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3년의 계약, 당신을 모른채 사랑에 빠지다.: Chapter 41 - Chapter 50

126 Chapters

41화. 다시 믿고 싶은 사람

덜컹거리는 시내버스 안.주연은 차가운 창문에 이마를 기댄 채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겨울 야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이어폰은 귀에 꽂혀 있었지만 아무 음악도 재생되지 않았다.귓가에 들리는 것은 버스 엔진 소리뿐.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몇 시간 전 대회의실에서 마주했던 최재혁의 차가운 얼굴로 가득했다.'며칠 전까지만 해도…''그렇게 따뜻하게 웃어 주던 사람이었는데.'보육원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뛰어다니며 환하게 웃던 남자.자신이 미끄러질 뻔했을 때 누구보다 먼저 달려와 붙잡아 주던 사람.그런데 오늘은 달랐다."이주연 씨."그 짧은 호칭 하나에도 선명한 거리가 느껴졌다.사적인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단호하게 선을 긋던 목소리.회의가 끝나자마자 먼저 등을 돌리던 뒷모습까지.주연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도대체 어느 쪽이 진짜인 거지?'하지만 아무리 곱씹어 봐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보육원에서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웃던 그의 모습은 결코 연기가 아니었다.'그래.''그 눈빛만큼은 진심이었어.'그 생각에 이르자 조금 무거웠던 마음이 아주 조금은 가벼워졌다.집에 도착하자마자 현관문이 열렸다.거실에서는 김지혜가 노트북을 펼쳐 놓고 보육원 성탄 행사 준비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주연의 축 처진 얼굴을 본 지혜가 피식 웃었다."우리 설계사님, 오늘 표정이 왜 그래?"주연은 가방도 내려놓지 않은 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그리고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나 오늘… 차인 것 같아.""뭐?""최재혁 대표님한테."지혜는 웃다가 그대로 멈췄다."잠깐.""무슨 일이 있었는데?"주연은 오늘 회의에서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이야기했다.대표실이 아닌 차가운 대회의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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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거절할 수 없는 초대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뉴럴링크 본사 지하 주차장.넓은 공간에는 형광등 불빛만 희미하게 바닥을 비추고 있었다.최재혁은 전용 주차 구역에 세워 둔 차량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시동 버튼을 누르려던 순간.그의 오른손이 허공에서 멈췄다.시선이 천천히 손등으로 향했다.오늘 대회의실.바닥에 흩어진 도면을 함께 주우며 잠시 스쳐 지나갔던 이주연의 손끝.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상하리만큼 선명하게 기억났다.재혁은 자신도 모르게 왼손 엄지로 그 자리를 천천히 쓸어내렸다.마치 아직도 미세한 온기가 남아 있는 것처럼."..."곧바로 손을 거둔 그는 짧게 숨을 삼켰다.'내가 지금... 무슨 짓을.'쓴웃음이 새어 나왔다.핸들을 힘껏 움켜쥐었지만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결국 그는 집 대신 회사 지하 피트니스센터로 향했다.몸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면 이 혼란도 잠잠해질 것이라 믿고 싶었다.---늦은 밤의 피트니스센터는 적막했다.재혁은 글러브를 고쳐 끼고 링 위에 올랐다.곧바로 샌드백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퍽!퍽!퍽!거친 타격음이 텅 빈 공간을 울렸다.숨이 턱끝까지 차올라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주연의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주먹은 더욱 무거워졌다.품 안으로 쓰러지던 그녀.당황한 눈빛.손끝에 전해졌던 체온.모든 기억을 지워 버리려는 듯 그는 샌드백을 쉬지 않고 두드렸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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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마음은 계약되지 않는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유리창을 물들이는 도심의 고급 바.잔잔한 재즈 선율이 흐르는 공간에서 최재혁은 위스키 잔을 천천히 기울였다.맞은편에는 뉴럴링크의 초기 투자자이자 오랜 사업 파트너, 그리고 누구보다 그의 성격을 잘 아는 친구 민성이 앉아 있었다.두 사람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사업 이야기로 시작됐다."인도네시아 프로젝트는 결국 네가 직접 들어가는 거지?"민성이 와인잔을 돌리며 물었다.재혁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현지 법인 설립까지는 내가 챙겨야 해.""그럼 내년 상반기는 거의 해외에서 보내겠네.""아마 그럴 거다."대화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하지만 민성은 금세 이상함을 느꼈다.재혁은 대답은 하고 있었지만, 시선은 계속 허공을 맴돌고 있었다.마치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처럼.민성은 술잔을 내려놓았다.가벼운 유리 부딪히는 소리가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을 갈랐다."야.""...왜.""우리 이제 사업 이야기 그만하자."재혁이 고개를 들었다."오늘 너.""내 말 하나도 안 듣고 있잖아."재혁은 피식 웃었다."무슨 소리야.""듣고 있었어."민성은 코웃음을 쳤다."사업 이야기는 입으로 하고.""머릿속은 다른 데 가 있잖아."잠시 침묵.민성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누구냐."재혁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미쳤냐.""아니면 네가 이런 표정을 지을 리가 없지.""십 년 넘게 봤는데.""이런 얼굴은 처음 본다."재혁은 말없이 잔을 들어 위스키를 한 모금 넘겼다.민성은 그의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였다.그는 재혁의 계약결혼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이창수 회장과의 약속.그리고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법적인 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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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약속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뉴럴링크 대표실.김 비서가 급히 들어와 서류 한 장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대표님, 싱가포르 아시아벤처캐피털에서 긴급 이사회를 소집했습니다."재혁이 서류를 펼쳐 들었다.예정에 없던 긴급 일정이었다.뉴럴링크의 대규모 해외 투자와 직결된 중요한 회의.거절할 수 없는 자리였다.하지만 그의 시선은 출장 일정이 적힌 문서보다 책상 한쪽에 놓인 작은 초대장에 오래 머물렀다.행복나무 보육원 성탄 발표회.그리고 그 아래 적힌 날짜."..."머릿속에는 싱가포르의 마천루 대신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주연의 미소가 떠올랐다.한동안 말없이 초대장을 바라보던 재혁은 천천히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잠시 망설인 끝에 주연에게 전화를 걸었다.휴대전화가 울리자 주연은 무심코 화면을 바라봤다.최재혁.그 이름을 보는 순간 이유도 모른 채 심장이 크게 뛰었다."여보세요, 대표님."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재혁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층 차분했다."이주연 씨.""갑작스럽게 해외 출장이 잡혔습니다.""...""싱가포르 일정 때문에 성탄 발표회에는 참석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순간 주연의 얼굴에서 미소가 천천히 사라졌다.분명 업무 때문이라는 걸 이해했다.하지만 어렵게 용기를 내 초대했고, 참석하겠다는 답을 받았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그녀는 애써 밝게 웃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업무가 더 중요하시잖아요.""아이들에게도 잘 설명할게요."짧은 대답이었다.하지만 재혁은 그 안에 담긴 실망을 놓치지 않았다.잠시 침묵이 흘렀다."죄송합니다."그 말만 남긴 채 통화가 끝났다.휴대전화를 내려놓은 재혁은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았다.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그리고...조금 전 끝내 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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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가장 소중한 식당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멀어질 무렵.재혁은 조용히 주연에게 말했다."가시죠."싱가포르행 비행기까지는 아직 두어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는 그 시간을 주연과 함께 보내고 싶었다.주연은 조용히 조수석에 올라탔다.차가 출발하자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은근한 기대에 젖었다.'대표님이 식사를 대접한다면… 호텔 레스토랑이나 파인다이닝 같은 곳이겠지.'하지만 재혁의 차는 번화한 도심을 지나 점점 오래된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섰다.낡은 간판들이 늘어선 골목.세월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작은 한식당 앞에서 차가 멈췄다.주연은 놀란 눈으로 간판을 바라봤다."여기예요?"재혁은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조금 허름하지만…""제게는 가장 소중한 식당입니다."두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된장과 김치가 끓는 구수한 냄새가 식당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주방에서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나오던 아주머니가 재혁을 발견하는 순간 환하게 웃었다."어머!""재혁이 아니니?""아주머니.""얼마 만이야!"아주머니는 반갑게 재혁의 어깨를 두드리다가 그의 뒤에 서 있는 주연을 발견하고 그대로 굳어 버렸다.눈을 동그랗게 뜬 아주머니가 번갈아 두 사람을 바라봤다."세상에…""재혁이가 여자랑 같이 밥 먹으러 온 건 처음 아니야?"그 말에 재혁은 헛기침을 했다."아주머니.""오해하십니다."주연 역시 얼굴이 붉어져 애써 시선을 피했다.하지만 아주머니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드디어 장가갈 마음이 생긴 줄 알았네.""참 예쁜 아가씨인데."재혁은 난감한 표정으로 웃었다."정말 그런 사이 아닙니다."아주머니는 더 이상 놀리지 않고 두 사람을 창가 자리로 안내했다.익숙한 듯 자리에 앉은 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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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기다리는 마음

싱가포르로 떠난 최재혁의 출장은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고 있었다.사흘이면 끝날 줄 알았던 일정은 어느새 닷새를 넘어 일주일을 향했고, 일주일은 다시 열흘이 되어 갔다.싱가포르 투자사와의 협상에 이어 인도네시아 현지 파트너사와의 공동 프로젝트까지 연이어 결정되면서, 재혁은 귀국 날짜조차 쉽게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그 사이 한국.행복나무 보육원의 리모델링 공사는 주연의 꼼꼼한 지휘 아래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현장을 둘러보며 마감재를 확인하고, 설계 도면을 수정하고, 공사 담당자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하루하루.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즘 들어 주연은 같은 말을 자주 반복하고 있었다."이 부분은… 대표님께 한번 보고드려야겠네요."옆에 있던 지혜가 피식 웃었다."대표님 없으면 일 못 하는 사람 같네?"주연은 얼른 고개를 저었다."그런 뜻이 아니야.""...최종 결정은 대표님이 하셔야 하니까."그렇게 말은 했지만, 그녀도 알고 있었다.보고는 핑계일 뿐이었다.사실은...그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제대로 식사는 하고 있는지.목소리라도 한 번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오르고 있었다.---오후 햇살이 따뜻하게 내려앉은 행복나무 보육원.아이들은 새로 꾸며진 마당에서 뛰어놀고 있었다.주연은 아이들과 함께 화단 위치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한 아이가 그녀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선생님.""응?""대표 아저씨는 언제 또 와요?"주연은 잠시 멈칫했다."출장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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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함께 맞는 새해

12월 31일.한 해의 마지막 날이었다.행복나무 보육원에는 며칠 전까지 아이들의 웃음으로 가득했던 크리스마스 장식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었다.천장에 매달린 작은 별 장식과 벽을 장식한 아이들의 손도장 트리.주연은 사다리 위에 올라 마지막 장식을 조심스럽게 떼어냈다."선생님! 그건 제가 할게요!"아이 하나가 달려오자 주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이건 선생님이 할게."아이들은 어느새 장식보다 서로를 쫓아다니며 웃고 떠드는 데 더 바빴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주연의 입가에도 자연스러운 미소가 번졌다."..."하지만 문득.웃고 있는 아이들 사이로 한 사람이 떠올랐다.아이들과 함께 바닥에 앉아 선물을 포장하던 남자.아이를 번쩍 안아 올리며 환하게 웃던 얼굴.허름한 한식당에서 조용히 자신의 지난 시간을 이야기하던 사람.최재혁.주연은 얼른 고개를 흔들었다.'또 생각했네.'그를 떠올리지 않으려고 할수록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얼굴이었다.그래서일까.주연은 아이들과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뛰어다녔다.아이들과 눈싸움을 하고.보드게임을 하고.동화를 읽어 주고.장난을 받아 주며 하루를 보냈다.마치 바쁘게 움직이면 마음도 함께 바빠질 것처럼.---오후가 되자 지혜가 커피 두 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도 하루 종일 쉬지도 않았네."주연이 웃으며 커피를 받았다."오늘까지만 정리하면 되니까."지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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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새해 첫 입맞춤

제야의 종소리가 웅장한 여운을 남기며 서울의 겨울밤을 가득 채웠다.광화문 광장을 메운 사람들은 저마다 서로를 끌어안으며 새해를 맞이했다."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사랑해!"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지고, 밤하늘에는 화려한 불꽃이 쉼 없이 피어올랐다.그 축제의 한가운데.주연과 재혁은 여전히 서로의 손을 놓지 못한 채 서 있었다.불꽃이 터질 때마다 재혁의 얼굴이 환하게 비쳤고, 주연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재혁도 천천히 그녀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순간.주변의 함성도,불꽃 소리도,사람들의 웃음소리도 모두 멀어지는 것 같았다.두 사람 사이에는 차가운 겨울 공기와 서로의 숨결만이 남아 있었다.주연의 심장이 점점 빨라졌다.'이번 한 번만.''오늘만은...''이 사람은 원래 내 남편이니까.'그 생각이 스치는 순간이었다.주연은 조심스럽게 까치발을 들었다.그리고...쪽.정말 스쳐 지나가듯 짧은 입맞춤.닿았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을 만큼 짧은 순간이었다.입술이 떨어지자마자 주연의 눈이 커졌다.'나...''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반면 재혁은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다.시간이 멈춘 듯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그저 방금 닿았던 입술의 감촉만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방금...''이주연 씨가...''나에게...?'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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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끝내야 할 계약

집으로 돌아온 재혁의 밤은 깊어졌지만, 그의 눈은 좀처럼 감기지 않았다.침대에 누웠다가 몇 번이나 뒤척인 끝에, 그는 결국 이불을 걷어내고 조용히 거실로 나왔다.창밖으로 겨울 새벽의 희미한 달빛이 스며들었다.재혁은 창가에 서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머릿속에는 싱가포르에서 보낸 일주일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끝없는 투자 미팅.하루에도 몇 번씩 이어진 계약 협상.식사 시간조차 줄여 가며 이어진 회의.잠은 하루 서너 시간으로 버텼고, 모든 일정을 하루라도 앞당기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붙였다.'왜 그렇게까지 무리했던 걸까.'그때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행복나무 보육원 공사를 오래 비우면 일정이 틀어질 수도 있다는 핑계를 스스로에게 수도 없이 되뇌었다.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행복나무 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도 그 때문이라고 믿었다."원장님, 잘 다녀왔습니다."전화를 받은 원장은 반갑게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주연 씨가 아직 보육원에 있어요."그 말을 듣는 순간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공항에서 집으로 향하던 차의 방향을 돌려 곧장 행복나무로 향했다.그때도 그는 스스로를 속였다.공사가 궁금해서라고.원장님께 새해 인사를 드리러 가는 길이라고.하지만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재혁은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아니었군."마른세수를 한 그는 낮게 중얼거렸다."내가 보고 싶었던 건..."잠시 말을 멈춘 그의 입가에서 작은 한숨이 흘러나왔다."...이주연 씨였어."그 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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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당신의 하루에 스며들다

이른 아침. 주연은 세수를 마친 뒤 거울 앞에 조용히 섰다.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얼굴을 바라보며, 어젯밤 거울 앞에서 했던 자신의 다짐을 다시 떠올렸다. '조급해하지 말자.' '서두르면 오히려 그 사람은 더 멀어질 거야.' '하지만 한 달이면 충분해.' '이번에는 내가 먼저 다가갈 거야.' 거울 속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던 주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방문이 열리며 잠이 덜 깬 얼굴의 지혜가 하품을 하며 나왔다. "아침부터 거울이랑 눈싸움 중이네?" 주연이 웃으며 돌아보자 지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우리 이주연 씨." "새해 첫날부터 그렇게 결연한 표정인데, 구체적인 작전은 뭔데?" 주연은 잠시 생각하더니 피식 웃었다. "별거 없어." "일단..." "...자주 만나는 것부터." 지혜는 두 손으로 박수를 치며 웃었다. "오~ 드디어 우리 얼음 공주가 연애 전략을 세우네." "괜찮은데?" "남자는 자주 보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신경 쓰이기 시작하거든." 주연은 살짝 미소 지었다. "기다리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이제야 알았어." "이번에는 내가 움직여 볼 거야." 행복나무 보육원 리모델링 공사는 어느덧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었다. 공사가 진행될수록 대표의 최종 승인이 필요한 안건들이 하나둘 생겨났다. 아이들이 사용할 독서실 맞춤형 책장 디자인. 보육실 바닥 마감재의 최종 색상. 후원자 명판 문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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