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회귀한 대군의 후회: Chapter 281 - Chapter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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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화] 핏빛 화대, 비참한 안도(1)

 그날 오후.조선의 심장인 궐과 도성의 거리는 순식간에 발칵 뒤집혀 발칵 뒤집혔다.조선의 모든 권력을 쥔 섭정 이헌의 입에서 무자비하게 떨어진 어명은, 조선의 하늘을 완벽하게 뒤흔들 만큼 파격적이고 미친 짓이었다.이미 무죄와 복권이 확정된 서씨 가문의 명예를 누구도 다시 흔들 수 없도록 국가 기록에 재확인하고, 고(故) 호조 판서 서상서에게 영의정을 추증하는 어명.그녀의 간신히 살아남은 일가친척들에게는 가문의 재건을 위한 토지와 재산을 추가로 하사하는 교지.조정의 대신들이 피를 토하며 통곡하고 대전 마당에 엎드려 목숨을 걸고 반대했으나, 이헌은 그들의 목에 시퍼런 칼을 들이밀며 무자비하게 어명을 강행했다.“내 부인의 가문을 역적이라 욕보이며 감히 혀를 놀리는 자는, 구족을 멸하여 그 머리통을 도성 거리에 매달아 까마귀 밥으로 줄 것이다!”그뿐만이 아니었다.이헌은 궐의 내탕고를 모조리 털고 전국의 거대 상단들을 피가 나도록 쥐어짜 내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진귀하고 아름다운 보물들을 모조리 수레에 실어 대군저로 쓸어 담아 오기 시작했다.다음 날 아침.며칠 내내 벌레 소리 하나 없이 적막하기만 하던 서연의 처소 문밖 마당이 아침부터 몹시도 소란스러웠다.끼이익.며칠 만에, 마침내 굳게 잠겨 있던 서연의 처소 문이 무거운 마찰음을 내며 천천히 열렸다.“……!”문이 열리는 소리에, 며칠 밤낮을 찬 흙바닥에 무릎 꿇고 피눈물을 흘리던 이헌이 용수철처럼 튕겨 올랐다.“부, 부인! 서연아!”빛을 잃고 핏기 하나 없이 비쩍 마른 서연이 툇마루로 아주 천천히 걸어 나왔다.그녀의 완벽하게 텅 빈, 초점 잃은 건조한 눈동자가 자신의 처소 앞마당을 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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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화] 핏빛 화대, 비참한 안도(2)

 “여기 있는 이 역겨운 쓰레기들을, 모조리 들어다가.”“……!”“저기 후원의 깊은 연못 구덩이에, 단 하나의 보석도 남김없이 모조리 처박아 수장시켜 버려라.”“마, 마마! 그, 그것들은 전하께서 천하를 다 뒤져 모아 오신 엄청난 국고의……!”하인들이 기함하며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내 말이 들리지 않느냐! 당장 저 더러운 살인마의 오물들을 싹 다 연못에 던져 처넣으란 말이다! 명을 거역하는 자의 목은 내가 직접 칠 것이다!”서연의 피를 토하는 듯한 서늘하고 잔혹한 호통에, 하인들과 병사들이 사색이 되어 미친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수만 냥의 가치를 지닌 순금 불상이 우당탕거리며 흙바닥을 뒹굴어 연못으로 곤두박질쳤다.영롱한 진주와 비취들이 병사들의 거친 손길에 의해 후원의 검은 연못 물속으로 풍덩풍덩 처박혀 흔적도 없이 수장되기 시작했다.조선 최고의 명주와 비단들이 진흙탕에 처박혀 짓밟히며 더러운 걸레짝으로 전락해 버렸다.“아…… 아아…… 부인…… 서연아…….”이헌은 자신의 피땀으로 긁어모은 맹목적인 사랑의 진심들이, 하인들의 거친 발에 채여 진흙탕 속 오물로 처박히는 참혹한 광경을 넋을 잃고 멍하니 바라보았다.“이헌.”자신의 재물들이 모두 연못에 수장되어 쓰레기가 되는 것을 아주 차갑고 만족스럽게 지켜보던 서연이, 마루에서 천천히 내려와 바닥에 엎드린 이헌의 코앞까지 다가왔다.“부, 부인…… 어찌하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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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화] 타락한 혐관, 깨져버린 환상(1)

 대군저의 안채 마당에 피투성이가 된 비명 소리가 한낮의 허공을 찢으며 처절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살려주시옵소서! 마마! 제가 백번 천 번 잘못했사옵니다! 제발 목숨만은……!”마당 한가운데, 서연의 처소에서 잔심부름을 하던 앳된 어린 나인 하나가 차가운 나무 형틀에 밧줄로 꽁꽁 묶인 채 피투성이가 되어 살려달라 짐승처럼 울부짖고 있었다.그녀의 가녀린 등과 종아리는 이미 성인 남성의 팔뚝만 한 굵은 장작 개비로 수십 대를 무자비하게 얻어맞아, 살갗이 다 터지고 시뻘건 핏물이 뚝뚝 떨어져 흙바닥을 시커멓게 적시고 있었다.“마, 마마…… 벌써 스무 대가 넘었사옵니다. 이 이상 더 세게 치면 저 어린아이는 정말로 뼈가 부러지고 숨이 끊어질 것이옵니다…… 제발 크나큰 자비를…….”매를 들고 무자비하게 내리치던 흑위대 병사조차, 바닥에 흥건한 핏물에 질려 차마 더는 때리지 못하고 덜덜 떨며 마루에 앉은 서연을 향해 고개를 깊이 조아렸다. 아무리 군기가 엄한 흑위대라 할지라도 이런 무의미하고 잔혹한 살육은 꺼려졌다.하지만.툇마루에 비스듬히, 그리고 아주 요염하게 걸터앉아 그 끔찍한 핏빛 광경을 무표정하게 내려다보고 있는 서연의 하얀 얼굴에는. 그 어떤 한 줌의 연민도, 사람으로서의 일말의 자비도 존재하지 않았다.오직 얼음장처럼 차갑고 텅 빈, 표독스러운 맹독만이 시퍼렇게 번뜩이고 있을 뿐이었다.“누가 네놈 맘대로 멈추라 하였느냐.”서연이 감정의 고저가 전혀 없는 텅 빈 목소리로 서늘하게 명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한여름의 공기를 단숨에 얼려버릴 만큼 기괴했다.“저 비천한 계집이 감히 내 처소의 귀한 찻잔을 닦다 바닥에 떨어뜨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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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화] 타락한 혐관, 깨져버린 환상(2)

 “저 비천한 계집이 제 죗값도 다 치르기 전에 기절을 하였습니다. 어찌할까요.”서연이 하얀 턱을 괴고, 바닥에 엎드린 이헌을 내려다보며 뱀처럼 서늘하고 달콤하게 물었다.“이대로 내버려 둘까요, 아니면 당장 저년의 숨통을 끊어버릴까요.”이헌이 서연의 싸늘한 눈치를 살피며, 피투성이가 된 나인을 향해 살기 어린 매서운 눈빛을 쏘아보았다.서연이 진정으로 원한다면, 서연이 이 잔혹한 피를 통해 아주 조금이라도 끓어오르는 분노를 풀 수만 있다면, 이깟 비천한 계집 백 명, 천 명의 목이라도 지금 당장 단칼에 베어버릴 수 있었다.하지만.서연은 그런 이헌의 흔들리는 눈빛과 살기를 확인하자마자,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기괴하고 차가운 헛웃음을 빵 터뜨리기 시작했다.“하, 하하하……! 아하하하하!”서연의 메마른 웃음소리가 소름 끼치도록 날카롭게, 그리고 찢어질 듯 대군저 안채의 적막을 갈라놓았다.“부, 부인……?”이헌이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연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웃음은 결코 즐거워서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웃음을 멈춘 서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피도 눈물도 없는 악귀처럼 차갑고 싸늘하게 굳어버렸다.그녀는 툇마루 자리에서 천천히 우아하게 일어나, 무릎을 꿇고 있는 이헌의 코앞까지 아주 가깝게 다가왔다.“어찌하느냐. 이헌.”서연이 이헌의 거친 턱을 하얀 손으로 거칠게 낚아채어 위로 확, 꺾어 치켜올렸다.그녀의 시뻘겋게 핏발 선 독기 품은 눈동자가, 이헌의 흔들리는 눈 속 깊은 심연을 잔혹하게 파고들며 사정없이 물어뜯었다.“네놈이 그토록 미친 듯이 죽고 못 살게 사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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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화] 타락한 혐관, 깨져버린 환상(3)

 하지만 서연은 그의 그 찢어지는 절규와 애원을 들으며, 오히려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유희거리나 구경거리라도 본 듯 기괴하고 매혹적인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그래? 내가 살인을 저지르는 괴물이 되어도 상관없다 하였느냐.”서연이 툇마루에서 아주 서늘하고 우아하게 뒤로 돌아섰다.“그렇다면 내게 증명해 보아라. 네놈의 그 역겹고 위선적인 사랑을.”서연이 하얀 턱으로, 마당 한가운데 형틀에 묶여 피투성이가 되어 기절해 있는 어린 나인을 서늘하게 가리켰다.“저 비천한 계집의 목을 쳐라.”“……!!”이헌의 숨통이 콱 막혔다. 심장이 멈춘 듯했다.“네가 내 명을 고스란히 따르는 충견이자 맹견이라면. 당장 네 허리춤에 찬 그 서늘한 장검을 뽑아, 저 죄 없는 계집의 목을 썰어 내 발밑에 바쳐보아라. 그럼 네 진심을 아주 조금은 믿어주마.”그것은 악마의 끔찍한 명령이었다.자신의 분노를 위해, 아무 죄도 없는 무고한 생명을 잔혹하게 참살하라는 끔찍한 가학이자 파멸의 시험.“부, 부인…… 저 어린아이는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 숨이 끊어지기 직전입니다…… 어찌 그리 잔혹한 명을…….”“못 하겠느냐?”서연의 눈빛이 순식간에 독을 품은 뱀처럼 차갑고 날카롭게 얼어붙었다.“결국 네놈의 그 대단한 맹목적인 사랑도 가짜였구나. 내가 악귀가 되어 지안이의 고결한 환상을 완벽히 깨버리니, 이제 더 이상 속죄의 껍데기로서의 가치가 없어 내 명을 거역하고 살인마의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지.”&ldq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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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화] 껍데기의 파괴, 서늘한 결심(1)

 대군저 안채의 밤은 언제나 끝을 알 수 없이 길고, 짐승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소름이 끼치도록 끔찍하게 적막했다.한낮의 뙤약볕이 쨍하게 내리쬐는 마당에서, 아무 죄 없는 아랫사람들에게 짐승 같은 무자비한 매질을 명하며 잔인한 패악을 부리던. 그리고 자신을 보며 피눈물을 흘리는 이헌의 썩어빠진 영혼을 비웃으며 갈가리 찢어발기며 짓밟던 그 표독스럽고 잔혹했던 악귀의 모습은.서늘하고 차가운 은빛 달빛만이 창호지를 넘어 뼈 시리게 스며드는 깊은 밤의 고요한 침소 안에서는,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완벽한 거짓말처럼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렸다.“흐으…… 흑…… 아아아…… 윽…… 하아…….”칠흑 같은 어둠이 짙게 깔린 침소의 구석.아무런 온기도 없는 싸늘한 서안 앞에 웅크려 앉은 서연의 얇고 가녀린 어깨가, 매서운 가을밤의 낙엽처럼 처절하게, 도저히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덜덜 떨리고 있었다.그녀의 진짜 내면은, 겉으로 철저하게 무장하고 이헌에게 보여주었던 그 얼음장 같은 차가운 표독함과는 완벽하게 달랐다. 철저히 부서져 내려 잿더미만 남은 흉측한 폐허였다.낮에는 그 비겁한 기만자 사내를 고문하고 짓밟기 위해, 스스로 독사처럼 날 선 이빨을 세우고 악을 쓰며 잔혹한 괴물이 되기를 자처했지만.적막한 밤이 찾아와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방 안에 홀로 비참하게 남겨질 때면, 자신이 맹목적으로 의지하고 굳게 믿으며 목숨을 다해 사랑했던 그 거대한 사내가 결국 실체조차 없는 기괴한 허상(虛像)이었다는 끔찍한 진실이.마치 날카롭고 시퍼렇게 녹슨 톱날이 되어, 그녀의 이미 갈기갈기 찢어진 심장을 매일 밤 무자비하게 썰어내고, 처참하게 썩어 문드러지게 만들고 있었다.&ldqu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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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화] 껍데기의 파괴, 서늘한 결심(2)

 서연은 거친 숨을 헐떡이며, 피투성이가 되어 엉망으로 찢긴 자신의 얼굴을 은거울로 다시 똑바로 쳐다보며 허탈하고도 기괴한 헛웃음을 줄줄 흘렸다.“하, 하하하…… 흐흐흑…… 하하.”날카로운 손톱으로 아무리 얼굴의 피부 가죽을 파내고 박박 긁어 시뻘건 붉은 피를 내어도.망치로 이 얼굴의 뼈를 깎아내고 완전히 부수지 않는 이상, 이 죽은 지안과 소름 끼치게 똑같이 생긴 뼈대와 이목구비의 근본적인 본질은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이 저주받은 껍데기의 굴레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나는 긍지 높은 조선의 사대부 서연으로 태어났다.’서연은 차가운 마룻바닥에 짐승처럼 웅크려 앉아, 자신의 핏물이 맺힌 무릎을 두 팔로 꽉 끌어안고 몸을 한껏 말았다.‘그 끔찍한 멸문지화의 모진 고문을 겪고, 피투성이가 된 채 옥사의 지옥 바닥을 내 두 손과 두 발로 악착같이 기어 올라왔건만.’그 처절하고 치열했던 생존의 삶 끝에 간신히 얻어낸 내 유일한 사랑과 빛나는 구원조차.결국 온전한 내 몫이 아니었다. 나를 향한 것이 단 1푼도 없었다.그것은 남의 것을, 죽은 다른 여자의 것을 우연히 껍데기가 완벽하게 같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비겁하게 훔쳐 입고 얻어낸, 세상에서 가장 역겹고 기만적인 가짜 동정에 불과했다.자신의 고유한 정체성, 그리고 아등바등 피 흘리며 버텨왔던 긍지 높은 삶 전체가, 한 사내의 광기 어린 대리 속죄극에 철저하게 부정당하고 철저하게 능멸당했다는 그 뼈를 깎는 모멸감.“내 삶은…… 내 존재는 세상에 태어난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런 의미조차 없었구나. 나는 그저 도구였어. 누군가의 쓰레기통이었어.”서연의 텅 빈 죽은 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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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화] 숨 쉬는 인형, 병적인 집착(1)

 “…….”적막이 내려앉은 대군저 안채, 툇마루에 멍하니 인형처럼 앉아 있는 서연의 하얀 얼굴 위로. 생기를 잃은 차가운 가을 햇살이 서글프고 무겁게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그녀는 마치 돌부처처럼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숨을 쉬고는 있었으나, 그녀의 혼백은 이미 육신을 빠져나가 저 멀리 아득하고 끝없는 캄캄한 심연으로 가라앉아 버린 것처럼. 그녀의 맑고 검었던 두 눈동자에는 더 이상 배신의 슬픔도, 분노도, 이헌을 향한 날 선 원망도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아무런 초점 없이 허공을 맴도는 그 극도로 건조하고 텅 빈 눈빛. 그것은 살아 숨 쉬고 맥박이 뛰는 사람의 눈빛이 결코 아니었다.모든 희망과 존재 이유를 완벽하게 포기하고 체념해 버린, 오직 얼음장처럼 차가운 ‘죽음의 그림자’만이 그녀의 가녀린 발밑부터 서서히, 짙고 무겁게 뱀처럼 똬리를 틀며 드리워지고 있었다.그리고.마당 한구석에서 그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병적으로 집요하게 지켜보고 있던 이헌은.과거 재벌가의 사냥개로, 조선의 무소불위 섭정으로 살아남으며 터득한 맹수 같은 그 잔혹하고 예리한 본능으로.방금 전 서연의 텅 빈 눈빛에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그 소름 끼치고 기괴한 잿빛 죽음의 그림자를 완벽하고 끔찍하게 직감하고 말았다.“아…… 아아…….”이헌의 핏발 선 동공이 미친 듯이 팽창하며 찢어질 듯 커졌다.그의 거대한 몸이 머리 위로 거대한 벼락을 정통으로 맞은 사람처럼 빳빳하게 굳어버렸고, 굵고 차가운 식은땀이 온몸의 모공에서 비 오듯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죽으려 하고 있다.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이헌의 파란 입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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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화] 숨 쉬는 인형, 병적인 집착(2)

 그의쉰 목소리는 극도의 살인 공포와 집착으로 사시나무처럼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이제 안전하다. 네 옥체에 흠집 하나 해칠 수 있는 뾰족한 물건은, 이 대군저에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내가 널 완벽하게 지킬 것이다. 넌 절대로 죽을 수 없다.”이헌이 서연의 하얀 옥색 치맛자락을 두 손으로 꽉 움켜쥐고 헐떡이며 중얼거렸다.하지만.자신의 몸을 옭아매고 통제하는 이 미친 짓거리를 가만히 텅 빈 눈으로 쳐다보던 서연의 파란 입가에는.그 어떤 고마움이나 따뜻함이 아닌, 세상에서 가장 차갑고 씁쓸한 혐오 섞인 비웃음만이 기괴하게 걸려 있었다.“하…….”서연이 아주 느릿하게 고개를 돌려, 바닥에 짐승처럼 엎드린 이헌을 얼음장같이 내려다보았다.“참으로 눈물겨운 헌신이십니다, 조선의 섭정 대군.”서연의 목소리는 바짝 마른 모래가 버석거리듯, 감정이라곤 한 줌도 없는 메마르고 건조한 음성이었다.“내 목을 단번에 조를 얇은 끈조차 남기지 않으시고, 내 살결을 깊게 벨 작은 칼조차 몽땅 치워버리시다니. 참으로 대단한 과잉보호이십니다.”“그래. 네 고운 몸에 작은 상처 하나 나게 두지 않을 것이다. 넌 무조건 살아야 한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무조건 내 곁에서 숨을 쉬며 살아야 한다.”이헌이 짐승처럼 거친 숨을 헐떡이며 서연의 버선발 발등에 제 더러운 얼굴을 비비적거렸다.하지만 서연은 그런 이헌을 향해 세상에서 가장 잔혹하고 날 선 조소를 날렸다.“거짓말.”“……부인.”“네가 이리 이성을 잃고 병적으로 미쳐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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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화] 결전의 밤, 죽음의 찻잔(1)

 대군저의 안채는 이제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 거대한 절망이 숨 쉬는 완벽한 감옥과 같았다.이헌의 이성을 잃은 광기 어린 어명이 무자비하게 떨어진 직후, 서른 명의 무장한 흑위대 정예 병사들이 서연의 처소를 겹겹이 에워싸고 물 한 방울 샐 틈 없는 살벌한 감시를 시작했다.방 안의 날카로운 은젓가락 하나, 창호지를 바르는 데 쓰이던 아주 작은 칼조차 모조리 불태워져 치워졌고. 서연은 숨을 쉬고 밥을 넘기는 것조차 병사들의 시선 아래 철저하게 통제받는, 비참하고 끔찍한 박제 인형의 신세로 완벽하게 전락했다.하지만.그들이 아무리 삼엄한 무력으로 서연의 얇은 육신을 꽁꽁 옭아매고 옥죈다 한들.그녀의 텅 빈 죽은 눈동자 속 깊은 심연에서 조용하고 치밀하게 자라나는, 서늘한 죽음의 독(毒)과 이 살인마를 지옥으로 처박겠다는 복수의 결심마저 통제하고 꺾어버릴 수는 없었다.‘기어이 나를 숨만 쉬는 껍데기 인형으로 만들어, 제 알량한 속죄의 제단 위에 영구히 올려두겠다는 것이지. 내 죽을 권리마저 짓밟고 박제하겠다는 것이지.’서연은 감시의 눈길을 피해 툇마루 구석에 멍하니 웅크려 앉아, 핏기 잃은 파란 입술을 잔혹하고 기괴하게 비틀어 올렸다.네놈의 그 더럽고 끔찍한 통제가 촘촘해질수록.내가 네놈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가장 끔찍하고 비참하게 죽어갈 그 마지막 순간의 파괴력은, 수천 배, 수만 배의 지옥 불이 되어 네 영혼을 불태우며 증폭될 것이다.복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이 삼엄한 감시 속에서도 자신을 흔적 없이 파괴할 완벽하고 확실한 죽음의 도구가 필요했다.손목을 깊게 긋거나, 대들보에 목을 매달 물건은 완벽하게 치워졌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단 하나뿐.‘독(毒).’서연의 예리한 머릿속에, 과거 이헌이 우의정을 비롯한 수많은 정적들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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