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회귀한 대군의 후회: Chapter 391 - Chapter 400

403 Chapters

[387화] 북방으로 향하는 십만 대군, 숨겨진 칼(腹劍)(1)

 깊은 밤, 한양 도성을 불과 백 리(약 40km) 남짓 앞둔 거대한 토벌군의 마지막 야영지.“전하. 지엄하신 어명이시라 하여 모두 시급히 달려왔사옵니다.”서연의 완벽하고 치명적인 정치적 덫, 그 소름 끼치는 구밀복검의 계략이 그녀의 지휘 아래 완벽하게 완성된 직후.이헌의 지엄하고 은밀한 부름을 받은 조선군의 핵심 무장들과, 불과 얼마 전 이헌의 발밑에 납작 엎드려 피로써 충성을 맹세하고 당당히 조선군 부장(副將)의 관직을 하사받은 여진족 추장 야루가.아무도 모르게 중앙 지휘 막사 안으로 은밀하게, 그리고 야수처럼 날렵하게 걸어 들어왔다.“들어오라.”이헌은 촛불 하나 켜두지 않은 칠흑 같이 어두운 군막 안쪽 상석에, 마치 똬리를 튼 거대한 어둠의 제왕처럼 꼿꼿하고 서늘하게 앉아 있었다.그의 곁에는 서연이 묵묵히 서서, 뱀처럼 서늘한 파란 눈빛으로 들어오는 장수들의 숨소리마저 하나하나 날카롭게 훑어보고 있었다.“내 너희를 이리 모두가 곯아떨어진 늦은 밤, 남들 몰래 은밀히 따로 호출한 이유는 단 하나다.이 야영지 곳곳에 득실거리며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저 훈구파의 썩어빠진 세작 놈들의 눈과 귀를 완벽하게 피해야만 할. 아주 중대하고 치명적인 하명을 내리기 위함이다.”이헌의 낮고 묵직한, 살인적인 적막을 단숨에 깨버리는 그 한마디에.조선군 무장들과 야루는 본능적으로 온몸에 닭살이 돋는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며, 일제히 바닥에 무릎을 쾅, 찧었다.“하명만 내리시옵소서, 전하!도성의 저 썩은 성문을 거대한 도끼로 부수라 하시면, 당장 오늘 밤이라도 궐문을 박살 낼 것이요!저희를 사지로 몰고 백성을 굶긴 훈구파 놈들의 목통을 베어 오라 하시면. 내일 아침 동이 트기 전에 그놈들의 시뻘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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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화] 북방으로 향하는 십만 대군, 숨겨진 칼(腹劍)(2)

 그것은 이 막사 밖에서 쥐새끼처럼 엿듣고 있을지도 모를 훈구파의 썩어빠진 세작들의 귀를 완벽하게 속여 넘기기 위한, 서연이 짠 너무도 완벽하고 치밀한 대외적인 연기 그 자체였다.“치밀하게 이성을 붙잡고 생각해 보아라.야루, 네가 이끄는 수만 명의 여진족 전사들이 며칠 전 조선에 귀속을 맹세했다.허나 척박한 북방 압록강 이북에는 여전히, 굶주림에 미쳐 너희의 빈 영토를 약탈하고 노리려는 다른 수많은 북적 오랑캐 놈들이 짐승처럼 득실거리고 있지 않느냐.”“……그, 그것은…….”야루가 말문이 막힌 듯 주춤거렸다.“이제 봄이 오고 압록강의 두꺼운 얼음이 완벽하게 다 녹아내렸다.그 미쳐 날뛰는 다른 굶주린 오랑캐 놈들이 물살을 가르고 강을 건너, 우리 불쌍한 백성과 네 부족민들을 도륙하려 쳐들어오는 것은 그저 시간문제다.”이헌의 목소리에 거대한 국방의 대의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완벽하게 실려 있었다.“내가 너희 십만 대군을 모조리 이끌고 한양 궐 안으로 무식하게 쳐들어가, 훈구파 놈들과 하찮고 지루한 권력 투쟁을 벌이는 그 틈을 타서.우리의 그 텅 빈 북방 국경이 속수무책으로 뚫려, 수많은 우리 조선의 백성들이 잔혹하게 학살당하게 방치하란 말이냐!나는 내 알량한 권력욕에 눈이 멀어, 북방의 무고한 백성을 짐승들의 먹이로 내던지는 그런 더러운 폭군이 결코 아니다!”이헌의 그 폭포수 같은 국방의 질책에, 미친 듯이 반발하려던 조선군 무장들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그러니 너희는, 이 토벌군 정예 병력 전체를 이끌고 당장 오늘 밤 북방으로 기수를 돌려라.여진족의 완벽한 조선 귀속을 전 병력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돕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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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9화] 지옥을 달릴 사냥개, 완벽한 기만(欺瞞)(1)

 “어명, 뼛속 깊이 새겨 받드옵나이다…….”깊은 밤, 한양 도성을 백 리 남짓 앞둔 거대한 토벌군의 중앙 지휘 막사 안.조선군의 늙은 선봉장과 핵심 무장들이 차마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걸음을 억지로 옮기며, 원통함과 비통함이 가득한 일그러진 얼굴로 하나둘씩 막사 밖으로 물러났다.그들의 굽은 등 뒤로는, 자신들의 주군을 사지(死地)나 다름없는 뱀소굴 도성에 홀로 내버려 두고 가야만 한다는 뼈저린 죄책감이 짙게 배어 있었다.이헌의 ‘십만 대군 북방 회군’이라는 지엄한 국방의 명분 앞에, 그 어떤 장수도 감히 반기를 들지 못하고 피눈물을 삼키며 물러선 것이다.하지만.모든 무장들이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막사를 빠져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사람.여진족의 용맹한 추장이자 이제는 어엿한 조선군 부장(副將)의 관직을 하사받은 야루만큼은, 그 자리에 거대한 바위처럼 미동도 없이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야루는 무장들이 모두 밖으로 빠져나가고, 막사의 두꺼운 가죽 천이 완전히 빈틈없이 닫힐 때까지 단 한 번의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오직 일렁이는 촛불의 붉은 그림자만이 야루의 웅크린 거대한 짐승 같은 등판 위에서 기괴하게 춤을 추고 있을 뿐이었다.“야루. 다른 조선의 장수들은 모두 어명을 받들어 당장 북방으로 출궁(出軍)할 채비를 하러 나갔거늘.”상석에 앉은 이헌이 뱀처럼 서늘하고 묵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너는 어찌하여 아직도 내 발밑에 그 짐승 같은 대가리를 처박고 엎드려 있는 것이냐. 내가 선포한 그 지엄한 회군 명령이 우습게 들린 것이냐.”이헌의 그 매서운 질책.하지만 그 질책의 목소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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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화] 지옥을 달릴 사냥개, 완벽한 기만(欺瞞)(2)

 “네가 내 그 숨겨진 칼날이 된 것을 알았다 한들, 당장 무엇이 달라지느냐.너는 어찌 되었든 오늘 밤 이 십만 대군을 이끌고 도성을 완벽히 등진 채, 저 척박한 북방으로 기수를 돌려 떠나야만 하는 내 사냥개일 뿐이다. 불만이 있느냐.”그것은 이헌의 마지막 핏빛 시험이었다.권력의 중심부인 도성에서 멀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며 불평할 것인지,아니면 주군의 뜻에 따라 기꺼이 보이지 않는 그림자 속에 숨어 칼을 갈 수 있는 진짜 맹목적인 충견(忠犬)인지 확인하려는 지독한 압박.하지만 야루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허리춤에 차고 있던 시미터를 거칠게 뽑아 바닥에 쨍그랑! 내던지고는.이마에서 시뻘건 피가 터지도록 차가운 바닥에 쾅쾅 머리를 찧으며 짐승의 사자후 같은 맹세를 터뜨렸다.“주군께서 부르시는 그날, 지옥 끝이라도 며칠 밤낮을 달려 도성 문을 부수겠습니다!”“……!!”“주군께서 저 먼 북방의 얼음장 밑에 저를 칼집처럼 숨겨두라 하시면, 기꺼이 뼈가 썩을 때까지 숨죽여 주군의 명령만을 기다리겠사옵니다!그리고 한양 궐 안의 훈구파 놈들이 오만방자하게 주군을 향해 시퍼런 칼을 들이대는 그 순간!주군의 봉화가 하늘로 오르고 제게 출정의 명이 떨어지는 그 찰나의 순간!이 야루, 수만 명의 굶주린 늑대 떼를 이끌고 험준한 산맥을 번개처럼 타고 내려와, 한양의 성문을 무자비하게 박살 내고 놈들의 심장에 제 이빨을 기어코 박아 넣겠사옵니다!”야루의 그 피 토하는 듯한, 거칠고 야만적이지만 그 어떤 충신의 맹세보다도 압도적이고 맹목적인 충성.적의 등 뒤에 꽂힐 가장 날카롭고 치명적인 비수(腹劍).그 완벽한 핏빛 역할에, 야루는 자신의 모든 영혼과 부족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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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화] 지옥을 달릴 사냥개, 완벽한 기만(欺瞞)(3)

 수만 명의 숨소리가 피로에 지쳐 잠든 줄로만 알았던, 한양 도성 백 리 밖의 거대한 토벌군 야영지.하지만 그 짙은 어둠의 장막 속에서는.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가장 은밀하고 압도적인, 거대한 병력의 대이동이 소리 소문 없이 시작되고 있었다.“말의 주둥이를 단단히 가죽 천으로 틀어막아라! 단 한 번의 말울음소리라도 새어 나간다면 그놈의 목을 그 자리에서 단칼에 칠 것이다!”“말발굽에 두꺼운 헝겊을 여러 겹 덧대어 묶어라! 발소리와 갑옷 부딪히는 소리를 완벽하게 죽여라!”조선군 정예 병력 수만 명과, 야루가 이끄는 여진족 기병대 수만 명.도합 십만에 달하는 이 무시무시하고 거대한 무장 병력이.달빛조차 구름에 가려진 칠흑 같은 그믐밤의 짙은 어둠을 틈타, 마치 형체 없는 유령처럼 소리 없이 야영지의 북쪽 문을 통해 끝없이, 끝없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그들은 행군을 알리는 횃불조차 단 하나 켜지 않았다.서로의 거친 숨소리와 희미한 별빛에만 의존한 채, 뱀이 숲을 미끄러지듯 험준한 산맥을 타기 시작했다.그것은 단순한 병력의 이동이나 후퇴가 결코 아니었다.자신들이 머물던 진영에는 불을 환하게 밝혀둔 빈 막사 수천 개를 그대로 세워두고. 마치 십만 대군이 여전히 도성을 포위하기 위해 무기를 쥐고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완벽한 환영(幻影)을 만들어둔 채.알맹이인 진짜 무력만을 완벽하게 북방으로 빼돌리는 소름 끼치도록 치밀한 연막이었다.“움직여라. 뒤돌아보지 마라. 우리의 진짜 전장은 지금 한양이 아니라 저 먼 북방의 척박한 압록강이다.”야루의 소리 없는 짐승 같은 손짓에 따라, 수만 마리의 군마가 북쪽을 향해 소리 없는 핏빛 질주를 시작했다.이 수만 명의 정예 병력과 기병대가 소리 소문 없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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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화] 상흔(傷痕)의 훈장, 핏빛 진군의 서막(1)

 새벽의 짙고 차가운 이슬안개가 서서히 걷히고.서늘하고 창백한 아침 햇살이, 한양 도성 밖 백 리 남짓 떨어진 광활한 평야를 비추기 시작했을 때.“하아…… 하아…….”홍문관 수찬 김태윤과 신진 실학파 핵심 관료들은, 밤새 서연의 끔찍한 구밀복검(口蜜腹劍) 계략을 짜느라 뜬눈으로 지새우다. 마침내 막사 밖으로 비틀비틀 짐승처럼 걸어 나왔다.그들은 도성을 향해 당장이라도 진격할 듯 웅장하게 도열해 있어야 할 십만 토벌군의 거대한 진영을 다시 한번 두 눈에 온전히 담으려 고개를 들었다.하지만.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너무도 텅 빈, 마치 거대한 환각 같은 껍데기만 남은 야영지의 광경에.그들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그대로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돌상처럼 완벽하게 굳어버렸다.“이, 이럴 수가…… 이것이 정녕 현실이란 말인가.”김태윤의 덜덜 떨리는 갈라진 목소리가 차가운 아침 공기를 소름 끼치게 갈랐다.“정말로…… 하룻밤 새에 그 거대하고 시퍼런 무력을 자랑하던 십만 대군이! 단 한 놈의 훈구파 세작 눈에도 띄지 않고, 흔적도 없이 연기처럼 완벽하게 사라져 버렸단 말인가!”어젯밤까지만 해도 수만 마리의 군마가 내뿜는 거친 입김과, 칼을 갈며 으르렁거리는 병사들의 거친 코곯는 소리로 터질 듯 웅장하고 살벌했던 야영지였다.하지만 지금, 불 꺼진 수천 개의 빈 막사들 사이로 휑하게 불어오는 것은. 오직 차가운 흙먼지를 실은 쓸쓸하고 적막한 봄바람뿐이었다.조선군의 무장을 완벽하게 갖춘 정예 병력 수만 명도, 시퍼런 시미터 칼을 차고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던 여진족 야루의 기병대 수만 명도.마치 처음부터 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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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화] 상흔(傷痕)의 훈장, 핏빛 진군의 서막(2)

 그의 커다란 발걸음이 차가운 진흙탕을 밟을 때마다 막막하고 무거운 침묵이 야영지에 감돌았다.“너희들은.”이헌의 낮고 거칠게 갈라진 쇳소리가, 덜덜 떠는 부상병들의 귓가에 아주 무겁고 슬프게 울려 퍼졌다.“너희들은 저 지옥 같은 북방의 눈보라 속에서 나라와 백성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너희의 살을 찢기고 뼈를 베였다.”이헌이 그들의 잘려 나간 팔과, 피고름이 묻은 눈을 하나하나 애달프게 훑어보았다.“하지만 저 한양 궐 안의 썩어빠진 훈구파 쥐새끼들은.너희가 짐승처럼 흘린 그 고결한 피를 패전이라 비웃으며 조롱했고, 군량미를 끊어 너희를 눈밭의 개죽음으로 몰아갔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백성의 고혈을 빨며 자신들의 뱃속을 채우기 위해 권력에 미쳐 날뛰고 있다.”부상병들의 퀭하게 파인 눈동자에, 억울함과 원통함의 피눈물이 시뻘겋게 맺히기 시작했다.“우리는 오늘, 이 압도적이고 두려운 무력을 포기하고 시퍼런 칼을 완벽하게 버린다.”이헌이 자신의 허리춤에서 마지막 남은 시퍼런 장검을 아주 거칠게 뽑아 들어, 바닥의 썩은 진흙탕 속에 쾅! 소리가 나도록 무자비하게 내리꽂아 버렸다.폭군 섭정이 스스로 칼을 버리는 그 파격적이고 끔찍한 행동에. 무영과 부상병들의 눈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듯 휘둥그레졌다.“대신!”이헌이 진흙탕에 꽂힌 칼을 발로 차버리며, 사자후를 터뜨렸다.“우리는 칼을 버리고 온몸의 흉터를 훈장 삼아 도성에 들어갈 것이다. 백성들이 우리의 진실을 보게 하라!”이헌의 피 토하는 듯한 절규.그것은 부상병들을 정치적 미끼나 소모품으로 버려 쓰겠다는 뜻이 아니었다.오히려 그들의 그 고귀한 상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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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화] 오만의 축배, 스스로 판 무덤(1)

 “전하! 기쁜 소식이옵니다! 몹시도 통쾌하고 가슴이 뻥 뚫리는 기쁜 소식이 방금 궐내에 당도하였사옵니다!”한양 도성의 가장 깊고 높은 중심,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궐내의 거대한 경회루.따스하고 나른한 늦봄의 햇살 아래, 비싼 향긋한 술 냄새와 반라의 기생들이 내뱉는 천박한 웃음소리가 흐드러지게 퍼지고 있는 그 역겨운 주지육림의 한가운데로.훈구파의 수장인 좌의정이 숨을 헐떡이며 짐승처럼 뛰어 들어왔다. 그의 늙고 탐욕스러운 얼굴에는 주체할 수 없는 환희의 경련이 일고 있었다.“오, 좌의정! 숨넘어가겠소. 대체 무슨 기쁜 소식이기에 이 대낮부터 그리 체통 없이 소란을 피우며 뛰어오는 것이오!”화려한 용상에 비스듬히 거만하게 기대어, 기생이 아양을 떨며 따라주는 최고급 청주를 연거푸 들이켜던 왕 이도가.술기운에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반색하며 물었다. 그의 곁에는 북방에서 피 흘린 백성들을 조롱하는 훈구파 대신들이 더러운 쥐새끼들처럼 득실거리고 있었다.“방금 전! 섭정이 머물고 있는 도성 밖 백 리 평야의 마지막 야영지에서, 우리 세작들이 목숨을 걸고 빼낸 가장 확실하고 소름 돋는 첩보가 당도하였사옵니다!”좌의정이 가쁜 숨을 고르며, 품속 깊은 곳에서 피 묻은 은밀한 밀서를 꺼내어 번쩍 치켜들었다.“그 오만방자하고 천하에 두려운 줄 모르던 살인귀, 섭정 이헌이!결국 전하의 그 지엄하신 어명과 궐내 금군의 위용에 완전히 겁을 먹고, 벌벌 떨며 완벽하게 굴복하여!자신의 유일한 목숨줄이자 한양을 위협하던 가장 큰 무기였던 십만의 정예 주력군을 몽땅 다! 어젯밤 달빛조차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을 틈타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고 압록강 너머 저 척박한 북방으로 회군(回軍)시켜버렸다 하옵니다!”“&hel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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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화] 오만의 축배, 스스로 판 무덤(2)

 “예, 전하! 바로 그 건방지고 요망한 계집이옵니다!그 계집이 섭정의 군대가 도성에 무력으로 진입하면 참혹한 내전이 벌어져 자신들의 목숨이 다칠까 봐 뼛속 깊이 두려워하여.밤낮으로 섭정의 치맛자락을 꽉 붙잡고 징징거리며, 울며불며 제발 군대를 물려달라고 만류하고 읍소했다지 뭡니까!그러니 그 잔혹했던 대군이 계집의 하찮은 눈물과 치맛바람에 꼴사납게 홀려, 그 거대한 무력도 팽개치고 병력을 몽땅 뒤로 물리는 짐승만도 못한 병신 짓을 저지른 것이옵니다!”“계집에게 홀려 병력을 물리다니, 대군이 전장에서 돌아오더니 헛똑똑이가 되었구나!”훈구파의 최고 수장인 좌의정이 하얀 수염을 거만하게 쓰다듬으며, 가장 통쾌하고 구역질 나는 조소를 터뜨렸다.그들은 섭정의 아내 서연이 피를 깎는 지략으로 준비한, ‘약자(弱者)’라는 그 거대하고 끔찍한 여론전의 덫.그리고 훈구파의 목통을 완벽하게 끊어버릴 치명적인 구밀복검의 함정은 꿈에도, 단 1푼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오직 십만의 물리적 무력이 도성 밖에서 사라졌다는 얄팍한 단편적 사실 하나에만 완벽하게 눈이 멀어, 자신들의 완벽한 승리를 맹목적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자, 놈이 스스로 호랑이 발톱을 뽑고 우리 뱀소굴로 멍청하게 기어 들어오니. 이 절호의 틈을 타서 놈의 더러운 숨통을 영원히 끊어버릴 완벽한 사냥 그물을 당장 짜야 하지 않겠소! 그놈이 살아서 이 도성 밖을 나가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오!”이도가 광기와 살기로 번들거리는 눈으로 훈구파 대신들을 차갑게 둘러보며 외쳤다.“좌의정! 당장 내일 아침, 섭정 이헌이 그 더러운 패잔병 부상병들을 이끌고 숭례문 성문을 통과하는 즉시!성벽과 저잣거리에 미리 치밀하게 매복시켜 둔 훈련된 금군 수만 명을 일제히 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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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화] 율법의 칼날, 선봉장 최윤의 각성(1)

 한양 도성을 불과 지척에 둔 거대하고 텅 빈 토벌군의 마지막 야영지.그 가장 깊고 은밀한 어둠이 깔린 늦은 밤.서연은 촛불 하나만이 위태롭게 타오르는 자신의 개인 군막에.도성에서 은밀히 파옥하여 도망쳐 온 신진 실학파 관료들을 불러 모아놓고, 내일 아침 도성 입성 후 궐 안에서 벌어질 훈구파와의 거대하고 피비린내 나는 정치전을 대비해 가장 치밀하고 완벽한 각본을 짜고 있었다.“훈구파 놈들은 내일 아침, 전하께서 패잔병의 모습으로 도성에 발을 들이시는 그 즉시.온갖 조작된 죄목과 명분을 들이밀며 금군을 풀어 역모의 덫을 씌우려 짐승처럼 달려들 것입니다.”서연이 탁자 위에 놓인 한양 도성 지도를 날카로운 손톱으로 꾹 짚으며, 얼음장같이 서늘한 목소리로 상황을 분석했다.“우리는 칼 대신, 그들이 뻔뻔하게 내뱉는 그 거짓된 명분들을. 조선의 지엄한 율법과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완벽한 논리로 갈기갈기 찢어발겨야 합니다.허나 전하께서는 섭정이라는 지엄하고 고귀한 자리에 계시니, 그 천박하고 더러운 노친네들과 어전에서 직접 목에 핏대를 세우며 언쟁을 벌이고 진흙탕 싸움을 하실 수는 결코 없지요. 그것은 군주의 체통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짓입니다.”서연의 파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맹독을 품은 독사처럼 번뜩였다.“우리에게는, 전하의 무거운 입을 완벽하게 대신하여.훈구파 놈들의 썩어빠진 비리와 거짓말을 폭포수처럼 까발리고, 그들의 알량한 논리를 짐승처럼 무자비하게 물어뜯어 줄.가장 예리하고, 가장 지독한 독기를 품은 ‘대변인’이자 ‘정치전의 선봉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그 서늘하고도 막중한 선언에,군막 안에 엎드려 있던 관료들이 숨을 훅 들이켜며 서로의 참담한 얼굴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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