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한양 도성을 불과 백 리(약 40km) 남짓 앞둔 거대한 토벌군의 마지막 야영지.“전하. 지엄하신 어명이시라 하여 모두 시급히 달려왔사옵니다.”서연의 완벽하고 치명적인 정치적 덫, 그 소름 끼치는 구밀복검의 계략이 그녀의 지휘 아래 완벽하게 완성된 직후.이헌의 지엄하고 은밀한 부름을 받은 조선군의 핵심 무장들과, 불과 얼마 전 이헌의 발밑에 납작 엎드려 피로써 충성을 맹세하고 당당히 조선군 부장(副將)의 관직을 하사받은 여진족 추장 야루가.아무도 모르게 중앙 지휘 막사 안으로 은밀하게, 그리고 야수처럼 날렵하게 걸어 들어왔다.“들어오라.”이헌은 촛불 하나 켜두지 않은 칠흑 같이 어두운 군막 안쪽 상석에, 마치 똬리를 튼 거대한 어둠의 제왕처럼 꼿꼿하고 서늘하게 앉아 있었다.그의 곁에는 서연이 묵묵히 서서, 뱀처럼 서늘한 파란 눈빛으로 들어오는 장수들의 숨소리마저 하나하나 날카롭게 훑어보고 있었다.“내 너희를 이리 모두가 곯아떨어진 늦은 밤, 남들 몰래 은밀히 따로 호출한 이유는 단 하나다.이 야영지 곳곳에 득실거리며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저 훈구파의 썩어빠진 세작 놈들의 눈과 귀를 완벽하게 피해야만 할. 아주 중대하고 치명적인 하명을 내리기 위함이다.”이헌의 낮고 묵직한, 살인적인 적막을 단숨에 깨버리는 그 한마디에.조선군 무장들과 야루는 본능적으로 온몸에 닭살이 돋는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며, 일제히 바닥에 무릎을 쾅, 찧었다.“하명만 내리시옵소서, 전하!도성의 저 썩은 성문을 거대한 도끼로 부수라 하시면, 당장 오늘 밤이라도 궐문을 박살 낼 것이요!저희를 사지로 몰고 백성을 굶긴 훈구파 놈들의 목통을 베어 오라 하시면. 내일 아침 동이 트기 전에 그놈들의 시뻘건
Last Updated : 2026-10-2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