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채의 차가운 마룻바닥에 엎드린 이헌의 짐승 같은 오열 소리만이, 죽은 듯이 고요한 방 안을 처참하게 울리고 있었다.“…….”서연은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는 이헌의 핏덩이 같은 땀 젖은 정수리를 내려다보았다.그녀의 맑았던 눈동자에는 더 이상 일말의 온기도, 안쓰러운 연민도, 심지어 분노의 눈물조차 단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았다.그저 차갑게 식어버린, 뼛속까지 시리도록 건조하고 텅 빈 경멸만이 가라앉아 있을 뿐이었다.자신이 던진 마지막 확인의 질문.‘내가 지안입니까, 조선의 서연입니까.’그 질문에 이 오만한 사내는 끝내 단 한 마디도 대답하지 못하고, 오열하며 비겁한 침묵을 선택했다.그 비참한 침묵은, 서연의 영혼을 간신히 지탱하고 있던 마지막 남은 신뢰의 기둥마저 완벽하고 잔혹하게 부러뜨렸다.바스락.서연이 천천히, 얼음장처럼 차가운 걸음을 내디뎠다.바닥에 널브러진 수백 장의 참회록 종이들과, 그녀와 똑같은 얼굴을 한 초상화들이 그녀의 하얀 버선발에 밟혀 처참하게 구겨졌다.그녀는 바닥에 납작 엎드려 숨을 헐떡이며 오열하는 이헌의 앞까지 다가갔다.그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허리를 굽혀, 얇은 두 손으로 그의 찢어진 관복 멱살을 짐승을 낚아채듯 거칠고 억세게 틀어쥐었다.“윽……! 부, 부인……!”서연의 가녀린 두 손에 멱살을 잡힌 채, 이헌의 무거운 상체가 맥없이 위로 끌려 올라왔다.방금 전 바닥에 이마를 찧어 피투성이가 된 그의 얼굴이 서연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눈물과 콧물, 그리고 검붉은 피가 엉망으로 뒤엉킨,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고 추악한 살인마의 몰골이었다.“나
Last Updated : 2026-09-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