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무식하게 피를 튀기며 칼날을 섞는 것이 아니라,독이 잔뜩 묻은 혓바닥과 가식적이고 역겨운 미소로 서로의 숨통을 교묘하게 옥죄고 기만해야 하는. 진짜 구역질 나고 끔찍한 진흙탕 정치판의 전장이 내일부터 벼락처럼 시작되는 것이겠지.”이헌의 목소리는 한없이 낮고, 짐승의 목울림처럼 묵직했다.“허나, 서연아.”이헌이 방금 전의 그 서늘하고 파괴적인 살기를 완벽하게 지워낸 채, 아주 다정하고 부드럽고 애달픈 목소리로. 자신의 하나뿐인 아내의 고귀한 이름을 쇳소리 내어 불렀다.그는 큰 키를 굽혀 고개를 깊숙이 숙이고는,일렁이는 촛불에 아름답게 비친 서연의 하얗고 고운 이마에. 자신의 뜨겁고 메마른 입술을 아주 깊숙이, 그리고 숨이 막히도록 애틋하게 꾹 눌러 맞추었다.쪽.도성의 피비린내 나는 거대한 정치적 폭풍을 불과 반나절 앞둔, 숨 막히는 마지막 야영지의 밤.그녀의 이마에 닿은 이헌의 뜨거운 입술의 온기 속에는.세상을 발밑에 두려는 폭군으로서의 끔찍한 살기나, 썩은 권력에 대한 야만적인 탐욕 따위는 단 1푼도 존재하지 않았다.오직 이 험난한 사선을 함께 넘어준 한 여자를, 자신의 모든 피와 뼈를 깎아서라도 목숨 걸고 완벽하게 지켜내고야 말겠다는. 사내의 가장 숭고하고 절박하며 맹목적인 사랑만이 가득 담겨 있었다.“저들이 어떤 독니를 드러내든 내 모든 것을 걸고 당신이 숨 쉴 맑은 세상을 만들어내겠소.”이헌이 입술을 천천히 떼어내며, 서연의 투명하고 파란 눈동자를 올곧고 맹목적으로, 집요하게 응시했다.“저 궐 안의 썩어빠진 뱀 새끼들과 내 형 이도가, 나를 향해 어떤 끔찍하고 더러운 독니를 일제히 드러내든.내게 어떤 비열한 올가미를 씌워 나를 반역자로 몰아 죽이려 미친 듯이 발악하든
Last Updated : 2026-10-2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