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회귀한 대군의 후회: Chapter 351 - Chapter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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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화] 핏빛 얼음판 위, 세치혀의 춤(1)

 “결국, 응하고야 마는군. 굶주린 개새끼들 같으니.”살을 에는 칼바람이 몰아치는 꽁꽁 얼어붙은 압록강 이남. 조선 토벌군의 최전방 방어 진영.망원경 너머로 적진의 동태를 예리하게 살피던 이헌의 찢어진 입가에, 서늘하고도 짐승 같은 오만한 미소가 번졌다.“부인 마마의 그 놀라우신 통찰과 혜안이, 백번 천 번 정확하게 맞아떨어졌사옵니다.”한쪽 눈을 잃고 두꺼운 시뻘건 안대를 찬 흑위대장 무영이, 이헌과 서연의 등 뒤에 서서 혀를 내두르며 경악을 금치 못하고 감탄했다.그들이 서늘하게 바라보는 압록강 너머, 여진족 본영 진영.며칠 전, 무영이 목숨을 걸고 혈혈단신으로 달려가 적장 야루의 발밑에 던져놓고 왔던 그 핏빛 서신.생사결단을 내자는 그 치명적인 담판 요구에 대한 화답으로. 여진족 진영의 가장 높은 낡은 수루 위에는, 모든 전투를 당장 멈추고 대화에 굴욕적으로 응하겠다는 백색 깃발이 북풍에 비참하고 초라하게 나부끼고 있었다.“어찌 보면 놈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하고 피할 수 없는 굴욕적인 수순이지요.”서연이 묵직한 호랑이 털옷을 여미며, 차분하고도 서릿발 같은 목소리로 단호하게 답했다.“저들도 우리가 한양에서 보급이 완전히 끊겨 극심하게 굶주리고 있다는 사실을 세작을 통해 이미 똑똑히 알고 있을 텐데도.도원수께서 서신을 통해 던진 ‘한 달 뒤 봄이 되면 한양에서 십만 대군이 올라와 씨를 말려버릴 것’이라는 그 엄청나고 뻔뻔한 블러핑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속아 넘어가, 기어코 자존심을 굽히고 백기를 들지 않았습니까.그것은 곧, 적장 야루 놈의 부족 전체가. 이 살인적인 추위와 극심한 굶주림으로 단 한 달도, 아니 보름도 온전히 버티지 못하고 완벽하게 몰살당할 끔찍한 벼랑 끝에 몰려있다는 가장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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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화] 핏빛 얼음판 위, 세치혀의 춤(2)

 오직 너와, 흑위대 중 가장 검술이 뛰어난 정예 결사대 다섯 놈만 방패를 들고 나를 호위하여, 강 한가운데 회담장 천막 앞까지만 동행할 것이다.협상 천막 안에는, 오직 나 혼자만 모든 무기를 바닥에 내려놓고 맨몸으로 들어간다.”“전하! 그, 그것만은 절대 아니 되옵니다! 차라리 제 목을 쳐주시옵소서!”무영이 사색이 되어 발악하며 땅에 이마를 찧었지만.“아니.”서연이 바닥에 엎드린 장수들 사이로 아주 조용히, 하지만 결코 거역할 수 없는 묵직하고 고고한 걸음으로 걸어 나왔다.“전하 혼자 그 끔찍한 천막으로 들어가시는 것이 아닙니다.”서연은 며칠 전 눈밭을 미친 듯이 뒹굴며 피고름 투성이가 되었던 낡고 더러운 옥색 치마 대신. 어느새 조선의 가장 고귀한 최고 권력자 왕족 여인이 입는, 짙고 화려하게 금박이 수놓아진 붉은색 당의(唐衣)를 단정하고 눈부시게 기품 있게 차려입고 있었다.그녀의 정갈하게 틀어 올린 머리에는, 무소불위 섭정의 정실부인을 상징하는 화려하고 뾰족한 은장도 모양의 금비녀가, 매서운 북풍을 맞으며 차갑고 서늘하게 번뜩이고 있었다.“나도 전하와 함께 들어갑니다.”“……!!”“부, 부인 마마! 그게 대체 무슨 끔찍한 말씀이시옵니까! 오랑캐들이 우글거리는 사지(死地)로 무기도 없이 들어가시다니요!”장수들과 무영이 경악하여 기함하며 뜯어말리려 했지만.이헌은 자신과 함께 죽음의 문턱을 넘겠다는 그녀의 그 단호하고 맹렬한 눈빛을 보며, 아주 느릿하게, 그리고 더없이 매혹적으로 입술을 비틀어 웃었다.“당신이 목숨을 걸고 직접 피를 묻혀 짜놓은 완벽한 협상의 판이니&hell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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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화] 핏빛 얼음판 위, 세치혀의 춤(3)

 강건너 멀리 떨어진 여진족 진영에서, 이헌의 위협적인 모습을 확인한 짐승들의 두려움에 동요하는 소리가 북풍을 타고 여기까지 웅웅거리며 들려오는 듯했다.이헌은 그들의 공포어린 시선을 한껏 즐기기라도 하듯, 천막 앞에 다다라 무영에게 고개를 까딱, 오만하게 꺾었다.“모든 호위는 여기까지다. 무기를 든 채 밖에서 쥐새끼 한 마리 접근하지 못하게 대기하라.”“전하…… 제발 옥체 보존하시옵소서. 위험하면 이 대검으로 천막을 찢고 들어가겠사옵니다.”무영이 피 묻은 애꾸눈을 부릅뜨며 시퍼런 대검을 땅에 꽂고 천막 입구를 문지기처럼 지켜 섰다.스르륵. 펄럭.이헌이 거칠게 두꺼운 가죽 천막을 걷어 올리고, 서연과 함께 그 서늘하고 피 냄새가 진동하는 어두운 회담장 안으로 거침없이 발을 들이밀었다.천막 안 중앙에는 낡고 커다란 둥근 나무 탁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그 반대편에는, 이미 며칠 전 눈사태 기습에서 무영의 대검에 오른쪽 어깨가 썰려 피투성이 두꺼운 붕대를 감은 여진족 수장 야루가. 수명의 덩치 큰 호위병들을 거느리고 짐승처럼 씩씩거리며 살기를 뿜어내며 앉아있었다.“네놈이…… 네놈이 그 빌어먹을 이헌이냐.”야루가 피 끓는 목소리로 이빨을 갈며 으르렁거렸다.그의 짐승 같은 눈동자에는 수만 명의 부하를 눈밭에 잃은 참혹한 분노와, 이헌의 목통을 당장이라도 씹어 먹을 듯한 원한이 시퍼르게 불타오르고 있었다.하지만 이헌은 야루의 그 끔찍한 살기를 세상에서 가장 가소롭다는 듯 픽, 하고 비웃으며.서연의 가녀린 어깨를 다정하게 감싸 안고 탁자 맞은편의 낡은 상석 의자에 아주 거만하고 비스듬하게 몸을 눕히듯 털썩 앉았다.“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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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화] 완벽한 불평등 조약, 항복의 수결(1)

 “자, 진짜 너희들의 목줄을 쥔 협상을 시작해볼까.”이헌의 그 오만하고 비릿한 미소와 함께, 두꺼운 가죽 두루마리가 거친 마찰음을 내며 낡고 차가운 나무 탁자 위로 활짝 펼쳐졌다.천막 안의 공기가 얼어붙을 듯 차가웠지만,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은 두 사람 사이에는 펄펄 끓는 용암 같은 핏빛 살기가 소름 끼치게 맴돌고 있었다.여진족 수장 야루는 두루마리를 독사처럼 쏘아보며, 짐승처럼 씩씩거리는 거친 숨을 헐떡였다.“협상? 웃기지 마라! 네놈들이 우리보다 더 굶주려 뼈만 남은 시체 꼴이라는 것을, 내가 세작의 확실한 보고를 듣지 못했을 것 같으냐!”야루가 시퍼런 핏대를 세우며 탁자를 쾅, 박살 낼 듯 내리쳤다.“너희 조선군 진영의 군량미가 바닥나, 병사들이 갑옷을 삶아 먹는다는 첩보는 이미 다 알고 있다!한양의 그 멍청한 조선 왕이 너를 버리고 보급을 완전히 끊었다는 사실도 말이다!내가 여기서 조금만 더 웅크리고 시간을 끌면, 네놈들은 이 맹추위 속에서 며칠 내로 서로의 살을 파먹고 물어뜯다 비참하게 뒈질 것이다! 그런데 무슨 건방지게 내게 협상이란 말이냐!”야루의 발악 같은 일갈이 천막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며, 등 뒤의 호위병들이 일제히 칼자루를 움켜쥐었다.하지만 이헌은 야루의 그 핏대 선 절규가 한낱 똥개의 짖음이라도 되는 양, 피식하고 서늘한 헛웃음을 흘리더니. 이내 턱을 비스듬히 괴고 뱀처럼 잔혹한 시선으로 야루의 두 눈을 완벽하게 얽어맸다.“그래? 네놈 세작이 꽤나 유능하긴 한 모양이군.”이헌의 그 너무도 여유롭고 거만한 태도에, 폭발할 듯 화를 내던 야루가 멈칫하며 움찔했다.“우리가 보급이 끊겨 며칠 굶은 것은 굳이 부정하지 않지.허나, 야루. 네놈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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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화] 완벽한 불평등 조약, 항복의 수결(2)

 기세가 완벽하게 꺾였다.서연은 이헌의 등 뒤, 어두운 상석의 그림 속에 고고하고 조용히 앉아, 그 경이로운 남편의 혀놀림에 남몰래 소름 돋는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이헌은 그저 적을 창칼로 물리치는 데만 뛰어난 미치광이 맹장이 아니었다. 협상의 판을 단숨에 뒤흔들고, 적의 영혼과 약점을 갈기갈기 찢어발겨 완벽하게 굴복시키는 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조선 최고의 악마적이고 매혹적인 기만자였다.“자, 이제 네놈들의 벼랑 끝에 몰린 처절한 상황 파악이 완벽하게 끝났다면.”이헌이 굳어버린 야루의 코앞으로, 탁자 위에 놓아두었던 핏빛 조약문 두루마리를 툭툭 밀어주었다.“이 달콤하고 썩은 당근을 맛볼 시간이다.”“당근이라니…… 무엇을, 나더러 어쩌자는 것이냐. 우리를 살려두기라도 하겠다는 것이냐.”야루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목숨을 구걸하듯 기어들며 물었다.“조선에 완벽하게 귀속되어라.”“……!!”“독립된 위대한 부족이라는 그 알량하고 멍청한 오만함을 버리고, 우리 위대한 조선의 백성이 되어라.압록강 이북, 너희들이 차지하고 있던 그 척박한 황무지의 공식적인 영토 관리권을 네놈들에게 합법적으로 내어줄 테니. 두려워하지 말고 그곳에 평생 뿌리를 내리고 살아라.대신, 네놈들은 우리 조선을 대신하여. 북방의 다른 북적 오랑캐 놈들이 우리 국경을 쳐들어오지 못하도록 목숨 걸고 막아내는, 우리 조선의 핏빛 사냥개이자 든든한 고기 방패막이가 되는 것이다.”“우리를 개처럼, 조선의 노예처럼 영원히 부려 먹겠다는 소리 아니냐! 내 어찌 부족의 자존심을 버리고 네놈의 발밑에 엎드려&hellip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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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화] 피 없는 영토 확장, 구원의 빛(1)

 “수결을 마쳤소.”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몰아치는 압록강 한가운데.꽁꽁 얼어붙은 두꺼운 얼음판 위에 덩그러니 세워진 임시 가죽 천막 안에서, 짐승의 앓는 소리 같은 탁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여진족의 수장 야루는 핏발 선 눈으로 거친 숨을 헐떡이며, 자신이 방금 피눈물을 머금고 수결(서명)과 시뻘건 지장을 찍은 조약문을 탁자 위로 밀어냈다.자신의 손으로 부족의 독립을 포기하고, 스스로 목줄을 차며 조선의 방패막이 사냥개가 되겠다는 가장 치욕적이고도 완벽한 항복 문서였다.하지만 야루의 행동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그는 부들부들 떨리는 굵은 손을 품속으로 집어넣더니, 오래되고 누렇게 바랜 낡은 양피지 가죽 지도 하나를 꺼내어 이헌의 코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이게 무엇이냐.”이헌이 뱀처럼 서늘한 시선으로 양피지 지도를 내려다보며 물었다.“우리가…… 우리 여진족이 압록강 이북에 차지하고 있던 본토의 영토 지도요.”야루가 피가 나도록 꽉 깨물었던 아랫입술을 떼며, 쥐어짜 내듯 대답했다.“우리가 영원히 조선의 백성으로, 조선의 발밑에 귀속하겠다는 것을 증명하는 완벽한 증표요.조선이 우리 십만 부족민에게 매년 겨울마다 구휼미를 내려주고, 따뜻한 솜옷과 소금 교역을 보장하여 생존을 약조해 준다면.우리는 이 압록강 이북의 넓고 척박한 영토를, 우리 여진족이 조선에 들어가는 일종의 ‘지참금(持參金)’ 격으로 위대한 조선의 영토에 기꺼이 바치겠소.”“……!!”그 말을 들은 이헌의 퀭하게 파였던 눈동자가, 일순간 기악하며 찢어질 듯 커졌다.이헌의 등 뒤에 조용하고 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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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화] 피 없는 영토 확장, 구원의 빛(2)

 무영은 조약문을 소중하게 품속 깊숙이 집어넣고는, 짐승처럼 절을 올린 뒤 눈보라가 치는 천막 밖으로 튕겨 나가듯 내달렸다.“헉…… 헉……!”살을 에고 뼈를 부수는 끔찍한 북풍이 몰아치는 압록강 이남의 조선 토벌군 본영.수만 명의 조선군 병사들은 무기를 쥔 채 얼어붙은 눈밭에 웅크리고 앉아, 강 한가운데의 회담장 천막만을 핏발 선 눈으로 주시하고 있었다.군량미는 완전히 바닥이 났고, 병사들의 입술은 동상으로 시커멓게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그들의 눈동자에는 오직 ‘오늘 밤 저 강을 넘어오는 오랑캐 놈들의 칼에 목이 잘리거나, 아니면 굶어 죽거나 둘 중 하나다’라는 끔찍하고 절망적인 죽음의 체념만이 짙게 깔려 있었다.얼어 죽을 날만 짐승처럼 기다리며,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던 그 끔찍한 절망의 진영.그때였다.“끝났다아아아-!”칠흑 같은 어둠과 눈보라를 찢고, 강기슭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오는 거대한 피투성이 그림자.오른쪽 안대를 휘날리며 허공에 무언가를 높이 치켜든 흑위대장 무영의 피 토하는 듯한 짐승의 절규가, 진영의 고막을 무자비하게 때렸다.“전쟁이 끝났다! 도원수 마마와 부인 마마께서 오랑캐 놈들의 항복을 완벽하게 받아내셨다!”“……?!”웅크려 있던 수만 명의 병사들이 일제히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홱 쳐들었다.“놈들이 우리 조선의 발밑에 기어들어 와 귀속을 맹세하고, 영토를 지참금으로 바치며 항복 문서에 수결을 하였다!이 지독하고 끔찍한 전쟁은 이제 영원히 완벽하게 끝이 났다! 우리는 살았다!”무영이 붉은 수결이 선명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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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화] 주지육림의 착각, 파멸의 카운트다운(1)

 [정치 교차]“마시자! 부어라! 취하여라! 오늘 밤은 조선의 새로운 태양이 완벽하게 떠오른 참으로 기쁜 날이 아니냐!”한양의 궐내, 경회루.매서운 한겨울의 북풍이 무색할 만큼, 거대한 누각 안은 십여 개의 화로가 내뿜는 후끈한 열기와 진동하는 독한 술 냄새로 기괴하게 달아오르고 있었다.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진 산해진미, 그리고 팔도에서 뽑혀 올라온 기생들의 화려한 비단 치맛자락이 어지럽게 춤을 추는 완벽한 주지육림(酒池肉林)의 연회장.그 방탕하고 썩어빠진 짐승들의 잔치판 한가운데서, 왕 이도가 붉게 달아오른 취한 얼굴로 금잔을 높이 치켜들며 미친 듯이 폭소를 터뜨렸다.“전하!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전하의 하해와 같은 성은에 신들, 감읍할 따름이옵니다!”“전하 만세! 만세! 영원무궁토록 만만세이옵니다!”비단 관복을 차려입은 훈구파 대신들이, 턱밑으로 기름진 고깃기름을 뚝뚝 흘리며 일제히 바닥에 엎드려 아부의 만세를 부르짖었다.북방의 얼어붙은 압록강에서 피 말리는 핏빛 지략전 끝에 평화 협정이 완벽하게 체결되고, 조선의 영토가 확장되었다는 사실을. 그들은 꿈에도, 단 1푼도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그저 자신들이 고의로 보급로를 완벽하게 끊어버렸으니. 눈엣가시 같던 무소불위의 섭정 이헌과 수만 명의 토벌군 군대가, 그 끔찍한 북방의 첩첩산중에서 꼼짝없이 얼어 죽고 굶어 죽었을 것이라.그리 완벽하고도 멍청한 착각과 확신의 늪에 빠져, 매일 밤 승전보조차 없는 그들만의 더러운 핏빛 잔치판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좌상! 내 아우 놈은 지금쯤 어찌 되었을 것 같으냐!”이도가 기생의 무릎을 베고 비스듬히 누워, 잔혹하게 킬킬거리며 물었다.훈구파의 영수 좌의정이 음흉한 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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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화] 주지육림의 착각, 파멸의 카운트다운(2)

 육중한 철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시뻘건 횃불을 든 무리들이 옥사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독한 술냄새를 풍기며 비단 용포 자락을 질질 끄는 사내.잔치판에서 흠뻑 취해 권력욕에 완벽하게 미쳐버린 왕, 이도였다.“크큭…… 쥐새끼들처럼 바닥에 웅크리고 있구나.”이도가 횃불 너머로, 쇠창살 안의 참혹한 광경을 내려다보며 비릿하게 조소했다.감옥 안의 상황은 끔찍한 생지옥 그 자체였다.이헌이 조선의 백성을 위해 직접 발탁하고 등용했던, 조선의 미래를 짊어질 꼿꼿한 젊은 실학파 관료들.그들은 훈구파의 무자비하고 잔혹한 고문에 온몸의 살갗이 찢어지고 뼈가 부러진 채, 피투성이가 되어 더러운 짚단 위에 짐승처럼 널브러져 있었다.매일 밤마다 옥사를 함께 쓰던 동료들이 끌려나가 불에 달군 인두에 지져져 끔찍한 비명을 지르다 죽어가는 것을, 두 눈을 뜨고 고스란히 지켜봐야만 했던 소름 끼치는 시간들.“전하…….”피투성이가 된 젊은 관료 하나가, 창살을 피 묻은 손으로 꽉 부여잡고 짐승처럼 헐떡이며 이도를 원망스럽게 올려다보았다.“어찌…… 어찌 이러실 수 있사옵니까.우리 군대가, 수만 명의 아군이 북방에서 오랑캐와 뼈를 깎으며 싸우고 있거늘…… 어찌 고의로 보급을 끊어 그들을 굶주린 사지로 몰아넣는단 말이옵니까! 전하께서는 정녕 이 나라의 군주가 맞으시옵니까!”관료의 피 토하는 듯한 원망과 절규에, 이도의 입가에 걸려있던 조소가 일순간 싸늘하게 식었다.“네놈이 정녕 살기 싫어 환장을 했구나.”이도가 창살 가까이 뱀처럼 다가가, 쪼그려 앉으며 눈을 희번덕거렸다.&ldq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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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화] 주지육림의 착각, 파멸의 카운트다운(3)

 하지만, 감옥 안의 핏덩이가 된 젊은 관료들은. 칼에 베여 죽어가는 와중에도 이도의 그 찌질한 발악을 보며 처절하게, 그리고 비웃듯 낄낄거리며 웃고 있었다.그들의 찢어진 영혼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북방의 사신(死神)이 자신들을 구원하러 벼락처럼 도래할 것이라는 확신이 시퍼르게 살아 숨 쉬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날 밤. 한양의 밤하늘.“펑! 퍼버벙!”왕 이도가 북방 전쟁의 승리(사실상 이헌의 죽음)를 자축하며 쏘아 올린 거대하고 화려한 폭죽들이. 까만 도성의 밤하늘을 오색찬란하게 찢으며 미친 듯이 수놓고 있었다.백성들은 영문도 모른 채 흉흉한 폭죽 소리에 귀를 막으며 떨었고, 훈구파 대신들은 그 불꽃 아래서 부어라 마셔라 주지육림의 끔찍한 끝을 달리고 있었다.그들은 이 화려한 궐 안에서, 영원한 권력을 손에 쥐었다고 맹신하며 축배를 들고 있었다.하지만.그 미친 왕이 쏘아 올린 멍청한 축하 폭죽 소리가 궐을 가득 채우고 있던 바로 그 시각.수천 리 떨어진 칠흑 같은 북방의 꽁꽁 얼어붙은 압록강 협곡에서는.한양의 그 썩어빠진 구체제를 완벽하게 엎어버릴, 거대하고 압도적인 핏빛 폭풍이 귀환을 위한 무자비한 시동을 걸고 있었다.“전군! 횃불을 들어라!”애꾸눈 무영의 거대한 사자후가 압록강의 칼바람을 찢고 터져 나왔다.화르르륵-!순식간에 북방의 어둠을 완벽하게 밀어내며, 십만 개가 넘는 시뻘건 횃불들이 일제히 태백산맥의 골짜기를 가득 채우며 켜졌다.그것은 한양 도성의 얄팍한 폭죽 따위와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얼어붙은 대지를 불태우는 듯한 거대한 불기둥의 장관이었다.“…….”그 십만 개의 횃불이 짐승처럼 일렁이는 진영의 가장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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