 오늘 고마웠다. 우리는 내일 회사에서 보자."민성은 재혁의 표정을 보고 바로 알아들었다.“알았어.”민성이 짧게 대답했다.“내일 이야기하자.”재혁은 고개를 끄덕였다.민성이 다시 말했다.“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고.”“그래.”두 사람 사이에는 더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재혁은 주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밖으로 향했다. 두 사람을 배웅하는 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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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화. 사냥을 준비하는 남자들

다음 날 오전.뉴럴링크 대표이사실.재혁은 커다란 책상 앞에 앉아 두꺼운 서류철을 넘기고 있었다.주연이 앞에서는 그녀가 자책하거나 마음을 쓰지 않도록 최대한 차분한 척 짓누르고 있었지만, 재혁의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는 다음 날 아침 집무실에 들어서는 그의 눈빛에 고스란히 묻어났다.책상 위에 펼쳐진 서류의 첫 장에는 한 남자의 사진이 있었다.최진태.어젯밤 호텔에서 주연을 향해 뻔뻔하게 웃던 그 얼굴이었다.그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진태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그때 너랑 결혼했어야 했는데…….’‘아직 네가 나한테 남긴 흔적도 이렇게 있는데 말이야.’재혁의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그때 대표이사실 문이 열렸다.“야, 최대표.”민성이 들어왔다.평소 같았으면 장난부터 쳤을 것이다.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재혁의 얼굴을 확인한 민성은 말없이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어제 주연 씨는 괜찮았어?”재혁이 짧게 대답했다.“응.”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맨손으로 오직 자신의 능력 하나로 이 바닥에 뛰어들어 뉴럴 링크를 대한민국 최고의 인공지능(AI) 기업으로 우뚝 세워놓은 최재혁이었다. 한번 마음먹은 일은 반드시 끝장을 내고야 마는 그 독기와 집념을, 10년 넘는 세월 동안 곁에서 지켜본 민성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재혁은 책상 위의 서류철을 민성 쪽으로 밀었다.재혁의 책상 위에는 이미 최진태에 대한 조사가 끝나 있었다.대형 법무법인 최&박 소속 변호사.그리고 그의 아버지—최명진.법무법인 최&박의 대표변호사.법조계와 재계에 넓은 인맥을 가진 인물이었다.민성이 서류를 넘기며 중얼거렸다.“집안 좋고, 학벌 좋고, 직업 좋고…….”그가 비웃듯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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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화. 아버지가 선택한 여자

지혜를 직접 만나고 돌아온 이경환 사장의 내면은 묘하게 복잡했다.솔직히 말해, 그가 마주한 김지혜라는 아가씨는 예상 밖이었다. 가진 것 없는 보육원 출신에 임대 아파트에 산다고 해서 겁을 집어먹고 물러날 줄 알았건만, 당당하게 눈을 맞추며 제 할 말은 또박또박 다 뱉어내는 그 서슬 퍼런 기세는 쉽게 잊히지 않았다.‘……당돌하더군.’자신이 누구인지 알고도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오히려 똑바로 눈을 마주치며 할 말을 끝까지 했다.“고아로 자란 아가씨치고는 제법 배짱이 있단 말이지.”이경환은 혼잣말을 하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아버지인 자신도 제대로 다루기 어려운 아들이었다.그런 민성을 상대하려면 여자도 보통 성격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거칠고 제멋대로인 민성의 성질머리를 꽉 잡고 흔들기에는, 차라리 저런 독종 같은 기질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그것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거기까지였다.그것과 며느리로 받아들이는 문제는 별개였다.이경환은 책상 위에 놓인 두 개의 서류철을 바라봤다.하나는 김지혜.다른 하나는 박지민이었다.이경환은 서류를 내려다보다 미간을 찌푸렸다.“성격 하나는 마음에 드는데…….”문제는 그다음이었다.가족이 없었다.민성이 자란 환경은 평범한 가정과는 거리가 멀었다.냉혹하고 계산적인 사업가인 이경환의 잣대에서 ‘며느리’라는 자리는 그보다 훨씬 더 엄격하고 완벽한 조건들을 요구했다. 김지혜가 가진 당돌함은 일시적인 흥미를 끌 뿐, 고아라는 치명적인 결함이 너무나 뚜렷했다.반면, 박지민은 어땠는가.교육자 집안에서 곱게 자라 학교 교사라는 안정적이고 반듯한 직업을 가진 지민. 무엇보다 부모의 따뜻한 사랑과 울타리 속에서 티 없이 바르게 자라난 그 성품은, 민성이 결핍된 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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