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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화] 동귀어진(同歸於盡), 핏빛 구원(2)

Author: 유리구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02 00:03:19

서연의 모래처럼 건조하고 텅 빈 목소리가 열린 문틈을 타고 마당으로 흘러나왔다.

그 한마디에, 이헌의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은 완벽하게 끊어지고 말았다.

세상의 모든 것을 잃고 죽을 날만 기다리던 사형수에게 갑작스레 쏟아져 내린 찬란한 구원의 빛처럼.

자신을 살인마 쓰레기라 혐오하고 징그럽다며 발로 걷어차 내쳤던 그녀가, 기어이 다시 굳게 닫힌 문을 열고 자신을 방 안으로 허락해 주었다는 사실에. 이헌은 극도의 미친 황홀경에 빠져버렸다.

“아아……! 부인! 나의 서연아!”

이헌은 짐승처럼 네발로 엉금엉금 기어, 방 안으로 숨을 헐떡이며 허겁지겁 들어섰다.

그의 맹목적인 눈에는 방 안의 서늘하고 죽어있는 공기도, 서연의 눈빛 깊은 곳 심연에 똬리를 틀고 가라앉은 독기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살인죄를 용서해 주고 다시 곁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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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귀한 대군의 후회   [300화] 동귀어진(同歸於盡), 핏빛 구원(2)

    서연의 모래처럼 건조하고 텅 빈 목소리가 열린 문틈을 타고 마당으로 흘러나왔다.그 한마디에, 이헌의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은 완벽하게 끊어지고 말았다.세상의 모든 것을 잃고 죽을 날만 기다리던 사형수에게 갑작스레 쏟아져 내린 찬란한 구원의 빛처럼.자신을 살인마 쓰레기라 혐오하고 징그럽다며 발로 걷어차 내쳤던 그녀가, 기어이 다시 굳게 닫힌 문을 열고 자신을 방 안으로 허락해 주었다는 사실에. 이헌은 극도의 미친 황홀경에 빠져버렸다.“아아……! 부인! 나의 서연아!”이헌은 짐승처럼 네발로 엉금엉금 기어, 방 안으로 숨을 헐떡이며 허겁지겁 들어섰다.그의 맹목적인 눈에는 방 안의 서늘하고 죽어있는 공기도, 서연의 눈빛 깊은 곳 심연에 똬리를 틀고 가라앉은 독기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오직 자신의 살인죄를 용서해 주고 다시 곁을 내어준, 천사 같은 아내의 눈부신 자비만이 가득 찰 뿐이었다.“고맙다…… 참으로 고맙다! 이 못난 살인마를, 이 더러운 쓰레기를 영영 버리지 않아 주어서……!”이헌은 덜덜 떨리는 두 무릎을 꿇고 서연의 하얀 버선발 발치로 다가가 짐승처럼 엎드렸다.“내가 죽을 죄를 지었다! 옥사에서의 내 시작이 더럽고 비겁했다! 허나 지금은 아니다! 내 눈앞에 지안은 없다! 오직 조선의 서연, 온전한 당신뿐이다!”이헌이 눈물범벅인 얼굴을 쳐들고 피를 토하듯 처절하게 맹세했다.“내 평생 당신의 발닦개 개가 되겠다! 당신의 완벽한 그림자가 되어, 당신의 옥체에 생채기 하나 나지 않도록 내 남은 평생을 다 바쳐 지킬 것이다! 그러니 제발, 두 번 다시는 빗장을 걸어 잠그고 나를 내치지 마라……!”

  • 회귀한 대군의 후회   [299화] 동귀어진(同歸於盡), 핏빛 구원(1)

    며칠째 굳게 닫힌 서연의 처소.빛 한 줄기,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그 완벽한 칠흑 같은 어둠과 고립 속에서, 서연은 짐승처럼 웅크린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그녀의 몸은 이미 생존의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물 한 모금, 미음 한 숟갈조차 제대로 넘기지 않고 거부한 탓에 하얀 피부는 핏기를 잃어 시체처럼 투명할 지경이었고, 바닥을 짚은 얇은 손목은 금방이라도 툭 부러져 바스러질 듯 위태로웠다.하지만 육신을 갉아먹는 그 끔찍한 물리적인 고통 따위는, 산산조각 나버린 영혼의 비참함과 수치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나는 그저 죽은 망령을 담기 위한 빈 껍데기일 뿐이었다.'서연의 텅 빈 죽은 눈동자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스산하고 서늘하게 번뜩였다.십 년의 관노비 생활을 악착같이 버텨온 그 치열했던 생존의 의지와, 최근 형조 옥사에서 끝내 모든 희망을 놓아버렸던 절망까지.이헌이라는 오만한 권력자의 그 알량하고 구역질 나는 '대리 속죄' 놀음 앞에서는 완벽하게 부정당하고 철저하게 능멸당했다.그는 자신이 옥상 벼랑 끝까지 몰아붙여 죽음으로 내몬 '지안'이라는 여자의 환영을 내게 덧씌웠다. 나를 안고, 내 숨소리에 기대어 안도하며 그 죽은 망령에게 용서를 구걸했다.내가 온 마음과 영혼을 다해 바쳤던 그 숭고한 사랑과 맹목적인 믿음은, 오직 정신병자 살인마의 끔찍한 고통을 잊게 해줄 가짜 '진통제' 역할로 비참하게 전락해 버린 것이다.'이 역겨운 대군저 지옥에서 온전히 살아서 나갈 방법은 영원히 없다.'서연의 파랗게 질린 입술 사이로 서늘한 헛숨이 새어 나왔다.그녀는 직감했다. 자신이 이 대군저의 높은 담장을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서 나갈 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라는 걸.이헌은 자신의 유일한 속죄 도구인 이 껍데기가 부서져 사라질까 봐 두려워 발악하며, 대군저 안채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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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헌이 미친 듯이 발버둥 치며 서연의 처소 문지방을 두 손으로 꽉 부여잡았지만, 훈련된 수십 명의 흑위대 병사들의 완력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그는 손톱이 무참히 부러지고 시뻘건 핏물이 배어 나올 때까지 문지방을 박박 긁어대며.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고 꼴사나운 모습으로 마당 흙바닥으로 질질 끌려 나갔다.조선의 무소불위 섭정이 한 여인의 처소에서 개처럼 쫓겨나는 순간이었다.쾅-!그리고.이헌이 밖으로 비참하게 내쫓기는 그 찰나의 순간.병풍 너머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서연이 튀어나와, 덜덜 떨리는 파란 두 손으로 무거운 나무 문을 쾅, 하고 잔혹하게 닫아버리고.가장 굵고 육중한 빗장을 단호하고 매몰차게 걸어 잠갔다.철컥. 빗장이 걸리는 소리가 대군저를 울렸다.“서연아! 문 열어! 제발 문 열어다오! 서연아아아!”마당으로 내팽개쳐진 이헌이 밖에서 닫힌 문을 미친 듯이 주먹으로 두드리며 피 토하듯 절규했다. 손이 피투성이가 되었으나 멈추지 않았다.하지만 서연은 그 굳게 닫힌 문에 등을 기댄 채.맹독의 독한 연기가 가라앉고 칠흑 같은 어둠만이 무겁게 남은 처소의 차가운 바닥으로.아주 천천히, 모든 생명력을 잃은 인형처럼 힘없이 미끄러져 내렸다.“…….”적막.문밖에서 들려오는 이헌의 피맺힌 짐승 같은 절규만이 귓가를 무자비하게 때릴 뿐, 방 안은 끔찍하리만치 고요하고 차가웠다.자신은 이겼다.그 오만하고 짐승 같은 권력자의 가슴에, 세상에서 가장 치명적이고 영원히 치유되지 않을 핏빛 비수를 정통으로 꽂아 넣었고.그가 평생토록 껍데기인 자신에게 병적으로 매달려 구걸했던, 그 알량하고 역겨운 대리 속죄의 제단을 내 손으로 완벽하게 부수고 산산조각 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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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이이익- 쉿!방금 전 서연이 입술을 댈 뻔했던 시퍼런 맹독이 엎질러져 새카맣게 타들어 간 흉측한 방바닥.그 끔찍하고 기괴한 상흔 위에서, 짐승처럼 납작 엎드려 피눈물을 쏟아내는 이헌의 처절한 오열 소리만이. 마치 죽은 듯 적막한 대군저 안채의 차가운 밤공기를 찢어발기며 무겁게 울리고 있었다.“흐으으…… 끅…… 끄흑…… 서연아…… 제발…… 나를 버리지 마라…….”이헌은 차마 서연의 하얀 옥색 옷자락 끝조차 다시 붙잡지 못하고. 자신의 피와 눈물로 범벅이 된 이마를 새카맣게 타버린 마룻바닥에 쾅쾅 찧어대며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자신의 그 알량하고 비겁했던 과거의 기만이, 껍데기 위에 아슬아슬하게 세웠던 그 구역질 나는 대리 속죄의 가짜 낙원이.결국 자신을 유일하게 지옥에서 구원해 주었던 이 맑고 긍지 높은 천사 같은 여인을.피비린내 나는 서소문 형장보다 수천 배는 더 끔찍한, 스스로 독을 마시고 자살을 시도하려는 완벽한 생지옥으로 무참히 밀어 넣었다는 그 참혹하고 거대한 죄책감이.그의 숨통과 심장을 시퍼런 갈고리로 찔러 완벽하게 끊어놓고 있었다.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서연은 바닥에서 더러운 벌레처럼 발버둥 치는 이헌의 땀 젖은 정수리를. 온기가 완벽히 소거된, 얼음장처럼 차갑고 텅 빈 시선으로 가만히, 아주 고요하게 내려다보았다.그녀의 맑았던 눈동자에는 더 이상 눈물조차 고이지 않았다. 눈물샘마저 말라붙어 쩍쩍 갈라진 사막 같았다.극도의 분노와 뼈를 깎아내는 듯한 수치심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감정의 샘을 완벽하게 말려버렸기에. 그녀의 창백한 표정은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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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소름 끼치는 진실의 퍼즐 조각들이 서연의 머릿속에서 오차 하나 없이 완벽하게 끼워 맞춰지자.서연은 이미 수만 번 난도질당해 너덜너덜해진 자신의 심장이, 날카롭고 시뻘건 갈고리에 꿰여 산 채로 흉곽 밖으로 뜯겨 뽑혀 나가는 듯한. 잔인하고 거대한, 미쳐버릴 것 같은 끔찍한 고통에 휩싸였다.“흐으…… 윽…… 커헉…… 으윽.”서연의 바짝 마른 숨통에서, 도무지 억누를 수 없는 짐승의 앓는 소리 같은 피 토하는 처절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는 몸을 지탱하기 위해 서안의 뾰족한 모서리를 뼈가 하얗게 질리도록 꽉 움켜쥐었다. 손끝에 붉은 피가 맺힐 지경이었다.“부, 부인…… 서연아…….”서연의 그 위태롭고 처절한 짐승 같은 신음 소리에.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짐승처럼 끅끅거리며 오열하던 이헌이, 덜덜 떨리는 고개를 힘겹게 들어 그녀를 절망적으로 올려다보았다.그의 얼굴은 눈물과 콧물, 그리고 바닥의 진흙과 타들어 간 핏물이 엉망으로 뒤엉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사람의 꼴이 아닌 흉측하고 불쌍한 괴물의 몰골이었다.“서연아…… 제발, 제발 울지 마라…… 네가 그리 피눈물을 흘리며 울면 내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질 것 같다…… 내가 천 번 만 번 찢어 죽일 놈이다…… 제발 이 쓰레기 같은 나를 그냥 단칼에 죽여다오……!”이헌은 자신의 이기적이고 비겁했던 대리 속죄의 사랑의 실체가 백일하에 까발려진 수치심에, 감히 그녀의 옥색 옷자락을 다시 붙잡지도 못한 채

  • 회귀한 대군의 후회   [295화] 진통제의 자각, 사형 선고(1)

    치이이익- 쉿!방금 전 서연이 입술을 대려던 맹독의 찻물이 마룻바닥을 시커멓게 태우며, 매캐하고 역겨운 핏빛 연기를 끝없이 뿜어내고 있는 파괴된 처소의 방 안.그 흉측하고 기괴한 상흔 위에 짐승처럼 납작 엎드려, 끅끅거리며 오열하는 조선의 무소불위 섭정, 이헌.“흐으…… 흑…… 아아아…… 윽…….”그의 거대한 등은 뼈저린 수치심과 완벽한 절망으로 인해, 한겨울의 사시나무처럼 잘게 그리고 처참하게 덜덜 떨리고 있었다.그는 감히 고개조차 단 1촌도 위로 들지 못하고, 자신의 붉은 피와 뜨거운 눈물이 뒤범벅된 진흙탕 같은 독극물 바닥에 얼굴을 완전히 처박은 채 끝없는 피눈물만을 짐승처럼 토해내고 있었다.“…….”그 비참하고 꼴사나운, 살인마의 더러운 등을.서연은 툇마루에 꼿꼿하게 선 채 아무런 미동도 없이, 그저 텅 빈 죽은 시선으로 가만히, 그리고 서늘하게 내려다보았다.그녀의 맑았던 눈동자에는 더 이상 살기도, 이 사내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던 불타오르는 분노의 불꽃도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모든 것이 잿더미로 완벽하게 변해버린, 지독하게 고요하고 시린 체념과 완벽한 허무주의만이 그녀의 핏기 없는 파란 입가에 차갑게 맴돌고 있었다.‘그래. 이제야 모든 것이 완벽하게 명확해지는구나.’서연은 바닥에 엎드려 짐승처럼 울부짖는 이헌의 땀 젖은 정수리를 보며, 아주 길고 깊은 서늘한 헛숨을 소리 없이 내쉬었다.자신이 그동안 대군저에서 필사적으로 눈을 가리고 부정하려 했던, 마음 한구석에서 뼛속 깊이 찔려오던 끔찍한 의심과 기만의 진실. 그것을 마침내 오롯이 수용하고, 자신의 끔찍한 운명을 완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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