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비천한 계집이 제 죗값도 다 치르기 전에 기절을 하였습니다. 어찌할까요.”서연이 하얀 턱을 괴고, 바닥에 엎드린 이헌을 내려다보며 뱀처럼 서늘하고 달콤하게 물었다.“이대로 내버려 둘까요, 아니면 당장 저년의 숨통을 끊어버릴까요.”이헌이 서연의 싸늘한 눈치를 살피며, 피투성이가 된 나인을 향해 살기 어린 매서운 눈빛을 쏘아보았다.서연이 진정으로 원한다면, 서연이 이 잔혹한 피를 통해 아주 조금이라도 끓어오르는 분노를 풀 수만 있다면, 이깟 비천한 계집 백 명, 천 명의 목이라도 지금 당장 단칼에 베어버릴 수 있었다.하지만.서연은 그런 이헌의 흔들리는 눈빛과 살기를 확인하자마자,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기괴하고 차가운 헛웃음을 빵 터뜨리기 시작했다.“하, 하하하……! 아하하하하!”서연의 메마른 웃음소리가 소름 끼치도록 날카롭게, 그리고 찢어질 듯 대군저 안채의 적막을 갈라놓았다.“부, 부인……?”이헌이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연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웃음은 결코 즐거워서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웃음을 멈춘 서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피도 눈물도 없는 악귀처럼 차갑고 싸늘하게 굳어버렸다.그녀는 툇마루 자리에서 천천히 우아하게 일어나, 무릎을 꿇고 있는 이헌의 코앞까지 아주 가깝게 다가왔다.“어찌하느냐. 이헌.”서연이 이헌의 거친 턱을 하얀 손으로 거칠게 낚아채어 위로 확, 꺾어 치켜올렸다.그녀의 시뻘겋게 핏발 선 독기 품은 눈동자가, 이헌의 흔들리는 눈 속 깊은 심연을 잔혹하게 파고들며 사정없이 물어뜯었다.“네놈이 그토록 미친 듯이 죽고 못 살게 사랑
Last Updated : 2026-09-2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