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연의 휴대전화에는 유난히 ‘엄마’라는 이름이 자주 떴다. 본가에 다녀온 이후, 주연과 어머니 고미혜 여사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애틋하고 각별해졌다. 마치 지난 2년 동안 훌쩍 지나쳐버린 시간이라도 보상받으려는 듯, 두 사람은 매일같이 연락을 주고받았고 자주 얼굴을 마주했다. 미국에 있는 2년 동안에도 고미혜와 연락을 완전히 끊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주연이 먼저 거리를 두었다.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면 집이 그리웠고— 집이 그리워지면 아버지가 원망스러웠고— 그러다 보면 자신이 도망치듯 떠나왔다는 사실까지 떠올라 마음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짧게 안부만 주고받았다. 재혁이 바쁘게 회사를 돌보는 낮 시간, 주연은 주로 엄마와 함께 백화점을 찾았다. 텅 비어 있던 재혁의 아파트를 진짜 온기가 감도는 ‘신혼집’으로 채워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식기부터 아기자기한 소품, 침구류까지 고미혜 여사의 세심한 조언을 받아가며 하나둘씩 장만했고, 그 과정에서 서툴기만 하던 살림 노하우도 엄마로부터 조금씩 배워나가는 중이었다. “주연아, 이건 어때?” 고미혜가 흰색 접시를 들어 보였다. 주연이 고개를 갸웃했다. “예쁘긴 한데 너무 얌전하지 않아요?” “매일 쓰는 건 이런 게 제일 안 질려.” “그래요?” “응. 화려한 건 몇 번 쓰면 손이 잘 안 가.” 주연은 진지한 얼굴로 접시를 바라봤다. “그럼 이걸로 할까?” “네가 마음에 들어야지. 엄마 집 아니고 네 집인데.” “
Last Updated : 2026-10-0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