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문 열어라! 어명이다!”
꽝! 콰직!
한밤중의 고요를 찢으며 도성 곳곳에서 대문이 박살 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횃불을 치켜든 수백 명의 금군과 흑위대 무사들이 미친 듯이 한양의 밤거리를 휩쓸고 다녔다.“이, 이것이 무슨 짓이오! 나는 종사품 사간원 헌납이오!”
“입 닥쳐라! 반역의 무리와 내통한 대역 죄인은 신분을 막론하고 의금부로 압송하라는 섭정 대감의 추상같은 명이 떨어지셨다!”금군들이 양반의 상투를 거칠게 틀어쥐고 진흙탕 바닥으로 끌어냈다.
비단옷을 입은 권문세가의 자제들, 객주를 운영하던 거상들, 심지어 우의정 집안의 외거 노비들까지.신분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수백 명의 사람들이 밧줄에 굴비 엮이듯 묶여 의금부를 향해 끌려가기 시작했다.도성은 말 그대로 피바람이 몰아치는 거대한광란의 피바람이 휩쓸고 간 한양 도성 위로, 핏빛처럼 붉은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수개월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도성을 짓누르던 칼바람 소리와 망나니의 비릿한 숨소리는 마침내 완벽하게 멎어 있었다.모든 복수와 불안 요소가 완벽하게 제거된, 기괴할 정도로 고요하고 적막한 아침이었다.“…….”대군저의 집무실.이헌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문턱을 넘어, 거대한 서안 뒤의 의자에 쓰러지듯 털썩 주저앉았다.그의 모습은 처참했다.며칠 밤을 새운 두 눈은 실핏줄이 터져 기괴하게 붉게 물들어 있었고, 핏기가 싹 가신 창백한 뺨 위로는 지독한 피로감이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밤마다 우물가에서 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몸을 문질러댄 탓에, 옷깃 사이로 드러난 목덜미와 손목에는 붉은 핏물이 밴 붕대가 처절하게 감겨 있었다.“자가. 드시옵소서.”집무실의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고, 흑위대장과 형조 판서, 그리고 의금부 도사가 무거운 걸음으로 들어섰다.그들의 뒤로 수십 명의 서기들이 끙끙거리며 나무 궤짝들을 끊임없이 실어 날랐다.쾅, 쾅.무거운 궤짝들이 서안 앞에 산더미처럼 쌓여갔다.“이것이 전부냐.”이헌이 바싹 말라 갈라진 입술을 억지로 떼어내며 물었다.“예, 섭정 대감. 십 년 전 서 판서 대감을 모함하는 데 가담했던 우의정 김윤합의 잔당 세력, 그리고 그들에게 자금을 댄 상단과 객주들의 모든 처결 기록이옵니다.”형조 판서가 사시나무처럼 떨며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어젯밤, 광화문 네거리에서 박 대행수의 목을 쳐 장대에 효수하는 것을 끝으로…… 관련자 삼백 마흔두 명의 참수형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몰아친 광기 어린 연좌제 수사는 마침내 그 거대한 악의 뿌리 끝단에 도달했다.“놓아라!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리 무엄하게 구느냐!”도성 최고 상단의 본거지.비단옷을 걸친 살찐 사내가 흑위대 무사들에게 양팔을 결박당한 채 거품을 물고 발악했다.십 년 전, 훈구파의 자금줄 역할을 하며 서상서 가문을 모함하는 데 결정적인 뇌물과 인맥을 동원했던 숨은 거물, 박 대행수였다.“섭정 대감이라 하였느냐! 당장 내 발을 풀지 못할까! 내 뒤에는 명나라의 황궁 상단이 버티고 있다! 섭정이 감히 나를 건드린다면 명나라와의 교역이 끊어지고 외교적 분쟁이 일어날 것이다!”의금부로 압송되어 이헌의 발밑에 내동댕이쳐진 뒤에도, 대행수의 혓바닥은 멈추지 않았다.그는 조선의 정치판을 뒤에서 돈으로 주무르던 자본의 진짜 괴물이었다.권력이 아무리 날뛰어도 돈과 명나라 인맥 앞에서는 결국 타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평생의 진리로 믿어온 자였다.“그리고…… 내 재산의 절반! 아니, 팔 할을 대감께 바치겠소이다! 은표 십만 냥이 넘는 거금이오! 이 돈이면 조선의 군대를 두 배로 늘리고도 남소!”대행수가 진흙탕에 엎드린 채, 번들거리는 눈으로 이헌을 올려다보았다.“살려만 주신다면, 그 어마어마한 부를 모두 섭정 대감의 개인 금고로…….”“은표 십만 냥이라.”이헌의 건조한 목소리가 의금부 마당에 낮게 깔렸다.그는 상석에 앉아 턱을 괸 채, 대행수의 필사적인 구걸을 벌레 보듯 내려다보고 있었다.“명나라의 외교적 압박과 은표 십만 냥. 참으로 매력적인 거래 조건이로군.”&ld
“제발…… 제발 살려주시옵소서! 소인은 저 상단의 물건을 몇 번 떼다 팔았을 뿐, 반역이니 뭐니 하는 것은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사옵니다!”의금부 마당.형틀에 묶인 채 피투성이가 된 늙은 상인이 땅에 머리를 찧으며 애원했다.그의 곁에는 상단의 장부를 정리하던 어린 서기들까지 굴비처럼 엮여 공포에 떨고 있었다.밤낮을 가리지 않고 몰아치는 극단적인 연좌제 수사에, 한양 도성의 감옥은 이미 억울함을 호소하는 자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이헌은 옥좌처럼 마련된 상석에 앉아 그 아비규환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그의 손에는 상인과 훈구파 잔당 사이에 오갔던 몇 장의 거래 내역서가 들려 있었다.“그저 물건만 떼다 팔았다.”이헌의 건조한 목소리가 의금부 마당에 울렸다.상인이 희망을 품은 듯 고개를 쳐들었다.“예! 예! 그러하옵니다, 대감!”“허나, 네놈이 떼다 판 그 물건의 이문이 어디로 흘러 들어갔느냐. 우의정의 잔당들이 숨어 지내며 세력을 키우는 든든한 자금줄이 되지 않았더냐.”이헌이 붓을 들어 서류 위에 붉은 줄을 직- 그었다.“모르고 했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 했다면 반역이다. 어느 쪽이든 내 율법 앞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쳐라.”“안 돼! 대가아아암……!”망나니의 칼이 허공을 갈랐고, 상인의 목이 모래바닥 위로 툭 떨어졌다.튀어 오른 핏물이 이헌의 장화 끝을 붉게 물들였다.“자, 자가.”밤새도록 국문을 지켜보던 형조 판서가 사시나무처럼 떨며 앞으로 나섰다.“이, 이자들은 정말로
“문 열어라! 어명이다!”꽝! 콰직!한밤중의 고요를 찢으며 도성 곳곳에서 대문이 박살 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횃불을 치켜든 수백 명의 금군과 흑위대 무사들이 미친 듯이 한양의 밤거리를 휩쓸고 다녔다.“이, 이것이 무슨 짓이오! 나는 종사품 사간원 헌납이오!”“입 닥쳐라! 반역의 무리와 내통한 대역 죄인은 신분을 막론하고 의금부로 압송하라는 섭정 대감의 추상같은 명이 떨어지셨다!”금군들이 양반의 상투를 거칠게 틀어쥐고 진흙탕 바닥으로 끌어냈다.비단옷을 입은 권문세가의 자제들, 객주를 운영하던 거상들, 심지어 우의정 집안의 외거 노비들까지.신분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수백 명의 사람들이 밧줄에 굴비 엮이듯 묶여 의금부를 향해 끌려가기 시작했다.도성은 말 그대로 피바람이 몰아치는 거대한 아수라장으로 변모하고 있었다.같은 시각, 의금부 국문장.수십 개의 횃불이 마당을 대낮처럼 붉게 비추고 있었다.형틀에 묶인 죄인들의 비명이 밤하늘을 찢었고, 튀어 오른 핏물이 의금부의 모래바닥을 질척하게 적셨다.이헌은 국문장 상석에 다리를 꼬고 앉아, 그 지옥 같은 풍경을 서늘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그의 무릎 위에는 두꺼운 명부와 장부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죽은 우의정 김윤합과 훈구파 잔당들이 과거에 남겼던 모든 거래 내역과 서신 기록들이었다.“섭정 대감! 억울하옵니다! 소인은 그저 십 년 전, 우의정 대감의 수하에게 인삼 열 뿌리를 납품하고 영수증을 받았을 뿐이옵니다!”형틀에 묶인 중인 출신의 상인이 피눈물을 흘리며 악을 썼다.“단지 물건을 팔았다는 이유만으로 어찌 역모의 죄를 뒤집어쓴단 말이옵니까!”&ldqu
소름 끼치는 파열음과 함께, 괴한의 입 밖으로 시커먼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이헌이 반사적으로 손을 놓았다.괴한의 고개가 힘없이 꺾여 가슴 위로 떨어졌다.자신의 배후를 밝히는 대신, 혀를 깨물고 그 자리에서 자결해 버린 것이다.“이런 미친……!”흑위대장이 다급하게 괴한의 턱을 벌려보았으나, 이미 기도가 끊어져 숨이 멎은 뒤였다.“자가. 숨을…… 거두었사옵니다.”흑위대장이 꿇어 엎드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했다.“…….”이헌은 자신의 손바닥에 묻은 괴한의 뜨거운 피를 멍하니 내려다보았다.죽음 자체에 대한 충격이 아니었다.모진 고문을 견뎌가면서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까지 서연을 노리는 그 지독하고도 맹목적인 적의(敵意).자신이 율법으로 완벽하게 도륙 냈다고 믿었던 이 조선 팔도에, 아직도 그녀의 목숨을 집요하게 노리는 악의 잔재가 숨을 쉬고 있었다는 끔찍한 사실이었다.“몸을…… 뒤져라.”이헌이 피 묻은 손을 꽉 쥐며 낮게 으르렁거렸다.“옷가지부터 입안의 금니 하나까지 남김없이 뒤져. 그놈이 어디서 굴러먹던 쥐새끼인지 단서 하나라도 찾아내.”흑위대 무사들이 시신에 달라붙어 품속을 뒤집기 시작했다.잠시 후, 흑위대장이 괴한의 허리춤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사색이 되어 이헌에게 바쳐 올렸다.“자, 자가. 이것을 보시옵소서.”그것은 은장도로 위장된 작은 단검이었다.그리
밤하늘이 찢어진 듯 굵은 폭우가 쏟아져 내렸다.대군저의 기와지붕을 때리는 빗소리가 천지를 집어삼킬 듯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수십 명의 흑위대 무사들이 비를 맞으며 횃불을 들고 섰으나, 거센 빗줄기에 불씨는 금방이라도 꺼질 듯 위태롭게 흔들렸다.이헌은 처마 밑 툇마루에 선 채, 쏟아지는 빗물을 고스란히 맞으며 굳게 닫힌 서연의 처소를 응시하고 있었다.빗소리 때문에 그녀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이 밤은, 그에게 끔찍한 형벌과도 같았다.“…….”이헌이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으며 마당을 서성이던 찰나였다.타닷.빗소리에 묻혀 들릴 리 없는 아주 미세한 파열음.대군저 안채를 둘러싼 가장 안쪽 담장 위로,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번개처럼 솟구쳐 올랐다.“……!”이헌의 동공이 미친 듯이 수축했다.그림자는 흑위대의 시선이 빗줄기에 가려진 사각지대를 정확히 파고들어, 서연의 처소로 이어지는 뒤뜰에 발을 내디디려 하고 있었다.“거기 멈춰라!”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흑위대장이었다.어둠 속에서 시퍼런 칼날이 번뜩였고, 담장을 넘으려던 괴한의 허벅지에 깊숙한 자상이 새겨졌다.“크윽!”괴한이 균형을 잃고 빗물이 고인 진흙탕 위로 곤두박질쳤다.그가 다시 몸을 일으켜 허리춤의 단검을 뽑아 들려던 순간, 수십 명의 흑위대가 벌떼처럼 달려들어 그의 사지를 짓밟고 목에 칼을 겨누었다.“이, 이놈!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담장을 넘어!”흑위대장이 괴한의 복부를 거칠게 걷어차며 호통을 쳤다.괴한은 피를 토하면서도, 독기가 서린 눈으로 안채의 닫힌 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