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진짜 너희들의 목줄을 쥔 협상을 시작해볼까.”이헌의 그 오만하고 비릿한 미소와 함께, 두꺼운 가죽 두루마리가 거친 마찰음을 내며 낡고 차가운 나무 탁자 위로 활짝 펼쳐졌다.천막 안의 공기가 얼어붙을 듯 차가웠지만,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은 두 사람 사이에는 펄펄 끓는 용암 같은 핏빛 살기가 소름 끼치게 맴돌고 있었다.여진족 수장 야루는 두루마리를 독사처럼 쏘아보며, 짐승처럼 씩씩거리는 거친 숨을 헐떡였다.“협상? 웃기지 마라! 네놈들이 우리보다 더 굶주려 뼈만 남은 시체 꼴이라는 것을, 내가 세작의 확실한 보고를 듣지 못했을 것 같으냐!”야루가 시퍼런 핏대를 세우며 탁자를 쾅, 박살 낼 듯 내리쳤다.“너희 조선군 진영의 군량미가 바닥나, 병사들이 갑옷을 삶아 먹는다는 첩보는 이미 다 알고 있다!한양의 그 멍청한 조선 왕이 너를 버리고 보급을 완전히 끊었다는 사실도 말이다!내가 여기서 조금만 더 웅크리고 시간을 끌면, 네놈들은 이 맹추위 속에서 며칠 내로 서로의 살을 파먹고 물어뜯다 비참하게 뒈질 것이다! 그런데 무슨 건방지게 내게 협상이란 말이냐!”야루의 발악 같은 일갈이 천막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며, 등 뒤의 호위병들이 일제히 칼자루를 움켜쥐었다.하지만 이헌은 야루의 그 핏대 선 절규가 한낱 똥개의 짖음이라도 되는 양, 피식하고 서늘한 헛웃음을 흘리더니. 이내 턱을 비스듬히 괴고 뱀처럼 잔혹한 시선으로 야루의 두 눈을 완벽하게 얽어맸다.“그래? 네놈 세작이 꽤나 유능하긴 한 모양이군.”이헌의 그 너무도 여유롭고 거만한 태도에, 폭발할 듯 화를 내던 야루가 멈칫하며 움찔했다.“우리가 보급이 끊겨 며칠 굶은 것은 굳이 부정하지 않지.허나, 야루. 네놈들
Last Updated : 2026-10-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