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3년의 계약, 당신을 모른채 사랑에 빠지다.: Chapter 51 - Chapter 60

126 Chapters

51화. 엄마라는 이름

새해가 밝은 지 사흘째 되던 아침.행복나무 보육원 사무실에서 공사 일정표를 정리하던 주연의 휴대전화가 조용히 진동했다.화면에 떠오른 이름을 보는 순간, 그녀의 손끝이 멈췄다.엄마.잠시 숨을 고른 주연은 조심스럽게 메시지를 열었다.짧은 문자였지만,한 글자 한 글자가 가슴을 후벼 팠다.주연은 한참 동안 휴대전화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엄마...'그녀는 천천히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잠시 바라보다가,지웠다.다시 손가락을 움직였다.이번에도 끝까지 쓰지 못했다.모든 글자를 다시 지워 버렸다.한참을 망설인 끝에 그녀가 보낸 답장은 단 한 줄뿐이었다.전송 버튼을 누르는 순간,주연은 눈을 감았다.죄책감이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한국에 있으면서도,엄마를 만나지 못하는 딸.차로 한 시간이면 달려갈 수 있는 거리에 있으면서도,"엄마."그 한마디조차 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나 미웠다."...죄송해요."작은 목소리가 사무실 안으로 흩어졌다."조금만...""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휴대전화를 가슴에 꼭 끌어안은 주연은 천천히 창밖을 바라보았다.문득,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고미혜.주연에게 엄마는 언제나 조용한 사람이었다.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도,누군가를 미워하는 모습을 본 적도 없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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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 찾아야 할 아내

며칠째.최재혁은 휴대전화를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기를 반복하고 있었다.서랍 속에는 아직도 이창수 회장과 맺은 결혼 계약서가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이 계약을 끝내야 한다.'그렇게 결심했지만, 막상 이창수 회장에게 전화를 거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그는 단순한 장인이 아니었다.세상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던 시절, 자신의 가능성을 믿어 준 유일한 사람이었다.아버지와도 같은 은인.그런 사람에게,"계약을 끝내고 싶습니다."라는 말을 꺼낸다는 것은 자신의 신념마저 부정하는 일처럼 느껴졌다.재혁은 이창수 회장의 번호를 한참 바라보다가 결국 화면을 꺼 버렸다.그때였다.똑똑.김 비서가 조심스럽게 대표실 문을 두드렸다."대표님.""말씀드리기 조심스럽습니다만...""태산건설 이창수 회장님께서 오늘만 세 번째 연락을 주셨습니다."재혁의 손이 멈췄다."...이창수 회장님께서?""예.""급한 일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재혁은 잠시 말이 없었다.결혼식 이후.이창수 회장이 먼저 개인적으로 연락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연말 경제인 모임.태산건설 창립기념식.몇 차례 공식 석상에서 만난 것이 전부였다.그때마다 이창수는 늘 따뜻한 미소로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고생이 많네.""건강 챙기면서 일하게."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사적인 이야기를 꺼낸 적도,결혼 생활을 묻지도 않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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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서로 다른 걱정

새해가 밝았지만 태산가의 저택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내려앉아 있었다.새해가 된지도 1주일이 지났다.평소와는 달리 오늘은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조차 조심스러웠다.이창수는 아무말 없이 밥만 먹고 있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고미혜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여보...""아직도 주연이 연락 없어요?"이창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학교에도 확인해 봤어.""이미 한국으로 출국한 지 한 달이 지났더군.""휴대전화도 계속 꺼져 있고...""재혁이에게도 연락하지 않았어."무거운 한숨이 식탁 위로 흘러내렸다.고미혜는 남편의 눈치를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사실...""며칠 전에 주연이한테 새해 인사를 보냈어요."이창수가 놀란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답장이 왔어?"고미혜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아주 짧게요."그녀는 휴대전화를 꺼내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엄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메시지는 그것이 전부였어요.이창수는 한참 동안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다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잘 지내고 있다는 답이라도 보냈다니 다행이군..."그러나 그 미소도 오래가지 못했다."하지만...""그 뒤로는 다시 전화기가 꺼져 있어요""어디 있는지는 끝내 말하지 않았고요."고미혜는 눈시울을 붉혔다."네.""그 아이 성격 알잖아요.""우릴 걱정시킬까 봐 일부러 말하지 않는 걸 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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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기다리는 아이 (1)

재혁이 행복나무 보육원을 찾지 않은 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넘었다. 처음 며칠 동안은 업무가 바쁜가 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를수록 주연은 그것이 단순히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재혁은 분명 자신을 피하고 있었다. 문자를 보내면 답장은 늘 빨랐다. 공사와 관련된 결재도 빠짐없이 처리했다. 필요한 예산도 예정대로 입금됐다. 하지만 정작 그는 보육원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오지 않아도 모든 일이 잘 돌아갈 수 있다는 걸 증명하려는 사람처럼. 주연은 휴대전화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내려놓았다. '정말 그렇게까지 피해야 하나요...'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원망할 수는 없었다. 그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혁은 법적으로 이미 결혼한 남자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책임을 누구보다 무겁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모르고 있는 것은 단 하나. 그가 애써 거리를 두려는 여자가... 바로 자신의 아내라는 사실뿐이었다. 주연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조급해하지 말자." "조금만 더 기다리자." 스스로를 다독이는 목소리였다. 그날 저녁. 검은 세단 한 대가 천천히 행복나무 보육원 앞에 멈춰 섰다. 차 안에 앉아 있던 재혁은 한동안 차 문을 열지 못했다. 창문 너머로 보육원 식당에서 새어 나오는 따뜻한 불빛이 보였다. 멀리서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들려왔다. 그는 눈을 감았다. '잠깐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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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기다리는 사람 (2)

재혁의 얼굴이 천천히 굳어졌다. "...엄마가 나 데리러 온다고 했어요." 민우는 고개를 숙인 채 작은 돌멩이를 발끝으로 굴렸다. "근데 친구들이..." "...엄마는 안 온대요." "...나 버린 거래요." 말끝이 떨렸다. 애써 울음을 참으려는 아이의 어깨가 작게 흔들리고 있었다. 재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섣불리 위로의 말을 꺼내는 대신 민우의 곁에 조용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잠시 후 민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저씨." "응." "엄마는 정말 안 오는 걸까요?" 재혁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온다.' 라고 말하는 것도 거짓이었다. '안 온다.' 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잔인했다. 오랜 침묵 끝에 재혁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기다리는 마음은..." "잘못된 게 아니야." 민우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정말요?" "그래." "누군가를 보고 싶어 하고." "기다리는 건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민우는 한동안 재혁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저씨도." "...누구 기다려 본 적 있어요?" 그 질문에 재혁의 시선이 먼 하늘을 향했다. 희미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겨울마다 보육원 현관 앞에 서 있던 작은 아이. 자동차 소리만 들려도 달려 나가던 아이. 혹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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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비 오는 날의 우산

아침부터 재혁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회의실 대형 스크린에는 새로운 프로젝트 자료가 계속 넘어가고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한 줄의 글도 읽지 못했다. "...대표님." 김 비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재혁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대표님?" 두 번째. 그래도 대답이 없었다. 회의실에 있던 임원들이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김 비서가 조금 큰 목소리로 다시 불렀다. "대표님." 그제야 재혁이 정신을 차렸다. "...죄송합니다." 잠시 헛기침을 한 그는 다시 자료를 바라봤지만 머릿속에는 숫자 대신 한 사람의 얼굴만 떠오르고 있었다. 이주연. 웃을 때마다 살짝 휘어지는 눈.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의 따뜻한 미소. 그리고 며칠 전. 민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신을 바라보던 그녀의 눈빛. 그날 이후였다. 아무리 잊으려 해도 자꾸만 그녀가 생각났다. '왜 이러는 거지...' 재혁은 자신도 답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법적으로 이미 결혼한 남자였다. 그 사실 하나가 그의 마음을 계속 붙잡고 있었다. 회의가 끝난 뒤. 재혁은 대표실 창가에 서서 회색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1월의 겨울. 눈이 내려야 할 계절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유리창을 세차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투두두두. 순식간에 폭우가 쏟아졌다. 재혁의 시선이 빗줄기를 따라 멀어졌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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