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행복나무 보육원 앞에 검은 세단 여러 대가 차례로 멈춰 섰다.차문이 열리자 최재혁을 비롯해 ESG경영팀장, 사회공헌팀장, 시설관리팀장, 재무팀 직원, 그리고 김 비서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오늘 일정은 뉴럴링크 사회공헌 프로젝트의 공식 현장실사.누가 보아도 회사 차원의 공식 일정이었다.보육원 원장은 긴장된 얼굴로 직원들과 함께 입구에서 그들을 맞이했다."멀리까지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재혁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베이지색 코트를 입은 주연이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안녕하세요. 설계를 맡은 이주연입니다."두 사람의 시선이 잠시 마주쳤다.재혁은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잘 부탁드립니다."업무적인 인사였다.하지만 주연은 지난 회의실에서보다 그의 목소리가 조금 부드러워졌다는 것을 느꼈다.현장실사는 곧바로 시작됐다.주연은 가장 먼저 건물 북쪽 끝으로 재혁 일행을 안내했다."대표님, 이곳이 겨울마다 가장 먼저 얼어붙는 방입니다."그녀는 창틀을 손으로 짚었다.차가운 금속의 냉기가 손끝으로 전해졌다."보일러를 아무리 올려도 온기가 이 방까지는 전달되지 않습니다.""창문 단열도 거의 기능을 잃었습니다."재혁은 아무 말 없이 창틀을 직접 만져 보았다.차가웠다.보고서에서 수없이 읽었던 내용이었지만,손끝으로 느끼는 현실은 전혀 달랐다.다음은 독서실이었다.낡은 창문 틈으로 겨울바람이 스며들었다.책상 앞에는 두꺼운 털장갑을 낀 아이가 연필을 꼭 쥔 채 숙제를 하고 있었다.손등은 추위에 빨갛게 터 있었다.재혁은 말없이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난방 효율 저하.'보고서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하지만 눈앞에 있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추위를 견디며 공부하는 한 아이였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그의 시선은 오래도록 그 아이에게 머물렀다.그때 복도 끝에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주연 선생님!"아이들이 우르르 달려왔다.실사단의 분위기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선생님이다!"주연은 웃으며
Last Updated : 2026-07-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