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회귀한 대군의 후회: Chapter 371 - Chapter 380

403 Chapters

[367화] 독니를 품은 미소, 또 다른 전장으로(1)

 “전하. 바깥의 밤바람이 몹시도 찹니다. 옥체에 감기가 드실 수 있으니, 상처를 생각하시어 이만 창문을 닫으시지요.”한양 도성 궐문을 불과 백 리(약 40km) 남짓 앞둔, 거대한 남하 행군의 가장 길고 끔찍했던 마지막 야영지.수만 마리의 군마가 내뿜는 거친 입김과, 십만 대군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잦아든 고요하고 칠흑 같은 늦은 한밤중.진영 한가운데 가장 은밀하고 안전하게 자리한 호화롭고 커다란 마차 안에는, 작은 밀랍 촛불 하나만이 위태롭게 타오르며 이헌과 서연 두 사람의 짙고 거대한 그림자를 좁은 가죽 벽면 위로 일렁이며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이헌은 서연의 애틋하고 다정한 당부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마차의 두꺼운 나무 창문을 거칠게 반쯤 열어젖힌 채.그 좁은 틈새로 매섭게 불어오는 늦봄의 서늘한 밤바람을, 상처투성이의 맨 얼굴로 정면으로 맞고 있었다.“…….”그의 짐승 같은 시선이 맹목적으로 머문 곳은 칠흑 같은 어둠 너머, 자신들이 내일 아침 해가 뜨고 행군을 시작하면 마침내 도달하게 될 남쪽 하늘.조선의 심장부이자 썩어빠진 권력의 정점, 한양 도성 궐이 음흉하게 똬리를 틀고 자리 잡고 있는 그 어두운 밤하늘을 향해.이헌은 뱀처럼 차갑고, 끔찍하게 서늘하며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눈빛을 단 한 순간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이제 정말 내 거친 숨소리가 닿을 만큼 지척의 코앞이오.”이헌이 창틀을 쥔 두꺼운 손에 뼈가 부서지도록 힘을 주며, 끓는 용암을 억지로 삼키는 듯한 짐승의 앓는 소리 같은 탁한 음성을 뱉어냈다.“저 어둠 너머의 화려한 궐 안팎에.나를 고의로 보급을 끊어 사지로 내몰아 굶겨 죽이려 하고, 내 불쌍한 백성과 내 수족 같은 꼿꼿한 충신들을 무자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0
Read more

[368화] 독니를 품은 미소, 또 다른 전장으로(2)

 이제 무식하게 피를 튀기며 칼날을 섞는 것이 아니라,독이 잔뜩 묻은 혓바닥과 가식적이고 역겨운 미소로 서로의 숨통을 교묘하게 옥죄고 기만해야 하는. 진짜 구역질 나고 끔찍한 진흙탕 정치판의 전장이 내일부터 벼락처럼 시작되는 것이겠지.”이헌의 목소리는 한없이 낮고, 짐승의 목울림처럼 묵직했다.“허나, 서연아.”이헌이 방금 전의 그 서늘하고 파괴적인 살기를 완벽하게 지워낸 채, 아주 다정하고 부드럽고 애달픈 목소리로. 자신의 하나뿐인 아내의 고귀한 이름을 쇳소리 내어 불렀다.그는 큰 키를 굽혀 고개를 깊숙이 숙이고는,일렁이는 촛불에 아름답게 비친 서연의 하얗고 고운 이마에. 자신의 뜨겁고 메마른 입술을 아주 깊숙이, 그리고 숨이 막히도록 애틋하게 꾹 눌러 맞추었다.쪽.도성의 피비린내 나는 거대한 정치적 폭풍을 불과 반나절 앞둔, 숨 막히는 마지막 야영지의 밤.그녀의 이마에 닿은 이헌의 뜨거운 입술의 온기 속에는.세상을 발밑에 두려는 폭군으로서의 끔찍한 살기나, 썩은 권력에 대한 야만적인 탐욕 따위는 단 1푼도 존재하지 않았다.오직 이 험난한 사선을 함께 넘어준 한 여자를, 자신의 모든 피와 뼈를 깎아서라도 목숨 걸고 완벽하게 지켜내고야 말겠다는. 사내의 가장 숭고하고 절박하며 맹목적인 사랑만이 가득 담겨 있었다.“저들이 어떤 독니를 드러내든 내 모든 것을 걸고 당신이 숨 쉴 맑은 세상을 만들어내겠소.”이헌이 입술을 천천히 떼어내며, 서연의 투명하고 파란 눈동자를 올곧고 맹목적으로, 집요하게 응시했다.“저 궐 안의 썩어빠진 뱀 새끼들과 내 형 이도가, 나를 향해 어떤 끔찍하고 더러운 독니를 일제히 드러내든.내게 어떤 비열한 올가미를 씌워 나를 반역자로 몰아 죽이려 미친 듯이 발악하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0
Read more

[369화] 상처 입은 충신들의 귀환, 핏빛 진실(1)

 “정지! 거기 멈춰라! 대체 뉘시오! 당장 그 자리에 멈춰 서라!”한양 도성 궐문을 불과 백 리(약 40km) 남짓 앞둔, 십만 토벌군의 거대한 남하 마지막 야영지.모두가 며칠간의 강행군 피로에 지쳐 곯아떨어진 깊은 한밤중.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을 뚫고 야영지 외곽의 삼엄한 경계망 쪽으로 스르륵, 칠흑 같은 어둠을 타며 다가오는 수상하고 기괴한 그림자들이 있었다.“…….”그들은 낡고 갈기갈기 찢어져 시커먼 피딱지가 엉겨 붙은 도포 자락을 걸치고.얼굴을 푹 가리기 위해 큼지막한 낡은 삿갓을 깊게 눌러쓴 채. 마치 억울한 무덤에서 갓 기어 나온 원귀 유령들처럼 비틀비틀거리며 진영을 향해 짐승처럼 기어오고 있었다. 한 걸음을 뗄 때마다 거친 숨소리가 북풍을 타고 섬뜩하게 울려 퍼졌다.“거기 멈추라 하였다! 한 발짝만 더 앞으로 다가오면 가차 없이 시퍼런 화살을 네놈들 대가리에 박아 넣겠다! 당장 소속과 정체를 밝혀라!”외곽 경계를 철통같이 서고 있던 흑위대 초병 수십 명이 일제히 시퍼런 살기를 번뜩이며, 팽팽하게 활시위를 당겨 그 수상한 무리들을 무자비하게 겨누었다.도성을 코앞에 둔 위험천만한 시점.한양의 썩어빠진 훈구파 놈들이 섭정을 암살하기 위해 밤을 틈타 보낸 은밀한 살수들일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긴장감이, 초병들의 숨통을 옥죄고 있었다.초병들의 등 뒤로는 수십 개의 시뻘건 횃불이 일렁이며, 그 삿갓 쓴 무리들의 그림자를 기괴하고 길게 늘어뜨렸다.“잠깐…… 제발 활을 거두어 주시오. 우리는…… 결코 당신들의 적이 아니오.”삿갓을 쓴 무리의 선두에 섰던 사내가, 덜덜 떨리는 거칠고 상처투성이인 두 손을 허공으로 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0
Read more

[370화] 상처 입은 충신들의 귀환, 핏빛 진실(2)

 적의 야습이라도 있단 말이냐. 도성에서 금군이라도 몰려왔느냐!”이헌이 겉옷도 제대로 걸치지 못한 채, 허리춤의 시퍼런 장검을 손에 거칠게 쥐고 막사를 걷어 올리며 짐승처럼 튀어나왔다.그의 등 뒤로, 옥색 무관복 차림을 단정하게 한 서연이 날카롭고 서늘한 눈빛으로 바깥의 횃불 불빛 상황을 재빠르게 살폈다.하지만 이헌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적의 칼부림 야습 따위나 금군의 기습이 아니라, 그의 심장을 거대한 철퇴로 무자비하게 내리치는 듯한 세상에서 가장 참혹하고 비극적인 장면이었다.“…….”이헌의 웅장한 군막 앞, 차가운 흙바닥.낡고 갈기갈기 찢어진 도포 자락을 걸친 채, 온몸이 시뻘건 피와 진흙으로 뒤범벅된 십여 명의 사내들이 짐승처럼 덜덜 떨며 납작 엎드려 있었다.그들의 손톱과 발톱은 끔찍한 고문으로 무참히 다 뽑혀 나가 피고름이 검게 굳어 있었고.찢어진 적삼 사이로 훤히 드러난 깡마른 등과 어깨에는, 가죽 채찍에 수백 대를 맞아 살점이 너덜거리는 끔찍한 상흔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살아서 숨을 쉬는 것조차 기적에 가까운 핏덩이들의 무리.“이…… 이것이 대체 무슨 꼴이냐. 너희들은 대체 어느 지옥에서 굴러온 자들이란 말이냐…….”이헌의 묵직한 목소리가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 기괴하게 떨려 나왔다.“전하…… 섭정 마마…….”바닥에 엎드려 있던 무리의 선두, 김태윤이 덜덜 떨리는 고개를 힘겹게 들어 이헌을 처절하게 올려다보았다.인두에 지져져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하지만 그 퀭하게 파인 핏발 선 두 눈동자만큼은, 과거 이헌의 탁자 앞에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Read more

[371화] 핏빛 보고와 끓어오르는 복수심(1)

 “전하…… 한양 도성의 궐 안은 지금, 백성의 고혈을 빨아먹고 충신들의 살을 뜯어먹는 끔찍한 짐승들의 소굴이 되었사옵니다.”시뻘건 피와 시커먼 진흙으로 투성이가 된 홍문관 수찬 김태윤이. 이헌의 무릎 앞에 바짝 엎드린 채, 마치 짐승처럼 피를 토하듯 거칠게 헐떡이며 참혹한 보고를 이어갔다. 그의 갈기갈기 찢어진 적삼 너머로 훤히 드러난 깡마른 살점들 위에는, 가죽 채찍에 수백 대를 맞아 짓무른 자국들이 일렁이는 횃불 아래서 징그럽고 시뻘겋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한 사람의 육신이 망가진 것이 결코 아니었다. 이헌이 꿈꾸고 계획했던 실학의 새로운 조선이, 훈구파의 더러운 발밑에서 어떻게 짓밟히고 처참하게 찢겨 나갔는지를 가장 잔혹하게 보여주는 피 묻은 증거물 그 자체였다.“왕 이도와 훈구파 잔당 놈들은, 전하께서 북방의 험준한 눈밭 전장에서 수만 명의 오랑캐들에게 포위되어 처참하게 전사하셨다는 그 더러운 거짓 패전 소문을. 도성의 무지한 백성들에게 아주 교묘하고 악랄하게 조작하여 퍼뜨렸사옵니다! 도원수의 알량하고 무능함 탓에 수만 명의 불쌍한 토벌군 군대가 낯선 눈밭에서 굶주리다 개죽음을 당했고, 섭정이 제 부하들과 백성을 비겁하게 버리고 혼자 목숨을 부지하려 도망치다 오랑캐의 시미터 칼에 비참하게 목이 잘렸다는…… 그 끔찍하고 더러운 내용의 방을 한양 도성 방방곡곡의 사거리에 뻔뻔하게 내걸었사옵니다!”“뭐라…… 내가, 이 섭정 이헌이. 내 병사들과 백성을 버리고 쥐새끼처럼 비겁하게 도망치다 뒈졌다고? 그 썩어빠진 쥐새끼 같은 놈들이 감히 내 이름을 그따위로 능멸해!”이헌의 이마에 시퍼런 핏줄이 당장이라도 터질 듯이 솟구치며 짐승처럼 펄떡거렸다. 그가 척박한 북방의 지옥 같은 눈보라 속에서 수만 명의 군사를 살리겠다고, 피를 토하며 무기를 내려놓고 적장 야루의 목줄을 쥐고 목숨 건 외교 협상을 벌이던 그 숭고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Read more

[372화] 핏빛 보고와 끓어오르는 복수심(2)

 그리고 전하께서 무기를 내려놓고 방심하여 왕이 주는 술잔을 드는 그 찰나의 순간……!”김태윤이 피눈물을 왈칵 쏟아내며 차가운 바닥에 쾅쾅 머리를 찧었다.자신들을 지켜주던 주군을 향한 이 더러운 계략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피를 토하는 심정인 듯했다.“미리 숲속과 성벽 위에 은밀하게 매복시켜 둔 훈련된 금군과 살수 수만 명을 일제히 풀어!전하와 무장 해제된 토벌군 전원을 반역의 역도로 몰아 화살로 척살하고, 단 한 놈도 살려두지 않고 모조리 핏빛으로 몰살시킬 가장 끔찍하고 비열한 함정을 파놓고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기다리고 있사옵니다!”“……!!”김태윤의 그 뼈저리고 소름 끼치는 보고가 떨어지기가 무섭게.챙! 챙! 스르릉-!“이런 시발, 짐승만도 못한 개새끼들을 보았나!”“전하! 저 역겨운 쥐새끼들을 당장 갈기갈기 찢어 죽여 하옵니다!”막사 안에서 숨을 죽인 채 그 참담하고 구역질 나는 보고를 듣고 있던 무영과 수십 명의 조선군 부장들.그리고 귀속된 야루를 비롯한 여진족 장수들마저 극도로 분노하여 핏대를 세우며 격분했다.그들은 일제히 짐승처럼 눈알을 까뒤집고, 자신들의 허리춤에서 시퍼런 검을 거칠게 뽑아 들며 사자후를 터뜨렸다.“우리가 저 척박한 북방의 얼음 구덩이에서 대체 누구를 위해 언 흙을 파먹으며 피를 흘렸는데!그 고귀하신 궐 안의 썩어빠진 새끼들은 고작 우리를 짐승처럼 무장 해제시켜 화살받이 개죽음을 만들려 한단 말이냐!”“도원수 마마! 당장 진격 명령을 내려주시옵소서!저희가 이 분노로 끓어오르는 십만 대군을 이끌고 당장 오늘 밤 한양 도성으로 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Read more

[373화] 멈춰 선 복수, 군주의 고뇌(1)

 “전하! 당장 진군하시옵소서! 당장 이 밤에 말에 채찍을 쳐서, 훈구파의 썩어빠진 모가지를 치고 궐을 통째로 뒤엎어야 하옵니다!”거대한 군막 안은, 피 끓는 복수심과 당장이라도 피를 보겠다는 통제 불능의 열기로 완벽하게 달아올라 터질 듯했다.애꾸눈 흑위대장 무영을 필두로, 수십 명의 조선군 무장들과. 심지어 새롭게 귀속된 여진족 장수들마저 일제히 허리춤의 칼자루를 움켜쥐고. 당장이라도 한양의 성문을 거대한 도끼로 무자비하게 부수고 들어갈 듯 시퍼런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바닥에 짐승처럼 엎드린 김태윤과 신진 관료들의 피투성이가 된 처참한 몰골은. 그 험준한 무장들이 당겨놓은 분노의 시위에, 시뻘겋고 거대한 불화살을 제대로 붙이기에 충분하고도 넘쳤다.“전하! 하명만 내리시옵소서! 소장이 당장 선봉에 서서, 도성 앞의 금군 놈들을 모조리 고기처럼 썰어버리고 전하의 앞길을 피로 닦아놓겠사옵니다!”하지만.그렇게 군막 안의 모두가 이성을 잃고 미친 듯이 눈알을 까뒤집으며 진격을 외치고 절규하는 가운데.정작 이 상황에서 가장 먼저 시퍼런 칼을 빼 들고, 길길이 날뛰며 분노를 터뜨려야 할 폭군.도원수 진안대군 이헌의 갈라진 입술은, 어찌 된 영문인지 도무지 열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이헌은 돌덩이처럼 굳어버린 끔찍한 표정으로, 아무런 대답도 아무런 동요도 없이. 그저 허리에 찬 자신의 장검 손잡이만 의미 없이, 불안하게 툭툭 만지작거리고 있었다.그의 텅 빈 듯하면서도 심연처럼 시퍼런 두 눈동자는, 발밑에 엎드린 피투성이 관료들도. 핏대를 세우며 진격을 외치는 무장들도 향하지 않았다.“전하……! 어찌 그리 돌부처처럼 가만히 계시옵니까! 저희가 고문받아 죽는 것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2
Read more

[375화] 멈춰 선 진격, 내전을 거부한 군주(1)

 “전하…… 방금 전하의 그 지엄하신 입술로, 대체 무슨 하명을 내리신 것이옵니까.”다음 날 아침, 찬 이슬이 맺힌 거대한 중앙 지휘 막사 안.어젯밤 신진 관료들의 피 끓는 보고를 듣고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한 채. 당장이라도 한양 도성을 향해 진격하기 위해 시퍼런 무장 갑옷을 완벽하게 챙겨 입고 모여든 수십 명의 무장들.그리고 흑위대장 무영은, 도원수 이헌의 입에서 무겁게 떨어진 그 뜻밖의 명령을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두 귀를 의심하며 경악했다.“내 말이 똑똑히 들리지 않았느냐.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상석에 앉은 도원수 이헌의 목소리는.어젯밤 펄펄 끓어오르는 용암처럼 분노하던 그 야차 같은 모습과는 너무도 다르게.단 한 점의 살기나 흥분조차 섞이지 않은 몹시도 차갑고, 얼음장처럼 차분하고 이성적인 음성이었다.“한양 도성으로의 무력 진격을 당분간 무기한 보류한다.전군, 모든 행군 채비를 당장 멈추고 이 마지막 야영지에 계속 진을 치고 굳건히 대기하며. 내 다음 명령이 있을 때까지는 결코 무기를 들고 한양 쪽으로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마라.”“……!!”막사 안의 공기가 일순간 영하 수십 도의 맹추위처럼 꽁꽁 얼어붙었다.방금 전까지 당장이라도 한양의 성문을 거대한 도끼로 부수고, 자신들을 배신한 훈구파의 모가지를 치기 위해 피를 끓이며 칼자루를 움켜쥐던 핏빛 무장들이었다.“전, 전하! 그게 대체 무슨 날벼락 같은 말씀이시옵니까! 다 이긴 싸움에서 진격을 보류하시다니요!”무영이 사색이 되어 한 걸음 앞으로 다급하게 나섰다. 그의 하나 남은 애꾸눈이 절박하고 원통하게 일렁거렸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2
Read more

[374화] 멈춰 선 복수, 군주의 고뇌(2)

 김태윤과 저 다친 놈들은 즉시 후방의 따뜻한 막사로 데려가, 의원을 불러 치료에 만전을 기하라.그리고 나머지 무장들은 흥분하지 말고 각자의 부대로 돌아가 외곽 경계를 철저히 하라.오늘 밤은…… 내일 아침 동이 틀 때까지는, 아무도 나를 찾지 마라.”이헌의 그 차갑고도 단호한, 얼음장 같은 축객령(逐客令).그 어떤 이의 제기나 반발도 결코 허락하지 않는 섭정의 지엄하고 완벽한 명령 앞에.금방이라도 뛰쳐나갈 듯했던 수십 명의 무장들과 관료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채, 칼자루만 매만지며 서로의 당황한 눈치만 보아야 했다.“어…… 지엄하신 어명 받드옵나이다.”결국 무영을 비롯한 장수들이 몹시 찝찝하고 억울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피투성이가 된 상처 입은 관료들을 부축하여, 커다란 군막 밖으로 하나둘씩 무거운 발걸음으로 물러나기 시작했다.“전하.”모두가 빠져나간 막사 안, 오직 서연만이 마지막까지 꼿꼿하게 남아 이헌의 등 뒤를 지켰다.하지만 이헌은 그런 서연을 향해 고개를 돌려 아주 희미하게, 세상에서 가장 짐을 많이 짊어진 사내처럼 슬프고 쓸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부인도 이만 들어가 푹 쉬시오. 피로가 쌓였을 터. 내 오늘 밤은…… 이 끔찍한 밤은, 온전히 나 혼자만의 시간이 몹시도 필요하오.”이헌의 그 지독하게 외롭고, 모든 세상의 무게를 짊어진 듯 무거운 눈빛을 가만히 마주한 서연은.더 이상 아무런 대답이나 위로의 말 없이, 아주 조용히, 깊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이헌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섣부른 얄팍한 위로나 책사로서의 정치적 조언이 아니라. 스스로 짊어진 그 거대한 핏빛 굴레를 온전히 홀로 마주하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2
Read more

[376화] 멈춰 선 진격, 내전을 거부한 군주(2)

 도망치던 무고한 노인과 어린아이들이 수만 마리의 말발굽에 처참하게 휘말려 살점이 뜯겨나갈 것이며.한양의 맑은 거리는 온통 가족과 집을 잃은 무고한 백성들이 흘린 억울한 피로 강을 이루어 썩은 내가 진동하게 될 것이다. 너희는 정녕 그것을 원하는 것이냐!”이헌의 그 뼈저리고 소름 끼치는 끔찍한 우려.그것은 단순히 전쟁터에서의 알량한 손익 계산을 따지는 일개 무장이나 장수의 시선이 결코 아니었다.한 국가의 심장부가 끔찍한 내전에 휩싸였을 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억울하고 끔찍하게 피눈물을 흘리게 될 ‘가장 약한 백성들의 참상’을.그 누구보다 완벽하게 헤아리고 우려하는, 진정한 군주로서의 깊고 끔찍한 고뇌 그 자체였다.권력을 위해 백성을 짓밟는다면 훈구파와 다를 바 없다는 그 진리가 이헌의 발목을 무겁게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무영과 장수들은 도무지 이헌의 그 압도적인 통찰과 질책에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그들은 오직 억울함에 눈앞의 적을 베고 복수할 생각에만 눈이 멀어.자신들이 맹목적으로 휘두를 그 십만의 칼날이, 결국 자신들이 지키려 했던 엉뚱한 백성들의 심장을 무참히 찌르고 집과 가족을 빼앗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단 한 번도 이성적으로 떠올리지 못했던 것이다.“내가…… 과거의 이 이헌이.”이헌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시퍼런 장검을 스스로 거칠게 풀어내어, 탁자 위에 툭, 힘없이 내려놓으며 씁쓸하고 뼈아픈 쓴웃음을 지었다.“과거 오직 권력에 눈이 멀어, 내 피를 나눈 형님을 밀어내고 이 흉측한 두 손에 얼마나 많은 피를 더럽게 묻혔던가.정적을 숙청하고 조선을 개혁한다는 얄팍한 명분으로, 얼마나 많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3
Read more
PREV
1
...
363738394041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