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有

33. 라파스의 공기

作者: 지호
last update 公開日: 2026-08-07 09:06:15

지호는 새벽 일찍 눈을 떴다.

오르디노에서 보낸 10일은 유난히도 길게 느껴졌다.

처음엔 그저 잠시 머물다 갈 생각이었는데, 겨울은 의외로 쉽게 사람의 시간을 잡아끌었다.

차가운 공기, 반복되는 침묵, 매일같이 떠오르던 휘웅의 얼굴까지.

지호는 그곳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듯 지냈고, 결국 더는 머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무렵이 되어서야 짐을 쌌다.

우유니 사막으로 가기 위해서는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를 거쳐 국내선을 갈아타야 했다.

지호는 이른 새벽 짐을 챙겨 공항으로 향했다. 길고 복잡한 이동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사실조차 오히려 마음을 재촉하게 만들었다.

오르디노에서의 며칠이 떠올랐다. 진섭의 호의와 너무 조용했던 방, 그리고 매일같이 떠오르던 휘웅의 얼굴.

그걸 더는 견딜 수 없어 거의 도망치듯 떠나왔던 자신의 모습까지 겹쳐졌다.

진섭에게 인사조차 못하고 나온 건 조금 미안했지만, 어차피 스치듯 스쳐 갈 인연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호는
この本を無料で読み続ける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をダウンロード
ロックされたチャプター

最新チャプター

  • 첫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40. 가면의 집

    책상 위에 놓인 시놉시스 파일을 천천히 넘기던 남자가 낮게 웃었다.“오…….”짧은 탄성이었다.“로맨스만 쓰는 줄 알았는데, 의외네.”창밖으로 겨울비가 가늘게 내리고 있었다. 넓고 텅 빈 집무실 한가운데, 검은 소파에 몸을 기댄 남자는 시놉시스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손끝에 걸린 종이 위로 적힌 이름이 그의 시선을 붙잡았다.작가, 지호.눈에 익은 이름이었다. 아니, 잊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휘웅은 무심코 종이 위를 손끝으로 쓸었다. 그리고 다시 첫 문장을 읽었다.〈가면의 집〉그녀가 훔친 것은 아빠만이 아니었다. 우리 엄마의 영혼, 그리고 나의 평범했던 모든 세계였다.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국민 여동생'. 눈부신 조명 아래에서 청순하고 깨끗한 얼굴로 사랑받는 톱배우. 하지만 그 화려한 가면 뒤에는 남의 가정을 짓밟고 올라선 추악한 과거가 숨어 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무너뜨리기 위해 돌아온 딸.입가에 걸려 있던 희미한 미소가 천천히 지워졌다.휘웅은 마지막 문장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당신이 연기하는 그 가짜 인생, 내가 진짜 지옥으로 만들어줄게.”그 순간, 가슴 한가운데가 묵직하게 내려앉았다.지호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누구보다 솔직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자신은 끝내 입 밖에 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그녀는 전부 활자로 써 내려가고 있었다.휘웅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그리고 오래전, 차마 다시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던 시간 속으로, 다시 걸어 들어갔다.—“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휘웅은 거칠게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병실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희뿌연 유리창 너머로 서울의 야경이 번져 보였다.침대 위에 앉아 있던 미선은 이미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다. 얼굴은 반쪽처럼 야위었고, 손목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가늘어져 있었다. 임신 중기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쇠약했다.휘웅은 그런 미선을 보며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나도 힘들어요.”처음이었다. 스물다섯 살 인생에

  • 첫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39. 잊고 있던 이름

    한국에 돌아온 지 사흘째였다.열여섯 시간을 넘게 비행기를 타고 돌아왔던 날, 지호는 캐리어를 현관 앞에 세워 둔 채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 눈을 감으면 아직도 우유니 사막의 하늘이 떠올랐다. 소금 평원 위를 천천히 걷던 발걸음, 끝없이 쏟아지던 별빛, 그리고 그 풍경 앞에서 환하게 웃던 진섭의 얼굴까지.꿈이라면 너무 선명했고, 현실이라기엔 너무 멀었다.하지만 그 모든 것이 진짜였다는 걸 증명하듯, 침대 맞은편 옷걸이에는 볼리비아에서 산 판초와 셔츠, 두꺼운 조끼가 가지런히 걸려 있었다.지호는 한참 동안 그것들을 바라보다가 충전기를 찾았다. 완전히 방전된 휴대전화를 콘센트에 꽂아 둔 뒤, 그대로 침대 위에 몸을 눕혔다.예전 같았으면 집에 돌아왔다는 안도감부터 들었을 텐데, 이번에는 아니었다.집이 너무 조용했다.엄마 은주는 아버지와 이혼한 뒤 외할머니 댁으로 내려갔다. 결국 윤용석과 살던 넓은 집을 정리하고, 지호는 혼자 살기에 적당한 오피스텔로 옮겨 왔다.문제는, 그 집이 지나치게 비어 있다는 것이었다.원래 옵션으로 들어와 있던 냉장고와 세탁기, 작은 전자레인지가 전부였다. 지호가 직접 들여놓은 가구라고는 침대 하나와 작업용 책상 하나뿐이었다.거실 창문에는 짙은 암막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고, 벽에는 액자 하나 걸려 있지 않았다. 소파도 없었고, 적막함을 달래 줄 텔레비전조차 없었다.그동안은 괜찮았다. 오히려 그런 고요함이 편했다. 그런데 오늘은 아니었다.우유니에서 돌아온 뒤 처음 맞이한 밤은 유난히 적막했다.눈을 뜨면 늘 들리던 진섭의 목소리도 없었고, 아침마다 호텔 복도에서 들려오던 사람들의 발소리도 없었다.그저 냉장고가 돌아가는 소리와, 멀리서 지나가는 차 소리만 희미하게 들릴 뿐이었다.지호는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천장을 올려다봤다.'티브이라도 하나 놓을까.'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혼자 있는 시간이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익숙함이 외로움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그 사실이 낯

  • 첫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38.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

    한국을 떠난 지도 어느새 2주가 훌쩍 넘어 있었다.애초에 지호는 이렇게 오래 머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예상에 없던 우유니 사막에 푹 빠져 버린 탓에, 볼리비아에서만 벌써 5일째를 보내고 있었다. 돌아가야 할 때가 다가왔다는 걸 알면서도, 지호는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머리로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이곳에 머무는 동안, 지호는 자꾸만 현실감이 희미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꿈속을 걷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누군가의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았고, 영화라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지 않았으면 했다. 끝없이 펼쳐진 소금 평원과 그 위를 가득 채우던 하늘. 밤이면 쏟아질 듯 내려앉던 별빛. 그리고 그 풍경 앞에서 누구보다 환하게 웃던 진섭의 얼굴까지.모든 것이 지나치게 선명했다.어쩌면 자신이 정말로 싫어했던 건 은둔 생활 자체가 아니었는지도 몰랐다. 그저, 그렇게 오래 혼자였다는 사실이 싫었던 건 아닐까. 그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돌아가기 싫은 이 감정이 우유니의 풍경 때문인지, 아니면 진섭 때문인지 지호는 끝내 구분하지 못했다. 다만 분명한 건 하나였다. 휘웅이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답은 여전히 아니었다. 휘웅을 잃은 상처를 그대로 안은 채 누군가를 만나고, 그 사람에게 기대는 건 결국 또 다른 실수가 될지도 몰랐다.지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과 함께, 조용히 피어나던 마음도 다시 접어 두었다.이제는 정말 돌아가야 했다.하지만 지난번처럼 아무 말 없이 떠나고 싶지는 않았다. 진섭이 자신을 위해 얼마나 애써 왔는지 지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라파스에서 다시 만난 날부터 우유니까지 함께 가 준 것. 추울까 봐 겉옷을 챙겨 주고, 맛있는 식당을 찾아주고, 수없이 사진을 찍어 주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묵묵히 곁을 지켜 준 것까지.그 모든 마음을 모른 척한 채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 첫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37. 아직 닿지 않은 마음

    다음 날 아침이 밝았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우유니 사막에 발이 묶여 있는 기분이었다. 눈을 떠도 현실감이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사라졌던 풍경, 끝없이 이어지던 수면 위를 함께 걸었던 순간들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마치 긴 꿈에서 막 깨어난 사람들처럼, 지호와 진섭은 어딘가 몽롱한 얼굴로 하루를 시작했다.진섭이 먼저 스마트폰을 꺼내 근처 식당을 찾았고, 지호는 별다른 말 없이 그 뒤를 따랐다. 여행지에서 먹는 늦은 아침은 생각보다 편안했다. 전날의 감동이 아직 가시지 않은 탓인지, 평범한 음식조차 유난히 맛있게 느껴졌다. 둘은 식사를 하며 어제 찍은 사진들을 하나씩 넘겨봤다.무엇보다 지호의 사진은 낯설 정도로 달라 보였다. 10년 동안 은둔생활을 했던 윤지호는 그 사진 안에 없었다. 말갛게 개인 얼굴을 하고는 크게 웃고 있었다. 어딘가 어색해 보이면서도, 동시에 믿기 힘들 만큼 편안해 보였다. 진섭이 찍어준 사진 속의 윤지호는 분명 행복해 보였다. 자신의 얼굴인데도 낯설었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표정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얼굴을 만들어준 사람이 진섭이라는 사실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지호는 괜히 아무 말 없이 화면만 바라봤다.진섭은 그런 지호를 옆에서 조용히 보고 있었다. 새파란 하늘이 고스란히 비친 물 위, 한참을 말없이 서 있던 두 사람의 뒷모습, 해 질 무렵 붉게 물든 풍경까지. 사진 속 우유니는 현실보다 더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그중에서도 진섭의 시선을 가장 오래 붙잡은 건 지호의 얼굴이었다. 사진 속 지호는 그가 처음 만났던 지호와는 전혀 달랐다. 어제보다 한결 차분해 보였지만, 시선만은 자꾸만 지호에게 머물렀다. 지호는 그 눈길을 눈치채지 못하는 듯 보였지만, 진섭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지호는 하얗다 못해 투명해 보이는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햇빛을 제대로 받아본 적 없는 사람처럼, 조금만 들여다보면 살속이 비칠 것만 같았다. 말투는 차분했고, 때로는 어른스러웠지만, 웃는 얼굴만큼은 아직 어린

  • 첫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36. 하늘과 맞닿은 곳

    두 사람은 우유니 사막으로 향하기 위해 일정을 다시 잡았다. 짐을 전부 들고 이동하기에는 애매해서 숙소는 하루 더 연장했고, 예약한 차를 타고 마침내 우유니 사막으로 향했다. 길이 멀진 않았지만,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점점 비현실적으로 변해갈수록 지호는 어딘가 붕 뜬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어디부터가 땅이고 어디부터가 하늘인지, 그 경계가 점점 흐려지는 것 같았다.우유니는 정말로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 같았다. 얇게 고인 물이 소금 평원을 덮고 있었고, 그 위로 하늘이 그대로 내려앉아 있었다. 물결 하나 없는 표면에는 구름도, 햇빛도, 멀리 있는 산등성이마저 또렷하게 비쳤다. 현실의 풍경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 정교하게 그려낸 그림 속으로 들어온 것만 같았다. 차창 너머로 펼쳐진 하늘은 한없이 넓었고, 그 아래 펼쳐진 평원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고요했다. 지호는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우유니 사막에 있는 것 자체가 현실이 아닌 것만 같았다. 정말로 하늘과 맞닿아 있는 곳에 도착한 기분이었다.가슴이 묘하게 두근거렸다.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이 낯선 감각이 무서워서 그런 건지 지호는 분간할 수 없었다. 그런데 바로 옆에서, 한층 들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이거 느껴져요?”진섭은 창밖을 보며 거의 흥분한 사람처럼 말했다. 눈은 반짝였고,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높았다. 그는 정말이지 조금도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마치 지금 느끼는 전율을 그대로 몸 밖으로 쏟아내는 것처럼, 옆에 있는 지호에게 자신의 감정을 전부 들이밀었다. 그러다 갑자기 지호의 손을 가져가 자신의 가슴에 갖다 댔다.“가슴이 막 뛰어요. 이런 풍경은 처음 봐요.”진섭은 말끝마다 감탄을 붙였다. 오길 잘했다는 말도 여러 번이나 했고, 정말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다는 듯 한동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생생한지 지호는 그를 가만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저렇게 자신의 감정을 한순간도 감추지

  • 첫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35. 헤어짐이 아쉬운 밤

    우유니 사막의 여름밤은 생각보다 싸늘했다. 낮 동안 잠시 덥다 싶었던 공기는 해가 기울자마자 빠르게 식어버렸고, 바람은 옷깃 사이로 파고들었다. 지호는 그런 날씨를 간과한 걸 조금 후회했다. 숙소를 먼저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서둘렀지만, 배도 고팠고 몸은 이미 고단했다.그런데 그 피로가 아주 지독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반나절 남짓을 함께 보낸 진섭이 중간중간 지호의 발목 상태를 확인하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대놓고 묻는 것도 아니고, 과하게 챙기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런 시선 하나하나가 은근히 신경 쓰였다. 지호는 그걸 모른 척하면서도 어느새 진섭의 걸음에 맞춰 걷고 있었다.의외로 우유니 사막의 우기는 성수기였다. 여행객이 몰리는 시기라 숙소를 쉽게 구할 수 없었다. 둘은 몇 군데를 둘러보다가 겨우 방을 하나씩 얻었다. 작은 숙소였지만, 차가운 바람을 잠시 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짐을 내려놓자 그제야 허기가 더 선명하게 밀려왔다.숙소를 나와 시내로 향했다. 생각보다 먹을 만한 음식점이 꽤 많았다. 간판마다 낯선 언어가 적혀 있었지만, 거리의 분위기는 의외로 활기찼다. 작은 식당들이 줄지어 있었고, 여행객들로 보이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그중에는 태극기가 그려진 한식당도 있었지만, 지호와 진섭은 거의 동시에 중국음식점을 가리켰다.“여기.”“여기요.”말이 겹치자 둘은 동시에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먼저 웃음이 터졌다. 생각보다 취향이 잘 맞는다는 사실이 묘하게 우습고도 반가웠다.둘은 완탕과 볶음밥, 만두를 시켰다. 메뉴를 고르는 데도 망설임이 없었다. 지호는 그런 진섭을 보며, 이 사람은 참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고 생각했다. 밝고 긍정적인 데다, 함께 있는 사람까지 덩달아 기분 좋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유머러스했고, 순수한 구석도 있었다. 자신감이 있었고, 말도 막힘이 없었다. 활발한데 거슬리지 않았고, 거침없는 듯하면서도 어딘가 상대를 배려하는 결이 있었다.지호는 누군가와 함께 밥을

続きを読む
無料で面白い小説を探して読んでみましょう
GoodNovel アプリで人気小説に無料で!お好きな本をダウンロードして、いつでもどこでも読みましょう!
アプリで無料で本を読む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で読む
DMCA.com Protection Status