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장도 사건의 그 끔찍하고 참혹했던 핏빛 밤이 지난 이후.대군저 안채는 사람의 온기라곤 단 1푼도, 단 한 점도 느낄 수 없는. 마치 살아있는 자들의 거대한 무덤처럼, 완벽한 죽음의 고요와 뼈 시린 적막 속에 끝없이 잠겨들었다.서연은 스스로의 마음을 완벽하게, 그리고 영원히 굳게 닫아걸어 버렸다.그녀는 이헌과의 일말의 소통조차 잔인하고 철저하게 끊어냈다.이헌이 덜덜 떨리는 핏물 젖은 손으로 문밖에서 밤새도록 애원하며 건네는 따뜻한 밥상도, 지밀상궁이 눈물을 훔치며 조심스레 밀어 넣는 맑은 미음과 탕약도. 서연은 일절 입에 대지 않았다. 단 한 방울의 물조차 목구멍으로 넘기기를 거부했다.“…….”그녀는 그저 아무런 장식도 없는 텅 빈 벽에 등을 기댄 채.창호지 너머로 아주 느리게 비치는 흐릿한 햇살의 이동만을, 마치 혼백이 빠져나간 몽유병자처럼 가만히 응시할 뿐이었다.자살하는 것조차 미치광이 사내에게 철저히 감시받고 통제당하는 이 숨 막히는 대군저 감옥 안에서. 그녀가 저 살인마 사내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하고 끔찍한 복수는, 스스로 곡기를 완전히 끊어 자신의 육신을 아주 천천히, 고통스럽게 말려 죽이는 것뿐이었다.분노도, 원망도, 슬픔도, 심지어 절망감조차 모두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렸다.살과 뼈만 앙상하게 남은 얇은 육신으로, 그녀는 마치 생명력을 완전히 잃고 그저 기계적으로 맥박만 뛰는 비참한 ‘목각인형’처럼. 자신의 영혼과 모든 인간의 감정을 완벽히 지워버렸다.“부, 부인…… 서연아…… 제발 식사를 조금이라도…….”그날 밤.안채 마당에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이 매섭게 불어오고 있었다.이헌은 굳게
Last Updated : 2026-10-0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