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예? 문헌 학자들을 말이옵니까?”
“그래. 그리고 이 서신이 쓰였다는 십 년 전, 평안도 관아에서 실제로 사용되던 문적(文籍)과 종이 샘플들을 규장각에서 모조리 뒤져와. 단 한 장도 빠짐없이 대조할 것이다.”이헌의 발걸음이 의금부의 지하 계단을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조선의 법정에서는 단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낯선 풍경.오직 서연의 가문을 파멸시킨 그 지독한 모함의 진실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물증으로 박살 내기 위한, 완벽한 율법 통치의 2막이 서늘하게 오르고 있었다.그날 자정, 대군저의 비밀스러운 지하실.
흑위대 무사들에게 반강제로 소집되어 온 늙은 학자들과 장인들은, 사시나무처럼 떨며 넓은 탁자 앞에 일렬로 도열해 있었다.
그들의 눈앞에는 이헌이 내던진 ‘여진족 내통 서신’의 원본과, 규장각에서 빼내어전 국문장에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활시위가, 이헌의 논리 앞에 산산조각이 났다.첫 번째와 두 번째 증인의 진술 조서. 동일한 날, 동일한 수레를 목격했다는 자들의 대답은 바퀴의 생김새부터 멍석의 색깔, 횃불의 위치까지 단 하나도 일치하는 것이 없었다.무엇보다 하늘을 환하게 비추었다던 보름달이, 관상감의 기록을 통해 칠흑 같은 ‘그믐밤’이었음이 밝혀지면서 위증의 덫은 완벽하게 닫혀버렸다.“끌고 오너라.”이헌이 남쪽 헛간을 가리키며 서늘하게 명했다.“저 멍청한 사냥개들의 입에 거짓 대본을 물려준 짐승의 이름이 무엇인지, 이 어전에서 똑똑히 들려주마.”흑위대 무사들이 헛간에 갇혀 있던 마지막 세 번째 증인을 마당 한가운데로 질질 끌고 왔다.그는 바닥에 처박히자마자 사시나무 떨듯 고개를 조아렸다.자신보다 먼저 불려간 두 명의 동료가 밖에서 무슨 짓을 당했는지 알 길이 없었기에, 그의 공포는 이미 극에 달해 있었다.이헌은 그런 증인의 면전에 대고, 방금 전 받아낸 두 장의 진술 조서를 휙 던졌다.“자, 네 동료들이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털어놓더군.”이헌이 짐승처럼 상체를 숙이며 증인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앞선 두 놈이 말하길, 자신들은 그저 야밤에 술을 마시고 곯아떨어졌을 뿐인데, 네놈이 돈에 눈이 멀어 억지로 엮어 넣었다고 고변하더구나.”“……예?! 그, 그게 무슨……!”“저 조서에 선명하게 찍힌 붉은 지장들이 보이지 않느냐. 놈들은 이미 모든 위증을 자백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이 추악한 거짓 상소를 꾸민 ‘주동자’로 바로
이 세 가지만 일치한다면 섭정은 절대 이 고변의 늪을 빠져나갈 수 없었다.저벅, 저벅.전각의 모퉁이를 돌아 이헌이 여유로운 걸음으로 마당에 모습을 드러냈다.그의 등 뒤로 사관이 붉은 지장이 찍힌 진술서 두 장을 받쳐 들고 따르고 있었다.“어찌 되었느냐. 네 억울함을 씻어낼 증명은 끝났느냐.”이도가 흥미롭다는 듯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물었다.이헌은 어전 한가운데 버티고 서서, 대신들을 짐승처럼 훑어보며 서늘한 실소를 흘렸다.“전하. 인간의 혓바닥은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거짓된 뼈대를 흉내 낼 수는 있으나, 그 뼈대에 붙은 살점과 핏줄까지 똑같이 위조할 수는 없는 법이옵니다.”“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거짓말쟁이들을 한자리에 모아두고 추궁하면, 저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실시간으로 대답을 맞추어 나가지요. 그것이 이 미개한 조선의 국문이 가진 가장 큰 맹점입니다.”이헌의 비아냥거림에 사헌부 대사헌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르락 달아올랐다.“하지만 완벽하게 고립된 공간에서, 대본에 없는 미세한 디테일을 기습적으로 묻는다면 어찌 되겠사옵니까.”이헌은 사관의 손에서 두 장의 진술서를 낚아채어, 대신들의 발밑으로 사정없이 내던졌다.“인간의 뇌는 모순을 피하고 공백을 채우기 위해, 각자의 상상력으로 허구를 지어내기 마련이지요.”“……!”“저 두 장의 문서는 동일한 날, 동일한 시각, 동일한 장소에서 내 대군저로 들어가는 ‘동일한 무기 수레’를 보았다는 자들의 진술 조서이옵니다.”이헌이 옥좌를 향해 돌아서며, 벼락같은 사자후를 토해
완벽하게 단절된 동쪽 전각의 텅 빈 방.빛조차 제대로 들지 않는 서늘한 공간에, 역모를 고발했던 첫 번째 증인이 바닥에 꿇어앉아 침을 꿀꺽 삼켰다.그의 눈앞에는 조선의 국정을 쥐고 흔드는 섭정, 이헌이 다리를 꼬고 앉아 그를 짐승처럼 내려다보고 있었다.등 뒤에 선 사관(史官)은 먹을 갈며 붓을 들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대군저로 반입된 무기를 보았다고 했지.”이헌의 낮고 건조한 목소리가 적막을 찢었다.“예, 예! 소, 소인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사옵니다!”“언제, 어디서, 몇 자루의 조총을 보았는지는 묻지 않겠다. 어차피 앵무새처럼 외워온 대본일 터이니.”증인의 어깨가 움찔하고 튀어 올랐다.이헌은 상체를 천천히 앞으로 숙이며, 현대 로펌의 에이스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위증자를 사냥할 때 쓰는 특유의 서늘한 시선을 던졌다.“네가 진정 그 현장에 있었다면 대답해 보아라. 그 수많은 조총과 창검을 싣고 온 수레. 그 수레의 바퀴살은 몇 개였고, 바퀴에는 시퍼런 쇠테가 둘러져 있었느냐, 아니면 맨 나무통이었느냐.”“……예?”증인의 턱이 기괴하게 벌어졌다.무기의 개수나 시간, 장소는 우의정 대감이 보낸 심복에게 수백 번이나 입을 맞추어 외웠다.하지만 수레바퀴의 생김새 따위는 대본에 존재하지 않았다.“무기 수레를 똑똑히 보았다면 수레의 생김새도 당연히 보았겠지. 짐을 덮고 있던 멍석의 색깔은 짙은 갈색이었느냐, 아니면 푸른빛이 도는 새끼줄로 엮은 것이었느냐.”“어…… 그, 그것이…….”증인의 이마에서 굵은 식
“그렇다면 어찌 신문하시겠다는 게요!”대사헌이 불만을 터뜨리자, 이헌은 마당에 엎드린 세 명의 증인을 짐승처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현대…… 아니, 율법의 가장 차갑고 완벽한 검증 방식. ‘격리 및 교차 심문(Cross-Examination)’을 실시하겠다.”“격리 및 교차 심문이라니, 그것이 대체 무슨…….”“저 세 명의 증인을 당장 각각 다른 전각의 빈방으로 끌고 가 완벽하게 격리해라.”이헌의 단호한 명령이 떨어졌다.“서로의 얼굴을 볼 수도 없고,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는 완벽하게 단절된 공간에 저들을 찢어놓아라. 나는 한 명씩 방에 들어가, 오직 내 혓바닥과 질문만으로 저들의 진술을 발가벗길 것이다.”편전에 모인 대신들 사이에서 술렁거림이 일었다.한자리에 모아두고 주리를 틀며 추궁하는 것이 조선의 상식이거늘, 방을 나누어 한 명씩 대화를 나누겠다니.그것은 마치 역모의 국문장이 아니라 점잖은 사랑방의 대화처럼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하! 고작 방을 나누어 질문 몇 개 던지는 것으로 진실을 밝히겠다니!”우의정의 측근들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증인들은 이미 김윤합의 철저한 훈련을 받은 자들이었다.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기가 들어왔는지. 조총의 개수는 몇 개였고 창검은 어떻게 생겼는지.가장 핵심적인 뼈대와 진술 내용은 세 명이 완벽하게 똑같은 대답을 하도록 수백 번이나 입을 맞추어 둔 상태였다.방을 나눈다고 해서 그들이 외워둔 대본이 달라질 리가 없었다.‘그래. 발버둥 쳐 보아라. 네놈이 아무리 뱀처럼 혓바닥을 놀려도, 저
창덕궁의 넓은 앞마당에 삭막하고도 무거운 전운이 내려앉았다.국왕 이도의 하교에 따라, 사헌부와 의금부의 정예 관원들로 구성된 전례 없는 ‘합동 조사단’이 결성되었다.명분은 대군저에 무기가 반입되었다는 백성들의 고변을 철저히 조사하여 왕실의 안위를 지키겠다는 것이었으나, 그 실체는 섭정 이헌의 목줄을 끊어내기 위한 훈구파의 거대한 사냥터였다.마당 한가운데에는 거적때기가 깔려 있었고, 그 위로 세 명의 사내가 밧줄에 꽁꽁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었다.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고변자들.자신들의 두 눈으로 섭정의 대군저에 수백 자루의 조총과 창검이 은밀하게 반입되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고 주장하는 목격자들이었다.“…….”그들의 등 뒤로, 훈구파의 영수 우의정 김윤합이 도열한 대신들 틈에 섞여 서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세 명의 증인은 모두 그가 전국의 왈패와 장사치들 중에서 입이 무겁고 돈에 환장한 자들로만 엄선하여 거액을 쥐여주고 매수한 가짜들이었다.‘이번에야말로 네놈의 그 알량한 법리와 혓바닥도 끝이다, 이헌.’김윤합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엎드린 증인들을 내려다보았다.장부의 숫자를 맞추고 종이의 재질을 감정하는 싸움이라면 이헌의 두뇌를 당해낼 수 없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하지만 이것은 회계 감사가 아니었다. 역모를 고발하는 생생한 인간의 증언이었다.아무리 섭정이 똑똑하다 한들, 세 명의 증인이 입을 맞추어 “보았다”고 우겨대는 역모의 프레임을 무슨 수로 빠져나간단 말인가.“전하 납시오-!”내관의 길게 빼는 목소리와 함께, 편전의 문이 열리고 국왕 이도가 용상에 올랐다.이도는 마당에 무릎을 꿇은 세 명의 증인
최근 이헌의 권력은 이미 임금인 자신을 아득히 뛰어넘어 조정을 장악하고 있었다.삼사를 도륙 내고 훈구파를 짓밟는 섭정의 그 무자비한 칼춤을 보며, 이도는 밤마다 자신의 옥좌가 흔들리는 끔찍한 악몽에 시달려왔다.그런데 지금, 백성들의 고변과 유림의 빗발치는 상소라는 가장 완벽한 ‘합법적 명분’이 굴러들어온 것이다.“상소가 이토록 빗발치니, 임금 된 자로서 모른 척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느냐.”이도가 입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곁에 엎드린 승지를 향해 하명했다.“당장 섭정의 직무를 임시로 정지시키고, 그를 탄핵하는 교지를 내려라. 또한, 사헌부와 의금부의 관원들을 동원해 고변에 얽힌 자들을 어전으로 끌어와 국문을 준비하라.”“저, 전하! 참으로 섭정 대감을 탄핵하시려는 것이옵니까?”“백성들의 불안을 잠재우고, 섭정의 결백을 명명백백히 밝히기 위함이다. 섭정이 정녕 떳떳하다면, 내일 어전에서 열릴 국문장에서 스스로 결백을 증명하면 될 일.”이도의 미소는 그 어느 때보다 교활하고 잔혹했다.고변이 거짓이라 할지라도, 이 재판을 빌미로 금군을 동원해 대군저를 샅샅이 수색하고, 섭정의 세력을 합법적으로 무장해제 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우의정이 던진 거짓의 덫을, 국왕 이도가 기꺼이 권력의 사냥 도구로 받아들인 것이다.조정의 하늘 위로, 전례 없는 거대한 전운(戰雲)이 먹구름처럼 밀려들고 있었다.같은 시각.한양 도성을 뒤흔든 역모의 소문이 빗발치고 있음에도, 당사자인 이헌이 머무는 대군저의 집무실 취선당(聚仙堂)은 기괴할 정도로 적막했다.“자가! 큰일 났사옵니다!”흑위대장이 숨을 헐떡이며 집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와 바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